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S 여러분! 반갑습니다.    [로그인]
키워드 :
한글 
◈ 日本遊覽歌 ◈
◇ 開化日本 어떻던가 (下) ◇
카탈로그   목차 (총 : 2권)     이전 2권 ▶마지막
1902년
이태직
1
日本遊覽歌
2
開化日本 어떻던가?(下)
 
 
3
미국(미국)의 한 계집이 / 근일(근일)에 일본 나와
4
힘자랑을 한다 하고 / 일국(일국)이 유명하여
5
다 한 번씩 가 본다니 / 잠깐 가서 보리로다
6
이십여세 먹은 여인 / 서양사람 얼굴인데
7
아무것도 의지없이 / 한 가운데 따로 선 것
8
십여인 사나이가 / 일제히 힘을 써서
9
아무리 떠 밀어도 / 꼼짝을 아니하며
10
아래 우에 고임 놓아 / 머리와 발만 걸쳐
11
반듯이 들어 누워 / 가운데는 허정인데
12
사나이 사오인이 / 배 위에 올라서도
13
기색이 천연하여 / 눈도 아니 끔적이며
14
독만한 돌덩이를 / 발끝으로 슬쩍 밀면
15
저절로 굴러감이 / 검불보다 가볍고
16
팔뚝 같은 참나무를 / 두 끝을 마주 잡고
17
도막도막 끊어내기 / 새꽤기 같이 하며
18
주먹 같은 쇳덩이를 / 마당에 늘어 놓고
19
입을 한번 찡그리고 / 입김을 한번 길에 불면
20
삼사간(삼사간) 굴러감이 / 터럭이나 일반이라
21
천생이 그러한가? / 차력(차력)한 사람인지?
22
알기가 어려우나 / 참말로 영악(영악)하다
23
팔뚝을 만져보니 / 별로 굵진 아니하나
24
단단하고 굳세기가 / 천연(천연)히 쇠뭉치요
25
사람의 살 같지 않아 / 도검(도검)이 불입(불입)할 듯
26
옛적의 장사(장사)들을 / 말로만 들었더니
27
눈으로 처음보니 / 장사마다 이러한가?
 
28
지공원(지공원) 들어가서 / 덕천씨(덕천씨) 묘당 보니
29
삼백여간(삼백여간) 넓은 집을 / 웅장하게 지었으되
30
그 중에 높은 집은 / 전각(전각)이 마주 있고
31
오색 채색 영롱(영롱)하여 / 궁사 극치 하였는데
32
기둥의 붉은 칠은 / 전수이 왜주황(왜주황)과
33
서까래끝 돌아가며 / 낱낱이 금두께
34
문짝마다 화류(화류)변죽 / 복판은 도금하고
35
치향(치향)과 산유자(산유자)를 / 무늬 놓아 마루 놓고
36
가으로 돌아가며 / 순금(순금)으로 아로새겨
37
반드럽고 매끄러워 / 접족(접족)하기 어려우며
38
그 가운데 들어서면 / 전신이 모두 비쳐
39
분명히 뵈는 것이 / 거울이나 일반이라
40
복도를 얼마 지나 / 침실에 들어가니
41
십여간 넓은 방이 / 사면(사면)이 반듯한데
42
완자창(완자창) 삭인 구명 / 산호로 물렸으며
43
천장의 넓은 반자 / 대모(대모)로 깔았으되
44
외점박이 두점박이 / 다각다각 무늬 맞고
45
한 가운데 향탑(향탑) 놓고 / 순금으로 향로(향로) 향합(향합)
46
수정(수정)으로 발을 엮어 / 감실(감실) 앞에 둘러치고
47
옥동자(옥동자) 금동자(금동자)가 / 수가 없이 늘어서며
48
사시(사시)에 향불 피워 / 향내가 진동(진동)한다
49
묘소(묘소)구경 하려 하니 / 산상(산상)에 가서 보자
50
올라가는 층층대(층층대)를 / 돌 깎아 놓았는데
51
층층이 올라가며 / 유심코 세어보니
52
구십층 올라가니 / 높기가 한량 없어
53
아래를 굽어보니 / 현기(현기)가 절로 난다
54
사면으로 누장(누장) 쌓고 / 가운데 문을 내어
55
그 안을 돌아보니 / 남향하여 무덤 있어
56
형형색색 다 만드니 / 이루 기록 못할러라
57
그 중에 신도비(신도비)는 / 세 길이나 높이 세워
58
비문(비문) 지어 잘게 새겨 / 주홍(주홍)으로 메웠더라
59
옛적에 덕천씨(덕천씨)가 / 일국(일국)에 집권하여
60
천자(천자)로 위복(위복)함이 / 황제(황제)보다 더 나아서
61
그 후로 삼백년을 / 자자손손(子子孫孫) 누렸으니
62
신수(신수)의 손수 쓴 것 / 이렇듯 굉장하다
63
경궁요대(경궁요대) 집 치레는 / 걸주(걸주)의 망(망)한 반데
64
이처럼 궁사 극치 / 외람(외람)치 아니할까?
 
65
팔월 이십일일 미시량에 / 정상 형(정상형)이 찾아와서
66
종용(종용)히 하는 말이 / 귀국(귀국)에 서변(사변) 있어
67
난병(난병)이 입궐(입궐)한 후 / 왕후께서 상사(상사) 났다
68
놀랍기 측량(측량) 없어 / 서기생(서기생)을 급히 보내
69
외무성(외무성)에 알아보며 / 본국에 전보하여
70
사실을 탐지하나 / 자세히 알지 못해
71
번울(번울)하여 못 견딜 듯 / 신문지를 얻어보니
72
대강 짐작하겠더라
 
73
만고에 없는 변괴(변괴) / 여러 번 당하여도
74
천우신조(천우신조) 입은 고로 / 큰 일은 없었더니
75
오늘날 이 변괴는 / 어찌하여 이 지경인가?
76
분의(분의)가 지중(지중)하니 / 통박(통박)하기 그지없어
77
절로 나는 무종루(무종루) / 가리우기 어렵도다
78
이날 밤 유람 조사(유람조사) / 일제히 모두 모아
79
이십 여명 늘어앉아 / 마주 보고 탄식하여
80
긴 밤을 앉아 샌 들 / 무엇이 유조(유조)하리?
81
더욱이 초절(초절)하여 / 정신 잃고 탄식함은
82
차마 보기 어렵도다
 
83
만리밖에 몸이 있어 / 이런 일을 당했으니
84
여항(여항)의 백성들은 / 얼마나 소동(소동)하며
85
우리집 어머님이 / 오직이 놀라실까?
86
답답하고 궁금하니 / 편지하여 보자
87
유람조사 제원(제원)들 / 이 도로 다 간다 하니
88
만류할 길이 없어 / 면면이 작별하니
89
타국의 고인(고인) 만나 / 더욱이 정다와서
90
날마다 서로 만나 / 손의 회포 위로터니
91
일시에 다 보내니 / 창연(창연)하기 그지없다
 
