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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삼 춘향가(春香歌) ◈
◇ 후반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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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나새 창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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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춘향가(알심) - 구나새 창본
 
2
◈ 후반부 ◈
 
 
 

4장. 춘향의 고난

 
4
〈아니리〉
5
이렇듯이 세월이 흘러 신관 사또가 두 번째로 낫는디
6
서울 자하골 사는 변‘학’자 ‘도’자 쓰는 양반이라.
7
신연 절차가 이렇것다.
 
8
〈자진머리〉
9
신연맞어 내려온다. 신연 맞어 내려올제,
10
별련 맵씨 장히 좋다.
11
일등마부, 유랑달마 덩덩그렇게 실었다.
12
키 큰 사령 청창옷, 뒤채잽이다 힘을 주어
13
별연 뒤 따랐다네.
14
남대문 밖 썩 나서 칠패 팔패 청패
15
배다리 에오야 고개를 넘겠구나.
16
백사, 동작 얼핏 건너 승방골을 지내어
17
남태령 고개 넘어 과천 읍에 가 점심 먹고.
18
이튿날 발행헐 제,
19
청파역마 갖은 부담, 호피 돋움을 언져 타고,
20
좌우로 모신 나졸, 일산 구종의 전후배,
21
요순시 닦은 길로 뒤채잽이가 말을 타고
22
십 리허의 닿으다.
23
몇날을 걸려, 경기도를 거치고 충청양도를 지내어
24
전라 감영을 들어가 순상전 연명 허고.
25
이튿날 발행헐 제,
26
노구 바우, 임실 숙소, 호기있게 내려올 제,
27
오리정 당도허니 육방 관속이 다 나왔다.
28
질청 두목 이방이며, 인물 차지 호장이라.
29
호적차지 장적빗과, 수 잘 놓는 도서원,
30
병서, 일서, 도립사, 급창, 형방, 옹위허여
31
권마성이 진동허여 거덜거리고 들어간다.
32
천파총, 초관, 집사 좌우로 늘어 서고,
33
오십 명 통인들은 별연 앞의 배향허고,
34
육십 명 군로 사령 두 줄로 늘어서
35
떼기러기 소리허고,
36
삼십 명 기생들은 쌍쌍이 늘어서
37
갖인 육각 복장고 떡궁 붙여,
38
군악 젓대 피리소리 영소가 진동헌다.
39
수성장 하문이라!
 
40
〈아니리〉
41
신관 사또가 관속들에게 문안 입례 받고
42
옥방 점고 하고 나니 제 삼일 되었고나.
43
호장이 기생 점고를 허랴 허고 영창 밖에서
44
기안을 펼쳐 들고 차례로 부르난디,
 
45
〈세마치〉
46
일락서산 해가 지니 돋아온다, 명월이!
47
명월이가 들어온다. 명월이라 허는 기생은
48
걸음을 걸어도 장단 맞춰 아장아장 들오더니
 
49
“예, 등대나오.”
 
50
점고를 맞고 일어서더니 왼쪽으로 물러난다.
51
목동요지 행화! 행화가 들어온다.
52
행화라 허는 기생은 홍삼자락을 거듬거듬
53
명매기 걸음으로 아장아장 찌굿 거려
 
54
“예, 등대 나오.”
 
55
점고를 맞고 일어서더니 오른쪽으로 물러난다.
 
56
〈아니리〉
57
사또 보시더니,
 
58
“여봐라. 기생 점고를 이리 허다가는 몇 날이 될 줄
59
모르겠구나. 한꺼번에 둘씩 셋씩 자조자조 불러드려라.”
 
60
호장이 넉자 화두로 불러 드리난디,
 
61
〈중중모리〉
62
“조운모우 양대선이, 우선유지 춘흥이,
63
사군불견 반월이 왔느냐!”
 
