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대명(大明) 성화(成化) 년간의 운남 서촉 땅에 일위 명인이 있으대 성은 김이요, 이름은 규라. 자는 운수라. 대대 공후거족이오 벼슬이 좌승상에 이르니 명망이 일국의 으뜸이오 세상에 아니 가진 것이 없으되 다만 슬하에 남녀간 일개 골육이 없으니 매일 슬퍼 금은 채단을 많이 흩어 명산 대찰과 일월 성신께 주야 축원하더니 이때 삼월 망간이라. 승상이 부인 유씨로 더불어 망월루에 올라 사방을 구경하더니 홀연 승상이 술이 반취하매 위연 장탄왈
3
「내 나이 사십에 벼슬이 승상이오 부귀 극진하되 슬하에 일점 혈육이 없으니 우리 죽으면 조선(祖先) 향화(香火)를 뉘게 전하리오」
4
하고 슬퍼함을 마지 아니하거늘 부인이 피석 사죄 왈
5
「첩의 죄악이 지중하와 승상의 치렴하심이 깊사오니 죄사무석이로소이다.」
6
승상이 위로하고 내당으로 돌아올새 일락서산(日落西山)하고 월출동녕(月出東寗)하니 부인이 침소에서 잠을 이르지 못하고 추연장탄이러니 홀연 침석에 의지하여 잠깐 조으더니 한 꿈을 얻으니 공중에서 선녀가 일개 옥동자를 데리고 내려와 부인께 절하여 왈
7
「첩 등이 영소보전(靈霄寶殿) 시녀이오니 항아(姮娥)의 명을 받자와 선동(仙童)을 부인께 의탁코저 하여 왔사오니 귀히 길러 후사를 전하소서」
8
하고 동자를 부인께 안기고 간 대 없거늘 부인이 선녀를 보내고 동자를 보니 동자는 아니고 큰 빛이 치마에 담겼거늘 놀라 깨다르니 남가의 일몽이라. 즉시 승상을 깨워 몽사를 이르니 승상이 청파에 대희하여 왈
9
「창천이 감동하시어 우리의 무후함을 불상이 여기시어 귀자를 점지하시도다」
10
하고 즐겨하더니 과연 그 달부터 잉태하여 십삭(十朔)이 차매 생남하기를 주야 바라고 집안을 정쇄히 하고 해복(解腹)하기를 기다리더니
11
이때 갑자 춘 정월 갑자일이라. 홀연 오색 채운이 집안을 두르며 기이한 향내 진동하더니 문득 선녀 한쌍이 공중에서 내려와 부인 곁에 앉으며 왈
13
하고 향탕을 대령하라 하니 자시를 당하여 부인이 혼연하며 해복(解腹)을 하는지라. 선녀 양인(兩人)이 가로대
14
「이 아기 모양이 이러하오나 하늘이 정하신 일이니 조금도 다른 염려는 말으시고 귀히 길러 천정(天廷)을 어기지 말으소셔. 시각이 늦어가오니 정회를 다 못 펴고 가오니 마음을 허소히 말으소셔」
15
하고 하직하고 가거늘 부인이 선녀를 보내고 아희를 돌아보니 아희는 없고 허무맹랑한 것이 있으되 모양이 둥굴어 겉은 검고 속은 빛이 얼웅얼웅한 것이 눈도 코도 없고 마치 수박 모양 같은지라. 심하에 어의 없고 놀라와 시비로 하여금 승상을 청한대, 승상이 부인 해복함을 듣고 희색이 만면하여 전지도지(顚之倒之)하여 들어와 부인을 위로하며 아희를 바삐 살펴보니 아희는 없고 고이한 것이 곁에 놓였는지라. 크게 놀라 흉격이 막혀 이윽히 말을 못하다가 부인더러 왈
17
부인이 총망중 참괴하여 무섭고 무색하여 대답할 말이 없는지라. 승상이 어이 없어 생각하되
18
「고금의 문견치 못한 이런 변이 또 어디 있으리오.」
20
이러구러 칠일이 지나매 노복과 이웃 사람들이 승상댁 해복함을 다 즐겨하더니 차차 소문이 들리매 노복과 사람들이 다 놀라는지라. 그 중 늙은 사람이 이르되
21
「옛적에도 이런 일이 있어 그 속으로서 대망이 나와 사람을 무수이 살해하고 작난이 비경하여 나라에서 발군하여 겨우 잡아 죽이고 그것 낳은 사람은 흉악한 죄인이라 하여 천지를 보지 못하는대 가두었다가 굶겨 죽였다 하더니 그 말을 들으니 여기도 그런 일이 있던가 보다. 그렇거니와 세상일을 측량치 못하리로다. 김승상 성덕으로 이런 변을 당하니 갈충보국하고 인민을 편케 하니 비례지사를 행치 아니하고 겸하여 부인 덕택이 상하에 덮었는데 심덕을 입지 못하니 불상타」
23
이런 말이 자주 들리니 승상이 부인과 심하에 민망하여 침식이 불안하더니 일일은 승상이 심사 쇄락하여 정신을 깨달아 내당에 들어가 부인을 향하여 위로 왈
24
「우리 자소로 남에게 적악한 일 없는지라. 아무리 생각하여도 저것이 우리 골육이니 남은 다 흉물이라 하여도 해복(解腹)시 선녀의 말이 있을 뿐더러 무심한 것일랑이면 선녀 어찌 와서 해복까지 시켰으리오. 필경 무슨 이상한 일이 있을 뜻하니 아무리 흉악하나 집에 두고 나중을 보사이다」
25
하고 석반을 나와 먹더니 그것이 밥상 곁에 먹는 소리를 듣고 이불 속으로서 데굴데굴 굴러 나와 승상 곁에 놓이거늘 크게 놀라 이윽히 보다가 홀연 생각하되
26
「이것이 귀 눈이 없건마는 밥먹는 소리를 듣고 나와 놓이니 필연 밥을 먹고저 함이니 아무거나 밥을 주어 보라」
27
한대 부인도 고이하여 밥을 가져 곁에 놓으니 그것이 한편 옆이 들먹들먹하더니 한 모히 붕긋하며 마치 주걱 모양 같은 부리를 내밀어 밥을 완연이 먹거늘 승상이 '하' 고이하여 부인을 돌아보며 왈
29
하였더니 밥을 능히 먹으니 사람일 양이면 난 지 십여일만에 어찌 한 그릇 밥을 다 먹으리오. 아무거나 밥을 더 주어 보라 하니 부인이 웃고 밥을 또 가져다 놓으니 그것이 고이하여 주는대로 먹으매 승상과 부인이 더욱 고이히 여기더라.
30
그것이 밥 먹는 대로 점점 자라 큰 동이만 하였는지라. 승상이 부인을 청하여 보고 크게 의혹하여 가로대
31
「이후는 밥을 끊지 말고 조석으로 먹이라」
32
하고 매양 이것저것 하지 말고 이름을 지어 원이라 하라 했다. 밥먹기를 장히 하매 점점 자라 큰 방안에 가득하니 더욱 흉하고 고이함을 측량치 못하여 왈
33
「원이 더 자라면 방을 적을까 싶으니 너른 집으로 옮기자」
35
「이것을 여러히 운전하여 후원 월영각에 가져다 두라」
36
하니 비복이 겨우 옮겨 월영각에 두고 조석을 공급하더니 수년 지내에 한 섬 밥을 능히 먹으니 원이 점점 자라 방이 터지게 되는지라. 승상 부부와 비복들이 그 연고를 알지 못하여 답분분하여 주야 근심으로 지내더니 세월이 여류하여 어느덧 십여년이 되였는지라.
37
이때 순무년 칠월 망간이라. 마침 황상 탄일이라. 천하 태평하고 백성이 부요하여 처처에 격양가를 부르니 천자ㅣ 전교하시어 내외전에 건풍연을 배설(排設)하시고 열후 종실과 만조백관을 통명전에 모으시고 육궁비빙과 삼천 궁녀와 만조대신 부인네는 내전에 조회하여 궐중 내외 종일 연락하니 향기로운 음식과 좋은 풍악이 전각에 진동하며 삼천 궁녀는 오색 채의를 입고 가무 연락하니 광채 영롱하며 난봉 공작들은 쌍쌍이 계하에 춤을 추니 세상 승경이 비할 대 없는지라. 내외 해중이 대취낙낙하되 오직 승상 부부는 집을 생각하고 심상하여 반점 희색이 없는지라. 종일 잔치하다가 일낙서산하매 각귀기가하니 승상 부부도 시비를 거느려 집으로 돌아오니라.