92
본국대사 이재순(이재순)씨 / 동경 들어온다 하니
93
공사(공사)와 한 가지로 / 신교(신교)가서 영접하여
94
상야공원 관사(관사)로 / 한 가지 들어와서
95
여간 정화(여간정화) 서로 하니 / 본국 사람 반갑도다
 
96
홍엽관(홍엽관) 연회 배설 / 나도 또한 청했기로
97
아니 가지 못하여서 / 시각에 다달으니
98
배반(배반)을 성설(성설)하여 / 음식도 장(장)커니와
99
여러 기생 가진 풍류 / 노래하고 춤추는 것
100
이 때의 조선 신사(조선신사) / 풍류 듣고 기생보기
101
경황도 없거니와 / 마음에 황송(황송)하나
102
이 잔치 참례와서 / 기장지무(기장지무) 어찌할까?
103
복택사차랑(복택사차랑) 청했기 / 받 들게 가서 보니
104
요술하는 사람 불러 / 구경판을 차렸더라
105
좌객(좌객)이 늘어 앉고 / 가운데 술객(술객) 앉아
106
술 한잔씩 달라 하니 / 빈병 하나 기울이매
107
진품(진품) 술이 절로 나와 / 잔(잔)마다 가득 치며
108
그 술을 먹어 보니 / 맛이 또한 훌륭하다
109
다른 술을 내라 하니 / 또 한잔씩 가득치니
110
또 그 술을 먹어보니 / 아까 술과 딴 맛이라
111
그 병 하나 가지고서 / 세리주 포도주(포도주)와
112
삼판주 길가주를 / 소원대로 따뤄내며
113
종이 조각 부벼서 / 대접 속에 엎어 놓아
114
조금 있다 들고 보니 / 호랑나비 날라기니
115
그 나비 붙들어서 / 형용(형용)을 자세 본 즉
116
영락 없는 호랑나비 / 조금도 틀림없고
117
솔방울을 따다 놓고 / 쇠화로를 엎어 놓아
118
한참만에 들어보니 / 그 속에서 수탉 울어
119
화로(화로)를 제쳐 놓으니 / 날개 치고 다시 울며
120
그 닭을 붙들어 보니 / 푸덕푸덕 하는 모양
121
암만 해도 참닭이지 / 누가 보면 아니라며
122
물 한 대야 떠다 놓고 / 거기 펄썩 주저앉아
123
온 방에 물이 헤져 / 다른 사람 다 피해도
124
주저앉은 사람 보니 / 물 하나 아니 묻어
125
보송보송 마른 것이 / 만져 봄에 흔적없고
126
사(沙) 항아리 갖다 씻어 / 널 판자로 덮어 놓아
127
한참만에 열어 보니 / 난데없는 금붕어가
128
그 속에서 우물거려 / 열인지 스물인지
129
하나를 잡아 보니 / 꼬리치고 미끄러져서
130
손 사이로 빠져가며 / 동그란 거울 하나
131
보자기를 덮어놓아 / 조금 있다 들고 보니
132
반달처럼 둘로 깨져 / 한 조각씩 각각 들고
133
자세히 본 연후에 / 두 조각을 한 데 넣고
134
보자기를 다시 덮어 / 한참만에 다시 보니
135
여보란 듯 합(합)했더라 / 이렇듯 여러 가지
136
분명히 요술이나 / 처음 보는 안목으로
137
기이하고 괴이하다
138
외부 전보 받아보니 / 고공사(고공사)가 면관하고
139
김가진(김가진) 새로 하여 / 새 공사(공사) 오기 전에
140
나로써 대리하여 / 공사 직책(공사직책) 하리 하니
141
공사가 갈렸으니 / 섭섭도 하거니와
142
직책이 더욱 소중 / 이렇듯 일 많은 때
143
어찌 다 감당할지? / 사면으로 근심 되어
144
침식이 편치 않다 / 고 공사(고공사)가 간다 하니
145
신교(신교)에 가 작별하매 / 여러 달 같이 있어
146
온갖 일 의논타가 / 일조(일조)에 떠나가니
147
창연(창연)도 하거니와 / 함께 들어와서
148
이렇듯 먼저 가니 / 내 마음도 들성거려
149
객회(객회)가 더하도다 / 공사가 된 연후에
150
각친왕(각친왕) 각 대신과 / 각국 공사 영사
151
다 한번씩 찾는 것이 / 전례가 그렇다니
152
아니 할 수 있겠는가? / 삼일을 돌아다녀
153
한번씩 찾아보니 / 무단한 고역이라
154
실로 곤비(곤비)하다
155
정양헌(정양헌)의 연회배설 / 식부관(식부관)이 청했기로
156
서기생(서기생) 동행하여 / 시각(시각)에 다달으니
157
수없이 양요리를 / 풍부히 차렸으며
158
가진 풍류 두드리고 / 여러 기생 춤추는 것
159
이때의 조선 신자(조선신자) / 번번이 기악 놀음
160
피치 못해 참례 하나 / 마음에 불감(불감)하다
161
엊그제 궁중 변란(궁중변란) / 놀이가 되는 말가?
162
집 소식 못 들은지 / 한 달이 되었으니
163
이렇게 오래기가 / 여기 온 후 처음이라
164
부친 편지 서실(서실)했나 / 연고(연고) 있어 이러한가?
165
본국에 변란(변란) 남을 / 많이 봤기 앉아 듣기
166
궁금하고 답답한 중 / 가신(가신) 조차 끊어지니
167
주야(주야)로 우려하여 / 견디기 어렵도다
168
대사(대사)가 떠나가매 / 신교(신교)에 가 작별하니
169
십여일(십여일) 고생타가 / 그도 또한 섭섭하다
170
여간 물종(물종) 구취(구취)하여 / 집에 편지 부쳐 보자
171
자선회(자선회) 하는 것은 / 금년 봄에 지내는데
172
보지는 못했어도 / 이야기를 들었으니
173
그도 또한 별일이니 / 대강 기록 하여 보자
174
자선회라 하는 것은 / 내력(내력)을 들어 보니
175
무부모(무부모)한 아이들과 / 의지할 데 없는 사람
176
모두 모아 살리는데 / 생재(생재) 하는 회(회)라 하데
177
친왕(친왕)의 왕비부터 / 각 대신(각대신) 부인이며
178
경제가(경제가)의 부인들이 / 한 가지로 주선하여
179
회중(회중) 일을 설(설)하되 / 몇 백간(백간) 집을 짓고
180
몇 만원 밑천 들여 / 각색가지 물건들을
181
그 집에 갖다 놓고 / 장사처럼 가게 벌여
182
아무날부터 시작하여 / 자선회 한다 하고
183
편지처럼 통문(通文) 돌려 / 구경군을 자청하되
184
대신(大臣) 이하 제관원(제관원) / 각 국의 공사영사
185
일국(일국)의 부자들을 / 모두 다 청하며는
186
아니 가지 못하여서 / 다 한번씩 구경 가매
187
몇 백명 부인들이 / 응장성식(응장성식) 단장하고
188
다 각각 전(전) 벌리고 / 한 사람씩 나앉아서
189
셈놓고 치부(치부)하기 / 일등으로 다 잘하여
190
모든 물건 들여놓고 / 낱낱이 값을 매되
191
일원(일원) 짜리 십원(십원) 적고 / 십원짜리 백원되어
192
구경하러 오는 사람 / 전전(전전)이 다니면서
193
한 가지씩 사더라도 / 몇 백원 허비하되
194
거기를 구경와서 / 아니 사지 못한다니
195
당초(당초)에 회(회) 시작이 / 생재(생재)하자는 경륜이라
196
열흘을 작정하고 / 날마다 그러해도
197
못다 파는 물건들이 / 팔다가 많이 남으며는
198
국중(국중)의 큰 부자(부자)가 / 자청하여 내달아서
199
그 속의 남은 물건 / 모두 제가 사고서는
200
몇 십만원 되는대로 / 회계하여 보내며는
201
그 돈을 다 모아서 / 얼마든지 유재(유재)삼아
202
그 중의 어떤 부인 / 히중(회중)의 회장되어
203
재물(재물)을 총찰(총찰)하여 / 궁(궁)한 사람 섭제(섭제)하되
204
학교도 설시(설시)하여 / 교사(교사) 이하 월급주고
205
연기(연기) 대로 좇아가며 / 재주도 교육하며
206
장사길을 열어주어 / 밑천도 당해 주며
207
당혼(당혼) 한 아이들은 / 가취(가취)도 시킨다니
208
분수(분수)로 말하면은 / 여러 사람 돈 거두어
