터럭손
옛날에는 거제에서 육지로 가려면 범선이나 목선을 타야만 했다. 이 배들은 마산이나 부산을 오고 갔는데 날씨가 좋지 못해 바람이라도 세게 부는 날이면 배를 띄우지 못해 육지를 가는 데 여러 날이 걸리기도 했다.
그 시절 거제도에는 솜씨 좋은 사공 하나가 있었다. 사공은 큰 배를 타고 칠천도를 지날 무렵 북쪽으로 불어오는 거센 바람을 만나게 됐다.
어쩔 수 없이 닻을 내리고 바닷가에서 잠을 자게 되는데 잠결에 무언가 섬뜩한 기운이 느껴져 일어나보니 문이 열려 찬바람이 들어오고 있었고 밖을 보니 '터럭손'이 배 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바다 사람들에게는 오래 전부터 터럭손에 대한 전설이 전해 오고 있는데 터럭손은 털이 많이 난 손만 올라와서 사람을 바다로 잡아끌고 들어가는 일종의 바다 도깨비다.
사공은 터럭손이 상투를 튼 정수리에 상투가 풀어지지 않도록 고정시키기 위해 위에 꽂는 장신구인 동곳을 좋아해 이것을 빼앗기는 순간 바다로 끌고 간다는 이야기를 기억하고 터럭손에게 동곳을 빼앗기지 않으려 자신의 머리에 있는 동곳을 꽉 쥐고 온 힘을 다했다.
동곳을 빼앗기 위해 한참을 배위에서 사공과 실랑이를 벌이던 터럭손은 잠시 후 바다 밑으로 내려가고 말았다.
이 일이 있은 후부터 사공은 바다에서 어부나 뱃일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터럭손을 주의하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 거제전래설화집 (거제문화원 2019년 12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