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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화암(落花巖) ◈
◇ 제2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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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
함세덕
1
落花巖[낙화암] (全四幕[전사막])
 
2
二幕[이막] (朝會場面[조회장면])
 
3
보름 後[후]
 
 
4
• 인물 :
5
義慈王[의자왕]   百濟第三十一代王[제삼십일대왕]
6
[효]     第一王子[제일왕자]
7
[태]     第二王子[제이왕자]
8
[륭]     第三王子[제삼왕자](太子[태자])
9
文思[문사]    孝[효]의 아들
10
任子[임자]    朝廷佐平[조정좌평]
11
義直[의직]    兵官佐平[병관좌평]
12
殷相將軍[은상장군]   衛士佐平[위사좌평]
13
堦伯將軍[계백장군]
14
常永[상영]    達率[달솔]
15
槿香[근향]    隆[륭]의 侍女[시녀]
16
槿召奴[근소노]   隆[륭]의 侍女[시녀]
17
守門將[수문장]
18
德勿島太守[덕물도태수]
19
其他[기타]    佐平[좌평] (大臣[대신]) 武將[무장], 宮女[궁녀]
 

 
 
20
勤政殿[근정전]. 이 하나로 능히 찬란한 百濟[백제] 문화를 추측할 수 있으리라. 中央[중앙] 일단 높이 왕좌. 단하 좌우로 문무백관들이 좌석. 후면엔 주렴(발)을 쳐놨고 그뒤로 원정이 보인다. 이른 아침.
21
[막]이 오르면 궁녀들 五[오], 六人[육인]이 어전을 掃除[소제]하며 이야기하고 있다. 그중엔 특히 槿香[근향]과 槿召奴[근소노]도 끼었다.
 
 
22
槿香[근향]    그래, 옥황상제께서는 크게 노하시어 柳月[유월]이란 사내는 옥에다 가두시고, 白花[백화]라는 선녀는 하눌에서 내쫓기셨대, 그래서 백화는 백두산 천지 가를 울면서 헤맸는데 그 눈물 방울이 떨어진 자리에 꽃이 송이송이 피기 시작했다드라.
 
23
어린宮女[궁녀]   그 꽃이 지금도 있우?
 
24
槿香[근향]    무궁화가 바로 거기서 생긴 꽃이야.
 
25
어린宮女[궁녀]   그래서 그렇게 향기롭군. 그런데 하늘에선 서로 사랑하는게 뭣이 나쁘길래 그렇게 노하슈?
 
26
槿香[근향]    상감마마께선 연희언니를 왜 가두셨겠니, 동궁마마께서 그처럼 연희를 사랑하시는데. 그거나 마찬가지지 뭐냐?
 
27
槿召奴[근소노]   참, 어쩌면 마마의 사랑은 전설과 똑 같을까.
 
28
어린宮女[궁녀]   상감마마께선 왜 하필 연희를 가두신 옥문 열쇠를 나에게 맡기시는지 몰라.
 
29
槿香[근향]    너를 그중 믿으시니까 그러시지.
 
30
어린宮女[궁녀]   동궁마마께서 연희언니를 만나시러 오시면 난 문을 열어드리자니 상감마마의 엄령을 어기게 되고 그렇다고, 마마께서 ‘한번만 열어다구’ 하시며 조르시는데 안 열어 드릴 수두 없구, 아주 난처해 죽겠다우.
 
31
槿香[근향]    정말 조르시드냐?
 
32
어린宮女[궁녀]   응, 그런 때는 꼭 어린애 같으시겠지.
 
33
槿香[근향]    국경엔 적군들이 몰려와 수일 전부터 진을 치고 있고 여기선 방비할 도리를 해야할텐데 모두들 동궁마마의 주장에 반대들만 하니 속이 오죽 상하시겠니? 그러시니까 조금이라두 마음의 안식을 얻으실려고 언니를 찾어가시는 거야.
 
34
어린宮女[궁녀]   그렇게 만나시면 뭘하우, 안타까웁기만 하시지.
 
35
槿召奴[근소노]   밤낮 해야 끝도 안나는 그 회의 고만 걷어치우시고 하루바삐 출병을 하셨으면 좋으련만.
 
36
어린宮女[궁녀]   그리게 말이우, 이러다가 적군들이 국경을 너머 물밀 듯 쳐들어오면 어떻게 하실랴구 그러시는지 모르겠어.
 
37
槿香[근향]    신라에선 군선 백척에 군사가 오만명이 타고왔고, 오랑캐는 십삼만이나 된다는데 우리나라 모두해야 만명도 못되니 그걸로 어떻게 막겠니?
 
38
어린宮女[궁녀]   그렇다구 담쟁이넝쿨 뻗어가듯 제각기 책론들만 떠들어 대면 뭘하우, 불 먼저 끄구 따져야지.
 
39
槿香[근향]    자연 부족한 힘으로 강한 적군을 물리칠랴니까 우리나라는 꾀로 이길 수밖에 없지 않니.
 
40
槿召奴[근소노]   이번엔 왕자가 두분이나 손수 병정을 끌고 오셨다지 않우.
 
41
槿香[근향]    바로 시나라마마의 오빠되시는 法敏王子[법민왕자]와 동생되시는 仁問王子[인문왕자]야.
 
42
槿召奴[근소노]   그럼 누이동생을 뺏어갈랴구 그렇게 톡톡이 준비를 했군.
 
 
43
이때 後苑[후원]을 지나가는 泰[태]와 任子[임자] 보인다.
 
 
44
槿香[근향]    왜 요새 밤낮 버금왕자 마마와 좌평대감이 붙어 댕기실까?
 
45
槿召奴[근소노]   필경 무슨 역모를 하시는 모양이야.
 
