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왕성과 마고할미
둔덕면 거림리 우봉산 줄기의 작은 봉우리 산정에 머리보다 약간 큰 자연석으로 끝을 가지런히 맞대어 겹겹이 쌓아 올린 성으로 고려 의종 24년(1170년) 에 일어난 정중부 무신의 난 때 왕이 폐위되어 거제도로 추방되어 3년간 지내던 곳이어서 폐왕성이라 부르고 있다. 성 밖은 석축의 기단부 주위에 둘을 쌓아 외부로부터 적을 경계하는 참호로 사용한 듯하며, 성의 서쪽과 서남쪽 산등성이에는 성곽이 쌓여져 있다.
성문은 세 곳이 남아 있는데 고려시대의 기와조각과 청자조각이 보이고 있고, 곳곳에 누각을 세웠던 터와 연못이 있으며, 북단에는 기우제와 산신제를 행하던 제단이 있다. 당시 이 지역은 고려의 관아 터로서 아랫마을에는 둔전을 두어 농사를 짓도록 하였고, 윗마을에는 말을 기르는 마장이 있었다.
폐왕이 피난 와서 이 성을 축성하였다고 하나 정확한 기록은 아직 찾지 못했다.
사람의 힘으로 산꼭대기에 이 거대한 성을 쌓기란 어려웠을 것이다. 그 당시 거제 지역 사람들이나 경상도의 장정을 동원해서 몇 년에 걸쳐 공사를 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지금같이 장비가 현대화되어도 몇 년이 걸릴 작업량이다.
전설에 의하면 중국 천태산에서 살고 있던 마고할미가 도술을 부려서 이 성을 쌓았다고 한다.
의종왕이 폐위되어 거제도에 귀양 와서 살면서 밤낮으로 기우단에 정화수를 떠 놓고 천태산 산신령께 기도를 드렸더니 절강성에 있는 천태산 산신령이 마고할미를 보내어 성을 쌓게 하였다고 한다.
마고할미가 성을 쌓기 위해 괭이바다(통영바다)에 있는 괭이섬의 돌을 치마에 담아가지고 와서 하룻밤에 성을 다 쌓고 남은 둘을 우두봉 골짜기에 버렸다고 한다.
거림리에서 폐왕성을 향해 한참 오르다보면 마치 허물어져 있는 성곽과 같이 작은 골을 메우고 있는 검은색 돌무더기가 있다. 그 돌무더기 밑으로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그 물은 마고할미가 성을 다 쌓고 나니 날이 밝아 소변이 마려워서 오줌을 눈 것이 냇물의 근원이 되어 지금까지 흐르고 있다고 한다.
마고할미는 괭이바다에서 돌을 가져오면서 괭이바다 물을 성안에 솟아나게 하였다고 한다. 얼마 전까지도 성 안에 있는 우물에서 물이 넘쳐흘렀고 그 우물에 명주실 꾸러미를 풀어 넣으면 괭이바다 앞에서 나왔다고 전해 내려오고 있다.
- 거제전래설화집 (거제문화원 2019년 12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