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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근(輓近) 서양 음악의 보급 발달에 반(伴)하여 음학회니 관현악이니 가극이니 하는, 전에 듣지 못하던 말이 가끔가끔 들리게 됨은 실로 경하(慶賀)하는 바이외다. 그러나 음악회라든지 가극이라는 말을 들을 때에 어떠한 것이 진정한 음악회인지 어떠한 것이 진정한 가극인지 정당하게 이해하는 이는 극히 근소(僅少)한 모양이니 이것은 한갖 주최자 측의 무이해 함과 나무랄 것이 아니라 청중의 음악성에 대한 이해와 상식이 없음을 증명하는 것이외다. 음악회에 관한 이야기이니 후일에 다시 하려니와 우선 가극에 대하여 일언(一言)할진데 근일 경향(京鄕)의 별(別)이 없이, 혹은 소녀 가극 대회니, 혹은 남녀 가극 대회니 하는 회합을 종종 볼 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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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내용을 볼진데, 가극으로서 극히 빈약하담 보다도 차라리 일종의 창가 유희라 하는 편이 가당(可當)하다 하노니 소년 남녀들이 유희, 혹은 무도(舞蹈)하며 간간이 창가와 대화를 한다고 그것을 가극이라고 생각함은 오해의 심한 자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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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극을 자의(字意)대로 해석할진대, 가(歌:음악)와 극의 결합제임은 물론이외다. 그러나 보통 연극 중에 음악을 삽용(揷用)한다고 가극이 됨은 아니며, 또 극의 대사 전부를 창가로 창한다고 가극이라 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여하간 가극이란 말이 민중에게 환영되는 이때에 우리는 적어도 “가극이란 어떠한 것인가”하는 의문에 대하여 대체의 의의만이라도 알아둘 필요가 있을 줄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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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가극을 완미(玩味)함에나 차(此)를 작(作)함에나, 또는 무대에 입(立)함에는 반드시 차(此)에 대한 예비 지식이 있어야 할지니 이 예비 지식이 부족한 결과로는 노인은 고개를 휘두르며 청년은 “가극이란 저 따위 것인가”하는 모멸의 염(念)을 가지게 되는 것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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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지금 나는 음악에 대한 통속강화(通俗講和)를 시(試)함에 임하여 제1착수로 “가극이란 어떠한 것인가?”, “진정한 가극은 무엇을 구비하여야 할까?”, “가극의 기원은 어떠하며 어떻게 발달되었나?”, “장래의 가극은 어떻게 하여야 할까?”, “가극을 어떻게 연구할까?”하는 이 몇 가지 필연의 문제에 대하여 관견(管見)을 술(述)코자 하며 동시에 가극에 대한 예비 지식을 수득(修得)함에 일조(一助)가 될까 하여 감히 졸필(拙筆)을 드는 바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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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상에서 근대 문명의 산물로 가극과 함께 유행되는 아니 서양 사교계에서는 그 이상의 아름다운 예술로 환영되는 것은 가극이올시다. 구미에서는 가극이 국가적 사업으로 보호 장려되어 도처의 도시에서는 상쟁(相爭)하여 그 융성을 자랑하고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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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극이란 말은 라틴어의 ‘오페라’란 어(語) 중에서 나온 것이니 원래의 의미는 ‘작품’이란, 곧 ‘음악상의 작품’임을 말한 것이외다. 시인 ‘뜨라이덴’이 “가극은 시적 물어(詩的 物語)를 성악과 기악으로 표현하고 배경과 장치와 무도로 장식한 것이라”고 하였으니 비록 간단은 하나마 요령을 득(得)한 설명이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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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적 서정시를 음악으로 표현하고 화미(華美)한 무대의 장식 중에 신체의 행동과 동작을 가한 것이 가극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이같이 음악과 언어와 동작을 혼연상합(渾然相合)하여 이것을 특수한 형식과 표정으로 표현하는, 소위 가극은 제타(諸他)예술 중에서 완미(玩美)키 어려운 별다른 취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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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의미로 보면 일본의 소위 ‘능악(能樂)’ ‘’ 이란 것도 가극의 일종이오, 중국 극도 가극의 성질을 대(帶)한 자 ─ 불소(不少)하며 또 우리 나라의 ‘춘향전 연의’(演義)나 ‘심청전 연의’도 훌륭한 가극의 일종이라 하겠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고대극(古代劇)들은 비록 승고 장엄한 요소는 있다 할지라도 너무도 고전적임으로서 현대의 민중에게는 공명(共鳴)되지 않는 점도 있음에 반하여 서양의 가극은 침통하고 비장하고 경쾌하고 활발한 요소를 구유(具有)하였음으로서 금일의 청년에게 애호됨도 무리가 아닐듯 하외다. 