46
어린宮女[궁녀]   (소리를 낮춰) 어제밤엔 성문 뒤에서 두분이 무슨 이야기를 하시다가 내가 지나가니까 말을 뚝 끊이시겠지.
 
 
47
[태]와 任子[임자] 입전한다.
 
 
48
任子[임자]    벌써 모도들 입궐하시는데 무슨 어전을 입때 치고들 있니?
 
49
槿香[근향]    아즉 첫북이 아니 울었나이다.
 
50
[태]     그만 하면 깨끗하다, 고만 물러들 가라.
 
 
51
일동 ‘예’하고 나간다. 勤香[근향]은 나가다말고 後苑[후원]에 나타나 任子[임자]와 泰[태]의 密會談[밀회담]을 엿듣는다. 朝會[조회]의 첫북이 운다.
 
 
52
任子[임자]    (음울한 소리로 주위를 둘러본 후) 대군마마 요새가 바로 물때로 아뢰오.
 
53
[태]     좌평이 내마음을 그처럼 알아주니 나는 진심 고마웁소.
 
54
任子[임자]    황송한 말씀이오. 아즉도 일월이 거꾸로 운행치 않사온데 어찌 우아래가 없어서 되겠오니까?
 
55
[태]     그렇소, 아우가 제아모리 문무와 지덕을 갖추었기로서니 형님도 나도 젖혀놓고 아우를 태자로 봉하셔야 옳소?
 
56
任子[임자]    일즉이 타국엔 이런 예가 없소이다.
 
57
[태]     그뿐이면 고사하되 부왕께서는 요전 불노리날 나더러 즉접 안온다는 아우를 불러오라고까지 하시니 형된 나로서 어찌 아우에게의 심부름을 하겠오.
 
58
任子[임자]    대군마마의 딱하오신 흉중은 소인이 그중 잘 알줄 아오.
 
59
[태]     (분개하야) 나에게는 일국을 다스릴 뿐더러 나아가 삼국을 통일하고 싶은 패기와 야심이 만만하오. 그래, 아우가 寶位[보위]에 오를 때 내가 그 밑에 엎데어 조회를 바쳐야 하겠오?
 
60
任子[임자]    안될 말씀이오이다. 후세까지의 그 창피를 어찌 면하오리까.
 
61
[태]     그렇다고 이 억울한 심회를 누구에게 호소할 수도 없고 혼자 천정을 쳐다보며 밤을 드새왔었오. 이제 좌평과 뜻을 같이하야 대사를 함께 하게되니 이는 오로지 하늘이 도우신 걸로 아오.
 
62
任子[임자]    황송한 말씀이오.
 
63
[태]     (소리를 낮춰) 봉화불이 비치든 날 부왕께선 형님과 나를 부르시어 앉히신 후 ‘국사가 위태한데 짐은 노경에 이르러 이 큰일을 담당해 나가기가 어려울듯 하니 너희들은 아무쪼록 아우를 받들어 누란과 같이 어즈러운 사직을 반석같이 튼튼케 하기에 힘쓰라’하시었오.
 
64
任子[임자]    (솔깃하며) 그건 처음 듣는 말씀이오.
 
65
[태]     부왕의 그 말씀을 해석컨대 오래지 않아 옥좌를 아우에게 몰리시고 上王[상왕]이 되실려고 하는 뜻인가 하오.
 
66
任子[임자]    소인도 그렇게 생각되오.
 
67
[태]     그러니 이일을 어떻게 해야 좋겠오? 아우를 왕위에 못 오르게 하는게 선책일 줄 알지만 그 방책을 모르겠구료.
 
68
任子[임자]    만사는 소인이 알아 조처하겠사오니 조곰도 염려마옵시오.
 
69
[태]     무슨 좋은 도리가 있오?
 
70
任子[임자]    지금 동궁마마께서는 상감마마와 황송하옵게도 단판씨름까지 할려고 하지 않으시오?
 
71
[태]     그는 마치 불가사리요.
 
72
任子[임자]    그러하오니 대군마마께서는 소인의 計策[계책]을 절대로 지지해주시와 상감께서 동궁마마의 계책을 들으시지 않으시도록만 하오소서.
 
73
[태]     그것 참 좋은 수단이오.
 
74
任子[임자]    成忠[성충]이 삼년 전 옥중에서 죽었삽고, 興首[흥수]가 가무연날 고마머지현으로 귀양을 갔고, 伊春[이춘]이 종로에서 사지를 찢겼사오니 이제는 조정에 동궁마마를 받들 자는 하나도 없오.
 
75
[태]     면밀한 좌평의 묘계에는 다만 경탄할 따름이오. 그런데 달솔 상영에게는 의론해 보았오?
 
76
任子[임자]    오날까지 대답하기로 하였소이다.
 
77
[태]     우리 일에 찬성할는지?
 
78
任子[임자]    그는 절개보다 부귀를 사랑하는 자요. 고록과 고관으로 무엇은 못 끌어오겠나이까?
 
 
79
이때 達率常永[달솔상영]이 後苑[후원]을 지나온다. 槿香[근향] 빨리 숨다가 들킨다.
 
 
80
常永[상영]    여기서 뭐하니?
 
81
槿香[근향]    소제하옵다가 귀게를 잊었사와 찾는 중이었나이다. (퇴장)
 
82
[태]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고 저기 마침 달솔이 입전하는구료.
 
 
83
常永[상영] 나온다.
 
 
84
常永[상영]    대군마마 밤새 평강하셨오니까?
 
85
[태]     (웃으며) 달솔의 대답을 고대코 한잠 못 이루었오.
 
86
常永[상영]    황송하오신 말씀도. 그런데 저년이 지금 대군마마와 좌평의 이야기를 엿듣지나 아니하였는지 저으기 불안하오.
 
87
[태]     설사 엿듣고 동궁께 고해바치기로서니 예까지 와서 우리가 이 계획에서 물러가겠오?
 
