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리 속의 혼인
어떤 부잣집 총각이 나이가 들어 장가를 가게 되었다. 그런데 여러 사람들과 함께 혼인을 하러 가는 중 난리가 일어났다.
신랑은 부모님과 친지 등 모든 사람을 돌려보내고 혼자서 예물을 가지고 신부 집으로 갔다.
신부의 동네 사람들도 모두 피난을 가버렸는지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신랑은 처가를 찾아가서 사람을 불렀다.
“주인 있습니까”
모두 피난을 가버린지라 처녀가 혼자 나왔다. 신랑이 이름이 쓰인 예물을 보이니 자기 신랑임을 안 처녀는 높은 산으로 피난을 가자고 해서 짐을 모두 챙겨서 같이 피난을 가려는데 신부가 옷장에 넣어 놓은 가락지를 잃어버렸다며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집으로 들어간 신부를 아무리 기다려도 나오지 않아 신랑이 이상하게 여기고 집 안으로 들어가 보니 신부는 집 뒤에서 목을 매고 죽어 있었다.
신랑은 끈을 살살 푼 뒤 자리를 펴고 처녀를 원망하며 눕혔다. 그리고 나서 총각은 처녀가 가자고 하던 산으로 올라갔다.
가보니 바위 밑에는 양식 등 옷가지가 준비되어 있었다. 그 곳에서 몸을 숨기고 얼마 있다 보니 식량이 다 떨어졌다.
총각은 처녀가 급할 때 떼어 먹으라던 옷 보따리를 생각했다. 그 옷은 쌀가루로 만든 것이었다.
총각은 옷을 조금씩 떼어 먹으며 지냈다. 거의 다 먹고 조금만 남았는데 저만치서 산적이 다가오며 눈을 둥그렇게 뜨고 물었다.
“너 뭐 먹냐”
“먹을게 없어서 옷을 먹는다”
옷이라도 나눠 먹자며 겁을 주며 다가왔다. 얼마 남지 않은 부분을 조금 떼어주었다.
“이 언덕 밑은 낭떠러진데 그 밑에 칡넝쿨이 엉켜있어. 그 칡은 엄청나게 커서 나 혼자는 도저히 못캐요. 내 당신을 형님이라 부를 테니 같이 캐가지고 먹읍시다.”
총각은 칼로 칡을 조금 캐서 먹었다. 며칠 후 총각이 배가 고프니 아래에 가서 칡을 캐야한다며 절벽위에 엎드렸다.
“형님, 내 팔을 잡고 내려가서 칡을 좀 캐소”
산적이 아래로 몸을 숙이자 총각은 팔을 놓고 그를 밑으로 밀어 떨어뜨려 죽였다.
그때 난리도 끝났는지라 총각은 마을로 천천히 내려왔다. 그는 아깝게 죽은 각시를 보기위해 집으로 찾아갔다.
자는 듯이 누워있는 아내가 너무 불상해 땅을 치며 울자 아내는 기지개를 켜면서
“아이 참 많이도 잤구나”
하며 일어나 앉는 거였다. 총각은 죽었다고 생각했던 아내가 죽은 것이 아니어서 기뻐했다.
두 사람은 마을을 모두 차지하였고 전쟁은 끝나, 행복하게 살았다.
- 거제전래설화집 (거제문화원 2019년 12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