더구나 가극의 생명이 되는 음악에 대하여서도 동서의 정조(情調)와 악풍(樂風)이 상이하며 일온 진취적임에 반하여 일은 보수적이 되는고로 하필 백인(白人)의 예술만을 찬미함은 아니지오마는 가극이라 하면 서인(西人)의 가극을 표준할 수 밖에 없을 줄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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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극은 현란한 극미(極美)한 숭고한 순일(純一)한 음악과 시와 극의 종합예술임을 다시 말합니다. 이것을 그 내용과 형식에 의하여 대별(大別)할진데 2종(種)이 있으니 일은 ‘정가극(正歌劇)'이오, 일은 ‘희가극(喜歌劇)’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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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극’ 은 ‘오페라 세리아’ 라 하는 것이니 극의 내용이 정중 비장한 자이오. ‘희가극’ 은 ‘오페라 부파’라 하는 것이니 내용이 경쾌하고 골계미(滑稽美)를 대(帶)한 가극이외다. 그 뿐 아니라 정가극이라 할진데 희가극이나 보통극에서와 같이 대사라는 것을 사용하지 않고 전체를 가요로만 관철하는 점이 양자의 현격한 차이가 됩니다. ‘마담 버터플라이’(胡堞夫人)라든지 ‘라 트라비아타’(瑃姬)의 류는, 곧 정가극에 속한 자요, ‘보카치오’ , ‘세빌리아의 이발사’ , ‘천국과 지옥’ , ‘마스코네’의 류는 모두 희가극의 부문에 드는 자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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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보통으로 희가극이라 할진데 대가는 가(歌)와 가(歌)의 사이에 보통 대사가 혼용되지마는 이태리에는 대화가 없는 희가극도 있으니 이태리의 명곡 ‘세빌리아의 이발사’와 여(如)한 것이 그의 호례(好例)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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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 이 양자의 중간에 위(位)한 자로 비희가극(非喜歌劇) ‘오페라 세리아’이란 것이 있으니 이것은 정가극의 중간에 왕왕 골계미(滑稽美)를 대(帶)한 것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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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말하면 이와 같지마는 지방에 의하여 분류 방법이 상이한 일도 있습니다. 불란서에서는 정가극을 ‘대가극(大歌劇:그랜드 오페라)이라 하고 희가극을 ‘오페라커믹’이라 합니다. 또 경쾌한 음악을 사용하는 희극적 연애를 말할 때에 ‘보드뷰’라고 하는 일도 있습니다. 그러나 독일에서는 대가극을 말할 때에 ‘오페렛타’라 하며 또 가요극을 말할 때에는 ‘씽슈피일’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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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극계의 위인이라 할만한 독일 시인, 음악가 ‘바그너’는 자기가 창작한 신곡(新曲)에 대하여 가극이라 하지 않고 ‘악극(樂劇)’ 곧 ‘뮤직 드라마’라고 하였으며 영국에서는 역시 불란서와 같이 ‘그랜드 오페라’와 ‘커믹 오페라’의 2종으로 분류합니다. 그러면 가령 지금 우리가 대사로써 대체를 구성한 소극(笑劇) 중에 간혹 창가와 음악과 무도를 교입(交入)한다고 할진데 그것을 가극이나 희가극이라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일본인이 말하는 것과 같이 ‘뮤지컬 코메디아’ - 음악적 희극이라 할지 -라고 하는 편이 나을 듯합니다. 