88
任子[임자]    그래, 밤새 잘 생각해 보았오?
 
89
常永[상영]    대군마마께서 황송하옵게도 보잘 것 없는 소인을 그처럼 사랑하사 대사를 같이 하자하시온데 소인이 대군마마께 목숨을 안바치고 어데다 바치겠오?
 
90
任子[임자]    내 달솔의 입에서 그 소리 나올 줄을 꼭 믿었었오.
 
91
[태]     그 달솔의 시원한 결단 나도 기운이 나오. 내가 장차 왕위에 오르되 좌평이 정사를 맡고 달솔이 군사를 통솔할진대 뉘라 그대들의 부귀권세를 따르리오?
 
92
任子[임자]    성사가 되면 소인은 제일 몬저 할일이 꼭 하나 있오이다.
 
93
[태]     무슨 일이요? 우리에게 못할 말이 있을 수 있오?
 
94
任子[임자]    옥에 갇힌 흥수의 딸, 연희를 구하야 후실을 삼고저 하오.
 
95
常永[상영]    허허허! 노인이 이 무삼 왕성한 정욕이오.
 
96
任子[임자]    쉬 ― 떠들지 마오.
 
97
[태]     허허허, 그럼 륭에겐 미안하겠오.
 
98
任子[임자]    대군마마, 그 일을 눈 감아 주시겠오니까?
 
99
[태]     성사만 되면야 나의 딸은 못 주겠오?
 
 
100
朝會[조회]를 알리는 둘째 쇠북소리, 苑庭[원정]을 지나 義直[의직](佐平[좌평]) 계백장군 第一王子[제일왕자][효]를 위시하야 六佐平[육좌평](大臣[대신]), 達率[달솔]들 입전하야 각기 제자리에 앉는다. 泰[태]와 常永[상영], 任子[임자]도 시침을 떼고 자리에 앉는다.
 
 
101
任子[임자]    오늘은 꼭 싸울 방책을 결정해야겠오.
 
102
[태]     그렇소. 회의가 이렇게 진행이 안되고 갑론을박 말만 갈라지니 부왕께서는 조회를 받으시기도 싫어하시는 듯 하오.
 
103
常永[상영]    좌우간 이렇게 우물쭈물 하고 있을 때가 아니오.
 
104
義直[의직]    내가 상감마마께서 직위하신 칠년 시월에 步騎[보기]삼천을 거느리고 茂山城[무산성]에 진을 치고 甘物[감물], 桐岑[동잠]의 두 성을 쳐봤지만 거 김유신이란 자가 참 무서운 자였었오.
 
105
[효]     신라는 그자가 총관이고 그밑으로 天存[천존], 竹旨[죽지]의 참모와 陳春眞珠[진춘진주]등의 맹장이 들끓는다 하지않소.
 
106
義直[의직]    대군마마 총관은 신라왕 金春秋[김춘추]가 손소 嵎夷道行軍總官[우이도행군총관]이라 자칭하고 김유신을 지휘한다 하오.
 
107
[효]     그럼 나라 우아래가 통털어 나온 모양이구료.
 
108
殷相將軍[은상장군]  나도 칠천기를 데리고 石吐七城[석토칠성]을 쳐봤지만 ……
 
109
任子[임자]    거 김유신 장군께 참패당하고 도망온 패배담을 무슨 자랑이라고 떠드시오.
 
 
110
一同[일동], 하하하……
 
 
111
殷相將軍[은산장군]  웃지들 마오. 그런데 계백장군이 아즉 안 보이니 웬 일이오?
 
112
[효]     태자와 함께 군사중에서 결사대를 뽑고 있오.
 
 
113
[태]와 任子[임자],常永[상영] 의미있는 듯이 눈짓을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114
義直[의직]    쉬 ― 저기 상감마마께서 거동하시오.
 
 
115
義慈王[의자왕] 시녀들의 부액을 받으시어 龍上[용상]에 오르신다. 일동, 이마를 조아린다.
 
 
116
義直[의직]    남산에 봉이 울고 북악에 기린이 놀아 효천순일이 아동방에 밝었사오니 평치한 어우에 승제 뫼옵고 백성이 승평만만세를 부르나이다.
 
 
117
一同[일동] 다시한번 이마를 조아린다.
 
 
118
任子[임자]    국태평민 안락하옵고 사해창생이 상감마마의 성덕을 찬송하나이다.
 
119
[왕]     아즉 신라군사는 南大川停[남대천정](一名紗羅[일명사라]의 營[영])에 진을 치고 있는고?
 
120
義直[의직]    벌써 蘇定方[소정방]이 통솔한 당군 십삼만과 停[정]에서 연합하야 德勿島[덕물도]로 향해 떠났다 하오.
 
121
[왕]     소정방이 밑에 또 누가 있노?
 
122
義直[의직]    左衛將軍[좌위장군] 劉伯英[유백영], 右武衛將軍[우무위장군] 溤士貴[마사귀], 左驍衛將軍[좌효위장군] 龐孝公[방효공]이 있다하오.
 
123
[왕]     짐은 이번 당황제 高宗[고종]이 십삼만이나 되는 대군을 원병으로 내놓은 뜻을 모르겠노라.
 
124
義直[의직]    신라왕의 둘째아들 인문이가 어려서부터 부왕의 명을 받고 入唐[입당]하야 고종의 총애를 받고 있었다 하오.
 
125
[왕]     그렇다고 대군을 쉽사리 내놓을고?
 
126
義直[의직]    인문이 고종에게 우리나라가 신라의 당에게 獻貢[헌공] 가는 사신의 길목을 막어 양국간의 친교를 단절코저 하니 이 무례한 백제를 책해달라고 고했음으로 천하에 제밖에 없는 줄 아는 고종인지라, 불이야살이야 출병을 한 줄로 아뢰오.
 