38
차설, 이때 원이 나이 십세라. 안 마음에 생각하대
39
「내 무슨 죄악으로 십세가 되도록 허물을 벗지 못하고 어느 시절에 세상을 구경하리오.」
40
차탄함을 마지 아니하더니 이윽고 방문이 절로 열리며 홍포 입은 선관이 들어와 옥채로 원을 세 번 치며 왈
41
「남두성아 네 죄악이 다 진하였으매 옥제 나를 보내시어 너 쓰고 있는 보를 벗기고 오라 하시매 내 이곳에 와 벗기고 가나니 이 보를 가져가고 싶으니 두고 가는 일은 너의 부모가 이런 줄 자세히 모를 것이니 이 보를 두었다가 이 말씀을 고하라. 이후 육십년 후면 자연 다시 만나리라. 할 말이 무궁하나 천의를 구설치 못하느니 백세 무양하라」
42
하고 홀연 간대 없거늘 원이 보를 벗고 보니 방중에 아무것도 없고 다만 천서 세권이 놓였는지라. 심하에 끌러보니 심사 헌출하여 청천에 올라 사해를 굽어 보는듯 소견이 절로 열녀 백만사의 모를 일이 없는지라. 어찌 보 속에 있던 때 같으리오. 만심 환희하여 생각하대
43
「내 십 년을 흉악한 형상을 보였으니 세상에 없는 불효자로다. 무슨 행실로 부모의 은혜를 만분지일이나 갚으리오」
45
「이제 궐중에 들어가서 잔치하시니 노복을 불러 먼저 알게 하리라.」
46
인하여 시비를 부르니 시비 등이 월영각에서 사람의 소리남을 듣고 서로 돌아보아 아무도 먼저 대답하지 없는지라. 하 고보하여 노복 열아문이 한테 모여 가보니 외볍한 소년이 완연이 앉아 이르되
48
하거늘 시비 등이 막지기고(莫知其故)하여 아무 말도 대답지 못하더니
49
이때 승상이 부인과 한가지로 집에 돌아온 즉 내실이 공허하였거늘 가뜩 염려하는 차에 의혹이 만단하여 가중 내외인을 다 찾으니 비복 중 일 인이 먼저 와 고하되
50
「월영각에서 난데없이 선동이 노복 등을 부르시나 차마 혼자 가지 못하여 모두 본 즉, 방중에 가득한 것은 없고 일위 소년 선동이 앉자서 '야야는 환택하여 계시냐' 묻사오니 그 연고를 알지 못하올소이다.」
51
승상이 이 말을 듣고 의혹하여 그 시비를 데리고 월영각에 가보니 한 소년이 승상을 보고 계하에 내려와 엎드려 갈오대
52
「소자 십 년을 부모 걱정시키던 불초자 원이로소이다.」
53
승상이 우연이 형상을 보고 급히 부인을 청하여 좌정하고 소년을 불러 청상에 앉치고 물어 왈
54
「이 일이 하 고이하니 진위를 자세히 이르라」
56
「오늘 묘시에 홍포 입은 선관이 내려와 이르되 남두성이 상제께 득죄하여 십 년 허물을 쓰고 세상을 보지 못하게 하였더니 죄악이 다 진하였다 하고 허물을 벗겨 방 중에 두고 이르되 이 허물을 가져갈 것이로대 네 부모께 뵈여 적실한 자초를 알게 하라 하고 갔사오니 소자 보를 벗고 보온즉 허물이 곁에 놓였고 책 세 권이 놓였사오니 십 년 불효를 어찌 다 아뢰리있잇가.」
57
승상이 자세히 살펴보니 과연 허물이 방중에 놓였고 천서 세 권이 분명이 놓였거늘 심하에 대경대희하여 소년의 손을 잡고 만심환희하여 왈
58
「네 십 년을 보 속에 들었으니 무슨 지음할 일이 있을 것이니 자세히 일러 우리 의혹을 덜게 하라.」
60
「소자 보 속에서 십 년 고행하오니 아무른 줄 몰랐사오니 불승황송(不勝惶悚)이로소이다.」
61
승상 부부, 그제야 원을 안고 등을 어루만져 가로대
62
「네 어이하여 십 년 근고를 이대토록 하였는가」
63
하고 못내 기뻐하더라. 내외상하며 이웃 지친이 뉘 아니 기뻐하리오.
64
세월이 여류하여 원이 나이 십오세를 당하매 영민 영오하여 한 말을 들으면 백 일을 통하며 시서 백가를 무불통지하고 겸하여 풍채 동인하며 만부 부당지용을 겸하였고 활쏘기와 말 달리기와 창쓰기를 좋아하며 언효공검하여 천지 조화와 제세 안민할 재주를 두었시니 만고 영웅이오 일세 귀남자라. 승상이 처음에 걱정으로 지내던 일과 지금 영화를 생각하니 천만몽매 밖이라. 그러하나 원이 너무 숙성함을 염려하여 매일 경계하여 왈
65
「우리 늙으막에 너를 얻으매 장중보옥 같이 여기나니 부디 몸을 조심하여 부모의 염려를 없게 하라.」
67
「남자가 세상에 나매 어려셔는 글을 배우고 자라서는 무예를 익히기와 태평한 시절에는 백성을 어질게 다스리고 난세를 당하오면 칼을 집고 천리 용총을 타고 천병 만마 중에 나아가 흉적을 소멸하고 도탄에 든 백성을 건져내고 임금의 위태함을 돕샆고 어즈러온 천하를 평정하옵는 것이 장부의 쾌한 일이오니 어찌 서책만 대하여 세월을 무심이 보내리잇가.」
68
승상이 이 말을 들으매 흉중이 헌출하여 다시 이를 말이 없더라. 차후는 원이 심심한 때면 천서를 잠심하니 천지 조화의 기기묘묘함이 세상에 없는지라. 세권 책을 다 읽으니 만고를 모를 것이 없더라.
69
일일은 심사가 울울하여 창검 궁시를 가지고 용천 철마산에 가서 노는지라. 그 산 주위가 백여리오 높기가 하늘에 닿은 듯하고 수목이 참천하여 이름 모르는 짐승이 무수하고 모진 귀신이 많은 곳이라. 원원 매일 심심한 때면 그 산에 들어가 활쏘기와 창쓰기며 진법과 검술을 익히더니 일일은 산 중의 대풍이 진작하며 비사주석하고 천 길이나 한 나무 무수히 부러지니 그 소리 벽력 같으니 원이 크게 놀라 창검을 들고 큰 나무를 의지하여 섰더니 이윽고 한 흉악한 짐승이 내려오거늘 자세히 보니 그 키는 십 장이 넘고 몸이 큰 집채만 하고 머리 아홉이오 빛은 오색이 영롱한 중 채의 입은 미인 셋을 등에 언졌으니 그 미인들이 누수를 징으로 흘려 홍상을 적시니 그 애원함을 차마 보지 못할러라. 원이 그 거동을 보고 대로하여 크게 꾸지져 왈
70
「이 몹쓸 짐승이 네 어디 가서 흉악을 부려 남의 집 귀녀를 도적하여 오는가. 내 연일 이 산에 와 노더니 오늘 너를 만나니 내 재주를 다하여 너를 죽이고 아까운 인생을 구하리라.」」
71
언파의 칼을 들어 그 짐승의 대골이를 힘껏 치되 그 짐승이 조금도 요동치 아니하고 칼이 머리에 박히고 빠지지 아니하니 심하에 놀라고 의혹하여 창을 들고 물러서니 그 짐승이 말하여 갈오대
72
「나는 산중에 있는 억만년이나 된 아귀라 하는 짐승이라. 천궁을 임의로 출입하고 사해 용왕을 임의로 부리며 육정육갑과 오방재궤와 이십 팔수를 임의로 호령하매 옥황상제도 나를 휘우지 못하고 만승천자도 나를 당치 못하여 공주 삼형제를 앗아오거든 너만한 조그만 아희로서 당돌히 죽을 줄 모르고 방자히 구는가. 네 칼이 내 머리에 박히시니 또 무슨 병기 있거든 무수히 박으라. 나중에 내 입을 벌리면 네 일신이 내 숨결의 석이여 복중에 절로 들리라. 어린 아희 하 당돌하니 나의 재주를 구경하라.」
73
언필의 입 하나를 벌리니 웃 턱 하늘에 닿은 듯하고 아래 턱은 땅에 닿았고 또 한 입을 벌리니 번개 같은 불길이 들락날락하고 또 한 입을 벌리니 천병만마가 진세를 벌리고 또 한 입을 벌리니 퍼러한 물결이 산곡에 창일하고 또 한 입을 벌리니 호표시랑의 무리가 무수히 나오고 또 한 입을 벌리니 운무가 천지 자옥하고 또 입을 벌리니 뇌성벽력이 천지 진동하고 또 한 입을 벌리니 헌화가 낭자하더니 시석이 비오듯 하고 마지막 입을 벌리니 대풍이 일어나며 집채 같은 바위 날으니 원이 차경을 보매 심중에 냉소하나 다시 하수할 길 없는지라. 몸을 근두처 높은 봉에 올라 동정을 보랴 하더니 그 짐승이 웨여 왈
74
「네 옥제 부리시던 남두성으로 인간에 적거하여 방자히 재주를 비양하니 내 돌아 머리를 조리하고 천상에 올라가 옥제께 아뢰고 너를 잡아 죽이리라」
75
하고 서쪽으로 가거늘 원이 심중에 고이하여 왈
77
하고 점점 따라 가더니 수백여리를 가서 한 곳에 다다르니 사면이 삼리나 한 바위 있고 팔구간이나 한 구멍이 있는데 그 짐승이 그 구멍으로 들어가거늘 원이 구멍가에 가보니 심처를 알지 못할러라.