64
“예, 등대허였소”
 
65
“독좌유황의 금향이, 만화방창의 모란이,
66
힐지항지 비연이 왔느냐!”
 
67
“예, 등대 허였소”
 
68
“팔월부용의 군자용, 만당추수의 연화가 왔느냐!”
 
69
“예, 등대 하였소.”
 
70
“주흥당사 금낭이, 섬섬영자 추월이 왔느냐!”
 
71
“예, 등대허였소.”
 
72
“제일 보배 산호주, 단산 오동의 채봉이 왔느냐!”
 
73
“예, 등대허였소.”
 
74
“천사만사 이화, 장삼 소매 저정거리던 무선이 왔느냐!”
 
75
“예, 등대허였소.”
 
76
“초산 명옥이, 수원 명옥이, 양 명옥이가 다 들어왔느냐!”
 
77
“예, 등대 하였소.”
 
78
〈아니리〉
79
“기생 점고 다 한줄로 아뢰오.”
 
80
“여봐라. 너의 고을에 춘향이가 있다지?
81
어찌 춘향이는 이 점고에 불참이 되었는고?”
 
82
“예이, 춘향이는 본시 양반의 기출로 퇴기 월매의
83
딸이오나 대비(代婢)넣어 기안착명이 안되었고,
84
올라가신 구관 자제 도련님과 백년가약을 맺고
85
수절하고 있삽기 대령치 못했나이다.”
 
86
“무엇이? 으하하. 춘향이가 수절을 허면
87
사대부댁 마님께서는 요절을 허겠구나.
88
잔말 말고 빨리 불러드려라.”
 
89
〈중중머리〉
90
군로 사령이 나간다. 사령 군로가 나간다.
91
산수털 벙거지 날랠‘용’자 떡 붙이고
92
늘어진 쇠사슬 허리 아래다가 늘여 차고
93
충충 거리고 나간다.
 
94
“이애 김 번수야,”
 
95
“왜 부르느냐?”
 
96
“걸리었다, 걸리어.”
 
97
“게, 뉘귀가 걸려야?”
 
98
“춘향이 걸렸다. 옳다, 양반 서방을 허였다고
99
우리를 보면 집신짝으로 알고 가죽신만 좔좔 끌고
100
건방이 너무 많더니 잘 되고 잘 되었다.”
 
101
두 사령이 분부 듣고 안올림 벙치를 제쳐쓰고,
102
어칠 비칠 툭툭 거려 춘향 문전을 당도허여
 
103
“이애 춘향아 나오너라!”
 
104
부르난 소리 원근 산천이 떠드렇게 들린다.
 
105
“사또 분부가 지엄허니 지체말고 나오너라.”
 
106
〈창조〉
107
그때의 춘향이는 사령이 오는지 군로가 오는지
108
아무런 줄 모르고 울음을 우난디,
 
109
〈중모리〉
110
“갈까부다. 갈까부다. 임 따라서 갈까부다.
111
바람도 쉬여 넘고, 구름도 쉬여 넘는,
112
수진이, 날진이, 해동청, 보라매 다 쉬여 넘는
113
동설령 고개라도 임 따라 갈까부다.
114
하날의 직녀성은 은하수가 막혔어도
115
일년 일도보련마는,
116
우리님 계신 곳은 무슨 물이 막혔간디
117
이다지 못 보는고.
118
이제라도 어서 죽어 삼월동풍연자되어
119
임 계신 처마 끝에 집을 짓고 노니다가
120
밤중이면 임을 만나 만단정회를 허여볼까.
121
뉘 년의 꼬염을 듣고 여영 이별이 되랴는가.
122
어쩔거나 어쩔거나 아이고 이를 어쩔거나.”
 
123
아무도 모르게 설리 운다.
 
124
〈아니리〉
125
이렇듯 울고 있는데 향단이가 들어서며,
 
126
“아이고 아씨, 야단났오. 장방청 사령들이 동동이 늘어서 오느냐 가느냐 야단났오.”
 