209
구차한 사람들을 / 구제하는 방략(방략)이니
210
부인들의 적선(적선)함이 / 매우 좋은 법이로다
211
우리 나라 의화군(의화군)이 / 서양 각국 대사되셔
212
셔양 각국 대사되셔 / 서양 각국 가시는 길
213
일본이 역로(歷路)되어 / 오경(五更)으로 오신다니
214
황빈(황빈) 나가 영접할 때 / 희빈이라 하는 데는
215
우리 나라 인천(인천) 모양 / 각국 장사 모여 들어
216
화륜선(火輪船) 도박(도박)하면 / 물건을 수험(수험)하여
217
세(세) 받는 해관(해관)이라 / 부두(埠頭)에 나가보니
218
굉장하게 차렸도다 / 바닷가에서 시작하여
219
삼마장(삼마장) 되는 데를 / 물 속으로 기둥 세워
220
건너 질러 다리 놓고 / 다리 위로 철(鐵) 놓아
221
물건을 수운(輸運)하니 / 몇 십척(십척) 윤선(윤선)짐을
222
순식간에 들여오니 / 해관장(해관장) 찾아보고
223
세추 수효(세추수효) 물어보니 / 매일에 십만원씩
224
한달을 회계하면 / 삼십 만원 된다 하니
225
참말로 장하도다
226
화족여학교 좋다 하니 / 게도 또한 구경 가자
227
각 친왕(각친왕)의 딸 이하로 / 각 대신(대신) 딸들이며
228
귀한 집 딸 자식만 / 한가지 모두 모아
229
교사를 앉혀 놓고 / 공부하는 학교로다
230
이 나라의 여러 학교 / 여러 번 보았으되
231
여기처럼 화려한 것 / 학교 중의 제일이라
232
집 치레 한 것 보면 / 화류 변죽 완자창에
233
오색 나무 조각 모아 / 무늬 맞춰 마루 놓고
234
깔고 앉는 교의(交椅)들도 / 궁사 극치 하였는데
235
십오륙세 근 이십세 / 꽃같이 젊은 부인
236
능라금수(능라금수) 의복 입고 / 응장성식 단장한 것
237
의복(의복)이 이상하나 / 낱낱이 칠색(칠색)이라
238
일자(일자)로 늘어앉아 / 책 펴놓고 공부함에
239
사람마다 계집 하인 / 다 각각 같이 와서
240
옆댕이에 시립(시립)하여 / 온갖 시중 다 하더라
241
일본의 황후(황후)부터 / 이 중에서 난다 하니
242
이름난 집 처녀들을 / 도취(도취)한 곳이로다
243
한미한 집 계집 아이 / 제가 암만 들려 해도
244
이 학교에는 못 든다니 / 보는 것이 대단하다
245
일본 황제 천장절(천장절)에 / 궁내(궁내)로 청했기로
246
대례복을 갖춰 입고 / 시각(시각)에 들어감에
247
한문(하문)에 마차 내려 / 전상(전상)에 올라가니
248
식부관(식부관)이 늘어서서 / 좌우로 인도하며
249
궁내대신 외무대신 / 맞이 나와 인사하데
250
대객청(대객청) 들어서니 / 모든 사람 모였는데
251
대신 이하 주임관(주임관)과 / 각국의 공사(공사)들이
252
한 가지 모여 섞여 / 사오백인 되겠더라
253
황제가 전좌(전좌)함에 / 좌우에서 지령(지령)하고
254
그 뒤로 따라 서서 / 연회청(연회청) 들어가니
255
여러 백간 넓은 마루 / 다섯 줄로 늘어놓고
256
황제가 상좌에 앉고 / 차례로 좌정하여
257
한 상씩 받은 후에 / 하인들이 술을 치며
258
갖은 풍악 두드리니 / 풍치(풍치)는 매우 좋으나
259
음식을 돌아보니 / 엉정 벙정 떠버린 것
260
푸닥거리 상 차리듯 / 먹을 것이 전혀 없다
261
황제 이하 여러 백인 / 면면(면면)이 중다받이
262
그 중에 일청(일청)이 / 관대 사모(관대사모) 품대로다
263
내 모양 내가 보아도 / 도리어 우스울 적에
264
저 사람들 속 마음에 / 오죽이 비소(비소)하랴?
265
연파(연파)하고 나온 후에 / 이날 밤 아홉시에
266
외무대신 청했기로 / 관택(관택)을 나가니
267
일본의 각 대신과 / 각국의 공사(공사)이라
268
다른 사람 하나 없어 / 모두 모아 삼십(삼십) 쯤
269
연회청(연회청) 들어가서 / 저마다 좌정한 후
270
차례로 술을 치고 / 음식을 내 옴에
271
수십가지 양요리를 / 한 가지씩 가져오니
272
아까 음식 비하며는 / 이것은 진미로다
273
음식이 여러 가지 / 먹는 동안 지리한 중
274
저희끼리 즐거워서 / 술을 마냥 먹고
275
여러 사람 지껄여서 / 수작(수작)이 난만(난만)하되
276
언어를 불통(불통)하니 / 답답하고 무미하여
277
꾸어온 보릿자루 / 내 모양이 흡사하다
278
일제히 일어나서 / 면면(면면)이 인사하고
279
관소(관소)로 돌아오니 / 오경(오경)이 지났더라
280
능구친왕(능구친왕) 장사날에 / 각국 공사 다 청함에
281
내게도 편지 보내 / 안 갈 수 있겠는가?
282
풍도강(풍도강)에 묘를 씀에 / 공관(공관)에서 이십리라
283
큰 길에 내달으니 / 게서부터 산소(산소)까지
284
행상(행상)가는 구경차로 / 길가의 남녀 노소
285
좌우에 빈틈없이 / 몇 겹으로 둘렸더라
286
풍도강 먼저 가서 / 하거(하거)하여 들어가니
287
식부관이 영접하여 / 객청에서 잠깐쉼에
288
각국의 공사들이 / 차례로 모이더라
289
행상이 온다 하기에 / 길가에 나와 보니
290
수만명 보군(보군)들이 / 총 메고 앞에 서고
291
각색 나무 분(분)에 심어 / 틀가락에 메고 오며
292
종이로 가화(가화) 지어 / 크기가 서너 길씩
293
줄을 대며 늘어선 것 / 수를 이루 알 수 없고
294
상여(상여)라 하는 것은 / 흰 나무로 새로 한 것
295
아무 채색 아니하여 / 모양이 이상하다
296
각친왕(각친왕) 각대신(각대신) 원근간(원근간) 황족(황족)들이
297
그 뒤에 따라선 것 / 여러 백인(백인) 되겠으며
298
오륙십인 따라 옴에 / 옥색(옥색)으로 웃옷 지어
299
장삼(장삼)처럼 큰 소매에 / 머리 풀어 뒤로 제쳐
300
아이처럼 느리우고 / 사람마다 초혜(초혜) 신고
301
단정히 가는 모양 / 얼굴도 얌전하고
302
부인태도 분명하다 / 그 중의 한 부인은
303
죽은 친왕(친왕) 부인인데 / 애통해 하는 모양
304
외양(외양)에 천연(천연)하며 / 자녀가 일곱인데
305
모두 다 어린 아이 / 모친을 따라 서서
306
주렁주렁 올라가며 / 강보(강보)의 어린 아이
307
다른 사람이 안고 가니 / 옆에서 보기에도
308
비창(비창)한 마음 절로난다 / 산상에 가서보니
309
제청(제청)을 새로 지어 / 그 안에 정구(정구)하여
310
관(관) 앞에 향탁(향탁) 놓고 / 십여 접시 음식차려
311
제문을 읽은 후에 / 각 친왕 각황족과
312
그 많은 부인들이 / 한 사람씩 앞에 가서
313
차례로 절을 하니 / 그 구경이 장관이나
314
도리어 지루하다
315
각국 공사 헤어지기 / 나도 따라 나왔으니
316
하관(하관)하고 봉분(봉분)함은 / 마저 보지 못했으나
317
종일을 구경한 것 / 우스운 일 하 많으니
318
일본사람 회장(회장)하지 / 어찌 일찍 뜻했으리?
319
의화군(의화군)이 찾아 오셔 / 구경차로 가자 하기
320
한가지 일어나서 / 천초공원(천초공원) 찾아가니
321
십이층 높은 집이 / 응운각(응운각) 이라는데
322
상다리를 밟아가며 / 상상층(상상층) 올라가니
323
높기가 한량 없어 / 현기가 절로 나며
324
동경 안 억만 가호 / 사면으로 다 보이고
325