78
이윽히 배회하다가 집으로 돌아와 승상께 뵈오니 일녁이 황혼이 되였더라. 승상이 문왈
81
「산에 가서 연일 노옵더니 불의에 흉악한 짐승을 만나오니 크기와 모양을 리로 측량치 못하올 뿐더러 머리가 아홉이오 아홉 입으로 온갓 조화를 다하고 공주 삼 형제를 도적하여 가옵거늘 소자 칼로 짐승의 머리를 치온즉 칼이 박히고 빠지지 아니하오매 몸을 은신하여 보온즉 서쪽으로 가옵기에 따라가 보오니 수백여리를 가서 바위 굼그로 들어가오매 종적을 모르고 왔나이다.」
83
「아귀라 하는 짐승이 유명하여 천하 사람이 다 두려워하더니 황상이 이런 변을 보신가 싶으니 신자의 마음이 어찌 편안하리오. 네 목숨이 돌아옴은 천행이로다. 네 아무리 용맹한들 그 짐승이야 어찌 당하리오.」
85
「복원 야야는 근심치 말으소서. 소자의 재주를 잠깐 보옵소셔.」
86
언미필의 대에 내려서며 풍백을 부르니 문득 운무가 자욱하여 공중으로서 신병 정장이 무수히 내려와 검극이 서리 같고 살기 충천하더니 이윽고 천지 명낭하며 원이 채운을 타고 공중에 앉저 몸을 변하여 혹 바람도 되며 혹 구름도 되어 변화 무궁하거늘 승상이 대경 칭찬 왈
87
「네 재주를 보니 이렇듯 비범한 줄은 알지 못하였거니와 차후란 조심하라」
89
「우리 저 아희를 데리고 경성 근처에 있기 미안하고 또한 벼슬이 원하는 바가 아니니 퇴사하고 본향에 돌아가 세월을 보낼만 같지 못하다」
90
하고 즉시 상소하여 고향에 돌아와 산수를 신칙하며 농사를 다스리고 가사를 수습하니 세상에 시름 없슨 한민이 되였으니 월하에 고기 낚아 세월을 보내니 국사가 망연하더라.
91
이러구러 수년이 지난 지라. 이적의 천재 조신을 모아 치민지사를 의논하시며 고금치란을 문답하시더니 홀연 천지 아득하며 음운이 사면에 자옥하더니 남쪽에서 뇌성 같은 소리 나며 신장이 십오척이나 한 몸이 뜰에 가득하고 머리 아홉이오 빛은 오색이 영롱한 것이 정전에 내려서며 웨여 왈
92
「나는 태항산 보신동에 있는 구두장군 아귀이다. 들으니 황녀 셋이 있다 하니 나를 빌니면 시녀를 삼으리니 수이 내여주면 모르거니와 불연즉 대화(大禍)가 미칠 것이니 바삐 내여 바치라. 만일 지완하면 통명전을 함몰하리라」
93
하는 소리 천지 진동하니 황상과 만조 백관이 정신이 산난하여 아무리 할 줄 모르더니 좌장군 서경태 급히 입직군을 조발하여 갑옷 입고 비도를 들고 내다라 고성 대즐(大叱) 왈
94
「이 몹쓸 흉악한 놈아. 어찌 이런 변을 짓는가」
95
하고 칼을 들어 아귀를 치니 아귀 몸을 기우려 칼을 피하고 입을 벌리고 숨을 드리 쉬니 서경태 날리여 아귀 입으로 들어가는지라. 상이 둘의 지흠을 보시다가 대경하시어 왈
96
「짐이 여러번 전장을 지내었스되 이런 일은 보도 듣도 못하였스니 제신 중에 누가 이 짐승을 잡아 짐의 한을 씻으리오.」
98
「소장이 비록 재주가 없사오나 저것을 베어 황상께 바치리이다」
99
하고 황금 투구에 엄신갑을 입고 팔척 장창을 들고 청룡마를 놓아 내다라 웨여 왈
100
「흉적은 목을 늘리어 내 칼을 받으라.」
102
「아까는 내 숨을 드리 쉬니 모기 같은 것도 삼켰으니 지금은 숨을 내쉴 것이니 네 눈을 부릅뜨고 자세히 보라.」
103
언미필의 입을 벌리며 숨을 내 부니 세풍이며 황상과 만조 백관이 숨결에 오리나 밀리여 갔는지라. 아귀 그제야 궁중이 공허함을 보고 공주 삼 형제를 등에 얹고 달아나니라.
104
이때 황상이 제신과 한가지로 정신을 겨우 차려 환궁하시니 황후 낭낭과 각궁 비빙이 다 기절하였는지라. 겨우 정신을 정하여 살피니 공주 삼형제 다 없는지라. 창황 대경하여 황상께 이 연고를 아뢰니 상이 대경하시어 제신에게 하교하시되
105
「이런 해연한 변이 천고에 없으니 경등의 소견이 어떠하뇨」」
106
하시고 천안의 용루를 나리우시니 제신이 감히 우러러 보지 못할러라. 우승상 이우영이 탑전에 주왈
107
「전임 좌승상 김규는 제신 중 지모가 넉넉하오니 패초(牌招)하시어 문의하심이 마땅하올까 하나이다.」
108
상이 깨다르시어 조서를 내리어 김규를 패초(牌招)하시다.
109
차시 승상이 가사를 다스리며 원을 데리고 평안이 지내더니 천만의외의 사관이 조서를 가지고 왔거늘 승상이 향촉을 배설(排設)하고 조서를 받자와 보온즉 하였으되
110
「전임 좌승상에게 붙이나니 그 사이 고향에 무사한가. 짐은 불행하여 공주를 잃고 종적을 모르니 통해함을 어찌 측량하리오. 경으로 하여금 옛 벼슬을 환수하나니 바삐 올라와 고명한 소견으로 짐의 아득함을 깨닫게 하라」
111
하였더라. 승상이 견파의 사관을 후대하고 국변을 물으니 아귀 작난하던 일과 삼공주 잃은 말을 대강 고한대 승상이 불승통해하여 못내 슬퍼하며 사관을 보내고 내당에 들어와 조서 사연을 부인께 전하고 행장을 차릴 새, 원을 당부하여 원노의 종차 무사이 환경함을 이르고 길을 떠나 경성에 다다라 사은숙배하니 상이 인견하시어 왈
112
「경이 고향에 돌아감은 짐의 불명한 탓이로다. 국변이 불행하여 삼 공주를 일시에 실니하였으니 짐의 이 원을 어찌하리오. 경의 소견으로 이 일을 도모하면 평생의 원을 풀리로다.」
114
「소신에게 자식이 있습는대 창법 검술이며 사재치빙이 일세에 무쌍하여 매일 종적이 없이 디니옵기에 연고를 묻자오니 철마산에 가서 무예를 익히다가 일일은 그 산에서 아귀라 하는 짐승을 보았노라 하옵기에 믿지 아니하였습더니 과연 허언이 아닌가 싶으오니 자식을 인견하오셔 하문하심이 마땅하올까 하나이다.」
115
상이 원의 자초지종을 들으시고 갈오사대
118
「아직 성관치 못하였습고 길이 머오니 미쳐처 득달치 못하였습나이다.」
120
「황성에 올라오는 날 즉시 성관하여 입직하라」
121
하시니 승상이 퇴조하여 옛집에 돌아와 원이 오기를 기다리더니 이때 원이 부인과 노복을 거느려 황성 옛집에 돌아오니 승상이 반기고 무사히 환경함을 기뻐하더라. 이에 원을 성관을 할 새 이웃 친척이 다 모여 잔치를 배설(排設)하였더라.
