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의 한
옛날 아들이 없어 대를 잇지 못하고 있는 양반 가문이 있었다. 이 양반은 나이가 60이 넘어서야 겨우 아들 하나를 얻을 수 있었는데, 아들은 어릴 때부터 총명하고 용감해 사람들 사이에서 훗날 훌륭한 정승판서감이라는 말을 듣고 자랐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행색이 초라한 스님 한명이 시주를 하기 위해 양반집을 찾아왔다. 스님은 우연히 양반집 아들을 보고,
“나무관세음보살, 죽지 않았으면 나라를 구할 인재이거늘, 안타깝게 15세 밖에 살지 못하는 구나”
하고 말했다.
늘그막에 겨우 아들을 얻은 양반은 스님의 말을 듣고 탄식하며,
“스님 어떻게 화를 막을 방법은 없겠습니까?”
하고 물었다.
그러자 스님은,
“아들을 하루 빨리 혼인 시켜 수명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고 양반에게 알렸다.
그때서야 양반은 안심하고, 이미 아들에겐 이웃마을 양반집 규수와 벌써부터 약혼을 해 놨다고 스님에게 말했다.
하지만 스님은,
“아무 처녀와 결혼 한다고 해서 수명이 늘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댁의 아드님과 혼인할 처녀는 남서쪽으로 가면 만날 수 있는 도씨 성을 가진 여인이어야만 합니다”
하고 이야기 했다.
양반은 어쩔 수 없이 아들을 살리기 위해 먼저 약속한 양반집과 약혼을 파혼하고 남서쪽에 있다는 도씨 성을 가진 처녀를 찾아 다녔다.
양반은 얼마 지나지 않아 스님이 일러준 대로 남서쪽에 있다는 도씨 성을 가진 처녀를 찾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이 처녀는 이미 서로 좋아하는 연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반은 처녀의 부모를 설득시켜 결국 양반의 아들과 도 씨 처녀는 혼례를 올리게 됐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양반의 아들이 도씨 처녀와 혼인한 다음 날부터 하루도 양반집에 바람 잘 날이 없게 됐다.
양반집 하인이 어느 날 영문도 모른 채 죽었고, 집안의 재물도 점점 없어지거나 도둑을 맞기 일쑤였던 것이다.
도 씨 처녀가 양반집으로 시집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집이 망하게 됐다. 한 편 원래 양반집 아들과 약혼을 했던 이웃마을 양반댁 규수도 혼사가 틀어지고 나서 홧병이나 죽고 말았다. 그리고 그 규수는 죽은 뒤 귀신이 돼 양반집에 원한을 품고 계속 양반집을 괴롭혔다.
결국 도 씨 처녀 때문에 집안이 망한 것이 아니라 혼인이 깨져 홧병으로 죽어 귀신으로 변한 이웃마을 양반집 규수 귀신이 양반집을 망하게 만든 것이다.
하지만 귀신의 괴롭힘에 집안이 망했음에도 불구하고 양반의 아들은 훗날 스님의 말처럼 과거에 급제해 나라를 구할 정승판서가 됐다고 한다.
- 거제전래설화집 (거제문화원 2019년 12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