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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염판속설(貿鹽販粟說)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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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1년
홍성민
1591년 홍성민이 정철의 당인으로 몰려 함경도 부령에 유배되었을 때 지은 작품이다. 제목인 ‘무염판속설’은 ‘소금을 바꾸어 곡식을 사다.’라는 의미이다.
1
貿鹽販粟說 무염판속설
 
 
2
謫寧城數月。囊儲盡。無以食。謀諸居人。居人有曰。
3
영성(寧城, 함경도 부령)에 유배된지 수개월만에 양식(囊儲,낭저)는 다하고 먹을 것이 없었다. 거류민에게 상의하였더니 거류민 중에 다음과 같이 말하는 자가 있었다.
 
 
4
海濱貴穀而賤鹽。胡地穀饒而鹽乏。貿海鹽販胡粟。則其直倍屣於本穀。庶可以糊君口。君無患焉。
5
바닷가는 곡식이 귀하고 소금이 천하다. 야인의 땅(胡地,호지)은 곡식이 풍부한데 소금이 부족하다. 따라서 바닷가의 소금을 사서 호지(胡地)의 곡식을 산다면 그 값은 본 곡식은 두 배에서 다섯 배가 될 것이니 거의 가히 그대의 호구지책이 될 것이니 그대의 우환이 없어질 것이다.
 
 
6
余始聞其言。以爲此商賈所爲。
7
내가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는 이 일은 장사치(商賈, 상고)나 할 바로 여겼다.
 
 
8
吾不忍爲此事。趦趄者久。
9
나는 차마 이 일을 하지 못하고 주저하고 망설인지 오래되었다.
 
 
10
及其枯腸鳴而僮僕慍。欲須臾毋死。從其計而行之。顔忸怩而心不寧矣。
11
그러나 마른 창자가 울고 동복(僮僕)이 성을 내니 잠시나마 죽지 않으려고 그 계책을 따라 행하니 얼굴이 화끈거리고 마음이 편치 못하였다.
 
 
12
於是。使小僕握數斗粟。走海濱九十里之地。貿鹽來。鹽可一斛。馱鹽斛。走北關一百二十里之外。販粟來。粟可兩斛。往來貿販。動經半月。我馬瘏矣。我僕痡矣。而我腹則庶不枵矣。
13
이에 아이 종을 시켜서 몇 말의 곡식을 가지고 바닷가 구십리 땅으로 달려가 소금을 사서 오게 하니 소금이 가히 한 섬이 되었다. 소금 한 섬을 싣고 북관 일백이십리 바깥으로 내달려 곡식을 사 오게 하니 곡식이 가히 두 섬이 되었다. 왕래하여 팔고 사니 반 달을 움직였는데, 내 말은 지치고 내 종은 병이 들었지만, 내 배는 거의 굶주리지 않았다.
 
 
14
方其乏食。擧屋皆慍。見若無人色然。
15
바야흐로 먹을 것이 결핍되면 온 집안이 모두 성을 낸다. 마치 사람의 색의 아닌 것처럼 보였다.
 
 
16
握粟以往也。戒之曰。食已盡。爾其限兩日貿鹽來。
17
곡식을 쥐어서 보낼 때에는 가르치기를, “먹을 것이 다 되었다. 너는 이틀을 기한으로 하여 소금을 사서 와라.”
 
 
18
載鹽以往也。戒之曰。飢已久。爾其作急販粟來。
19
소금을 실어 보낼 때에는 가르치기를, “기근이 이미 오래되었다. 너는 급히 곡식을 사서 오라.”
 
 
20
旣往之後。屈指計日。以待其來。
21
이미 오고 난 후에는 손가락을 꼽아 날을 헤아리고 가기를 기다렸다.
 
 
22
逮其貿粟以來。擧室之人。環斛粟以視之曰。得此粟。吾其延朝夕命矣。
23
곡식을 사가지고 왔을 때는 온 집안 사람이 한 섬 들이 곡식을 빙 둘러 보면서 하는 말이 “이 곡식을 얻었으니 내 조석으로 목숨을 연명할 것이다.”하였다.
 