127
殷相將軍[은상장군]  당황제가 인문에게 太府卿[태부경]이라는 벼슬을 내린 것과 인문이 적선을 타고 온 것을 미루어 보아 실로 좌평의 말이 옳은 줄로 아뢰오.
 
128
任子[임자]    신은 인문의 말을 듣고 그 약은 자가 대군을 파견할 리가 없을 줄로 아뢰오.
 
129
[왕]     그럼 딴 생각이 있어 그럴고?
 
130
[효]     (한걸음 나오며) 그럼 그 연유를 말해보오.
 
131
任子[임자]    당은 수나라 때부터 고구려와 싸우는 것이 고구려에는 을지문덕이니 연개소문이니 하는 맹장들이 배출하야 살수를 건너온 군사들을 벌판에서 무찌르지 않았사옵니까?
 
132
[왕]     그때 지금 고종의 선왕 당태총이 고구려의 안시성주 양만춘의 화살에 눈을 잃고 즉사한 것을 짐도 잘 아노라.
 
133
任子[임자]    그러하옵든차라 우리나라와 고구려가 혈진지간임을 시기하야 우리나라를 치는 척 하되 기실은 고구려를 칠려는 뜻인 줄로 아뢰오.
 
134
常永[상영]    상감마마 좌평의 말과 같을진데 당군은 두려워할 필요가 없을 줄로 아뢰오.
 
135
[태]     상영의 말이 옳으오니 모름지기 우리나라는 당군보다 나군에게 병력을 경주해야 할 줄로 아뢰오.
 
 
136
前記論爭[전기논쟁]으로 보아 회의에 兩派[양파]가 확실이 대립된 것을 알 수 있다. 即[즉][효]와 義直[의직]과 殷相將軍[은상장군]의 一派[일파], 泰[태]와 任子[임자]와 達率常永[달솔상영]의 一派[일파].
 
 
137
[왕]     고종이 무슨 연유로 원병을 냈든간에 고만두고 빨리 막을 계책들을 아뢰되 오늘만은 결정을 짓도록 하라.
 
 
138
이때 수문장 급히 달려와 階下[계하]에 이마를 조아린다. 일동의 시선이 쏠린다.
 
 
139
守門將[수문장]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지금 德勿島太守[덕물도태수]가 말을 타고 달려오드니 성문 앞에서 쓰러지셨나이다.
 
140
任子[임자]    덕물도 태수가?
 
141
守門將[수문장]   예. 전신에 상처와 피투성이이더이다. 상감마마께 아뢰올 말씀이 있다 하오는데 어찌 하오리이까?
 
142
[왕]     빨리 그리 입내하라 하라.
 
143
守門將[수문장]   ‘예’
 
 
144
守門將[수문장] 退場[퇴장].
145
[왕]과 諸臣[제신]들 불안에 싸여 太守[태수]가 나오기만 기다리고 말들이 없다. 太守[태수] 쓰러져가며 守門將[수문장]에게 매달려 들어온다.
 
 
146
[왕]     (焦燥[초조]하시어) 어찌된 일인지 빨리 사연을 아뢰라.
 
147
太守[태수]    덕물도 태수 맹달이 아뢰오. 삼일 전 당나양군이 상감마마의 령하에 침범하오매 천관은 시하의 병졸과 백성들을 모아 결사코 싸웠사오나 중과적치 못하옵고 도내는 적군에게 점령되었나이다.
 
148
[왕]     그래, 지금 어데로 진군하드냐?
 
149
太守[태수]    나군은 륙도로 당군은 해도로 진군하야 칠월 칠석을 기하야 왕성에서 만난다하옵니다.
 
150
[왕]     (諸臣[제신]들을 내려보시고) 기어코 이렇게 됐구료. 이일을 어찌할테요?
 
151
太守[태수]    황송하오나 한시바삐 군을 푸시어 적군을 물리쳐 주옵소서. 적군은 진군 도중의 민가에 불을 지르고, 상감마마의 적자를 무찌르고 재물은 전부 몰수해 가오니 한시가 급할 줄로 아뢰옵나이다.
 
 
152
守門將[수문장]의 부축을 받어 退場[퇴장].
 
 
153
任子[임자]    상감마마께 아뢰오.
 
154
[왕]     오늘은 짐이 미리 말해두거니와 결코 옳으니 글르니 소리가 없도록 하오.
 
155
任子[임자]    당군은 남해를 건너오는 동안 장구한 날짜를 두고 싸울 준비를 톡톡이 하였을 것이오니 하륙 즉시는 그 기세가 강하야 좀처럼 물리치기가 어려울 줄로 아오. 그러하오니 우리나라에서는 당군이 덕물도에서 들어오는 길목을 막어 일보도 왕토에 들이지 아니하오면 당군은 먼 항해 끝이라 군량은 떨어지고 병사들은 지치어 싸우기를 싫어할 줄 아뢰오.
 
156
[왕]     그거 옳은 말이로고.
 
157
任子[임자]    신라는 아직도 우리나라가 두려워 손쉽게 덤비지 못하오니 당군의 길목을 막는 일편 별동대를 조직하야 내리치면 일석이조로 물리칠 수 있을 줄로 아뢰오.
 
158
[태]     상감마마 이 계책이야말로 적군을 물리쳐 왕성을 보존하올 묘책인 줄 아오니 원컨데 임자에게 책을 채용하시와 승전하옵소서.
 
159
[왕]     경들은 어떻게 생각하오?
 
160
義直[의직]    소신은 반대하오.
 
161
任子[임자]    (義直[의직]을 노리며) 반대의 원인은 뭐요? 어서 말해보오.
 
162
殷相將軍[은상장군]  좌평의 말엔 한 뜻 있는 듯 하되 전장을 못 밟어본 사람의 병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탁상공론인가 하오.
 