왕래하는 행인들이 / 개미처럼 작아 뵌다
326
전쟁 구경 좋다하니 / 거기도 가 보리라
327
여러 백간 집을 짓고 / 큰 전쟁을 배설(배설)하니
328
이 싸움이 무슨 싸움인가? / 출처(출처)를 들어보니
329
명치 초년(명치초년) 개화당이 덕천씨(덕천씨) 몰아낼 때
330
두 편이 대진(대진)하여 / 교전하던 모양이라
331
여러 장수 여러 군사 / 집채 같은 말들이며
332
여러 가지 병장기(병장기)들 / 천연히 만들어서
333
유심히 돌아봐도 / 진가를 모를러라
334
어떤 사람 총을 맞아 / 엎드러져 죽은 모양
335
어떤 사람 칼을 맞아 / 유혈이 낭자하고
336
머리 없는 송장들이 / 늘비하게 자빠지며
337
대가리만 모아 놓은 것 / 한 구석이 그득함에
338
선혈이 줄줄 흘러 / 지금 죽은 모양이오
339
어떤 군사 손발 맞아 / 목숨은 붙어 있어
340
일어나지 못하여서 / 허덕허덕 하는 모양
341
별 형상 다 해 놓은 것 / 가지가지 천연하니
342
아무리 헛것이나 / 보기에 끔찍하다
343
호원(호원)에 가서 보니 / 세 마리 호랑이를
344
쇠로다가 살창하여 / 그 안에 두었으니
345
상야(상야)서 보던 것과 / 모양은 한가지나
346
여기 있는 세 호랑이 / 엎드러져 죽은 모양
347
쇠살창을 긁어 다려
348
위풍이 늠름하여 / 근처에도 못 갈러라
349
거기 있는 한 사람이 / 그릇에 고기 들고
350
한 편 문을 벗기고서 / 천연히 들어가니
351
꿀떡 소리 다시 없고 / 주는 대로 잘 먹으니
352
짐승의 소견에도 / 그 사람을 해하며는
353
얻어 먹지 못할 줄을 / 저도 또한 생각하고
354
그 사람이 앞에 가면 / 죽어 뵌다 이르더라
355
의화군(의화군)과 한 가지로 / 왕자촌(왕자촌) 찾아가서
356
조지소(조지소) 들어가서 / 종이 뜨는 구경하니
357
여러 백간 넓은 집에 / 화륜기계(화륜기계) 달아 놓고
358
각색가지 잔 기계를 / 차례로 달아 놓아
359
잇짚을 잘게 썰어 / 가마에 넣어 두면
360
석탄 훈기 뜨거운데 / 그 짚이 무른 후에
361
기계통에 넣어 놓고 / 무자위로 물을 대면
362
바퀴가 돌아가며 / 저절로 마전되어
363
더러운 것 다 빠져서 / 회기가 눈빛 같고
364
또 한 군데 옮겨 넣으면 / 저절로 두드려서
365
부드럽고 연하기가 / 풀솜처럼 된 연후에
366
또 한 군데 옮겨 넣어 / 정(정)한 물을 대어 놓으면
367
고동이 돌아가며 / 종이가 절로 되되
368
후박(후박)이 전혀 없어 / 한결 같이 다 잘 되며
369
홍두깨가 절로 굴러 / 화통(화통)으로 지나가며
370
이러저리 뒤집혀서 / 저절로 마른 후에
371
또 한 군데 들어가면 / 도침이 절로 되어
372
반드럽고 미끄럽게 / 영채(영채)가 어른어른
373
또 한 군데 들여 놓으면 / 비수(비수) 같은 큰 칼들이
374
번개처럼 왕래하여 / 수천장 쌓아 놓은 것
375
삽시간 도련(도련)하되 / 호리(호리)가 안 틀려서
376
처음부터 나중까지 / 온갓 하는 기계들이
377
사람이 대만 놓으면 / 이렇듯 쉽게 되며
378
못 쓰는 수지들과 / 내버리는 헝겊조각
379
닥껍질 조금 섞어 / 한 데 넣고 마전하여
380
그도 또한 종이 뜨면 / 상품(상품)은 못되어도
381
질기고 결백(결백)함이 / 온갖 것 다 할러라
382
종이 뜨는 신통한 법 / 말로만 들었더니
383
오늘날 당해 보니 / 듣던 말과 다름없다
384
술막집에 들어가서 / 점심을 사먹으니
385
일행도 많거니와 / 소비가 이십여원
386
아국(아국)으로 이르며는 / 잔치 한번 하겠더라
387
육십리 내왕하니 / 몸이 매우 곤하도다
388
관국회(관국회) 한다 하고 / 조선 공사(조선공사) 청했기로
389
적판이궁(적판이궁) 들어가니 / 배포(배포)가 장하도다
390
관국회라 하는 것은 / 각색 국화 심어 놓고
391
일년에 한번씩을 / 구경하는 놀이로다
392
몇 천분 국화들을 / 좌우로 늘어 놓아
393
오색을 피었으니 / 꽃구경도 볼만하고
394
이 날에 모인 사람 / 일본의 각 대신과
395
주임관 이상이며 / 각국의 공사들이
396
일제히 모였으되 / 부인까지 다 왔으니
397
일본 계집 서양 계집 / 청국(청국)의 계집들이
398
제 나라 복색대로 / 다 각각 떨쳐 입고
399
휘젓고 다니는 것 / 그도 또한 장관이며
400
조선 공사(조선공사) 청하기로 / 부인과 같이 오라
401
편지에 하였은들 / 부인이 안 왔으니
402
누구로 동행하랴 / 진실로 우습도다
403
황제가 내림(내림)함에 / 황후까지 동행하여
404
막대기 하나 짚고 / 주적주적 걸어옴에
405
종자(종자)가 십여인 쯤 / 뒤 따를 뿐 예사이니
406
우리 나라 안목으로 / 이런 것 처음보니
407
아무리 생각해도 / 귀한 줄 모를러라
408
황후와 한 가지로 / 마차에 늘어서서
409
각국의 공사들을 / 차례로 불러본 후
410
갖은 음식 갖은 실과 / 양요리로 차려 놓아
411
여러 군데 벌여놓고 / 몇 백명 모인 사람
412
이리 저리 다니면서 / 마음대로 먹으라며
413
각색가지 서양술을 / 몇 천잔 부어 놓고
414
좌우로 권하는 것 / 이루 수접(수접) 어려우니
415
술 잘 먹는 사람이면 / 게걸을 떼겠더라
416
불란서 공관(공관)에서 / 무도회(무도회) 한다 하고
417
조선 공사 청했기로 / 다달아 구경하니
418
각국 사람 다 모인 것 / 사람도 대단하고
419
갖은 요리 차려 놓은 것 / 음식도 풍성하다
420
이리저리 다니면서 / 마음대로 집어 먹어
421
취하고 배 부르니 / 놀음판을 차리는데
422
삼십여인 서양계집 / 일제히 모여 서서
423
웃통을 벗어 놓아 / 살을 다 들이내고
424
각국의 양인들이 / 삼사십명 늘어서서
425
이놈의 계집 저놈이 끼고 / 저놈의 계집 이놈이 껴서
426
다 가각 상환(상환)하여 / 허리를 껴 안고서
427
사방으로 돌아다녀 / 뛰놀며 춤을 추니
428
망측하고 괴이한 것 / 견융(견융)의 풍속이라
429
이 놀음이 좋다 하고 / 해마다 한다 하데
430
오래 구경 할 것 없어 / 총총히 돌아오다
431
왕후 폐하 복위(복위)하심 / 외부(외부)에서 전보(전보) 오고
432
거듭 또 전보 보니 / 승하 반포(승하반포) 되었으니
433
팔월의 변란(변란) 일을 / 반신반의 하였더니
434
정녕이 승하하심 / 오늘날 듣자오니
435
신민(신민)의 망극함이 / 일배(일배)나 더하도다
436
허위(허위)를 배설(배설)하고 / 북향(북향)하여 망두(망두)한 후
437
성복(성복) 날 당하여서 / 천담복(천담복) 성복하니
438
국휼(국휼)에 천담복이 / 마음에 황송하나
439
전례가 이러하니 / 어찌할 수 있겠는가?
440
이때에 각처 연회 / 청하는 곳 여럿이나
441
국제(국제)로 못간다고 / 편지하여 사례하다
442
부득불 인사의례에 / 출문(출문)을 아니하니
443
더우기 답답하여 / 견디기 어렵도다
444
일본 설을 당해 보니 / 풍속이 이상하다
445
왕대와 소나무를 / 대문에 심어 놓으며
446
다시마 한 오라기 / 오징어 한 마리를
447