122
승상이 즉시 원을 데리고 궐내에 사은하온대 상이 원을 보시니 신장이 구척이오 곰의 등의 일히 허리오 잔나비 팔이라. 용모는 헌앙하고 심중에 천지 조화를 품었으니 진즉 영웅 호걸이오 세상 귀남자라. 상이 한 번 보시고 정신이 황홀하시어 승상에게 왈
123
「경이 저런 영자를 두었시니 경의 덕이오 짐의 복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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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귀를 보았다 하니 자초지종을 자세히 고하라.」
127
「신이 철마산에 가서 무예를 연습하옵더니 일일은 대풍이 일어나는 중 여차여차한 짐승이 여차 삼인을 등에 얹고 가옵거늘 황망이 칼로 치오나 하수할 수 없으와 피신하여 보오니 아홉 입으로 온갓 조화를 부리더니 서쪽으로 향하거늘 따라가오니 너른 바위와 그 가운데 팔구간이나 한 굴이 있습더니 그리로 들어가오니 그 심천을 알지 못하여 집으로 돌아왔습더니 국가에 이런 변괴 있을 즉 어찌 뜻하였스리잇가.」
129
「장하다 차언이여. 짐은 입직 장졸 오천여인으로도 당치 못하여 장수 하나를 죽이고 만조 제신을 죽일 뻔하였더니 너는 단독 일신이 물리치니 고금에 없슨 장수로다. 너를 두었으니 어찌 천하사를 걱정하며 공주 찾기를 근심하리오. 네 힘을 다하여 공주를 찾아 천륜을 온전케 하라.」
131
「신이 비록 재주 없으오나 지혈에 들어가 아귀를 죽이고 삼 공주를 평안이 뫼시리이다.」
132
상이 대희하시어 만조백관을 통명전에 모으시고 김원을 배하야 천하 병마도총독을 하이시니 승상부재 불감사사하는지라. 상이 불윤하시고 평소장군 강문추로 부원수를 삼아 왈
133
「군사 오만을 거느려 원수의 지휘를 어그럿지 말라」
135
이튼날 원수 장대에 높이 앉자 하령 왈
136
「제장군졸이 만일 령을 태만이 하는 자 있으면 베이리라.」
137
제장군졸이 원수의 령을 듣고 아니 두려하리 없더라. 즉일 행군 출사할새 천자ㅣ 시신을 거느려 전송하실 새 수이 성공하여 무사이 돌아옴을 당부하시고 행진을 살펴 보시니 방포일성의 대대로 인매 제제히 나가니 검극이 일색을 가리우고 정기 표일한지라. 상이 칭찬 왈
138
「원수의 행군을 보니 옛날 초패왕이라도 밋지 못하리로다 하시고 환궁하시니라.」
139
원수가 행군하신지 이십여일만에 철마산에 이르러 지혈을 에워 결진하고 강문추를 불러 하령하되 우양을 많이 잡아 제물을 정히 장만하여 제문 지어 제를 할 새 제문에 가라시대
140
「모년 모월 모일에 대명 대사마 대장군 병마도총독 대원수 김원은 백배 돈수하고 천지 신령과 명산대천과 후토부인께 아뢰나니 국운이 불행하여 삼공주를 아귀라 하는 짐승에게 일사와 천자가 주야 침식이 불안하시어 나로 하여금 아귀를 잡아 천하의 부끄러움을 설하고 천륜을 온전케 하라 하시고 전전불매하시매 이 산이 명국 땅이오 지어 신령도 명국 신령이라. 국운을 위하여 어찌 돕지 아니리오. 복원 신령후토는 크게 도와 성공케 하시고 인명이 상치 말게 하소셔. 상향.」
141
읽기를 다하고 제를 파한 후 장정군 오백을 바 갈과 칡을 뷔여 큰 둥우리를 만들고 네 귀에 줄을 달아놓고 인하여 대연을 배설(排設)하여 제장 군졸로 종일 잔추ㅣ하고 부장 강문추를 불러 당부하여 왈
142
「내 지혈에 들어간 후는 장졸이 그대 장중 있는 것이니 그대 친히 구멍가에 서고 줄을 차차 늘리우되 만일 들어가다가 무슨 연고가 있으면 방울소리로 통할 것이니 급급히 올리라. 만일 내 령을 어기온 자 있으면 반드시 처참하리라.」
143
원수, 둥우리에 안고 강문추에게 당부 왈
144
「만일 령대로 아니하면 국체 그릇될 것이니 한편 방울소리 들리거든 차차 드리우고 네 줄 방울이 다 소리가 나거든 급히 낚아 올리라. 가르침을 잊지 말라.」
145
당부하고 지혈을 향하여 수일을 들어가더니 한 곳에 다다르니 천지 명랑하고 일월이 조요한대 남편 구석에로 돌문이 잠기었고 문 위에 현판을 썼으되
146
「대명 대사마 대원수 김원이 이 문을 열리라」」
147
하였더라. 원이 대경대희하여 돌문을 열치니 열리지 아니하고 석함이 놓였는대 그 위에 황금 대교로 썼으되
149
하였더라. 원수ㅣ 대희하여 석함을 열어 보니 자금 일월 용봉투구와 황사자 보신갑과 오척 보검과 천서 세 권이 있거늘 첫 권은 상통천문하고 하찰지리하는지라. 보는 즉시 시험하여 한 가지 어긴 바 없고 제 이권은 천하 인명지다소를 지척의 사람 혜다시 자세하고 셋째권은 적진을 멀리 바라보면 적진 동정을 낫낫치 탐지하여 고한다시 자세하고 적장지수한과 기치병기와 군향다소를 알며 남의 모략을 익이 보던드시 알고 그 책 삼권을 안상에 펴놓고 앉즈시면 적장의 모략이 삼군의 지나도 감히 앞에와 용납지 못하고 적진 군사의 무리 천병 만마라도 개암이 같이 안슬푸게 뵈고 그 책 가운대 부채 하나가 끼였는대 형용이 큰 손바닥에 지나지 못하고 무게는 백지 삼절에 지나지 못하니 이름은 흥미선이오 저 산호채는 외오돌녀 올히 치면서 초패왕이라도 동한듯이 땅에 붙어 떨어지지 아니하고 또 저미선으로는 태산을 부처도 티끌같이 날리이고 딴 부채를 들어 사방을 가라치면 운무 자옥하고 사해 용왕과 오방신장이 무수히 내려와 청녕하고 전장을 당하면 부채를 높이 들어 적진을 향하여 한번 부치면 만경창파라도 일시에 허여지나니 어찌 중보가 아니리오.
150
원수가 견파에 대희하여 즉시 산호채를 좌수에 쥐고 외오 둘러 아로히 치니 두 동자가 일시에 땅으로 부터 수족을 놀리지 못하고 거의 죽게 되거늘 원수는 그 신통함을 십분 다행하여 두 동자에게 왈
151
「나는 대명국 대사마 도원수 김원이러이 황명을 받자와 이 곳이 들어와 아귀를 잡아 죽이고 삼위 공주를 뫼와가려 하되 지혈이 험하여 동셔를 불분하니 심중에의 괴아함이 무궁하더니 만행으로 선동을 만나 일월같은 보배를 었으니 족히 근심을 잊을지라. 선동은 여 두가지를 내게 허하면 모진 아귀를 잡고 공주를 평안이 뫼와 불충을 면할 것이오. 만일 허락치 아니면 대사가 그릇될 것이니 십분 생각하라.」
153
「소동 등이 이 보배를 가지고 선생을 기다련지 오래오니 복원 선생은 소동 등을 풀어 주소셔.」
154
원수, 양동의 말을 들으매 대희하여 즉시 우수의 채를 들어 올히 둘러 외오 치니 두 동자가 즉시 떨어져 재배 왈
155
「선생은 중지에 평안이 다녀가소셔. 후일 다시 보사이다.」
156
언필의 두어 거름 나가더니 인하여 간듸 없는지라. 원수ㅣ 선동이 도은줄 알고 공중을 향하여 무수이 사례하고 갑주와 여러가지 보배를 가지고 사면을 바라보아 심사가 울울하여 반황하더니 황연이 깨다라 천서를 여러보니 기셔에 왈
157
「심신이 삭막한때 이 글을 보면 심사가 헌출하고 변신하기를 임의로 하라니 갈충보국하라」」
158
하였거늘 그 책을 다 읽으니 세상의 모를 것이 없고 온갓 일이 마음대로 틀리는 것이 없는지라.