163
任子[임자]    常永[상영] 탁상공론이라고?
 
164
義直[의직]    그러하오.
 
165
[왕]     그럼 경의 계책을 말해보오.
 
166
義直[의직]    임자는 당군이 하륙하면 기세가 강하다 하오나 배타기에 서투른 당군은 가뜩이나 긴 항해 끝이라 배멀미가 나서 향오를 정돈치 못하고 비틀거릴 것이오니 그틈을 타서 일진퇴풍격으로 내리치면 연기 속에 든 모기떼와 같아 단번에 무찌를 수가 있을 줄로 아뢰오.
 
167
[왕]     그럼 신라군사는 어떻게 할꼬?
 
168
義直[의직]    신라는 범의 힘을 비는 토끼오니 우선 당병만 물리쳐 놓으면 제풀에 기운이 꺾일 것이오니 불공자파로 물리칠 수 있을 줄로 아뢰오.
 
169
[왕]     경들은 의직의 론을 찬성하오?
 
170
任子[임자]    그 계책이야말로 유치하기 짝이 없는 방책인 줄 아옵니다.
 
171
[왕]     (미간을 찌푸리신다.)
 
172
義直[의직]    무엇이, 치론이라구?
 
173
殷相將軍[은상장군]  좌평 말을 삼가하오.
 
174
任子[임자]    당군이 배타기에 서투르다는 말은 나는 생전 처음 들었오.
 
175
義直[의직]    대륙에서만 놀았으니 어찌 서투르지 않으리오?
 
176
任子[임자]    남해는 당나라 영해가 아니고 어느 나라의 바다요? 그건 고사하고 당군이 국경까지 다달어 하륙하야 향오를 정돈치 못할상 싶으오?
 
177
義直[의직]    좌평의 말은 억설이오. 조리가 맞지는 않는 말은 일국의 위기를 위하야 삼가함이 어떻소?
 
178
[왕]     그럼, 좌평은 무얼 표준으로 당군은 호랑이고 나군은 그의 힘을 비는 토끼라 하오? 대체 이번에 어느 나라가 먼점 덤비기에 그런 소리를 하오?
 
179
[효]     의직은 신라 김유신 천존등 장군과는 즉접 싸워보았으므로 능히 짐작할 줄 아오.
 
180
[태]     때가 갈수록 전법이 진보해 가는 것을 형님은 모르시고 하시는 말씀이로고.
 
181
殷相將軍[은상장군]  막론하고 전법은 전지에 실지로 서본 사람 아니고는 모를 줄로 아오. 이것은 소인의 체험에서 하는 말이오.
 
182
義直[의직]    상감마마 원컨대 신의 계책대로 적군을 물리치시옵기 바라나이다.
 
183
任子[임자]    신의 계책을 쓰시지 않는 한 백제의 승전이 어려울 줄 아옵니다.
 
184
[왕]     (대를 쪼개는 듯한 소리로) 물러들 가오. 물러들 가오.
 
 
185
일동 이마를 조아리고 침묵.
 
 
186
[왕]     입에서 불꽃이 나를 듯 떠들어야 대체 누구의 말이 옳은고?
 
187
任子[임자]    황공하오나 신은 달포를 두고……
 
188
[왕]     듣기 싫소. 옳기는 무엇이 옳고 글키는 무엇이 글탄 말이오? 입때 떠들든 소리가 사흘 전부터 지껄이든 소리와 하나 다른 것이 있오?
 
 
189
殿內[전내]는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하다.
 
 
190
[왕]     (한층 더 높으신 소리로) 경들은 무얼하고 입때 국록들을 먹어왔오? 지금 덕물도를 쑥밭을 만들고 몰려온다는 소릴 귀가 어둬 못들 들었는고? 언제까지 계책을 결정할 생각이오?
 
 
191
일동, 無言[무언]
 
 
192
[왕]     왜 말들이 없오? 태산을 끼고 대해를 건넌다는 대언호어는 벽장에 두고들 왔오? 부끄럼들을 알라. 염치를 귀히 여기는 것이 선비의 으뜸이 아니오?
193
(龍上[용상] 우에서 일어서시며 슬프신듯) 짐이 덕이 없고 운이 험하야 슬하에 동궁같은 불효를 가진 줄만 알았드니 신하다운 신하도 하나 못 가졌구나.
 
194
義直[의직]    상감마마, 이 우둔한 신을 죄합소서.
 
195
[왕]     경들이 물러가지 않는다면 짐이 물러가겠노라. 내일부터 다시는 경들의 조회는 안받겠오.
 
 
196
이때 隆[륭]과 계백장군 右邊[우변]에서 나와 王[왕]께 부복한다.
 
 
197
[륭]     부왕마마 보건데 또 다른 계책을 아뢰올 언관에 없을 듯 하오니, 신도 온조왕의 후예라 백제의 한사람이온즉 한마디 아뢰옵고저 하나이다.
 
198
[왕]     듣기 싫다. 또 죽은 그 성충의 유언을 떠들어 조회의 훼방을 할 심사이냐?
 
 
199
[태]와 任子[임자]의 무리 눈짓을 한다.
 
 
200
[륭]     (부복한 후) 상감마마 자고로 충신의 말이 등에 떠러지지 않는다 하였나이다. 미력을 가지고 대군을 물리치실진데 지리를 먼점 조사한 후에 그 험일(險溢)로 도성을 보전하시지 않으면 않될 줄 믿나이다.
 
201
[왕]     무삼 이유로 너는 쫓아다니며 짐을 괴롭힌단 말이냐? 아모리 성충이 시세의 관변을 잘보고 천문에 능통했다하되 삼년 전에 예언한 방비책을 무엇을 토대로 쓰겠느냐.
 