집집이 달아매고 / 벽사(벽사)한다 이름하며
448
길에를 나가 보니 / 각색 물건 풍성한 것
449
전(전)마다 벌여놓고 / 길에까지 놓았으니
450
아국(아국)으로 이르며는 효동좌기(효동좌기) 모양이라
451
떡 친다 하는 것은 / 절구에 떡을 넣고
452
메공이로 찌어내니 / 그도 또한 장관이며
453
오락가락 하는 사람 / 물건을 사가지고
454
분주히 다니는 것 / 피아국(피아국)이 일반이라
455
아국(아국)도 금년부터 / 양력을 쓴다 하니
456
우리 집도 흰떡 하여 / 차례를 지내는지
457
궁금도 하거니와 / 마음이 이상하다
458
일월일일(一月一日) 진궁하여 / 황제 황비 뵈온 후에
459
각 친왕(各親王) 찾아 보고 / 관소(館所)에 돌아 오니
460
각국의 공사들과 / 일본의 각 대신과
461
외타(外他)의 여러 사람 / 분분히 인사하며
462
경응의숙(慶應義塾) 제학원과 / 사관 배우는 오관(오관) 사람
463
일제히 다 모이니 / 일백칠 여인(일백칠여인)이라
464
명색(명색)이 세초(세초)라고 / 본국 사람 찾아온 것
465
대접치 아니하고 / 그저 어찌 보낼소냐?
466
떡국이며 술과 안주 / 이왕부터 준비한 것
467
일시에 공괴하니 / 대단히 분요(분요)토다
468
과세 인사(과세인사) 할 차로 / 각처에 돌아다녀
469
사흘 다닌 것이 / 백여 곳 다녔으니
470
본국에서 정초이면 / 각처에 세배하기
471
괴로이 여겼더니 / 실로 우스우나
472
전례를 어찌할까? / 남녀노소 아약(아약)없이
473
새옷을 떨쳐 입고 / 길에 덮여 다니는 것
474
그도 또한 장관이라 / 가로의 시전(시전)들은
475
개시(개시)를 아니하고 / 적적(적적)히 닫아 둔 것
476
피아국(피아국)이 일반이라 / 점잖은 집 부인들과
477
시집 안간 새아씨들 / 각처에 세배차로
478
길에 널려 다니는 것 / 머리에 꾸민 것과
479
옷 입은 것 치레함이 / 한 사람 단장한 것
480
여러 백원 들었으니 / 조선(조선) 계집 모양보다
481
좋은 줄은 모르겠고 / 백주(백주) 대도 중인중(중인중)에
482
내외(내외)없이 다니는 것 / 아무리 생각해도
483
야만의 풍속이라
484
궁주에 들어가니 / 다른 사람 별로 없고
485
각국의 공사들만 / 계집까지 다 다리고
486
일제히 모였으며 / 황제 황후 나와 서서
487
각국 공사 인사받고 / 인(인)하여 같이 앉아
488
한 상의 음식 먹고 / 연파후(연파후) 돌아 오니
489
본국에서 전보 옴에 / 망망(망망)히 떼어 보니
490
대군주 폐하(폐하)께서 / 시월 십칠일(十月十七日)에
491
단발(단발)을 하셨다니 / 이것이 어인 말가?
492
한심하고 놀라운 마음 / 천지가 아득하여
493
어안이 벙벙하다
494
우리나라 예의지방(禮意之邦) / 열성조(열성조) 의관문물
495
오늘날 당하여서 / 거연히 없어지고
496
이적 금수(이적금수) 되는 모양 / 이것이 무슨 말가?
497
이 지경을 당했으니 / 도망질을 하려 한들
498
어디 가면 면해 보며 / 죽으면 면할 테나
499
칠십노친(칠십노친) 시하로다 / 밤새도록 생각해도
500
무가내로 할 수 없어 / 사십년 기른 터럭
501
일조에 베 버리니 / 절통(절통)하고 서룬 마음
502
통곡을 하겠으되 / 여기 사람 뵈기에는
503
도리어 창피하여 / 선선히 깎고 나니
504
흡사한 중놈이라 / 우리 집 어머님이
505
이 경상(景狀) 아셨으면 / 애석하여 하시는 것
506
그 마음에 오직하며 / 일후(日後)에 집을 가서
507
처자를 어찌 볼가? / 긴 말 하여 무엇하리?
508
이 때 나기가 불행이라 / 부득불 갈 데 있어
509
양복을 떨쳐 입고 / 처음으로 길에 나니
510
왜(倭)놈과 일반이라 / 누가 알 것 아니로되
511
내 마음이 부끄러워 / 사람을 대하여서
512
거안(擧眼)하기 어렵도다 / 각 궁의 친왕(親王)이며
513
각 성(각성)의 대신들이 / 세초연(세초연) 한다 하고
514
날마다 청했으니 / 곳곳이 좇아가서
515
먹기는 좋거니와 / 우리 공관 형세(형세) 없어
516
한번 연희 못해 보고 / 남의 것만 얻어 먹어
517
마음에 부끄럽다 / 이런 잔치 한번 소입(所入)
518
여러 천원 들겠으니 / 무엇을 가지고서
519
남의 입내 내어 볼까? / 연회에 벌여 놓은 것
520
음식도 좋거니와 / 실과도 갖추 있어
521
능금이며 사과들은 / 조금도 상치 않아
522
제철이나 일반이며 / 각색초화 꺾어다가
523
화병에 꽂아 놓은 것 / 오색이 영롱하여
524
온갖 꽃 다 있으며 / 독만한 사기분(사기분)들
525
방 속에 돌아가며 / 층층이 늘어놓아
526
난만(난만)히 핀 꽃들은 / 도화 행화(행화) 이화(이화)이며
527
진달래 철죽 등물(등물) / 버드나무 늘어져서
528
강아지가 나 있는 것 / 이곳에 앉아 보면
529
봄인가 의심하되 / 문밖을 내다 보니
530
적설(적설)이 만정(만정)이라 / 이렇듯 좋은 놀이
531
날마다 질탕(질탕)하되 / 돌이켜 생각하면
532
내 집만 못하도다
533
미국공사 서 대신이 / 본국에서 떠나와서
534
횡빈(횡빈)사 묵는다니 / 나가서 보리로다
535
본국 사람 만나 보니 / 반갑기도 할뿐더러
536
집 편지 받아 보니 / 평안(평안) 이자(二字) 만행이라
537
일본에 들어온 후 / 집 생각을 하여 보면
538
몇 만리 바다 막혀 / 정신이 암암한데
539
미국공사 가는 길은 / 여기서도 배를 타고
540
이십일을 간다 하니 / 멀기도 먼가 보다
541
그 행역(행역)을 어찌할까? / 마음에 신산(신산)하여
542
내 생각하여 보면 / 동내(동내)에 온 셈이로다
543
제황(제황)의 명(명)을 받아 / 궁내대신(궁내대신) 편지 보니
544
각국공사 각 대신들 / 일제히 다 청해서
545
대연(대연)을 배설(배설)하고 / 매화회(매화회) 한다 하기
546
이날을 당하여서 / 대궐에 들어가니
547
차례로 모여든 것 / 수십여인 되는 사람
548
각 부의 대신들과 / 모든 나라 공사이오
549
기외(기외)에 다른 사람 / 하나도 못 불러라
550
황제가 좌정함에 / 좌우로 늘어 앉아
551
음식을 대하여서 / 차례로 먹어 보니
552
수십 가지 양요리가 / 가지가지 진품(진품)이라
553
아홉 술잔 늘어놓고 / 각색 술 부어 놓은 것
554
조금씩 먹어 보니 / 술 맛이 다 다르며
555
포장안의 풍류소리 / 곡조(곡조)마다 다 다른 것
556
풍편(풍편)에 나부끼듯 / 은은히 듣겠도다
557
연파후(연파후) 일어나서 / 매실(매실)에 들어가니
558
수십간 넓은 방에 / 줄줄이 늘어 놓은 것
559
홍백매(홍백매) 난개(난개)하여 / 향취가 진동터라
560
각처에 돌아다녀 / 온갖 구경 다 하고서
561
관소에 돌아오니 / 석양이 되었더라
562
세월이 여류(여류)하여 / 섣달 그믐 되었으니
563
오래 작객(작객) 하던 끝에 / 이날을 당했으니
564
집 생각하여 보니 / 회포(회포)가 불무(불무)하다
565
생세후(생세후) 사십년에 / 이위(이위)하여 과세(과세)하기
566
금년이 처음이니 / 내 생각 하시는 마음
567
