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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곤한 조선문예계 - 「무정」 수준에서 재출발 해야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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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5.5
김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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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情[무정]」水準[수준]에서 再出發[재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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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엔 세 신문이 꾸준히 소설을 내나 신문소설은 신문소설로서의 직업적 책임이 있는 것이므로 그것이 아무리 발달한대야 그 발달 전부가 조선 문단, 조선문학의 발달이 될 수 없는 것은 물론이다. 요즘엔 이름하여 문예 잡지라 하는 것이 몇몇 있으나 아직은 문제되지 못할 정도의 것 뿐이요, 일반 잡지의 문예란이 있으나 그것을 가리켜 조선 문단의 無毫[무호]라 하기에는 너무 협소하고 음울한 존재다. 그나마 중견 측에서 한 사람이 2개월에 1편, 3․4개월에 1편 정도로 연명을 할 뿐 일반이 대망한 지 오랜 옛날의 작가들은 정말 ‘옛날 작가’ 로서 사라지고 말 셈인지 의연히 침묵들이다. 혹 침묵을 깨뜨리는 분이 있되 신문소설 아니면 역사소설뿐이다. 무엇 때문에 소설계는 이다지 침체한가? 오래 침묵을 가져왔고 요즘 역사소설로서 그 침묵에서 움직이기 시작한 金東仁[김동인] 선생에게 그것을 묻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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記[기] - 선생 자신부터 왜 오래 침묵하였고, 또 침묵을 깨뜨리신 것이 역사소설뿐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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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김] - 그럴 수밖에 없읍니다. 대체로 조선의 소설은 너무 급히 일어섰다가 넘어진 셈입니다. 春園[춘원]의 「無情[무정]」시대에서 기미년 이후의 소설들이란 너무 시간적으로 현격하게 급발달이 됐었읍니다. 그래서 민중들은 읽어도 맛을 모를 정도였읍니다. 그러나 민중은 그 맛을 알려 노력하는 한참이었는데 우리 문단은 그 발달된 문학을 발달된 그대로 민중에게 알리려 마주 노력은 하지 않고 도리어 방해를 했읍니다. 얼른 예를 들면 프로문학이 그 방해자의 하나였고 춘원 같은 이도 그 방해자의 하나였다고 봅니다. 춘원은 「무정」으로 조선의 신소설을 확실한 제일보를 내어딛게 했으면서도 제이보적 작품을 쓰지 못하고 「再生[재생]」이니 「許生傳[허생전]」이니 하는 「무정」보다 떨어지는 작품을 쓰기 시작하여 민중을 다시 「무정」이하 수준으로 끌고 내려갔읍니다. 그래서 조선 소설은 갑자기 불쑥 솟았다가 먼저 섰던 수준보다 더 낮은 데로 떨어지고 말았지요. 그러니까 독자들이 다시 「무정」수준을 거쳐 가지고 좀더 기어 올라오기를 기다린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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記[기] - 지금의 조선 소설 수준은 어떻게 보십니까? 「무정」수준을 ‘표준’ 하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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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김] - 그저 「無情[무정]」수준에 있다고 봅니다. 몇몇 작가들이 훨씬 그 수준에서 헤어 올라 단편들을 꾸준히 쓰나 그것은 역시 그 작가 서재의 수준이요, 전 조선의 수준은 아닙니다. 그런 서재 수준의 작품을 맛을 알고 보는 독자는 아마 조선 사람 천만 명에 백 명이나 될까요? 그러니 우리가 조선 문학을 운운할 때는 그 백 명의 독자는 무시하지 않을 수 없읍니다. 그러니까 아직도 역사소설들을 쓰는 뜻이 거기 있고 또 요즘은 위에서 말한 그런 방해들이 없으니 조선문학은 「무정」수준에서 재출발을 해가지고 차츰차츰 독자를 끄을고 올라가야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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記[기] - 그러면 조선서는 본격 장편 같은 것은 대망될 時機[시기]조차 요원하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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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김] - 그렇습니다. 더구나 지금 목전의 생활들이 모두 급한 판인데 언제 그런 遺産[유산]적인 작품에 悠遠[유원](?)할 새가 있읍니까? 시간과 정력이 있는 사람은 써도 좋겠지만 조선 소설가로 그런 행복자가 몇 있읍니까?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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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疲困[피곤]한 朝鮮藝術界[조선예술계]’ 란 글로 ‘各界[각계] 權威[권위]에게 診斷[진단]을 請[청]함’ 이란 표제가 붙어 있고 金東仁[김동인]이 기자와 인터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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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中央日報[조선중앙일보]〉, 1935.5.9)
【원문】피곤한 조선문예계 - 「무정」 수준에서 재출발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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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인(金東仁) [저자]
 
  # 조선중앙일보 [출처]
 
  1935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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