202
[륭]     부왕마마 실지에 전좌평의 말대로 당군은 해로로 나군은 륙로로 침범해 오고있지 않사옵니까? 우리나라에는 하늘이 주오니 두 요새가 있나이다. 그러하오니 라군은 炭峴(숫고개)을 넘지 못하게 하시고, 당군은 기벌포(伎伐浦)를 건느지 못하게 하시면 신은 장군계백과 더불어 적군을 물리칠려 하나이다.
 
203
[왕]     그 소리는 귀에 못이 백이도록 들었다. 짐이 비록 노쇠하였기로 너만한 생각이 없을 줄 아느냐.
204
(계백을 보시고) 장군은 어찌 생각하오?
 
205
堦伯[계백]    동궁마마와 동의옵니다. 하오나 이를 주장치 못하옴은 현격하신 대신들이 반대하고 또 상감마마의 어의를 거슬리와 신마저 옥에 갖히게되면 이 위기에 적을 막을 자가 없을 줄로 아뢰는 까닭이옵니다.
 
206
[왕]     짐이 신하를 그렇게 잘 가두든고? 무슨 말을 그렇게 외지게 하오.
 
207
堦伯[계백]    신은 또 년래의 가슴앓이가 도지기 시작하오니 황송하오나 잠시 어전을 물러가겠나이다.
 
208
[왕]     장군은 이제 와서 국난을 버리려는 것은 아니오?
 
209
堦伯[계백]    벌써 결사대 오천기는 성 밖에 나열시켜 놓았나이다. 신은 본래 두뇌가 우둔하옵고 말 솜씨가 없사와 현명하신 대신들간에 끼어 계책을 논의할 자격이 없을 줄 아오니 성 밖에서 전법을 기대리고저 하나이다.
 
210
[왕]     물러가오.
 
 
211
계백 절하고 퇴장.
 
 
212
[륭]     부왕마마 문사가 입궐하는 것을 기대려 다시 아뢰옵고저 하나이다.
 
 
213
뒤따라 퇴장.
 
 
214
[왕]     짐이 네 그 가재미같이 흘기는 눈을 안볼진데 몸이 부해지겠다. (臣下[신하]들을 보시고) 짐은 의직의 론도 임자의 론도 탐탁지가 않소. 그렇다고 죽은 성충의 예언은 더욱 믿을 수가 없어. 짐은 경들에게 알리지 않었으되 문사를 고마머지현에다 보냈노라. 거진 닿을 때가 됐으니 그의 말을 들어 짐이 손수 결정하겠오.
 
 
215
侍女[시녀]들의 부액을 받으시어 나가신다.
 
 
216
任子[임자]    (唐慌[당황]해지며 孝[효]를 보고) 왕손마마께서 언제 대궐을 떠나셨오?
 
217
[효]     회의가 시작되든 날 밤이었오.
 
218
任子[임자]    (座中[좌중]을 도라보며) 그런데 어이하야 상감마마께서는 우리들께 상의도 하시지 않고 귀양살이하는 흥수에게 왕손마마를 손수 보내셨을고?
 
219
義直[의직]    아마도 계책을 흥수에게 물으실려는 건가보오.
 
220
[태]     물으시되 왜 하필 나어린 문사를 보내시기까지 할 필요야 있오?
 
221
[효]     그날 밤 문사가 부왕의 침전마루에서 밤새 울며 성충의 예언한 유언을 쓰십사고 졸랐었다하니 손주 말에 못 이겨 그러신가보오.
 
222
殷相將軍[은상장군]  그럼 흥수와 성충의 말을 비교 해보실려고 하시는 게 아니겠오.
 
223
義直[의직]    들으시나마나 그들은 평소에 친교가 두터웠었으니까 한뜻일 줄 아오.
 
224
任子[임자]    (분개하야) 그럼 우리는 철저히 반대해야겠오.
 
225
[효]     아 ― 니, 옳은 말이면 필부의 말도 들으라 했거늘 그게 무삼 말이오?
 
226
任子[임자]    대군마마, 그 말씀도 지당하신 줄 아오. 그러하오나 두분의 왕자마마를 위시하야 육좌평 이하 문무 백관이 기라성같이 늘어앉은 백제 조정에서 모사가 없어 죄수와 죽은 자의 계책을 썼다하면 후세에까지 저희들의 치욕이 아니오리까?
 
227
[효]     (고개를 끄덕이며) 그말이 일리있오.
 
228
[태]     그렇소. 任子[임자] 말대로 우리는 철저히 반대해야겠오.
 
229
常永[상영]    나도 동의요. 국사도 국사려니와 우리들 체면도 생각지 않을 수 없오.
 
 
230
어린宮女[궁녀] 급히 들어온다. 下手[하수]에 부복하고 용상을 바라보다 王[왕]이 안계심으로 다시 물러나가려 한다.
 
 
231
[태]     무삼 말이냐?
 
232
어린宮女[궁녀]   상감마마께 아뢰옵고저……
 
233
[태]     지금 환전하셨으니 아뢸 말 있거든 아뢰라.
 
234
어린宮女[궁녀]   왕손마마께서 지금 입궐하셨나이다.
 
235
一同[일동]    지금?
 
236
어린宮女[궁녀]   예.
 
237
[효]     벌써 저기 상감마마 뫼시옵고 오는군.
 
 
238
이윽고 王[왕], 文思[문사]를 데리고 나오신다. 隆[륭]도 따른다. 王[왕]은 용상에 오르시고 隆[륭]과 文思[문사]는 玉階下[옥계하]에 부복한다.
 
 
239
[왕]     그래, 흥수가 뭐라드냐?
 
240
文思[문사]    상감마마의 어의를 전했삽드니 선생은 감격에 넘치어 황궁을 향하야 세번 절한 후 하는 말이 ‘나당양군이 연합하야 기각지세가 되었으니 우리나라가 만일 平原(들판)에서만 싸운다면 승패를 모르겠사오나 지금의 병수와 무기로는 도저히 방어키가 어려울 것이라 하더이다.
 