 
24
火而炊之。匙而口之。則粒粒皆有味。飢腸實而枯骨肉。融融然欣欣然。聚首相慶。曰微此貿販。吾將塡於溝壑中。而自今以後。庶不爲塞外之飢鬼矣。
25
불을 피워 취사를 하고 숟가락으로 밥을 입에 넣으니 밥 알 마다 맛이 있었다. 굶주린 창자가 채워지고 마른 뼈다귀에 살이 붙으니 융융하고 흔흔하여(融融然欣欣然) 머리를 모아 서로 경하하기를 “이 사고 판매함(貿販)이 없었더라면 나는 장차 웅덩이(溝壑,구학)에 나뒹굴었을 것이다. 이제부터는 거의 변방의 굶주린 귀신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하였다.
 
 
26
始以行商爲愧。中焉以業商勞心。終焉以得食爲幸。
27
처음에는 행상을 부끄럽게 생각하였다. 중간에는 상업을 업으로 하여 노심하였다. 그러나 마침내는 득식을 하여 행운이라 여기게 된 것이다.
 
 
28
以爲得之則生。不得則死。
29
양식을 얻으면 살고 얻지 못하면 죽는 처지인지라
 
 
30
日夜望望然冀升米是獲。
31
밤낮으로 목을 빼고 쌀 한 되라도 얻기를 바라면서
 
 
32
唯恐商業之不長。
33
그저 장사를 계속하지 못할까 걱정하였으니,
 
 
34
關此心者。惟此事軀命所急。喪盡羞恥本心。
35
마음에 걸리는 것은 오직 이 한 가지 일 뿐이었다. 목숨이 급박하여 수치스럽다는 처음의 마음은 모두 잃어버리고,
 
 
36
而遷延成習。終作別樣人。
37
시간이 흐르면서 습관이 되어 마침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버렸다.
 
 
38
時時發笑自點。而笑之極。又自憐且自惜也。
39
때때로 웃음을 지으면서 스스로를 욕되게 하지만, 실컷 웃고 나면 다시 자신이 가련하고 애석한 마음이 들었다.
 
40
* 點(점) - 오점으로 여기다.
 
 
41
夫民於天地間者。惟士農商賈四而已。
42
천지 사이에서 살아가는 백성은 선비와 농사꾼, 행상과 좌상 네 종류뿐이다.
 
43
* 대개 ‘사농공상(士農工商)’을 사민(四民)이라 하는데, 이 글에서는 상인을 행상(商)과 좌상(賈)으로 나누어 ‘사농상고(士農商賈)’를 사민이라 하였다.
 
 
44
吾少也。讀聖賢書。惟道是謀。非稽古。不敢事。是爲士焉。
45
나는 젊어서 성현의 글을 읽고 오직 도(道)만을 추구하면서 옛것을 살피는 일이 아니면 감히 하지 않았으니, 이는 선비의 노릇을 한 것이었다.
 
 
46
老也。祟此口腹。惟食是謀。非販賣。無所事。是爲商焉爲賈焉。
47
이제 늘그막에 이렇게 구복(口腹)이 빌미가 되어 양식을 마련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자, 장사가 아니면 할 수 있는 일이 없게 되었으니, 이는 장사치의 노릇을 한 것이라 하겠다.
 
48
此身之所未嘗者。惟農耳。
49
이제 스스로 몸소 겪어보지 못한 일은 오직 농사뿐이다.
 
 
50
農者。守田畝。事鋤耰。含哺鼓腹。生生樂業之謂也。
51
농사꾼은 논밭을 지키면서 밭을 갈고 김을 매어 실컷 먹으면 배를 두드리고 대대로 즐겁게 살아가는 사람을 이른다.
 