정가극 ‘오페라 세리아’, 희가극 ‘오페라 부파’라고 한 것은 이태리의 분류법에 의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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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태리에도 역시 종종의 명칭이 있으니 그 나라 작곡가 베르디는 자기의 작품 ‘오델로’란 가극을 서정 시극 ‘드라마 리리코’라고 명제하고, 또 어떤 것은 서정시 희극 ‘컴메디아 리리카’라고 한 일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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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국(國)과 인(人)에 의하여 다종다양의 명칭을 붙이기는 했지마는 하여간 정가극이나 희가극 중에 들지 못하는 것은 절대로 가극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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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희가극과 상사(相似)한 자로 ‘멜로 드라마’란 것이 있으니 이것은 문학상에서 변화가 많은 자극을 위주한 극을 운(云)하는 그것이 아니오, 음악상으로는 가극의 곡 중에 반주하는 음악이 희가극 보다는 일층 협소한 형식으로 제한된 것을 지칭함이니, 곧 대사의 사이에 일정한 곡조를 치(置)하여 차(此)에 의하여 반주하는 것을 말함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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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정가극이고 희가극이고 일종의 가극됨은 물론이외다. 지금 가극의 음악적 표현법에 취(就)하여 말할진데 성악과 기악의 2종이 있으니, 성악이라 함은 인성(人聲)의 음악이오, 기악이라 함은 악기의 음악을 말함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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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악에는 하기(下記)한 6개의 부분이 있으니 여성(女聲)은 고(高)하고 남성(男聲)은 저(低)함이 통칙(通則)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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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도(上圖) 중 고음 3부는 여성(女聲)의 구역이오, 저음 3부는 남성(男聲)의 구역이니 이것은 가수―씽거―의 천품된 음역(音域)에 의하여 구분되는 것이외다. 최고음의 음역을 가진 가수는 아무리하더라도 중음이나 저음을 할 수 없고 저음의 가수는 인위적으로는 고음을 창(唱)할 수 없습니다. 예(例) 하자면 임배세(林培世)양의 성음(聲音)은‘소프라노’요 김형준(金亨俊)군의 성음은 ‘테너’임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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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창가하는 형식과 방법에 2종이 있습니다. 일은 독창이오, 일은 합창이외다. 독창이라 함은 남녀 각자의 1인 창을 말함이나 합창이라 할진대실로 다종다양입니다. 2인 합창, 3인 합창, 4인 합창, 일대합창(一隊合唱) 등 외에 2중창, 3중창, 4중창 등이 있고, 또 여자 합창이나 남자 합창 외에 남녀 합창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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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창은 ‘쏠로’, 2인 합창은 ‘듀엣’, 3인 합창은 ‘트리오’ 4인 합창은 ‘쿼르텟’, 5인 합창은 ‘퀸텟’, 일대 합창은 ‘코러스’라 하나니 복잡한 가극에는 7부 8부의 각이(各異)한 곡절과 각이한 가사가 일시에 제창됨으로써 각부의 가사의 의미를 해독하기는 매우 곤란합니다. 그러나 다행히 그 중간에는 일대 조화가 일어나니 이 조화를 ‘하모니’ (和聲)라 하여 청종에게 무상(無上)의 쾌감을 주는 것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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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나라의 음악에든지 모두 ‘선율’ (멜로디)이라는 것은 있습니다. 이것은 다종다양의 악음(樂音)을 지배하는 일조(一條)의 연속적 악음입니다. 그러나 화성이란 것은 오직 서양악(西洋樂)의 특유 물로서 음의 토대를 형성한 듯한 안정을 감(感)하게 하는 것은 이 화성이 있는 까닭입니다. 그러므로 화성이 없는 단조(單調)의 동양 음악은 풍전(風前)의 촉화(燭火)와 같이 안정이 되지 못하고 항상 동요되는 듯한 감을 청중에게 주기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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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등(此等)의 독창이나 합창은 형형색색의 악기로서 조성된 관현악(오케스트라)의 반주에 의하여 창(唱)함이 통례이나 간혹 악기의 반주가 없는 창법도 있으니 이것은 완성(完聲)이라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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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가극상의 음악표현은 합창보다도 독창에 고귀한 가치가 있는 것이외다. 