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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든 서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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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12
오장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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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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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5일 밤에 나는 병원에서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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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은 다 같은 기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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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운 줄 알지만 그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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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천황의 방송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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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에 넘치는 소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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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곧이가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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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저 병든 탕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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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어머니 앞에서 죽는 것이 부끄럽고 원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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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하루 아침 자고 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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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너무나 가슴을 터치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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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쁘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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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소용도 없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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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울면서 두 주먹을 부르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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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병원에서 뛰쳐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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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째서 날마다 뛰쳐나간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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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거리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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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거리에는, 누가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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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싱한 사람 굳건한 청년, 씩씩한 웃음이 있는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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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마다 손에 손에 깃발을 날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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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조차 없는 군중이 만세로 노래부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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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하루 아침의 가벼운 흥분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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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서울아, 나는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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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눈물없이 지날 수 없는 너의 거리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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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더욱 짐승보다 더러운 심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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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깔에 불을 켜들고 날뛰는 장사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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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니는 사람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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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 있이 먼지를 씌워주는 무슨 본부, 무슨 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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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당, 무슨 당의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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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병든 서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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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날에 네가, 이 잡놈 저 잡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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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다 술취한 놈들과 밤늦도록 어깨동무를 하다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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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다정한 서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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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밑천을 털고보면 그런 놈 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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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없는 원통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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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나라 없는 우리들 청춘의 반항은 이러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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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항이여! 반항이여! 이 얼마나 눈물나게 신명나는 일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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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서울, 사랑하는 그리고 정들은 나의 서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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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급히 병원 문에서 뛰어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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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 친 음식점, 다 썩은 구루마에 차려놓은 술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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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뭇 돼지구융같이 늘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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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끝내 더러운 거릴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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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의 뼈와 살은 이곳에서 굵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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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서울, 아름다운, 그리고 미칠 것 같은 나의 서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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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품에 아무리 춤추는 바보와 술취한 망종이 다시 끓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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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또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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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인민의 이름으로 씩씩한 새 나라를 세우려 힘쓰는 이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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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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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든 인민의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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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인민의 공통된 행복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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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얼마나 이것을 바라는 것이냐.
52
아, 인민의 힘으로 되는 새 나라
 
53
8월 15일, 9월15일,
54
아니, 삼백예순 날
55
나는 죽기가 싫다고 몸부림치면서 울겠다.
56
너희들은 모두 다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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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구석에서 자식 땜에 아주 상해버린 홀어머니만을 위하여 우는 줄 아느냐.
58
아니다. 아니다. 나는 보고 싶으다.
59
큰물이 지나간 서울의 하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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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맑게 개인 하늘에
61
젊은이의 그리는 씩씩한 꿈들이 흰구름처럼 떠도는 것을……
 
62
아름다운 서울, 사모치는, 그리고, 자랑스런 나의 서울아,
63
나라 없이 자라난 서른 해,
64
나는 고향까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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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가 길거리에 자빠져 죽는 날,
66
「그곳은 넓은 하늘과 푸른 솔밭이나 잔디 한 뼘도 없는」
67
너의 가장 번화한 거리
68
종로의 뒷골목 썩은 냄새 나는 선술집 문턱으로 알았다.
 
69
그러나 나는 이처럼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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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의 반항은 잠시 끝났다.
71
아 그동안 슬픔에 울기만 하여 이냥 질척거리는 내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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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동안 독한 술과 끝없는 비굴과 절망에 문드러진 내 쓸개
73
내 눈깔을 뽑아버리랴, 내 쓸개를 잡아떼어 길거리에 팽개치랴.
【원문】병든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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