매우 간절하실 테니 / 정세(情勢)가 절박하다
568
직사(직사)가 소중하니 / 어찌할 수 있겠는가?
569
관중(관중)의 서기(서기)들과 / 여간 사람 모여서
570
어렁더렁 지껄이며 / 이 밤을 지내고서
571
떡국이라 하는 것과 / 고기처럼 차려 놓고
572
여럿이 모여 앉아 / 그런대로 먹어 보자
573
여기 사람 하는 말이 / 일본에 양력 쓴지
574
이십년이 되었으되 / 지금도 시골서는
575
이전 음력 시행하여 / 오늘이 설이라고
576
남녀노소 새옷 입고 / 서로 인사한다 하니
577
옛 규식(규식) 지키기는 / 피아국(피아국)이 일반이라
578
이처럼 말할 즈음에 / 놀라운 말 전하는데
579
수일전 조선국에 / 큰 일이 또 있어서
580
대군주(대군주) 께옵서와 / 왕태자(왕태자) 께옵서는
581
야반에 잠어(潛御)하사 / 노국관(노국관)에 나오신 후
582
정부(政府)가 뒤집혀서 / 살육(殺戮)이 났다 하니
583
이게 또 무슨 말가? / 듣기에 놀랍도다
584
여가 와 있은 후에 / 본국에 놀라운 일
585
하 여러번 있었으니 / 진정이 난감(난감)하다
586
이번은 무슨 일일까? / 정히 조울(조울) 하던 차에
587
호외신문(號外新聞) 받아 보니 / 대강 짐작 하겠도다
588
사기는 그러하나 / 옥체(옥체)를 노동(노동)하사
589
외국관(外國舘)에 임어하심 / 망조(亡兆)한 일이로다
590
그렁성 하노라니 / 도하(도하)의 백성들이
591
어쩐 사단(사단) 모르고서 / 소동(소동)이 오죽하며
592
우리 집은 무사한지? / 걱정하심이 오죽하랴?
593
눈으로 뵈옵는 듯 / 심중(심중)이 울울(鬱鬱)하다
594
이런 사단(사단) 저런 사단 / 몇 달에 한번씩을
595
큰 일이 벌어져서 / 민심이 흉흉하니
596
멀리 앉아 듣는 마음 / 놀랍기는 차치하고
597
본국에 갈 마음이 / 날마다 절급(절급)한 중
598
또 이렇듯 요요(요요)하니 / 어느 때나 진정할까?
599
마음대로 할 수 없어 / 실로이 난감하다
600
적설(積雪)이 스러지고 / 천기(천기)가 온화(온화)하여
601
춘의(춘의)가 애연(애연)하니 / 후원(후원)에나 가서 보자
602
수십주(수십주) 매화(매화) 나무 / 일제히 난개(난개)하여
603
홍백(홍백)이 교잡(교잡)한 것 / 심히도 어여쁘다
604
향취가 진동하여 / 사람을 엄습(掩襲)하니
605
사람은 춥다 해도 / 꽃이 벌써 피었으니
606
지금이 어느 땐가? / 정월 보름 전이로다
607
아국에 비하며는 / 절기가 이른 줄을
608
비로소 알겠으니 / 듣던 말과 일반이라
609
지진(지진)이 대단하여 / 한달에도 여러 번씩
610
오히려 예사로되 / 대단히 하는 때는
611
이처럼 큰 집이나 / 기둥과 대들보가
612
일시에 우직우직 / 거의거의 넘어질 듯
613
송구(悚懼)하기 한량 없고 / 동경천지(東京天地) 이상하여
614
삼동에 심한 바람 / 화재(화재)가 자주 나서
615
날마다 몇 집씩이 / 여기저기 일어나매
616
없는 날이 없다 하니 / 염려가 장 있어서
617
각별히 단속하되 / 바람이 심히 불면
618
편히 자기 어려우며 / 전감(전감)이 소연(소연)하니
619
더욱 두렵도다
620
봉수하(봉수하)의 편지 보니 / 혼인잔치 한다 하고
621
오라고 청했기로 / 이곳의 혼인잔치
622
어찌하는 몰골인지 / 일본사람 각 사람
623
남녀노소 모여들어 / 여기저기 앉은 것이
624
여러 백명 되겠으며 / 하는 것은 무엇인지
625
기생과 광대 불러 / 육각(육각)을 두드리며
626
잡되게 춤을 추며 / 요술하는 사람 불러
627
한편으로 요술하니 / 혼인 잔치 한다는 날
628
광대는 무슨 일인가? / 흉참(凶慘)한 거동으로
629
요술을 벌여 놓게 / 더욱이 괴이하니
630
그 모양이 어떠한가? / 대강 기록 하여 보자
631
조그마한 궤짝 하나 / 상 우에 얹어 놓고
632
무엇이라 지껄이니 / 정녕히 빈 궤 속에
633
사탕이 가득 들어 / 오색이 영롱(영롱)한 것
634
사람마다 먹어 보니 / 계란 두 개 넣어 놓고
635
잠시간 열어 보면 / 계란은 어디 가고
636
닭 두 마리가 뛰어나며 / 색종이 부벼서
637
공중에 내던지면 / 난데 없는 호랑나비
638
분분히 날아오며 / 두 손을 팔짱 질러
639
한참을 지껄이다 / 살 소매에 끄내는 것
640
우산이 두 개로다 / 만져 보고 펴서 보니
641
훌륭한 우산이며 / 사(沙) 항아리 엎은 것을
642
별안간 제쳐 놓아 / 보자기를 덮어 놓고
643
조금 있다 열어 보니 / 물 하나 가득 하여
644
물 속에 붕어 놀며 / 자루 하나 가지고서
645
이러저리 두드리다가 / 한 가운데 놓아 두면
646
사람의 대가리만 / 저절로 뛰어 나와
647
온갖 수작 다하는 것 / 성음(聲音)이 분명하고
648
초롱 같은 눈을 굴려 / 사면으로 보는 것이
649
안채(眼彩)가 또렷하니 / 사람이라 하는 것이
650
모가지만 생겼으니 / 역적(逆賊)의 대가리인가?
651
보기에도 흉하도다 / 여러 가지 하는 일을
652
정녕히 보면서도 / 알기는 어려우나
653
분명히 요술이니 / 더 보아 무엇하리?
654
괴이할 따름이라 / 음식이라 주는 것을
655
조금씩 먹어 보자 / 새로온 새 아씨가
656
단장(단장)을 갖추하고 / 나와서 손님 접대
657
온갖 수작 같이 하니 / 내외지절(內外之節) 없는 줄은
658
이왕부터 알았으나 / 신부라 하는 것이
659
이렇듯 무례하니 / 이적(이적)의 풍속이라
660
말하여 무엇하리?
661
총리대신(總理大臣) 이등박문 / 부상(父喪)을 당하여서
662
금일이 장사(장사)라니 / 가서 회장(회장) 하리로다
663
각공사 각대신과 / 외타의 다른 사람
664
여러 백인 모였으니 / 호한한 중놈들이
665
가사(袈裟)를 떨쳐 입고 / 육각(육각)을 두드리며
666
일제히 염불소리 / 그것이 장관이라
667
상제라 하는 것은 / 거상 여부(거상여부) 전혀 없고
668
이전 입던 그 복색(복색)에 / 검은 헝겊 한 조각을
669
갓 모자에 둘렀으니 / 이것이 표라 하며
670
우지 않는 풍속인 줄 / 이왕부터 알았으나
671
비척(비척)하여 하는 것도 / 또한 못 보겠으니
672
인륜 패상(인륜패상)함이 지극히 / 한심하다
673
춘일(춘일)이 점창(점창)하여 / 경개(경개)가 볼만하다
674
백화가 난개하고 / 버들이 늘어진 것
675
저렇듯 어여쁘나 / 원객(원객)의 체류함이
676
시물(시물)에 감동하여 / 심회가 어렵도다
677
관료(관료)와 한 가지로 / 구경이나 나가보자
678
상야(상야)와 천초(천초) 등지 / 이곳의 천명(천명)이라
679
여기저기 돌아다녀 / 종일을 소요하여
680
관소에 돌아와서 / 본국전보(본국전보) 받아 보니
681
인간(인간)에 떠난다니 / 매우 기쁜 소식이라
682
나도 떠나 가리로다
683
여간 행장(행장) 수습하니 / 귀둥대둥 적지 않아
684
어찌 다 끌고 갈지 / 심란하고 수란(수란)하다
685
각국공사 각 대신과 / 외타(외타)의 모모인(모모인)들
686
작별인사할 차(차)로 / 한번씩 찾아감에
687
수일을 돌아다녀 / 곤비(곤비)하기 짝이 없다
 