159
책을 덮고 한편을 보니 큰 산이 있으되 수목이 참천하고 백홰 만발한대 난봉공작과 앵구 두견이 쌍쌍이 왕내하여 속객을 반기는 듯 객의 수심을 돕는 듯한지라. 생각하되
160
「저 안에 경개 절승한가 싶으니 깊이 들어가며 구경하고 아귀의 종적을 살피리라」
161
하고 전전촌촌이 들어가더이 서편에 사람 왕내한 자취가 있거늘 반가이 여겨 점점 들어가니 완연한 큰 길이 있으되 좌우의 기화이초를 주줄이 더폇고 그 안에 큰 궁전이 있으니 금광이 찬난하고 가까이 나아가 보니 이층 삼문이 있는대 현판에 황금대자로 썼으되
165
하고 몸을 돌이켜 한 편 동산 수목 사이에 은신하여 좌우동정을 살피더니
166
이윽고 한 녹의홍상한 여자 무슨 그릇을 옆에 끼고 나오거늘 자세히 보니 철마산에서 보던 여자 같은지라. 심중에 의혹하여 몸을 감초아 그 여자의 뒤를 따라 가보니 그 여자는 동편 시내가에서 그릇을 내려놓고 한숨 지우고 안즈며 하늘께 빌어 갈오대
167
「명천과 일월 성신이 하림하시어 극진이 살피소셔. 생전의 부모를 다시 보게 하옵소셔」
168
하고 피 무든 수건을 빨거늘 원수ㅣ 생각하되 철마산에서 아귀게 잡혀오던 공주인가 싶으니 진위를 물으리라 하여 몸을 나작이 하여 냇가에 나아가 예배하고 가로대
169
「행인이 목이 마르니 한 그릇 물을 빌릴실가 하노라.」
171
「그대 복색을 보니 중국사람인가 싶으니 무슨 연고로 이런 험처에 들어와 계시니잇고.」
173
「과연 중국사람으로서 과거 보라 가다가 길을 잘못들어 왔사오니 나를 중국사람인 줄 어찌 알으시나니잇가.」
175
「비인은 대명 황제 여자이러니 팔자가 기박하여 흉악한 아귀에게 잡히여 들어와 이런 흉한 욕을 받으니 벌써 죽고자 하나 완명이 천행으로 사랏다가 부모를 다시 뵈옵고 그날 죽어도 한이 없을가 하나이다.」
176
인하여 슬퍼함을 마지 아니하거늘 그제야 공쥔줄 알고 복지주왈
177
「신은 대멍국 도원수 김원이옵더니 황명을 받자와 아귀를 잡아 죽이고 공주 삼위를 뫼시려 이곳에 이르럿사오니 저놈의 행동거지를 자세히 살피오셔 대사를 성공케 하소셔.」
178
공주, 이 말을 듣고 차경차희하여 정신을 수습지 못하다가 양구의 답왈
179
「진실로 이 같을진대 천일을 다시 보려니와 장군의 재주는 어떠한지 모르거니와 저놈의 조화가 무궁하니 어찌 제어하리오.」
181
「아모커나 변신을 할 것이니 놀라지 말으시고 소장의 변신한 것을 은밀하게 가져다가 그놈의 진위를 살피게 수건에 싸 드려 가소셔」
182
하고 즉시 몸을 흔를어 변하여 적은 주먹만한 수박이 되거늘 행여 수문장졸이 알가 두려 넌즈시 수건에 싸 옆에 끼고 대아문에 다다르니 수문장이 군사를 불러 분부하되 대장군 분부에 아무 시녀라도 중문 출입에 몸을 뒤여보라 하여 계시니 녕대로 출입을 자세히 살피라 하니 문졸이 일시에 청녕하고 다라드러 몸을 뒤랴 하거늘 공주는 그릇을 땅에 놓고 홍상을 떨쳐 갈오대
183
「빨래 하러 나온 시녀가 무슨 것이 몸에 있으리라 하는가.」
184
수문장이 아무것도 없음을 보고 들어가라 하거늘, 공주 그제야 그릇을 옆에 끼고 안으로 들어가 아귀 자는 협실에 놓거늘 원수ㅣ 그제야 본형을 내여 문틈으로 여어보니 아귀 손에 비수를 들고 머리를 동히고 신음하는 소리 우레 갓고 아홉 입으로 숨쉬는 바람이 방문이 개폐하니 철마산에서 보더니도곤 웅장함이 더하더라. 이놈이 비록 흉악하나 비인 비수 비귀라. 신낭이 없어 음양을 모르는지라. 상하 여인을 도적하여 시녀를 삼아 좌우와 거처에 위풍만 뵈려 하고 여자를 도적하여 두고 부리니 여인이 삼천여명이오 나졸이 수십만이라. 위엄이 제후국에서 더하더라. 좌우 궁전을 돌아보니 서편 마구에 준마 천여필이 매였고 동편 곳집에 금은 보화가 무수히 쌓였으니 천하의 이름 없는 은근한 치국지귀라. 원수ㅣ 심중에 혜오대 이놈을 세상에 머물러 두면 천하의 큰 근심이 되리라. 백계로 생각하다가 홀연 깨다라 공주께 주왈 독한 술을 많이 빚어 좋은 안주를 장만하여야 계교를 베풀니이다. 삼 공주ㅣ 여러 여자를 데리고 약속을 정한 후에 십여일이 지나매 원수ㅣ 여러 여자를 청하여 여차여차하게 계교를 갖추고 기다리라.
185
이때 아귀 칼에 상한 대골이 적이 나으니 모든 시녀를 불러 왈
186
「내 병이 잠간 나으니 사오일 후 세상에 나가 남두성을 잡아 죽여 내 분한을 풀니라. 너희는 나를 위하여 마음을 위로하라.」
187
여자 등이 차언을 듣고 대희하여 각각 호주성찬을 가지고 권하여 왈
188
「대왕의 창처가 나으시면 첩등의 복인가 하나이다. 수이 차도를 었사오면 남두성 잡기야 무슨 근심하리오. 주찬을 대령하였사오니 진식하오셔 첩 등의 우러는 마음을 즐겁게 하소셔.」
189
아귀 차언을 듣고 가져오라 하거늘 여러 여자가 일시에 한 그릇식 드리니 아홉닙으로 권하는 대로 먹으니 그 수를 아지 못할러라. 술이 반취하매 여러 여자가 거짓 위로왈
190
「장군은 잠간 잠을 들어 아픔을 잊으소서.」
191
아귀 하는 말을 듣고 잠을 들려하거늘 말재 공주가 곁에 앉자 왈
192
「보검을 놓고 잠을 들으소셔. 취중에 보검이 한 번 두루치면 잔명이 무죄히 상할가 하나이다.」
194
「장수ㅣ 잠을 드나 칼을 어찌 손에 놓으리오마는 혹 실수함이 있을가 하노니 그 말이 고이치 아니하니 밧아 머리맡에 세워 두라」
195
하고 주거늘 공주가 놓고 잠들기를 기다리더니 잠을 깁히 들거늘 비수를 가지고 협실로 나와 원수에게 잠들믈 이르고 한가지로 후원에 이르러 큰 기동을 가라처 왈
196
「원수의 칼로 저 기동을 처 보소셔.」
197
원수 즉시 비수를 들어 기동을 허니 반은 부러지는지라. 공주 대경왈
198
「만일 그 칼로 하수하더면 성사도 못하고 대홰 미츨낫다.」
199
아귀 쓰던 비수로 기동을 치니 석은 풀 부허지 듯하는지라. 심중에 대열하여 공주와 한가지로 아귀 자는 방에 이르러 문을 가만이 열고 들어가 공주에게 왈
200
「매온 재를 준비하였다가 아귀 구두를 다 버혀 나려지거든 즉시 재로 왼몸에 뿌리소서.」
201
약속을 정하고 비수를 메고 아귀아 대호하여 부르니 아귀 잠을 미처 깨지 못하여 기지게 혈 제 자세히 보니 왼몸에 비늘이 돋혔는지라. 저놈의 잠 깨지 못함을 보고 칼을 들어 구두를 치니 아귀의 구뒤 일시에 떨어지니 여러 여자가 일시에 재를 끼치니 아귄들 제 어찌하리오. 머리 없는 등신이 일떠나며 대들보를 받드니 들보가 부러지는지라. 한 식경이나 작난하다가 걱꾸러지거늘 공주 등이 아귀 죽음을 보고 치하분분하더라.
202
시위 제장 소아귀들이 장수 죽음을 알고 병기를 갖추고 군사를 거느려 원을 찾거늘, 원수 그제야 장중 두목 소아귀를 보니 신장이 구척이오 머리에 쌍봉 자금투구를 쓰고 몸에 엄신갑을 입고 팔척 장창을 들었으니 풍채 늠늠한지라. 아귀는 요술로 죽엿거니와 이놈은 대적키 어려우니 즉시 자금 용봉투구를 쓰고 황금대자 보신갑을 입고 비수를 들고 마구에 있는 으뜸 준마를 타고 나는가시 내다라 대진하니 소아귀 양구히 보다가 웨여 왈
203
「너는 하인이건대 무슨 원수로 나의 대장을 죽였는가. 빨리 목을 느리혀 나의 창을 밧으라. 이제 너를 죽여 우리 대장의 원수를 갚으리라.」
205
「나는 대명 대사마 대장군 천하 병마도충독 대원수 김원이러니 이제 황칙을 받자와 아귀를 죽이고 삼 공주를 뫼셔 오라 하시니 내 네 장수를 죽엿거든 너희만 것이야 초개나 다를 소냐.」
206
언필의 나는가시 달려드니 소아귀 대적하여 오십여합을 싸호대 불분승부라. 원수ㅣ 정신을 가다듬어 또 오십여합을 싸우더니 원수ㅣ 칼을 안장에 걸고 산호채를 좌수에 들어 외오 둘러 올히 치니 아귀무리 땅에 붙어 떨어지지 아니하거늘 아귀 놀라 말에서 내리려 하더니 발이 안장에 붙어 아니 떨어지는지라. 원수ㅣ 칼을 들어 그 아귀를 다 죽이니 소아귀 또 달려들거늘 기세를 타 좌충우돌하니 추풍의 낙엽 같더라. 돌처 나오려 하니 문직흰 장수ㅣ 또 대적하거늘 그런 것들은 칼을 한번 두르매 썩은 풀 부허지듯하니 죽엄이 뫼 같고 피 흘러 내가 되엿더라.