말하자면 독창자의 표정에 의하여 감흥된 청중의 감정을, 합창은 조흥(助興)시킴에 불과하다고 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나는 위선 독창의 형식에 대하여 일언(一言)하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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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뇌 비탄의 정과 과거 추억 등의 류를 독창으로 표현할 때에는 ‘영탄조’(아리아)라는 형식을 취하며, 가극 중의 대화라고 할 만한 대사를 어(語)함과 같이 창(唱)할 때에는 '선서조’ (宣敍調 ; 레시타 에이브)란 형식을 용(用)함이 상례(常例)입니다. 이것은 ‘언어에 근(近)한 음악’ 이라 하면 알기 쉬웁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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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서조(宣敍調)는 이태리의 대발명으로 가극의 보옥(寶玉)이라 하겠으니 지금 그 기원을 다 말할 수는 없지마는 이것은 자연의 이유라고 하겠습니다. 이것을 음악의 소양이 부족한 사람이 들을 때에는 오히려 음악의 짐이 무거운 듯이 생각함도 그다지 무리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보통 독시(讀詩)보다 다소의 조자(調子)를 붙인 영시(詠詩)가 시취(詩趣)를 한층 조장(助長)함과 같이 보통 회화보다 다소의 앙양(仰揚)이 있는 낭영적(朗詠的) 회화가 청중의 감흥을 한층 환기함은 자연의 이치일 것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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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서양인으로서도 근경(近頃)에는 이 선서조의 형식을 더 한층 언어에 근사히 하려고 힘쓰는 터인즉 만일 우리 나라의 위대한 작곡가가 나서 새로운 국민 가극을 작(作)할 때에는 우리말의 음악적 기초에 입각한 신 선서조를 안출(案出)할 필요가 있을 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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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말할 것은 가극의 중요 분자인 관현악이니 이것은 가극에는 필요불가결할 것이외다. 개막할 때부터 폐막할 때까지 관현악이 무대 효과를 주출(做出)함에 노력함은 실로 용이한 일이 아니외다. 혹시는 관현악만이 활동하고 혹시는 관현악만이 사용되는 경우도 있지마는 대체로는 처음부터 끝까지 관현악이 전체로 활동하는 것이외다. 관현악의 중앙 전부(前部)에서 지휘장(指揮杖)을 휘두르는 사람은, 곧 지휘자(컨덕터)이니 그는 악대의 지휘뿐만 아니라 무대상의 가수를 지휘하는 동시에 막(幕)의 개폐도 지휘하는 중임(重任)을 맡은 자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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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관현악은 수십, 수백인이 있더라도 잘 통일되어 일개의 악기로 주악(奏樂)하는 듯이 부합하지 않으면 아니될지며 특별히 가수의 성음(聲音)을 방해하지 않도록 약소하고도 충실한 음을 내이지 않으면 아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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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현악의 생명은 통일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통일되지 못한 관현악은 가극을 파괴하는 자이니 이 의미로 볼진데 미성숙한 관현악대는 한갖 강대하고도 불충실한 음을 발(發)하여 무대 효과를 감쇄시킴에 불과할 것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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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즉 관현악 부원은 단체를 위한다는 데모크라시의 사상을 갖지 않아서는 아니됩니다. 한갖 자기의 탄주(彈奏)하는 악기의 음을 청중에게 잘들리라고 애쓰는 개인주의자가 있을진데 관현악 기물(其物)부터 충실치 못하게 되는 동시에 가극상에도 하등의 효과를 주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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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현악은 가극 배우의 후부(後部)에 부첨(附添)한 영자(影子)와 같아서 흔히는 가요의 반주로 연주되지마는 어떤 부분에서는 관현악만이 따로이 독립하여 연주하는 때가 있으니, 곧 서악(序樂), 간주악, 진행악, 무도악 등에 사용됨이 그 호례(好例)이외다. 