127
춘향이 그제서야 깜짝 놀래 나오난디,
 
128
〈단중머리〉
129
사령을 둘리러 나가는 구나.
 
130
“허허, 김 번수 와 계시오?”
 
131
오른 손을 번뜻 들어 김 번수 손길을 부여잡고
132
왼손을 번뜻 들어 박 번수 손길 잡고,
 
133
“이리오, 이리와. 들어가세, 들어가세,”
 
134
〈아니리〉
135
춘향이 들어가 술 한상 채려내 놓니 한 잔씩 잘 먹었구나.
 
136
“여보게 춘향 각시, 자네가 아니 들어가고 보니
137
사또께서 화를 내어 우리 사령들의 신세가 말이 아닐세.”
 
138
춘향이 이 말 듣고 돈 석냥씩 내어준다.
139
두 사령이 돈 한 뀌미씩을 들고 돈타령을 허는디,
 
140
〈중중머리〉
141
“돈봐라, 돈봐. 잘난 사람은 더 잘난 돈,
142
못난 사람도 더 잘난 돈,
143
맹상군의 수레 바퀴처럼 둥글둥글 생긴 돈,
144
생살지권을 가진 돈, 부귀 공명이 붙은 돈,
145
이놈의 돈아, 아나 돈아, 어디를 갔다가
146
이제 오느냐. 얼시구나 돈 봐라. 돈 돈
147
도오오온돈 돈좋다 돈 봐라!”
 
148
〈아니리〉
149
이리 되야 춘향이 아니 들어 가고는 도리가 없것네.
 
150
〈세마치〉
151
춘향이 사령 뒤를 따라간다. 신세자탄 하며 따라간다.
 
152
“내가 무삼 죄가 있나. 제 낭군 수절 허는게
153
그게 무삼 죄가 되어 이 지경이 웬 일이란 말이냐? ”
 
154
울며불며 삼문거리 당도하니 좌우 사령이 우루루루
 
155
“춘향 잡아 드렸소.”
 
156
〈아니리〉
157
사또가 보시더니 이리 올라 오래라,
158
춘향이 상방에 올라 앉으니
 
159
“어허 그것 잘 되었다. 어여뿌다 어여뻐.
160
하아 네 소문이 장하기로 밀양성 마다 허고
161
간신히 서둘러 남원 부사 허였제.
162
니가 글을 한다 하니 범신예양이 지백 섬긴
163
옛일를 알겠구나. 오늘부터 몸단장 곱게 허고
164
숙청 들으렷다.”
 
165
〈단중머리〉
166
“여보, 사또님 듣조시오. 여보, 사또님 듣조시오.
167
충신불사이군(忠臣不事二君)이오,
168
열녀불경이부(烈女不敬二夫) 절을
169
본 받고자 허옵난디.
170
사또도 난시를 당하면 적 아래 무릎을 꿇고
171
두 임금을 섬기리까?
172
마오 마오 그리 마오, 그런 말씀 마옵소서.”
 
173
〈아니리〉
174
사또가 두 임금 섬기란 말에 머리로 열이 올라
 
175
“어허, 이 년을 잡아 내려라!”
 
176
〈휘모리〉
177
“사령!”
 
178
“예이!”
 
179
“춘향 잡어 내리랍신다.”
 
180
“예이!”
 
181
뜰 밑 아래 두 줄 사령 벌떼 같이 달려들어,
182
춘향의 머리채를 상전시전 연줄 감듯,
183
오월 단오날 그네줄 감 듯, 에후리쳐 감아 쥐고
184
길 너룬 층계 아래 내동댕이쳐 끌어내려
 
185
“춘향 잡어 내렸소!”
 
186
〈아니리〉
187
“여봐라, 형리 들어라, 저 년이 나를 역모로 모는구나,
188
여봐라, 죽어도 좋다는 춘향이 다짐 받어 올려라.”
 