207
원수, 심신을 정히하고 공주를 뫼시고 두루 살펴보니 사면 고집에 즐비한 보배와 여색이 무수하거늘 끄어내여 놓고 누각을 보니 삼사층 별당이 삿삿치 잇고 보패를 얼것이니 산호 기동이며 청석마루와 유리벽이며 호박주초의 백옥대를 무우며 용린 기와의 수정념을 달았으며 서기 반공에 어리고 사치 장려함을 다 기록지 못하리라. 공주와 모든 여자들이 원수께 사례왈
208
「팔자가 기박하여 부모를 이별하고 아귀에게 잡혀 무주고혼이 될러니 원수의 양춘혜택으로 다시 천일지하의 부모를 상봉케 되오니 은혜 백골난망이란 말은 유속헐후하여이다.」
210
「공주의 넓으신 덕으로 아귀를 죽이고 이런 흉처를 무사이 면케 하오니 황은을 저버지 아니로소이다」
211
하고 그 동천을 다 불지르고 공주와 모든 여자들을 데리고 둥우리로 나아가 갈오대
212
「삼위 공주는 둥우리에 오르소셔. 황상의 기다리심이 일각이 삼추 같사오니 모로미 수이 오르시고 둥우리를 나려보내시면 모든 여자들을 내여 보내고 신은 나종 올라 가리이다.」
214
「원수ㅣ 큰 공을 세워 잔명을 보전하였시니 먼저 올라가시면 우리는 종차 올라가리이다.」
216
「신은 신재라. 공이 무어시완대 어찌 감히 먼저 올라가리잇가. 낭낭은 바삐 오르소셔.」
218
「먼저 오르소셔 한 뜻은 뒷 근심이 있을까 함이오니 그리면 장군과 한가지로 가사이다.」
219
원수, 대경불청하니 할일없어 모든 여자를 분배하여 가지고 방울을 이시에 흔드니 지혈 직흰 군사의 방울소래를 듣고 일시에 줄을 다리여 지혈 밖에 올리매 공주를 막차의 안돈하게 하고 다시 둥우리를 나리올새
221
「이제 김원이 지혈에 들어가 대공을 이루고 공주를 뫼셔 내었으니 경사에 돌아가면 일등공신이 될 것이오 나는 표하여 아뢸 공이 없으니 차라리 원을 지혈에서 나오지 못하여 죽게 하고 저의 공을 이슬만 같지 못하다」
222
하고 심복의 군사를 불러 여차여차 하라 약속을 한 후 둥우리를 나리우다가 군사가 그 줄을 놓아버리거늘 문추가 놀라는 체 하며 공주께 주왈
223
「큰 변이 났나이다. 지혈의 둥우리을 조심하여 나리옵더니 그 속에서 찬바람이 일어나며 사슬을 잡아 다뢰니 군사들이 견디지 못하여 놓아버렸나이다」
224
하거늘 공주와 모든 여자들이 제 놀라며 간담이 떨아지는지라. 대경통곡하다가 말째공주가 첫공주께 고왈
225
「일이 여차하니 빨리 급급히 경사에 올라가 황상께 이 연유를 고하여 다시 둥우리를 준비하여 김원수를 구하여내미 옳을가 하나이다.」
227
「김원이 그때가지 살아 있을 줄을 어찌 알리요.」
228
눈물을 흘리며 금덩에 올라 모든 여자를 거나려 황성으로 행하니 문추ㅣ 군사를 분부하여 흙과 돌을 수운하여 지혈을 메우니라.
229
이때 원수, 삼 공주를 먼저 보내고 다시 둥우리 내리기를 기다리더니 둥우리 떨어지며 이윽고 흙과 돌이 무수히 나리거늘, 원수 대경왈
230
「이는 반드시 내 공을 꺼려 나를 해하려 하는 자가 있도다」
232
「명국 대원수 김원이 황명을 받드와 지혈에 들어와 아귀를 소멸하고 공주와 수다 여자를 구하여 낸 연후에 나중에 나가려 하였더니 천만의외에 변을 만나 다시 성상과 부모를 뵈옵지 못하고 이곳에서 죽게 되오니 창천은 살피소서」
233
하며 통곡하니 수운이 적막하고 두견은 슬피 울어 불여귀 하는 소리가 사람의 간장을 녹이더라.
234
차설 공주의 일행이 여러날만에 황성에 득달하니 성내 백성과 혹 여자 잃은 사람들이 이 소문을 듣고 불원천리하고 사방으로 모여드니 성중이 분분하여 반기며 우는 소리가 많더라. 삼공주ㅣ 바로 대궐의 들어가매 상과 휘 공주의 손을 잡고 반기며 울으시니 옥뉘 쌍행하며 육궁비빙과 삼천궁녀들이 반가움을 이기지 못하여 서로 붙들고 통곡하니 도로혀 상사는 집 같더라. 상과 휘 마음을 진정하시어 공주에게 지낸 고상을 물으신대 공주ㅣ 눈물을 거두고 당초 아귀에게 잡혀갈 때 산에서 소년 만나던 일이며 지혈에 들어가 시녀로 부리던 일이며 냇가에 피묻은 수건 바다가 김원수 만나든 일과 홍깁선 부치던 일이며 둥우리 타고 올라온 후, 군사가 사슬을 놓아 김원이 나오지 못한 연유를 다 아뢰니 상이 대경하시어 차탄하시며 즉시 강문추와 정량을 명초하여 빨리 지혈에 나아가 김원을 구하여 내라 하시니 이인이 성지를 받자와 지혈에 나아가 본즉 지혈이 벌써 막혔고 종적을 알 길이 없는지라.
235
도로 돌아와 이 사연을 이뢰니 상이 더옥 놀라시며 참혹히 여기시어 문무 백관을 모하 의논하신대 우승상 송방이 주왈
236
「신은 생각하오니 김원의 공을 꺼려 해코져 하는 자가 있어 지혈을 메운가 싶으오니 문추와 사슬을 놓든 군사를 국문하시면 진위를 아올까 하나이다.」
237
상이 올히 여기시어 친국을 배설(排設)하시고 문추와 군사를 엄형으로 물으시니 천위 뇌정 같은지라. 어찌 감히 기망하리오. 불하일장의 자초지종을 낫낫치 승복하니, 문추 또한 할일없어 지만하니 상이 통해하시어 문추와 군사 등을 다 처참하시고 승상 김규를 입시하라 하시어 위로왈
238
「경의 아들이 나라을 위하여 사지에 들어가 공주를 구하였거늘 짐은 불명하여 원수를 보지 못하고 그 종적을 모르니 경을 봄이 어찌 부끄그럽지 아니하리오.」
239
승상이 간장 녹는 듯하나 군신직책의 사색을 낫토지 못하여 복지 주왈
240
「신이 대대로 국은을 입사와 갚사올 바를 만일이라도 어찌 못하였더니 이제 천한 자식이 황명으로 국사에 죽사오니 도리어 영행하온지라. 성교 여차하오시니 황공하옴을 이기지 못하올소이다.」
241
상이 재삼 위로하시고 내전에 들어가 이 사연을 전하시니 황후와 삼공주ㅣ 문추를 만만 통한하며 원수를 차탄하다가 말재 공주가 복지 주왈
242
「신첩의 형제는 김원 곧 아니면 다시 천안을 뵈옵지 못할 것이어늘 첩 등은 살아 돌아오고 김원의 사생을 모로오니 어찌 심규에 안연하여 은혜갑기를 생각지 아니하면 이는 배은망덕하는 불의 무문지인이라. 신첩이 지혈에 나올제 김원과 언어를 상통하고 내외를 불분하고 심중의 삼종지의를 맺었사오니 듣자오니 김원의 부모는 다른 자녀 없고 혈혈무의하다 하오니 첩 등이 원컨대 원의 부모로 고식지려를 차려 봉양하여 하나의 여자의 절개를 온전이 하고 둘재는 저의 은혜를 표하고 지내옵다가 원이 살아 돌아오면 천행이오 불연즉 또한 첩의 팔자이오니 복원 황야는 윤종하심을 바라나이다.」
243
상이 청파의 그 청고한 절개와 정대한 의리를 감동하시어 즉시 김규를 패초하여 이 사연을 하교하시고 공주를 명하여 구고지례를 행하라 하시니 불승감격하여 천은을 숙사하고 공주와 한가지로 본부에 돌아와 별당에 처소를 정하니 공주ㅣ 원수의 사생을 모로난고로 금패를 그르고 순색의복으로 승상 부부에게 효성을 극진이 하니 승상 부부가 공주의 성효를 감동하여 슬픈 마음을 적이 잊었더라.