52
* 함포(含哺) - 함포고복 [含哺鼓腹] 완료 실컷 먹고 배를 두드린다는 뜻으로, 먹을 것이 풍족하여 즐겁게 지냄을 이르는 말
 
 
53
白髮殘生。得罪明時。幽縶荒裔。局形縮影。寸步不得出。雖欲爲農。其可得乎。
54
백발의 노쇠한 몸으로 밝은 시대에 죄를 짓고 궁벽한 땅에 갇히고 말았으니 구속을 받아 한 걸음도 밖으로 나갈 수가 없다. 농사꾼이 되고자 한들 가능한 일이겠는가?
 
 
55
昔之爲士也。引經史。談道理。妄以身爲學聖人之徒。
56
예전에 선비 노릇을 할 적에는 경전과 사서를 끌어들이고 도덕과 이치를 이야기하며 내 자신이 성인을 배우는 사람이라고 멋대로 여겼다.
 
 
57
將欲致斯君。澤斯民。庶幾駸駸然入於三代以上之天。
58
장차 우리 임금을 성군으로 만들고 우리 백성에게 은혜를 베풀어 점점 삼대 이전의 태평시대로 바꾸어보겠노라 생각한 적도 있었다.
 
 
59
唾商賈。睨農夫。不敢置於齒牙間。而視若天淵然。
60
장사치를 보면 침을 뱉고 농사꾼을 보면 눈을 흘기며 그들의 일에 대해서는 감히 입에 담으려 하지 않았다. 선비와 장사치나 농사꾼은 마치 하늘과 땅처럼 차이가 나는 것으로 여겼다.
 
 
61
今則爲商爲賈而甘心焉。至於農則不敢望焉。
62
이제는 장사치 노릇을 하면서도 달게 여기고, 농사꾼이 되는 것은 감히 바라지도 못하는 처지가 되었다.
 
 
63
人生於世。登靑天。落溝瀆。在轉頭之頃。
64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푸른 하늘 높이 오르거나 깊은 구렁텅이 어두운 곳에 빠지는 일은 잠깐 사이에 달려 있다.
 
 
65
而身纔屈。心亦屈也。
66
몸이 굴욕을 당하면 바로 마음도 굴욕을 당하는 법이다.
 
 
67
以此身業此商。自慙也。自笑也。自憐也。自惜也。
68
이 몸이 이와 같은 장사치 노릇을 하고 있자니 스스로 부끄럽고 스스로 우습고 스스로 가련하고 스스로 애석하다.
 
 
69
而私愚成慮。有所希覬者。聖量如天。若容螻蟻。許作田巷之一農夫。
70
어리석은 내가 바라는 일은 임금님께서 하늘같이 넓은 아량으로 보잘것없는 나를 용서하여 시골의 농부가 되도록 허락해주시는 것이다.
 
 
71
則手耔耜。事耕穫。上之奉祭祀。次之供租稅。下之延軀命。
72
그렇게만 된다면 손수 씨를 뿌리고 김을 매고 밭을 갈고 추수하여 위로는 제사를 받들고 다음으로 조세를 납부하며 아래로 목숨을 부지할 것이다.
 
 
73
一物之微。亦得其所。庶可爲淸時頌德之人也。
74
그리하면 일개 이 몸도 제자리를 찾게 되어 태평성대에 성덕을 칭송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75
嗚呼。召公明農。在於治世功成之後。
76
아, 소공(召公)이 농사에 힘쓰게 된 것은 세상을 다스리고 공업을 이룩한 뒤의 일이었다.
 
 
77
而鄙人在拘縶而生。此計其亦蚩蚩之甚者也。乃敢咄咄爲之說。
78
비천한 나는 갇힌 채로 이런 일을 하였으니 그 얼마나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겠는가? 이에 감히 혀를 차면서 이렇게 말한다.
 
79
* 蚩蚩(치치) - 어리석을 치
80
* 咄咄(돌돌) – 끌끌 혀를 차다.
【원문】무염판속설(貿鹽販粟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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