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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압구정기 (押鷗亭記) ◈

해설본문  乖崖 金守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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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산(嵩山) 화산(華山)에 올라서 광활한 조망(眺望)을 구하는 자는 반드시 삼성(參星) 정성(井星)의 높이를 지나야 하고, 강하(江河)를 건너서 어조(漁鳥)를 구경하는 자는 반드시 주즙(舟楫)의 위험을 밟게 마련이다. 만약 높이 오르지도 않으며 위험을 밟지도 않는다면 시정(市井)과 지척이요. 도성과 멀지 않은 곳으로 강산의 승경을 겸비할 수 있는 땅이 있다면 이는 대개 하늘이 만들고 땅이 감추어 그 사람에게 물려주려는 것이니, 어찌 용이하게 얻을 수 있으랴. 왕도(王都)에서 남으로 5리쯤 가면 양화진(楊花津)의 북쪽과 마포(麻浦)의 서쪽에 언덕 하나가 우뚝 솟아 환히 트이고 강물로 빙 둘러 있어 세상에서 화도(火島)라 일컫는다. 이전에는 우양(牛羊)의 놀이터로 되어 위는 민둥민둥하고 아래는 황폐하여 어느 누구도 거기를 사랑하는 자가 없었는데 상당부원군(上黨府院君) 한공(韓公)이 그 위에다 정자를 짓고 노니는 땅으로 삼았다. 공이 이 정자에 오를 적에 흰 갈매기가 날아서 울고 지나가니 공은 말하기를, “이상하도다. 갈매기라는 새는 대개 천지와 강해(江海)로 집을 삼고 예나 지금이나 풍월로 생애를 삼아서 뜰 듯 잠길 듯하며 자기들끼리 서로 친근하여, 올 적에는 조수를 따라오고, 갈 적에는 조수를 따라가니 아무튼 천지간에 하나의 한가한 물건이다. 사람치고 기심(機心)을 잊어버린 것이 저 갈매기와 같은 자가 어디 있으랴.” 하였다. 명 나라에 사신으로 갔을 적에 한림(翰林) 예공(倪公)에게 정자 이름을 청하니 애공이 압구(狎鷗)로 하기를 청하자 공은 더욱 흔연히 허락하며, “내 정자의 이름으로는 가장 적당하다.” 하고, 드디어 압구로 편액함과 동시에 나를 불러서 기를 짓게 할 작정이었다.
 
2
나는 보니 이 정자의 승경(勝景)이 한강 하나에 있다. 정자를 경유하여 내려갈수록 물이 더욱 크고 넓어서 넘실넘실 굽이치며, 바다로 연하고 해상에 널려 있는 모든 도서(島嶼)가 멀고, 아득한 사이에서 숨었다 나타났다 나왔다 사라졌다 하여 간혹 상선(商船)들이 꼬리를 물고 노를 저으며 오락가락하는 것이 얼마인지 알 수 없고, 북으로 바라보면 세 봉우리가 중중첩첩으로 솟아나서 새파란 빛을 더위잡을 만큼 울울창창하여 궁궐을 옹위하고 있으며, 무르익은 빛이 뚝뚝 떨어지려는 듯하고 푸른 빛깔이 젖을 듯하며 말이 뛰어 내닫는 듯한 것은 남쪽을 끼고 있는 관악산(冠岳山)이요, 놀랜 파도는 우레를 울리고 솟는 물결은 해를 적실 듯하여 콸콸 쏟아져 바다로 닫는 것은 동에서 오는 한강이요, 무릇 산빛과 물빛이 가까이는 구경할 만하고 멀리는 더위잡을 듯하며, 이의(二儀 천지)의 높고 깊음과 삼광(三光 일(日)ㆍ월(月)ㆍ성(星))의 서로 가름하여 밝은 것과 귀신의 으슥한 것과 음양(陰陽)ㆍ풍우(風雨)의 어둡고 밝음의 변화하는 것이 모두 궤석(几席) 아래 노출되지 않은 것이 없다. 공은 휴가를 얻으면 구경을 나와서 종자[騶從]들을 물리치고 이 정자에 올라 머뭇거리고 서성대며 내리보고 쳐다보며 바야흐로 강산을 의복으로 하고 천지를 문호(門戶)로 삼아 정신을 발양하며 물상(物象)에 흥취를 부칠 적에는 시원한 맛이 마치 바람을 타고 공중에 노니는 것 같으며, 활발한 생각이 날개가 돋혀서 봉래(蓬萊)ㆍ방장(方丈)을 오르는 듯하니, 그 고상한 정회는 바로 세상을 벗어나 홀로 서서 홍몽 세계 밖에 뛰어나 언어로 형용할 수 없는 무엇이 있을 것이다.
 