241
[왕]     그래, 어떻게 하면 승전할 수 있겠다든?
 
242
文思[문사]    우리나라에는 험악한 숫고개와 기벌포의 이대 요새가 있어 一夫單槍[일부단창]으로 능히 만명을 막을 수 있사오니 정병을 뽑아 당군은 기벌포를 건느지 못하게 하옵시고, 나군은 숫고개를 넘지 못하게 하시여 양군이 군량이 떨어지고 기운이 풀릴 때 눈보라치듯 내리치시면 손쉽게 적을 물리치실 수 있사올거라 하옵니다.
 
243
[왕]     그럼 성충의 말과 똑 같지 아니하냐?
 
244
[륭]     고금을 막론하고 충신의 피가 붉고 절개가 푸름과 같이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이 또한 같을 줄로 아나이다.
 
245
[왕]     (일동을 보시고) 짐은 ( )수의 말대로 병사를 조종하겠노라.
 
246
[태]     부왕마마, 그것은 안될 말씀으로 아뢰오.
 
247
[륭]     형님, 사념을 버리고 국사를 외론하오.
 
248
[태]     동궁 말을 삼가하오. 내가 아우 같이 역모를 하는 줄 아오.
 
249
[륭]     역모?
 
250
文思[문사]    숙부, 그 동에 닿지 않는 말은 치우고 안될 이유를 상감마마께 아뢰오.
 
251
[태]     부왕마마, 흥수는 죄를 짓삽고 오래동안 유세 중에 있었사오니 그가 나라를 아끼고 상감마마께 충성된 마음을 가지고 있을 리가 없을 줄 아나이다.
 
252
[륭]     무, 무, 무엇이라고요 (말을 못 하고 벌벌 떨 뿐)
 
253
[왕]     (눈을 감으시고 잠시 생각에 잠기시드니) 그러할지도 몰라. 짐이 저를 새도 날지 않은 곳에 귀양을 보냈으니 짐을 필연코 원망하고 있을거야. 성충도 역시 그러했겠지.
 
254
任子[임자]    그러하오면 흥수의 계책을 거꾸로 쓰는 것이 좋을 듯 하오
 
255
[륭]     부왕마마, 선생의 말을 안들오실진데 백제는 멸망할 수밖에 없나이다.
 
256
[왕]     이 무삼 방정된 소린고?
 
257
任子[임자]    (한걸음 나아가) 당군이 기벌포를 건너서면 물이 얕고 강이 좁아 십삼만이나 되는 대군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가 없을 터이오며, 당군이 숫고개를 넘어서면 길이 팔방에 바둑판같이 뚫려 방향을 못잡고 허둥허둥할 것이오니 이틈을 타서 양군을 내리치시면 따우에 오른 고기를 잡는 듯 용이하게 물리칠 수 있을 줄로 아뢰오.
 
258
[왕]     (무릎을 치시며) 경의 말이 옳소.
 
259
[륭]     (任子[임자]를 노려보며) 늙은 것이 간사스럽게 고런 교활한 재주 외에는 성상을 보좌할 길이 없오?
 
260
[태]     어데다 이런 필부도 아니할 불칙한 행동을 하오?
 
261
[왕]     동궁아, 물러가지 못하겠냐?
 
262
常永[상영]    상감마마 좌평의 말이 이치에 맞으오니 조회를 거두시고 한시바삐 출병하시기 바라오.
 
263
[왕]     의직과 은상은 어떻게 생각하오.
 
264
義直[의직]    殷相[은상] 이의 없사옵니다.
 
265
[륭]     (佐平[좌평]을 보고) 任子[임자]는 어떻게 하든지 당군을 요새 안으로 들여놓게만 할랴는 걸 보니 무슨 내막이 있구료?
 
266
任子[임자]    (隆[륭]의 말은 들은 척도 않고) 상감마마 결의가 되온 이 자리에 또 다른 계책을 생각하시오면 소신들은 국록만 없이 하는 무용지물이오니 오늘부터라도 어전을 은퇴코저 하옵니다.
 
267
[륭]     당장 물러가오. 성스러운 근정전 마루가 간사한 좌평의 볼기에 덜해질 것만 다행이오.
 
268
任子[임자]    (狡猾[교활]이) 상감마마, 무삼 죄로 신은 동궁마마께 이런 모욕과 조소를 받지않으면 안되오리까? 소신 비록 천재박식하되 상감마마께서 정사를 맡기셨거늘 일국의 대신으로서 체면도 보존해야 하지 아니 하오리까? (고개를 들어 답을 기다린다)
 
269
[왕]     좌평, 짐을 보아 노여워마오.
 
270
常永[상영]    동궁께서는 비단 좌평 뿐만 아니라 저희들 백관에게 너머 지나치신 언행을 하시는 줄 아오.
 
271
[륭]     할말 있거든 전 밖으로들 나오시오. 이미 세태는 다 틀렸거늘 칼로 답변하리다.
 
272
任子[임자]    (좌중을 돌아보며) 여러분, 우리가 동궁마마를 뫼옵고는 뜻이 어긋나 정사를 온전히 해갈 길이 없고, 아래로 현감 태수를 대하기도 부끄러우니 이자리에서 상감마마께 태자로 泰[태]대군마마를 받들기를 상고함이 어떻소?
 
273
常永[상영]과 諸臣[제신]  나도 찬성이오.
 
274
[왕]     짐이 전생에 죄가 많아 아들을 아니 낳고 불가사리를 낳아 경들까지 괴롭히오. 짐이 선히 알아 초처할테니 오날은 이대로 페회하오.
 
275
任子[임자]와 일동  황공 하옵나이다.
 