688
이월이십팔일 사시량에 / 공관을 떠나갈 때
689
여러 달 유(유)하던 곳 / 일조에 하직하니
690
다시 한번 돌아보니 / 인정이 이러하다
691
신교(신교)에 다달으니 / 본국 사람 여기 사람
692
작별차로 나온 이들 / 수백인 되는 구나
693
잘 가라고 부탁함에 / 면면히 섭섭하다
 
694
화륜거(화륜거)를 올라타고 / 연통(연통)을 달아 놓으니
695
앞길이 만여리(만여리)라 / 행역(행역)할 일 심난하나
696
집에 갈 마음 기쁨으로 / 괴로운 줄 모를터라
697
건듯건듯 지나는 곳 / 전에 보던 그 길이라
 
698
비파호(비파호) 맑은 물과 / 부사산(부사산) 저문 안개
699
눈 앞에 다시 뵈니 / 경개가 절승(절승)하다
700
삼경(삼경)에 빈송(빈송)와서 / 술막집에 들어가니
701
주인이 마주 나와 / 거행 범절(거행범절) 지극하나
702
하룻밤 자는 부비 / 수백여냥(수백여냥) 들었으니
703
아국물정(아국물정) 비하며는 / 진실로 우습도다
 
704
이십구일 또 떠나서 / 종일을 구치(구치)하여
705
오경(오경)이나 실하여서 / 신호(신호)에 다다르니
706
서천옥(서천옥) 주인 거행 / 우여시(우여시) 선선토다
 