서악이란 것은 개막하기 전에 관현악만이 연주되는 것이니 가극이라 할진데 반드시 서악(서곡)이 있어야 합니다. 다음에 간주악이란 것은 쉽게 말하면 막과 막 사이에 연주되는 것이니 서악이나 간주악은 청중의 산란한 심서(心緖)를 긴장시켜서 그 극의 공기 중으로 인도하는 일대 효과를 가진 것이외다. 그 다음에 진행곡은 가극 배우가 무대에 출입할 때나, 또 혹은 가극 중의 다수인의 행렬이나 병사의 진군이 있을 때에 사용되며 무도곡은 가극 배우가 무도할 때에 사용되나니 가사를 부(附)한 무도와 무가사(無歌詞)의 무도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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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본즉 가곡은 실로 관현악의 덕택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연쇄를 보지(保支)하고 감흥을 유지하는 것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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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극에는 음악 이외에 가사가 있어야 합니다. 무언극이 아닌 이상에는 가사야말로 극의 내용이며 골자라고 할 것이외다. 그러므로 정가극에는 이에 상응한 비장한 내용이 있어야 되며 희가극에는 이에 적당한 흥미있는 재료를 선택하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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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작가자(作歌者)가 가사를 작(作)하여 작곡자에게 줄진데 작곡자는 이것에 곡절을 붙여서 관현악으로 넘깁니다. 이것이 배우의 전습(傳習)으로 옮기어서 그것이 끝이 나면 비로소 무대에 오르게 되는 것이외다. 그러므로 작곡자는 작가자의 가사에 일의(一依)하여 영탄조라든지 선서조라든지 기타의 곡절을 부(附)하는 것이 보통이오, 자기가 작가(作歌)하고 자기가 작곡하는 일은 별로이 없나니 ‘바그너’와 같은 사람은 문학과 음악의 양자를 겸한 천재이었음을 다시금 경탄치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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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한 가지 주의할 것이 있습니다. 가사는 결코 음악의 노예가 되어서는 아니되며 도리어 가사가 가극의 골자를 형성하여야만 될 것이외다. 18세기 경에는 가극 중의 음악이 단순히 음악으로서의 미(美)를 표현함에 불과하고 극시(劇詩)의 내용과는 몰교섭(沒交涉)했습니다. 작곡가 ‘글루크’는 이 폐해를 깨닫고 가극의 음악은 극시의 의미를 강하게 하고, 또한 심하게 하지 않아서는 아니 된다고 역설하여 당시의 가극계에 혁명을 일으킨 일도 있습니다. ‘바그너’도 역시 이와 같이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다가 ‘드뷔시’에 지(至)하여는 일보를 경진하여 언어와 음악이 흉합한 예술을 창조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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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에 말한 바와 같이 가극의 형식은 실로 천변만화(千變萬化)를 극(極)하여 복잡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 일 개의 가극을 택하여 그 형식을 분해해 볼진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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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약이 필한 후에 개막―촌인(村人)들이 합창하며 금일의 결혼의 축연을 즐겨할 때에―신부가 등장하여 영탄조의 독창으로 신랑이 늦게 옴을 탄식한다―그때에 연인이 나타나자 신랑 신부는 희열이 충만하여 2부합창을 한 후 ―일동의 합창에 싸여서 교회당으로 간다―그 후에 연적(戀敵)이 출현하여 원망하는 노래를 독창한 후, 신랑 신부를 추적하려 한즉… 그 남자를 연모하던 다른 여자가 등장하여, 그만두라고 백방(百方)으로 권유하여―드디어 여기서 다시 2부 합창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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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순서로 독창은 합창으로 영탄조로 선서조로 2부 합창은 4부 합창으로 반복 중창되어 부절(不絶)히 무대 면이 변화하는 것이외다. 이 같은 형식의 중간에는 무도가 있고 동작이 있어서 선미(善美)한 배경 앞에는 청초한 의상을 두른 자가 미성(美聲)으로 희비를 자유자재로 표현한 것이니, 가극은 실로 각종의 자매 예술을 한테 융합해 놓은 일개의 종합예술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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