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S 여러분! 반갑습니다.    [로그인]
키워드 :
한글 
◈ 광(狂)! ◈
◇ 제 2 막 ◇
카탈로그   목차 (총 : 2권)     이전 2권 ▶마지막
1926.12
권환
1
광(狂)!
2
제2막 (제1막보다 삼년 후)
 
 
3
전등이 밝게 켜있는 장수열의 안방. 수열은 안 구석에서 벽을 기대앉아 권연을 피우고, 영숙은 전등 밑에서 바느질을 하고 있다.
 
 
4
수열   눈이 지금도 오나요?
 
5
영숙   (창문을 열어보고) 아이구, 엄청나게도 와요.
 
6
수열   (하품을 하고 기지개를 한번 켜며) 벌써 한 겨울이 되었군.
 
7
영숙   한 겨울이 뭣이예요. 지금이 언제라구.
 
 
8
(잠깐 사이 - 小間[소간])
 
 
9
수열   (담뱃불을 부치며) 박이 벌써 집으로 왔는지? 감옥서 나왔으면 곧 이리 올텐데.
 
10
영숙   박선생 말이지요. 글쎄 나오기만 하면 곧 우리 집으로 올텐데. 그렇지만 집에 들어가 텅 비어 있는 것을 볼 때는…….
 
11
수열   (가는 한숨을 쉬며) 참, 기가 막히지. (잠깐 사이 - 小間[소간]) 우제, 그 애는 건넛방에 자나요?
 
12
영숙   안자는 데요. 오늘 저녁에는 이상하게도 아직까지 안자고 놀기만 해요. 아마 저이 아버지를 기다리는 게지.
 
13
수열   글쎄요. 어쨌든 저 아이가 불쌍해.
 
14
영숙   두 말할 것 있어요. 그 어머니도 참 죄 많은 여자야.
 
 
15
대문 밖에서 뭐라고 부르는 소리가 난다.
 
 
16
영숙   누가 부르는 가봐요.
 
17
수열   (창문을 내다보더니 와락 뛰어나가며) 저게 누구요. 저게 누구요. 저게 덕세군 아니요.
 
 
18
덕세가 온 몸에 눈을 둘러쓰고 와서 마루 끝에 털벅 걸터앉는다.
 
 
19
수열   (덕세의 손을 잡고) 아, 덕세군. 자 ─ 올라오게. 응.
 
20
덕세   (숨막힌 소리로) 응응. 수열군. 수열군.
 
21
영숙   (뛰어나가서) 아니, 박선생 아니세요. 아이구. 인제야 오시구먼요. 얼른 올라오세요.
 
22
덕세   (인사 대답은 할 여가도 없다는 듯이 숨만 헐떡거리며) 여보게. 여보게. 우리 집 그이가 어디갔어. 응. 어디갔어 응.
 
23
수열   (덕세의 팔을 당기며) 자, 올라오게 조용하게 이야기 할터니.
 
24
덕세   (목매인 소리로) 아니, 못 올라가겠네. 못 올라가겠네. 나는 지금 순옥이 찾으러 가겠네. (하고 수열의 손을 뿌리친다.)
 
25
수열   (덕세의 팔목을 힘껏 당기며) 엣다. 그렇게 바쁜가. 좌우간 올라와. 이야기나 좀 해보세.
 
 
26
덕세는 마지못한 듯이 수열에게 끌려 올라온다.
 
 
27
덕세   (창문 앞에 철벅 앉아) 얼른 이야기 좀 해주게. 대관절 어디로 갔단 말인가?
 
28
수열   (고소하며) 어디로 갔으면 어쩔텐가? 그런 쓸데없는 소리 말고, 자네 아들이나 보게.
 
29
영숙이가 우제를 데리고 온다.
 
 
30
덕세   (한참동안 우제를 보더니 와락 손을 잡으며) 응. 네가 우제니. 네가 우제니? 많이도 컷구나. 응.
 
 
31
우제는 어찌된 셈인 줄도 모르고 응응 운다.
 
 
32
덕세   (한숨을 길게 쉬며) 여보게 수열군. 세상이 이렇게 야수적(野獸的)인가. 자네도 아는 바와 같이 내가 이번에 삼년 동안이나 감옥서 고생하게 된 것은 전혀 순옥이 때문이 아닌가. 제 불만없게 하려고, 저의 허영심을 채워주려고 나는 강도질까지 달게 했네. 강도질까지 했단 말일세. 그러나 저는, 저는……(벌떡 일어 나서며) 여보게. 수열군 대관절 어디로 갔는가. 응?
 
33
수열   글쎄, 나도 여태까지 천방지축으로 표류해 다니다가 5,6일 전에야 왔는데, 와서보니 내온 2,3일 전에 순옥씨가 서현율이와 같이 러시아(露西亞)로 갔다데 그려.
 
