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덤벙
상문동 용산마을은 용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다.
우선 용산마을의 뒷산은 거제를 대표하는 산인 계룡산이다. 태초에 조물주가 땅덩이를 만들 때 거제도 중앙에 용이 웅거할 수 있는 큰 계룡산을 만들었다. 그래서 거제도는 바다 한가운데 있는 섬인데도 계룡산이 있어 주변에 용이 많이 살았다고 한다. 용산마을도 계룡산 끝자락에 자리 잡은 마을로 용이 살았 다고 해서 용산이라 불렀다.
또 용산마을을 지나 뒷산 계곡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개울가에 넓은 반석이 10여 미터쯤 푹 파인 응덩이가 있는데 물속은 검푸르고 바닥이 보이지 않지만 그리 깊지는 않다. 옛날 이 웅덩이에는 용이 살다가 하늘로 올라 갔다는 전설이 있다. 이 웅덩이는 원래는 아주 깊었는데 그 깊이가 너무 깊어서 명주실 몇 꾸러미가 다 들어갈 정도였다고 한다.
이 응덩이는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마르지 않았고 이 웅덩이 너머에 있는 구천계곡은 아홉 마리의 용이 살다가 올라갔다고 한다.
구천계곡은 '구룡호'라고도 불렀는데 먼 훗날 큰 호수가 생겨서 문동삼거리 고개와 북병산을 넘어서 물이 넘치면 모든 사람이 행복하고 평화롭다는 태평성시가 된다는 전설이 있었다. 하지만 옛날 사람들은 삼거리 고개와 북병산까지 물이 넘쳐흐르면 거제가 물속에 잠기게 되는데 사람이 물에 잠겨 다 죽고 난 후에는 태평성시도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물이란 원래부터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게 순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만일 물이 역류할 정도로 넘치면 그야말로 세상이 끝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 구천계곡의 물은 삼거리 고개와 북병산을 넘어 거제 지역 곳곳에 역류하고 있다. 지난 1985년부터 구천계곡을 막아 구첨댐을 만들고 거제시민의 식수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1987년에 완공된 구천댐의 물은 거제시민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용수가 됐다.
구천계곡의 물이 역류해 문동 삼거리와 북병산을 넘으면 태평성대가 온 다고 했는데 이즈음부터 거제는 세계적인 조선산업도시로 성장했고, 관 광자원도 풍부해 앞으로 거제도 사람들이 더욱 윤택한 미래를 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거제전래설화집 (거제문화원 2019년 12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