707
삼십일 오시량(오시량)에 / 새 공사가 들어 옴에
708
이전부터 아던 사람 / 여기서 만나 보니
709
반갑기도 하거니와 / 한편으로 시원하다
710
공관의 모든 일을 / 일일이 전장(전장)한 후
 
711
삼월초일일 오시량에 / 새 공사 행장(행장) 차려
712
동경(동경)으로 간다 하니 / 서로 작별 하온 후로
713
봉인과 한 가지로 / 인하여 배를 타니
714
시원은 하다마는 / 뱃속 고생 어찌하리?
715
풍랑이 대단하여 / 무한히 신고(신고)하고
 
716
초이일 미시량(미시량)에 / 적마관(적마관) 다달아서
717
풍랑이 일찍 대단 / 떠나지 못한다니
718
육지에 내려가서 / 이 밤을 자리로다
719
술막을 찾아가서 / 하룻밤 드새고서
720
밥값을 셈해 옴에 / 네 사람 먹은 것이
721
아국돈 이백여냥(이백여냥) / 서럽고도 우습도다
 
722
초삼일 신시량(신시량)에 / 배가 또 떠난다니
723
죽다가 살아난 일 / 다시 타기 무섭도다
724
밤 새도록 왔다는 것 / 아침에 들어 본 즉
725
배가 좀 거슬려서 / 도로 마관(마관) 왔다 하며
726
이 바람 자기 전에 / 얼마든지 묵는다니
727
뱃 속에서 지내기가 / 일각이 여삼추(여삼추)라
728
견디가 어려운 것 / 오히려 차치하고
729
아무날 떠난다고 / 전보(전보)를 하였으니
730
이런 사단(사단) 모르시고 / 집에서 기다리심
731
오죽지 않으실 일 / 실로이 민망하다
732
하늘이 하시는 것 / 인력(인력)으로 할 수 없어
733
쪼그리고 누었으나 / 대단히 무섭도다
734
일자(일자)를 헤아림에 / 오늘이 집에 갈 날
735
이때껏 못 떠나니 / 일도 심히 공교(공교)하다
736
풍랑이 일향 대단(일향대단) / 선중(선중)에서 나흘 묵어
737
칠일(칠일) 또 떠나서 / 대마도에 간신(간신) 오고
738
초팔일(初八日) 또 떠나서 / 부산항에 다달음에
739
인하여 하륙(하륙)하여 / 관찰부(관찰부) 들어가서
740
하룻밤 유숙(유숙)하며 / 다소 수작(수작) 서로 하니
741
여러날 선중(선중)에서 / 침식(침식)을 못하다가
742
오늘밤 잘 자는 것 / 심히도 편커니와
743
걱정하심 생각하니 / 초민(초민)하기 한량없다
 
744
초구일 점심후(點心後)에 / 선상(船上)에 올라가니
745
금일(今日) 또 안떠나고 / 여기서 묵는다디
746
일각(一刻)이 새론지라 / 미칠 듯 하건마는
747
마음대로 못하는 일 / 성화하여 무엇하리?
【원문】開化日本 어떻던가 (下)
▣ 커뮤니티 (참여∙의견)
내메모
여러분의 댓글이 지식지도를 만듭니다. 글쓰기
〔가사〕
▪ 분류 : 가사
▪ 최근 3개월 조회수 : 4
- 전체 순위 : 6371 위 (4 등급)
- 분류 순위 : 251 위 / 265 작품
지식지도 보기
내서재 추천 : 0
▣ 함께 읽은 작품
(최근일주일간)
▣ 참조 지식지도
▣ 기본 정보
◈ 기본
  # 일본유람가 [제목]
 
  # 이태직 [저자]
 
  1902년 [발표]
 
  가사(歌辭) [분류]
 
◈ 참조
  1895년
 
▣ 참조 정보 (쪽별)
백과 참조
목록 참조
외부 참조

  지식놀이터 :: 원문/전문 > 문학 > 한국문학 > 고전 시가 > 가사 카탈로그   목차 (총 : 2권)     이전 2권 ▶마지막 한글 
◈ 日本遊覽歌 ◈
©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3년 03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