 
276
[왕], 龍席[용석]에 일어나시어 내려오신다. 隆[륭], 王[왕] 앞에 막아서며,
 
 
277
[륭]     선생의 계책을 아니 쓰실진데 황송하오나 신은 어전을 물러가지 않겠사옵나이다.
 
278
[왕]     (펄펄 뛰시며) 이 뉘 앞에가 막어서느냐? 당장 물러나가지 못하겠느냐?
 
279
[태]     동궁, 이런 불효된 짓이 어데있오?
 
280
文思[문사]    상감마마, 선생의 계책을 쓰옵소서.
 
 
281
[왕], 隆[륭]을 피하야 나가실려고 한다.
 
 
282
[륭]     (다시 앞을 막아서며) 부왕마마, 기벌포만 건너 놓으면 당군은 일주야로 왕성을 포위할 줄 아옵니다. 김유신이 숫고개를 넘어 길을 잃고 방황할 것 같사옵니까? 삼년을 두고 지리를 조사하야 왕성에 들어오는 지도를 환하게 만들었을 것은 예사 생각으로도 판단하실 줄 아옵니다.
 
283
[왕]     자식이 다 잘 난 체 해도 제대로 된 것이 아니야. 자식만 못한 아비가 없어. 너 하나도 이렇게 알뜰히 교육해 놓은 흥수가 일국의 대사를 온전히 할 리가 없지 아니하냐. 짐의 성미를 돋구지 말고 비키어라.
 
284
[륭]     신은 못 물러가겠나이다.
 
285
[왕]     정말 물러가지 못하겠느냐?
 
286
[륭]     임자의 계책을 쓰실진데 그 칼로 신의 목을 찌르시고 환전하옵소서.
 
287
[왕]     오, 이놈이 뉘 앞에다 목을 내미는고?
 
288
文思[문사]    (隆[륭] 옆에 꿇어앉으며) 하나바마마, 숙부의 말을 아니들으실진데 왕성이 쑥밭이 될 것은 해를 봄과 같사오니 살아 칠백년 번영으로 내려오든 이나라가 망하는걸 보느니 차라리 숙부와 함께 죽고저 하나이다.
 
289
[효]     (文思[문사]를 붙들고) 문사야. 문사야.
 
290
[왕]     짐이 그래도 저걸 돗보아 형을 둘이나 제쳐놓고 왕위를 잇게 할렸드니 이제 짐이 그 앙화를 받나보다.
 
291
[륭]     그 버려야 신을 자도 없을 짚신짝같은 망국의 태자 언제든지 도로 가져가옵소서.
 
292
[왕]     망국의 태자? 네놈 그입에서 감히 그 소리가 목구멍을 넘나냐? (칼을 빼신다)
 
 
293
[효]와 義直[의직] 달려가 말린다.
 
 
294
義直[의직]    상감마마, 진정하옵소서.
 
295
[효]     부왕마마, 어전이외다 진정하옵소서.
 
296
[륭]     (絶望的[절망적]으로 고개를 떨어트리고) 삼년간 빼보신 적이 없으신 칼이오니 그 녹슬은 칼엔 악이 매진 신의 목도 버혀질 것 같지 않나이다.
 
297
[왕]     뭐, 뭐, 뭐라구?
 
 
298
[효]와 義直[의직]을 뿌리치시고 小刀[소도]를 빼서 던지신다. 隆[륭] 다리에 맞고 쓰러진다. 鮮血[선혈]이 宮床[궁상]에 흐른다.
 
 
299
文思[문사]    조왕마마, 이것이 벌하신 모 ― 두입니까? 이럴 것을 왜 신에게 고마머지현에 갔다오라 하셨나이까?
 
300
[왕]     (눈물이 글썽글썽 하시며) 어져 내일이여, 어져 내일이여. 얘들아, 누가 없느냐?
 
 
301
槿香[근향], 槿召奴[근소노] 울며 달려온다.
 
 
302
[왕]     동궁을 빨리 모시고 가라. 효야, 어서 시의를 불르라.
 
303
文思[문사]    치실 때는 언제시고 치료하랄 때는 언제시옵니까?
 
304
[륭]     (일어서며, 허공을 쳐다보고 비통한 소리로) 충신은 죽어도 나라를 잊지못한다 하였으니 성충은 넋이 살았을테니 이 광경을 보았겠구료? 나는 할만큼 했으나 성충의 계책을 통치못했오.
 
 
305
[효]와 文思[문사], 槿香[근향], 槿召奴[근소노][륭]을 부축하고 나간다. 계백 들어와 엎드린다.
 
 
306
堦伯[계백]    상감마마 어떻게 막사오리까?
 
307
[왕]     (눈을 감으시며) 동궁말대로 성충의 계책을 쓰오.
 
308
堦伯[계백]    (感激[감격]하야) 상감마마 정말이오니까?
 
309
[왕]     (고개만 끄덕이신다)
 
 
310
任子以下[임자이하] 諸臣[제신]들 아연하야 입만 비쭉비쭉할 뿐 말을 못 한다.
 
 
311
堦伯[계백]    옛날 越[월]나라 句殘[구잔]이 병사 오천을 거느리고 吳[오]나라 칠십만 대군을 물리쳤사온데 신이 오천을 가지고 당나 십팔만을 어찌 무찌르지 못하오리까. 平原[평원]에 말을 먹이고 黃山[황산]에 칼을 갈아 적군을 순삭에 물리치고 개선하겠나이다.
 
312
[왕]     짐은 장군을 믿겠오.
 
 
313
― 幕[막]
【원문】제2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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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본
  # 낙화암 [제목]
 
  함세덕(咸世德) [저자]
 
  조광(朝光) [출처]
 
  1940년 [발표]
 
  희곡(戱曲) [분류]
 
◈ 참조
  66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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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화암(落花巖) ◈
©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2년 11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