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보다 무서운 이비
옛날 한 마을에 칠흑 같이 어두운 날 엄마가 우는 아이를 달래고 있었다. 아이 엄마는 한참을 달래도 아이가 달래지지 않자 아이를 겁주려고,
“호랑이 온다. 호랑이”
하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는 좀처럼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그때 마침 문 밖에서 그 광경을 목격한 호랑이가 있었다. 호랑이는 속으로 자신이 온다고 해도 울음을 그치지 않는 아이가 괘씸하기까지 했다.
그 때 아이 엄마가 이번에는,
“이비~ 이비 온다”
하고 말했다.
그러자 아이는 신기하게도 울음을 딱 그쳤다.
호랑이가 온다고 해도 그치지 않던 아이가 이비가 온다고 하자 뚝 그치는 것을 보고 호랑이는,
“이비라는 것이 나보다 더 무서운 놈이구나”
하고 생각하며 뒷걸음질을 했다.
그런데, 이때 마침 이 집에 소를 훔치러 온 소도둑이 뒷걸음치는 호랑이와 부딪히게 된다.
호랑이를 보고 놀란 소도둑이 기절 하면서 호랑이 등으로 넘어지자 호랑이는 이비가 자기를 잡아먹으려 붙잡는 줄 알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아났다.
한참을 달리던 호랑이는 아무도 쫒아오지 않는 것을 확인 하고서야 산속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때 토끼가 오더니,
“호랑아 여기서 얼마 멀지 않은 곳에 이쁜 색시가 목욕하고 있는데 우리 같이 구경 가지 않을래?”
하고 말했다.
호랑이와 토끼가 목욕하는 색시를 구경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호랑이를 본 색시가 깜짝 놀라 괴성을 지르며 옷을 거꾸로 입고 벌벌 떨었다.
태어나서 생전 처음 보는 괴상한 모습을 본 호랑이는,
“혹시 저것도 이비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또 도망을 갔다고 한다.
이야기에서 나오는 이비는 귀와 코(耳鼻)를 뜻한다. 이비에 대해선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지만 임진왜란 때 왜군들이 조선군을 죽였다는 증거로 귀와 코를 베어 갔는데, 이 때 군인들은 물론이고 백성들이나 어린 아이의 것까지 베어갔다.
지금도 일본에는 임진왜란 때 왜군이 베어간 귀와 코의 무덤이 있다. 즉 '이비 온다'라는 말은 '귀와 코 베러 온다'는 말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거제전래설화집 (거제문화원 2019년 12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