244
차설 원수ㅣ 슬픈 마음을 진정하여 전정을 헤아리니 이미 일이 글렀는지라. 산천을 구경하며 거처없이 가더니 한 높은 나무에 한 소년이 달려 있거늘 놀라 그 맨 것을 끌러 놓고 자세히 보니 금훼 천관에 청사도복을 입었시니 골격이 비범하여 신선의 종류가 아니면 도인의 무리라. 십분 의아하여 그 연고를 물으니 소년이 일러 절하고 답 왈
245
「소생은 동해 용자(龍子)로 삼신산의 금강초를 캐야 가지고 돌아오옵더니 이 동중에 있는 아귀 강포하여 용궁에 들어가 크게 작난하며 생의 누의를 아스려 하거늘 부왕이 서남북 삼해 용왕을 청하여 크게 처 파하니 제 패하여 돌아오다가 이의와 생을 용자(龍子)인 줄 알고 나무에 매달은지 여러날이 되었더니 선생의 구하심을 천만 의외에 입었사오니 그 은혜는 백골난망이라. 불감하오나 높으신 성명을 들어지이다.」
247
「나는 대명국 도원수 김원이러니 황명을 받자와 이곳에 들어와 아귀를 소멸하고 공주를 먼저 보낸 후 미처 나가려 하였더니 천만의외예 사슬이 끊어지고 지혈이 메이기로 나가지 못하여 산천을 구경하다가 그대를 만나니 이 또한 일시 연분이로다.」
249
「일이 이러하면 비단 재생지은이라. 원수까지 갑하사오니 불승감격하오며 이제 인간으로 나가려 하오면 잠간 수궁에 내려가심이 좋을가 하나이다.」
251
「이 곳은 굴이라도 천지일월이 세상과 같으니 혹 나갈 길이 있으려니와 수부는 유현의 길이 다르니 진세 사람이 행할 곳이 아니라. 그대 청하는 일은 감격하나 가히 행치못하리로다.」
253
「어찌 뉴의 변화와 수궁자미를 듣지 못하신요. 생을 따라가시면 자연 인간으로 나가실 것이니 일분도 의려치 말으소셔.」
254
원수 그러이 여겨 용자(龍子)를 따라 백여리를 행하니 이 곳은 동양대해라. 용자(龍子)가 원수를 청하여 등에 업드리라 하거늘, 원수가 용자(龍子)의 등에 오르니 용자(龍子) 몸을 번드처 믈결을 헤치며 순식간에 용궁에 다다르니 일월이 명낭하고 기화이초와 주궁패궐은 운소에 표묘하여 천상 삼광과 인간 오복을 응하였으니 호중천지오 수국용궁이라. 용자(龍子)가 먼저 들어가 왕께 뵈옵고 아귀에게 잡혓던 일과 원수를 만나 구하던 일이며 원수와 한가지로 들어온 연유를 고하니 왕이 대경왈
255
「그런 줄 알았으면 내 친히 기병하여 너를 아니 구하였으랴. 그러나 은인이 왔다 하니 바삐 청하라.」
256
용자(龍子), 승명하여 원수를 청하거늘 원수ㅣ 용자(龍子)를 따라 금낙전에 들어가니 용왕이 올려 예필 좌정 후 사례 왈
257
「몹쓸 아귀를 소멸하고 돈아의 성명을 구하시니 은혜 감사하고 천고에 유전하리로소이다.」」
259
「이는 수궁의 복이오 왕의 성덕이라. 어찌 소장의 공이리오.」
260
원수의 손사함을 더욱 애중하여 대연을 배설(排設)하여 즐길새 풍악은 반공에 솟았고 배반이 낭자하여 술이 두어순배 지나매 왕이 원수의 지낸 일과 용자(龍子)를 구하여 돌아온 수말을 다 전하고
261
「장군 곧 아니면 살아돌아오기 어렵고 수궁 화근을 덜지 못하리니 이 은혜는 태산이 가볍고 하해(河海)가 옅을지라. 과인의 여식으로써 이성지합을 맺아 은혜를 갚으며 의를 맺고져 하나니 말근 의논이 어떠하뇨.」」
262
원수, 이 말을 듣고 대경하여 돈수고사왈
263
「소생은 인간의 천한 몸이오 공주는 용궁 귀인이시니 성의를 봉행치 못하리소이다.」
265
「혼인은 이성지합이오 백행지원이거늘 장군이 동방화촉을 굳이 사양하니 도로혀 장군을 위하여 취치 아니하노라.」
266
원수가 좌중 공논과 왕의 관대함을 인하여 허락하니 왕이 대희하여 길일을 택하여 납폐 친청지례를 행할새 원수ㅣ 길복을 가초와 전안을 맛고 교배를 당하여 잠간 눈을 들어 용녀(龍女)를 살펴보니 선풍옥골과 설부화용이 일지홍난이 벽파에 바혀 나며 삼오야 밝은 달은 동편에 오름 갓하여 진짓 요조숙녀요 절대가인이라. 날이 저물매 촉을 밝히고 침소에 나아갈새 옥안화용이 촉하의 더욱 찬난쇄락하니 원수ㅣ 견권하여 기쁜 마음을 깨닫지 못하여 밤이 깊으매 촉을 물리고 금침에 나아가니 원앙이 녹수를 매였으며 비취 연리지의 깃드림 같더라.
267
광음이 훌훌하여 여러 춘추가 지나매 원수ㅣ 사친지회를 금치 못하여 용녀(龍女)를 대하여 갈오대
268
「생이 인간 천인으로 부왕의 덕을 입어 귀주와 동낙하매 영귀함이 지극하나 다만 부모의 슬하를 떠난지 여러해의 사생존몰을 모르오니 이는 윤기의 폐인이라.옥주는 재삼 생각하여 수이 돌아감을 얻으면 삼가 풀을 매자 은혜를 잊지 아니리이다.」」
270
「첩이 이미 군자의 건즐을 받드런지 오래되 구고께 현알치 못하였으니 이 또한 자식의 도리 아니라. 마땅이 부왕께 엿잡고 군자의 뒤를 좆으리이다」
271
하고 이튿날 원수와 한가지로 금난전에 들어가 전후 사연을 고하고 근친할 뜻을 아뢰니 왕이 그 성효를 감동하여 쾌히 허락하고 잔치를 배설(排設)하여 전송하기를 임하였는지라.
273
「부왕이 반드시 금주보패를 주실 것이니 다 받지 말고 옥상에 놓인 연적(硯滴)을 달라하소서.」
274
원수, 그 말을 좆차 용왕께 청하여 왈
275
「금주보패는 별로 쓸 데 없으오니 다만 옥상에 놓인 연적(硯滴)을 주시면 족히 떠나는 정회를 표하시고 쓸 곳이 긴할가 하나이다.」
277
「현서는 어찌 이 보배를 아느뇨. 진실로 어렵도다. 그러나 현서의 옛 은혜와 떠나는 정의를 표하나니 부대 허소이 구지 말고 단단이 상해 지니라」
278
하고 그 연적(硯滴)을 주거늘, 원수가 받고 사례하니, 왕 왈
279
「이는 용녀(龍女)가 아는 바이니 원노의 평안이 행하라.」
280
원수는 인하여 하직하고 용녀(龍女)를 데리고 순식에 파도를 지나 육지에 내리니 황성이 만니라. 연적(硯滴)을 불러 준마 두 필을 얻어 하나씩 타고 남복을 구하여 용녀(龍女)를 입히고 중원을 향하니 산천이 안전에 번복하더라.
