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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여노정기(扶餘路程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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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2년
연안 이씨(延安 李氏)
작자의 나이 66살 때인 1802년에 지은 것으로 보이는 국문 기행가사다. 작자가 여성인데다 부여현감으로 부임하는 아들의 행차에 동행한 경험을 진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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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노정기(扶餘路程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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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경 한 글자를 어찌하여 잘못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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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세계에 내려와서 평생에 병이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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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 창 아래 누웠으니 뜻대로 하기 어렵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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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성대 꿈꾸었던가 오늘 아침 까치 소리 참으로 새롭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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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님 명령 전하는 소리 늘어지게 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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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인년(1794) 급제소리인 듯 을묘년(1795) 감관시험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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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문관 관직에 있는 아이 소식을 올리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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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는 것 얼핏 들어 봉한 내용 떼어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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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 부여현감 후보 가운데서 지명을 받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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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와 성은이야 갈수록 감축이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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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안악 영감 가문에 단비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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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이 기쁜 소식 그 더욱 뜻밖이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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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작은 읍이지만 너에게는 고향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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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도다 우리 아들 일마다 기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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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약초 얻어내서 병든 어버이 쾌차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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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바람 집안에 가득하고 시절은 삼월이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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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척은 뜰에 가득하고 철 맞춰 내리는 비 촉촉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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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꽃도 향기롭다 바람이 어떨지 이야기 나누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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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은이 거듭되니 이 소임을 피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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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뜻한 여름 초하룻날 영양으로 행차를 떠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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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척들이 기뻐하고 좋은 벗들이 축하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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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같은 허다한 하졸 조수같이 밀려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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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품 있는 좋은 말에 쌍가마를 높이 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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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바람 앞세우고 밝은 달 뒤에 두어 따르는 행렬 십리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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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에서 지르는 소리 위풍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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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듣던 소리 반갑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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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 마리 끄는 가마를 뒤에 세우니 별 수는 전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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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천 땅 오천내를 발 아래 굽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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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궁읍을 얼른 지나 우두원에서 임시로 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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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산을 잠깐 들러 옛 벗님 찾아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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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향에서 배를 탈 때 어부된 기분 즐기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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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소나무 울창하고 푸른 대나무 무성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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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삼월 거의 가고 제비 참새는 더디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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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렬 깃발에 채색 구름이요 말 발굽에 향기로운 바람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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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층 바위 맑은 계곡 몇 곳이나 지나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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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렴을 잠깐 들고 멀리 가까이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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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천도 수려하고 지세도 트였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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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십 년 막혀 있던 가슴 이제야 트이는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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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창 땅 태봉 주막 음식도 정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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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는 큰 관아라 사람 물산도 번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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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은 협곡 속이라 속리산 안줄기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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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을 다시 보니 너럭바위 더욱 좋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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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 년 떠나 있던 동생 옥성에 와 만나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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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일에 고생 많아 맑고 수려한 그 얼굴이 반백이 다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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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잡고 눈물 흘리니 마음속 쌓인 정 가슴을 덮는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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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길이 한참 남았으니 쌓인 얘기 다하겠는가 아쉬운 마음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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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렬무리 큰 숙소에 북풍이 마주 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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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 밤 밝은 달에 별들을 거느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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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연꽃 한 가지가 가냘프게 날아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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뭇 사람 우러르는 중 고갯마루에 나타날 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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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좋은 이 세계를 남에게 보이고 싶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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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하는 이들이 피곤해 하니 주막을 들러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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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 메어 끄는 말이 편하도록 영을 내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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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뒤에서 다리 떠는 일 백 배나 더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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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에서 말을 갈아 채찍질을 다시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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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석강 뱃머리가 여울을 만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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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에 모인 때를 백마강에서 없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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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은 회포 뛰어나니 신선 연분이 적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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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사 청풍전은 본 듯이 알거니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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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령재 맑은 풍경을 앉아서 보겠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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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성현 은진미륵 이제야 친히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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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경을 얼핏 보며 부여로 돌아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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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들 생글거리는 모습 범수염을 하고 선 무관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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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날에도 기묘한데 세 번을 알현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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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정 넓은 뜰에 꿀벌이 모이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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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뒤 사령 걸친 옷과 급창의 푸른 옷소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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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어진 데 헝겊 대어 기운 곳에 오색이 어리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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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현 육각 소리에 천지가 진동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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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시절 도읍이라 오히려 기풍 있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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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아 문을 크게 열고 내아로 모실 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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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정성 수양버들 그늘도 한가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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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걸음을 옮겨 대청 가운데 올라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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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중석 위에 꾸민 방을 이리저리 놓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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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잡고 앉은 후에 옛 일을 떠올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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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의 좋은 풍경 어린시절에 즐겼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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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먹여 기른 좋은 음식 싫도록 먹어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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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좋은 성덕 몇 번을 입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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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의 좋은 맛을 나이 들어 다시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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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야 술 부어라 취하도록 마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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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고조의 남궁연이 이같이 즐거웠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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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마시는 중에 내어놓은 말이 옛 감회 적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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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자년(1792) 계축년(1793) 굶주린 시절 차마 어찌 잊겠는가
84
자손 대대로 남길 귀한 유지인 것 옛글에도 있거니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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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한 동생 방에 너를 어찌 못 앉히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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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좋은 이 세계를 너에게 어찌 못 보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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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맺힌 한이 골수에 박혔으니 속마음 풀리겠는가
88
법에 따른 아내 품계를 관모 장식으로 쓴다는 말인가
89
뜬구름 같은 인생 꿈과 같으니 천당에서 만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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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의 세상이요 한스러운 얼룩고양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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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쉬이 흘러 경신(1800) 신유년(1801) 거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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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일월 이십육 일은 유학대감(남편) 회갑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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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스러운 자식 증손자에 행실 바른 지아비 지어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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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 좋고 풍년 드니 때 가장 좋다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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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도 신하 백성 생각 모두가 잔치 베풂이야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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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사람들 모시게 되면 때로 효성 적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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얹어서 주신 쌀을 예서제서 모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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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같이 떡을 하고 한강 통째로 술을 빚어 종루같이 괴어 오르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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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부를 찬 현감 아이 허리 굽혀 술잔 올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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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급제한 진사 가운데아이 따라 하면서 잔을 받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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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석하신 두 노인은 서로 돌아보시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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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에 못한 일을 자식에게 받게 되니 만고에 드물도다
103
음식 먹은 후 상 물려라 통인 급창 포식하도다
104
음력 정월 좋은 날에 고향 생각 더하더니
105
승정원 옥당 벼슬아치 수찬 교지 올리느냐
106
어와 성은이야 가지가지 망극하도다
【원문】扶餘路程記(부여노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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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11월 0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