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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비정상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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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선 나에게 고기를 먹어야 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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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로 먹인 뒤, 자해까지 시도해보지만, 그마저도 내 뜻대로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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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소리를 듣지 않는 난 철저히 혼자가 되어간다. 그들 눈에 비친 나는 한없이 '이상한 존재'인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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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되려 한다. 하지만 그마저도 안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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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섭취할 필요가 없는 것들을 나에게 강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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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으면 나의 육체가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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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라는 끝. 어쩌면 그것은 그들에 의해 '절대 악'이라고 정의된 그것을 향해 달려가는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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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눈에는 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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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할 수가 없다. 그들과 나 사이에 강을 건너려고는 하지 않고 그사이의 간격만 분명하게 만들어 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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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다른 건데 난 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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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에게 말하지 못할 욕구, 누군가에게는 한없이 수치스러운, 불결한 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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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나에게 가지는 의미나 가치 따위는 배제하지 않은 채 그것은 이미 '절대 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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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눈빛은 거들떠보지 않고, 나의 호소에는 귀를 막아버린 지 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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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나를 봐줄 때는, 언제나 그들의 용서 없는 정의의 철퇴를 실현하려 할 때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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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와 관용은 사라진 지 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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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은 건 옳은 거고 틀린 건 틀렸다는 확고한 명백함 앞에서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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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틀은 사실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족쇄임을 그들은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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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나 전남편은 미쳤다. 동생은 미쳤고 남편은 더더욱 미친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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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내가 얼마나 희생하는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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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매일 하기 싫은 역겨운 말들을 목구멍에서 애써 쏟아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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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놈의 죽어버린 눈빛을 볼 때면 나 역시도 내 안에서 얼마나 나를 죽이는지 그들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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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눈빛, 그 눈빛을 이해하고 싶지도 않고 그것이 내포한 나락의 깊이도 궁금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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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그들 을 미쳤다고 하지만, 미쳤다고 말하는 우리조차, 나조차 미친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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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된다. 난 안된다. 지우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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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린 각각의 세 명의 인물이면서 동시에 세 명 모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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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말한다. 지우가 아니었다면 본인도 진작에 미쳐버렸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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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의 재정신을 담보로 지우는 세상이 잡고 있는 그녀의 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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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박과 규제가 옭아매는 세상, 그리고 그것이 옳음으로 통용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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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는 모두 미침과 정상의 사이에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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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작가에게 감탄했던 건, 너무나도 미친 게 확실한, 해서는 안 되는 일들을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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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약간은 이해의 눈빛으로 바라보려 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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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혜와 언니의 남편은 둘 다 꿈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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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끝까지 관철한 영혜는, 진정 나무가 되려 하는 그녀는, 간호사와 의사에 의해 강제로 꿈이 뜯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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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그녀가 처음 병원을 나와 아기 새를 물어뜯었을 때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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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자신의 꿈을 현실을 깨닫고는 포기한다. 그리고선 아내를 떠나 숨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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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반대로 언니는 자신의 꿈을 실현해볼 생각조차 못 한다. 지우가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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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과 비난이 난무하는 요즘이다. 하루 만에 선에서 악이 되는 사람들을 언론에서 흔히 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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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그들을 향해 비난과 비판을 쏟아내며 분명 본인은 정의의 심판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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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우리의 믿음이 어쩌면 너무도 보잘것없다는 걸 작가는 책을 통해 경고하려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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