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생과 문둥이 처녀
옛날에 한 사람이 부모 덕택으로 학문을 익혀 서울로 과거를 보러 갔다. 그런데 한 번 떨어지고 또 두 번 떨어지고 하여 아내 보기가 민망 하였다.
그 사람이 세 번째 서울에 과거 보러 가면서 아내에게 다시 떨어지면 죽어 버릴 테니 관이나 짜 놓으라고 하고 서울로 떠났다.
그런데 시험결과 세 번째도 떨어졌다. 낙방을 하고 고향을 내려 갈려니 아내에게 부끄럽고 염치가 없는데도 정처 없이 고향으로 내려갔다. 길을 가는 중에 여자 한 사람이 달밤에 봇짐을 이고 걸어가고 있었다.
옆에서 바라보니 잘생긴 미인이었다. 두 사람은 먼 길을 걸어가면서 서로 통성명을 하였다.
여자는 남자에게 어디까지 가느냐고 묻자 남자는,
“그냥 정처 없이 걸어가고 있는 중이다”
라고 대답했다.
여자 역시도 정처 없이 걸어가는 중 이었다. 두 사람은 여러 날을 걸어서 남자의 집으로 돌아왔다.
남자는 아내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 했다. 그러나 아내는 남편이 같이 온 여자 때문에 과거도 보지 않고 돈도 다 탕진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같이 온 여자의 사연을 들어보니 남편과 여자가 정처 없이 걷다가 만나서 같이 집으로 오게 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남자의 집은 지독히 가난하여 여자가 준 돈으로 쌀도 사고 해서 살아갔다. 그러자 동네 사람들은 남자가 과거를 보러가 예쁜 돈 많은 색시를 얻어왔다고 소문을 냈다.
그리하여 두 여자는 큰댁 작은댁 처럼 살기 시작했다. 어느 날 새로 들어온 여자가 문둥병에 걸렸다.
부인은 그렇지 않아도 새로 온 여자 때문에 쌀도 사 먹고 생활도 하여 어려울 때 도움을 받았으니 무시 할 수가 없었다.
부부는 시냇가 건너편 언덕에다 오두막집을 하나 지어 새로 온 여자가 그곳에서 살도록 하고 밥도 갖다 날랐다.
문둥병이라 격리 시키고 열심히 밥을 갖다 날랐다. 하루는 부인이 밥을 해서 술을 만들려고 누룩을 섞어 놓았는데 갑자기 구렁이 한 마리가 누룩에 몸을 비비며 기어 들어갔다.
부인은 재빨리 누룩 덩어리를 독에다가 집어넣고 뚜껑을 닫아 버리니 독안은 누룩과 뱀이 숙성이 되어 뱀술이 되었다.
어느 날 비가 너무 많이 오고 장마가 길어져 새로 온 여자에게 밥을 갖다 줄 수가 없었다. 그 부부는 할 수 없어 포기하고 장마가 그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어느 날 장마가 그쳐 부부가 낮에 밭일을 나간 사이 새로 온 여자가 배가 고파 냇물을 건너와서 부부의 부엌으로 들어가 먹을 것을 뒤졌다.
새로 온 여자는 부엌에 있는 독을 발견하고 열어 보니 조청 같은 달달한 술이 있어 실컷 먹고 돌아갔다.
부부는 다음날 오두막으로 가서 새로 온 여자가 죽었는지 가만히 문을 열어 보니 너무나 아름다운 여인이 미소를 머금고 앉아 있었다.
새로 온 여자는 뱀술을 먹고 문둥병이 다 낳았고 목욕을 하고 나니 정말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했다.
새로 온 여자는 자기는 부잣집 딸인데 문둥병이 걸리니까 집에서 금을 잔뜩 보따리에 싸 주면서 밖으로 내 쫓았다고 했다. 그래서 정처 없이 길을 가고 있다가 남자를 만났다고 말했다.
그리고 부부의 집에 와서 병이 악화되어 얼굴이 흉하게 변했는데도 대접도 잘 해주고 쫓아내지도 않고 보살펴 주어 고맙다며 금이 가득 들어 있는 보따리 하나를 선물했다.
부부는 금보따리를 받아 큰 부자가 되어 행복하게 잘 살았다. 사람이 어려울 때 도와주면 반드시 은혜를 갚는다는 이야기다.
- 거제전래설화집 (거제문화원 2019년 12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