3
공은 본시 세상을 경륜(經綸)하는 데 뜻이 있으니 강산을 구경하는 것은 들에서 계획하는데 밑천이 적당할 뿐이므로 아무리 자주 나가 노닐지만 사람들이 놀음에 빠졌다 아니하고, 공은 본시 도체(道體)에 마음을 두어 그 솔개가 날고 고기가 뛰는 것을 관찰하는 것은 단지 도(道)를 묵계(黙契)하는 자료에 적당할 뿐이므로 아무리 행차를 간단하게 해도 사람들이 인색하다 아니한다. 옛날 사안(謝安)은 동산(東山)에 오르려면 반드시 기녀들을 불렀으니 이는 그저 소일거리에 불과할 따름이요, 하지장(賀知章)은 경호(鏡湖)를 하사받아서 낭만으로 자처하였으니 이는 세상과 인연을 끊은 청광(淸狂)에 그칠 따름이다. 이는 모두 천년 전의 한 이야기거리는 될지언정 어찌 공과 더불어 같이 따질 수 있으랴.예로부터 나라가 일어나려면 반드시 놀라운 재주와 큰 덕을 지닌 사람이 그 사이에 나서 처음에는 유악(帷幄)에서 보좌하여 승부(勝負)를 결단하고, 나중에는 묘당(廟堂)에 앉아서 교화와 육성(育成)을 도와서 큰 공을 이루고 명예를 누리며 국가의 주석(柱石)이 되고 사직의 안위가 매이나니, 이를테면 한(漢) 나라 소찬후(蕭酇侯 소하(蕭何))나 송(宋) 나라 조한왕(趙韓王 조보(趙普) 같은 이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오직 공은 한 나라의 총재(冢宰)가 되고 두 번째 국구(國舅)가 되어 거듭 해바퀴[日轂]를 붙잡았으니 거룩한 그 공명과 그 덕업(德業)은 고금에 짝이 드물어 장차 이윤(伊尹)ㆍ부열(傅說)ㆍ주공(周公)ㆍ소공(召公)을 기약하며 한(漢)ㆍ송(宋)의 신하 쯤은 미치지 못할 바가 있을 것이다. 지위가 인신(人臣)으로서 극진한 자리에 있으되 마음을 더욱 나직하게 갖고, 공은 인주(人主)를 진동할 만하되 덕은 더욱 겸손하며, 오직 그 세력을 잊을 뿐만 아니라 그 부귀까지 잊어버리고, 오직 그 부귀를 잊을 뿐만 아니라 그 뜻은 항상 강호(江湖)나 산림(山林)의 궁벽한 데에 있으니, 나는 이 때문에 말하기를, “태산이 높고 높아 하늘에 솟은 것은 바로 공의 거룩한 공명과 덕업이요, 만경창파에 흰 갈매기가 떠 다니는 것은, 바로 공의 강호(江湖) 밖에서 모든 일을 잊어버린 것이요, 오직 능히 훈공(勳功)과 녹위(祿位)로 밑 마음을 더럽히지 않는 것은, 이야말로 능히 국가를 안보하고 백성을 무궁한 장래까지 안정시키려는 것이 아니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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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최종 수정일: 2004년 1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