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바위 섬
지금으로부터 1100여년 전 왕건이 고려를 세울 무렵이었다. 당시 거제도 옥포에서 산길로 1km, 바다길로 1km 되는 곳에는 어부가 홀로 어린 아들을 키우며 살고 있었다.
세월이 지나 어부는 죽고 어부의 아들이 성장해 고기잡이를 했다. 하루는 어부 아들이 지금의 쌍바위섬 앞에서 고기잡이를 하는데 아름다운 젊은 아가씨가 바위 위에 앉아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바위 뒤에 숨어 한참을 넋을 잃고 아가씨가 노래부르는 모습을 보고 있던 어부의 아들은 그만 그 아가씨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어부의 아들은 아가씨에게 다가가,
“미안합니다. 노래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나도 모르게 훔쳐보고 말았습니다”
하고 사과했다.
아가씨는 어부 아들의 사과에,
“괜찮아요. 오히려 이쁘게 봐주셔서 감사 합니다”
라며 답했다.
둘은 얼마 지나지 않아 친해졌고, 어부의 아들은 아가씨가 노래를 불렀던 바위로 매일 같이 고기잡이를 하러 갔다. 그리고 둘은 점점 정이 깊어 사랑하는 사이가 되고 말았다.
사실 아가씨는 바다 용왕의 딸이었다. 용왕은 자신의 딸이 인간을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크게 노하며 다시는 만나지 못하도록 했다.
용왕의 명으로 어부의 아들과 용왕의 딸이 만나지 못한 날도 어느 덧 백일이 지났다. 어부 아들은 고기잡이도 나가지 않고 날마다 용왕의 딸과 놀던 바위에 앉아 있었다.
이 사실을 안 용왕은 숭어 한 마리를 딸로 변신시켜서 내보냈다. 어부의 아들은 오랜만에 본 용왕의 딸을 보고 어쩔 줄 몰라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용왕의 딸이 가짜인 것을 알아차렸다.
용왕의 딸로 변한 숭어는 온갖 정성을 다해 어부 아들의 마음을 돌리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다시 바다로 돌아갔다.
숭어가 바다로 돌아 간 다음 어부의 아들은 굴로 들어가 백일 간 기도를 올렸다. 하지만 용왕의 딸은 나타나지 않았다.
어부의 아들은 상사병을 얻어 점점 몸이 쇠약해져 갔다. 머릿속과 눈앞은 온통 용왕의 딸로 가득했다.
결국 어부의 아들은 용왕의 딸을 그리워하다 둘이서 매일 놀던 그 바위 위에서 죽었다. 그리고 그 소식을 들은 용왕의 딸도 어부의 아들 시신 옆에서 죽고 말았다.
이후 어부의 아들과 용왕의 딸이 죽은 곳에는 바위 두 개가 생겼는데 사람들은 이 바위를 쌍바위섬이라 불렀다. 두 사람이 죽었을 당시 어부의 아들이 죽었던 쪽 바위를 남자섬, 용왕의 딸이 죽었던 쪽을 여자섬이라 부른다.
이 이야기는 조라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하는 이야기로 지금도 쌍바위섬에 가면 그 때의 두 남녀를 위로한다는 비가 세워져 있다. 또 비가 오고 바람이 불면 남자와 여자가 서로 우는 소리가 들리며 자기들의 억울한 감정을 표한하기라도 하듯 쌍바위섬 근처는 늘 물살이 빠르게 흐른다고 전한다.
- 거제전래설화집 (거제문화원 2019년 12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