34
덕세   (어깨를 들썩추며) 러시아, 러시아. 서현율이와 러시아로 갔어.
 
35
수열   그래, 나는 자네에게 곧 편지로 아르키려 했지만, 자네가 곧 나온다함으로 그만 두었네.
 
36
영숙   (덕세를 보고) 7,8일 전에 제가 그 말 듣고 곧 댁으로 갔었지요. 가보닌깐 과연 아무도 없고, 이애 우제만 혼자 앉아 울고 있겠지요. 그래 내가 데리고 와서 박선생께서 나오시기만 기다렸지요.
 
37
덕세   (목메인 소리로) 감사합니다. 아까 오후 여섯 시나 되어 감옥에서 나와 우리 집으로 가보니 아무도 없기에 하도 이상해 이웃집에 물어보니 8,9일 전에 어디 갔다고 해요. 그래 나는 자기 친가로 가지나 않았나 했더니, 또 마침 그의 모친이 올라왔기에 물어보니 역시 온 일이 없다고 하지요.
 
38
수열   이게 모다 자네의 운명이라고도 할 수 있거니와 추악한 현실 인생의 한 페이지일세! 그러나 자네가 그이를 찾아간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어리석은 일일세 (사이 - 間[간]) 썩어 냄새나는 송장을 찾아가면 악한 탄산와사(炭山瓦斯) 밖에 더 마시겠는가. 독한 뱀을 따라가면 독아(毒牙)에 물리기밖에 더하겠는가?
 
39
덕세   자네 말도 옳네. 자네 말도 옳네. (벌떡 일어 나서며) 그러나 내가 그이를 찾으려는 것은…… 아니 그런 것 아니라, 나는 복수하려고 찾는 것일세. (밖으로 나가려 한다.)
 
40
수열   (덕세 손을 잡고) 복수? 복수? 복수를 하더라도 내 정신부터 차려놓고 날 맑을 때 하느님이 내려다보실 때 하는 게지 이렇게 깊은 밤에 서둘 것은 무엇인가?
 
41
덕세   다 옳어이. 자네 말이 다 옳어이. 그러나 나는……. 자 ─ 놓게. 나는 지금 러시아(露西亞)로 찾아갈 테니.
 
42
수열   (기가 막히는 듯이) 여보게. 저것 보게 눈이 저렇게 오는데, 어디로 간단 말인가?
 
43
덕세   (별안간 이상한 눈빛으로 수열을 보며) 잔말 말고 내 손 좀 놔! 수열 안되겠네, 나는.
 
44
덕세   (빙그레 웃으며) 정말?
 
45
수열   정말
 
46
덕세   (두 눈을 부릅뜨고) 이놈, 이놈, 놔. 이놈. 정말 안놓을라면 이놈을 그만…… (하고 품에 가졌던 칼 하나를 빼어, 수열의 어깨를 찌르고 밖으로 뛰어나가 버린다.)
 
 
47
수열은 응하며 뒤로 자빠진다. 어깨에서 검붉은 피가 푹푹 솟아 나온다.영숙과 우제는 놀라 달려든다.
 
 
48
수열   (벌떡 일어나 어깨를 움켜잡고, 사방을 둘레둘레 하며) 어디로 갔어. 덕세가 어디로 갔어? 이 눈오는 밤에 어디로 혼자가 죽는가 보다! (하고 맨발로 눈바닥을 뛰어나간다.)
 
 
49
우제는 놀라 응아하며 운다. 영숙은 올올 떨며 밖을 바라보고 있다. 검은 하늘에는 소금 같은 눈뭉텅이가 자꾸 내린다.
 
 
50
〈막〉
 
 
51
1926. 가을. 경도(京都)에서
 
52
─《신민》 (1926. 12)
【원문】제 2 막
▣ 커뮤니티 (참여∙의견)
내메모
여러분의 댓글이 지식지도를 만듭니다. 글쓰기
〔희곡〕
▪ 분류 : 희곡
▪ 최근 3개월 조회수 : 26
- 전체 순위 : 1835 위 (2 등급)
- 분류 순위 : 26 위 / 64 작품
지식지도 보기
내서재 추천 : 0
▣ 함께 읽은 작품
(최근일주일간)
▣ 참조 지식지도
▣ 기본 정보
◈ 기본
  # 광! [제목]
 
  권환(權煥) [저자]
 
  # 신민 [출처]
 
  1926년 [발표]
 
  희곡(戱曲) [분류]
 
◈ 참조
▣ 참조 정보 (쪽별)
백과 참조
목록 참조
외부 참조

  지식놀이터 :: 원문/전문 > 문학 > 한국문학 > 희곡 카탈로그   목차 (총 : 2권)     이전 2권 ▶마지막 한글 
◈ 광(狂)! ◈
©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2년 11월 0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