281
날이 저물매 점사에 들어 연적(硯滴)을 불러 석반을 준비하여 먹으니 점주놈이 이 신기함을 보고 큰 보배인 줄 알아 욕심이 계관하여 불측한 의사가 맹동하는지라. 반야의 칼을 들어 원수 잠들기를 고사하여 부지불각의 침소에 들어와 찔러 죽이고 용녀(龍女)를 해하려 하니 벌써 간데 없는지라. 원수의 신체를 치우고 연적(硯滴)을 가져 천만 행낙하더니 마참 청명을 당하여 제 분묘에 올라 연적(硯滴)을 놓고 주찬을 구하여 제를 할 새
282
이때 공주는 원수의 빈위를 배설(排設)하고 향화를 받들더니 일일은 방중에서 난데없는 괴소리가 나거늘 찾아보니 그 괴 빛이 금색이오 모양이 기이하니 사랑하여 밥먹여 기르더니 또한 청명을 당하여 공주가 제를 파하고 괴를 찾으니 그 괴 간 데 없는지라. 이 괴 도망하여 점주 제 지내는 곳에 가서 연적(硯滴)을 물어다가 공주의 앞에 놓으니 그 연적(硯滴)이 광채 찬란하고 모양이 기이하니 심상치 아닌 보배인가 하여, 공주는 그 연적(硯滴)을 가지고 대내에 들어가니 상이 보시고 신통기이하여 제신에게 반포하여 묻자온대 간의 태부 송왕이 주왈
283
「각 읍에 행관하여 찾으시면 연적(硯滴)을 잃은 사람을 알리니 차차 근본을 알리이다.」
284
상이 올히 여기시어 각 읍의 행관하니 점주가 이 소문을 듣고 반겨 보배 잃은 사연을 아뢰니, 사관이 그 놈의 성명을 묻고 보배 잃은 사연을 물으니 그 놈이 대강 속여 아뢰는지라. 사관 왈
285
「천자는 이 보배 이름과 조화를 아느냐」
286
하시니 마땅이 올라가 자세히 아뢰는 것이 올타 하여 한가지로 황성에 이르러 상께 주하니 그 놈을 잡아 드려 국문하되 아뢰되 그 이름은 연적(硯滴)이오 천만 조화 되는 연유를 아뢰니 상이 대희하여 내전에 들어가 연적(硯滴)을 불러 조화를 보니 그 속에서 선녀 하나가 나오거늘 상이 황홀경아하여 이 근본을 물으니, 선녀 대왈
287
「첩은 동해 용왕의 여자이오니 대명 도원수 김원이 아귀를 소멸하고 용자(龍子)를 구제하여 돌아올새 용왕이 사위를 삼아 인간으로 보내실 제 첩으로 한가지로 오옵더니 형주에 이르러 반야의 점주에게 원수께 해를 보옵고 첩 등을 탈취하였사오나 첩은 여러가지로 변신하와 지금 조화 중에 있사옵고, 원수의 신체는 계양산에 묻혔사오나 연명이 멀었사오니 신체를 찾으면 봉내산 구류선의 병수와 삼신산 금강초가 있사오니 그 점주 놈을 죄 주어 신체를 찾아 이 약을 시험하면 원수의 환생하기는 어렵지 아니하오니 그대로 바삐 시험하소서.」
288
상이 듣고 대희하여 외전에 나와 제신들을 모으고 점주를 엄형한 후 결박하여 사관을 압녕하여 계양산에 가서 원수의 신체를 찾아내니 신체 썩은 일이 없고 여상한지라. 금강초를 얻고 병수를 입에 드리우니 원수가 일어나 앉으며 가로대
290
사관이 전후 수말을 다하니 원수가 그제야 생각하고 사관께 연적(硯滴)을 사례하고 대연을 배설(排設)하여 즐기고 승상을 뫼셔 황성에 이르니 천재 백관을 거느려 맞을 새, 상이 원수의 손을 잡고 반기며 치하하실새 부인과 공주가 기별을 듣고 여취여광하고 신불부체하여 지향없는 사람 같더라. 공주가 부인께 고하여 원수를 경성에 가 뵈옴을 청하니 부인이 그 바쁜 마음을 헤아려 허락하니 공주는 소복을 벗고 채의를 입고 위의를 갖추어 갈때 시녀를 당부하여 금괴를 잘먹여 기르라 하고 경성으로 가니라.
291
이때 상이 승상 김규를 배하여 초공에 봉하시고 김원으로 부마로 정하는 뜻을 반포하시어 예부로 택일하여 김원으로 좌승상 겸 동백후 부마도위를 봉하시고 그 모친 유씨는 충렬부인을 봉하시다. 원수가 집에 돌아와 모친께 뵈오니 부인이 또한 비회를 금치 못하더라.
292
이때 금괴, 원수의 오심을 듣고 몸을 변하여 미인이 되여 승상 부부께 뵈온대 아무른 줄을 몰라 황황이 답배하니, 원수가 살펴보니 이 곧 용녀(龍女)라. 대경 문왈
293
「부인을 형주에서 이별한 후에 어찌 이곳에 계시니잇가.」
295
「그대 환난을 지낸 후로 몸을 변하여 공주 슬하에 의지하였습더니 원수가 생환하시매 이제야 본형으로 뵈나이다.」
297
「이러한 신기로온 재주로 어찌 그 환을 구하지 못하였느뇨.」
299
「도시 한 번 겪을 천수이니 어찌 도망하오리잇가.」
301
「우리 원아의 생환함은 다 그대의 공이니 다른 수다한 말이야 어찌 다하리오」
302
하고 인하여 대연을 배설(排設)하여 즐기더라. 이윽고 일낙서산하매 원수가 용녀(龍女)로 더불어 침소에 나아가니 금슬지락을 가히 알아라.
303
각설 예부에서 길일을 택하여 동백후와 공주 친영하시고 용녀(龍女)의 전후사를 주달하니 상이 경희하시어 용녀(龍女)로 정숙공주를 봉하시고 원수와 양공주가 환택하여 승상 부부께 뵈온후 삼인이 별당에 처하여 화촉지하의 옛날 일을 서로 말씀하며 즐기더라. 인하여 촉을 물리고 밤을 지낸 후 천자께 뵈온대 상과 황후, 사랑하심이 측량없더라. 일일은 상이 전교하여, 점주놈을 처참하라 하시고 김원으로 연왕을 봉하시니 원이 굳이 사양하여 돈수출혈하니 좌승상 왕준이 아뢰되
304
「김원수는 이미 왕작을 사양하오니 형주는 지방이 너르고 물색이 화려하며 황성이 가까우니 형주후를 봉하여지이다.」
305
상이 그 말을 좆으시어 형주후를 봉하시다. 원수는 승상 양위를 뫼시고 형주 도임하니 수토도 아름답고 민심이 순후하야 공사가 번거치 아니한지라. 두 부인으로 더불어 승상 양위를 태평으로 누리니 이른바 선기 일월이오 옥촉 건곤이러라.
306
오호라. 흥진비래는 천지의 순환한 바이라. 초공이 홀연 병이 들어 침석에 누우니 후왕과 두 공주는 주야 식음을 폐하고 시탕을 정성으로 하더니 초공이 목욕하고 상에 누워 부인과 자부 등을 불러 유언 왈
307
「세상에 빌기 어려운 것은 명이라. 생전에 자식을 못 볼가 원이러니 천행으로 죽은 자식을 다시 만나 영화 부귀로 열락하니 어찌 즐겁지 아니리오. 너무 슬퍼말라」
308
하고 엄염 기세하시니 일개 애통하더라. 충렬부인이 또한 기운이 불평하여 자부 등의 손을 잡고 인하여 별세하니 형주후와 두 부인이 애통망극하더라. 천자, 황시로 조문하사 치제하시고 초공 양위를 왕례로 장하시니 형주후는 천은을 못내 축수하더라. 선산에 안장한 후 애통함이 비길대 없더라.
309
세월이 여류하여 삼년을 지내니, 후와 양공주가 애척함을 마지 아니하더라. 정숙공주는 삼자 일녀를 두고 정숙공주는 이자 일녀를 두었시니 다 선풍도골이오 진세간 영웅이라. 빛난 영화가 원근에 진동하더라.
310
형주후, 일일은 여러 자녀를 모아 대연을 배설(排設)하고 즐길새 오시는 하여 문득 공중으로서 오색 채운이 집을 두르며 선악이 표묘한지라. 후와 용녀(龍女), 자녀등을 불러 앞에 앉치고 왈
311
「우리 인간 인연이 금일 뿐이라. 너희를 떠나니 타일(他日)에 만날 날이 있을 것이니 백세 무양하라」
313
「우리 먼저 가오니 후일에 다시 만날 때 있사올 것이니 비감치 말으시고 자녀를 거느려 평안이 지내옵소서」
314
하고 표연이 일어나 향운에 어리여 간데 없는지라. 자녀와 노복 등이 황황하더니 채운이 거두며 일기 청명하거늘 공중을 향하여 무수이 곡읍배례하니 연적(硯滴)이 또한 간 대 없는지라. 천자와 황후, 이 기별을 듣고 석사를 생각하니 비회를 금키 어려운지라. 예관을 보내여 대제 조문하시다. 삼년을 마치매 공주가 홀연 염세하시니 궁중이 소요하여 천자께 주하니 상과 휘 비감함을 측량치 못하여 예관을 보내여 삼위 합장하고 치제하시니 이것으로 볼진대 뉘 아니 신기이 여기리오. 삼년을 지낸 후 장자 해룡으로 형주후를 습봉하시고 남은 아들을 다 봉작하시니 문회 혁혁한지라. 해룡의 인덕이 무궁장원하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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