189
〈창조〉
190
춘향이 붓대를 들고 사지를 벌벌 벌벌 떨며,
191
사또가 무서워서 떠는 것도 아니요.
192
매 맞어 죽을일에 떠는 것도 아니요,
193
칠십 당년 늙은 노모 두고 죽을 일과
194
한양 서방님 못 보고 죽을 일을 생각하니
195
분함이 솟구치고 설움이 북받쳐 ,
196
한 ‘일’자 마음 ‘심’자로 드르르르 긋고,
 
197
〈진양조〉
198
붓대를 땅으다 내 던지고 요만허고 앉었구나.
 
199
〈아니리〉
200
“저런 고얀년이 있단 말이냐? 여봐라! 집장 사령.
201
털끝 하나라도 봐주다가는 네놈의 앞정갱이를
202
주장매로 칠 것이니 단단히 매우 치렸다.”
 
203
“예이! 저년에게 무슨 사정을 두오리까?
204
대번 뼈를 빼올리리다!”
 
205
〈세마치〉
206
집장사령 거동을 보아라. 형장 한아름 덥쑥 안어다가
207
동틀 밑에다 촤르르르르 펼쳐 놓고 형장을 고른다.
208
이놈도 잡고 느끈 능청, 저놈도 잡고 느끈 능청
209
그 중의 등심 좋은 놈 골라 쥐고,
210
갓을 숙이어 대상을 가리고,
211
춘향얼 보고 속말을 헌다.
 
212
“이애, 춘향아. 한두 대만 견디어라.
213
내 솜씨로 살려주마. 꼼짝 꼼짝 마라!
214
뼈 부러지리라.”
 
215
“매우 쳐라!”
 
216
“예이!”
 
217
“딱!”
 
218
부러진 형장가지는 공중으로 피르르르
219
동에 가 떨어지고, 동틀 위에 춘향이는
220
조심스러워 아프단 말은 아니허고
221
고개만 빙빙 두르면서
 
222
“‘일’자로 아뢰리다.
223
일편단심 먹은 마음 일부종사 허랴는디,
224
일개 형장이 웬일이오? 어서 급히 죽여주오.”
 
225
“매우 쳐라!”
 
226
“예이!”
 
227
“딱!”
 
228
“둘이요.”
 
229
“이부불경 이 내마음, 이군불사 다르릿가?
230
이비의 정절을 알았거던 두 낭군을 섬기릿가?
231
가망 없고 안되지요!”
 
232
셋째 낱을 딱! 붙이니,
 
233
“삼생가약 맺은 언약, 삼종지법을 알았거던
234
삼월화류로 알지 마오.어서 급히 죽여주오.”
 
235
‘사’자 낱을 딱! 붙여놓니,
 
236
“사대부 사또님이 사기 역사를 모르시오?
237
사지를 찢드래도 가망 없고 안되지요.”
 
238
‘오’자 낱을 딱! 부쳐놓니,
 
239
“‘오’자로 아뢰리다.
240
‘오마’로 오신 사또, 오륜을 밝히소서.
241
오매불망 우리 낭군 오실 날만 기다리오.”
 
242
‘육’자 낱을 딱 붙이니,
 
243
“육부에 맺힌 마음 육시를 허여도 안되지요.”
 
244
‘칠’자 낱을 딱 붙여놓니,
 
245
“칠척검 높이 들어 칠 때마다 동강나도
246
가망 없고 안되지요.”
 
247
‘팔’자 낱을 딱! 붙여놓니,
 
248
“팔방부당 안될 일을 팔짝팔짝 억지 말고
249
어서 급히 죽여주오.”
 
250
‘구’자 낱을 또 붙이니,
 
251
“구곡간장 맺은 마음 구관 자제를 잊으리까?
252
가망 없고 안되지오.”
 
253
‘십’자를 딱! 붙여 놓니,
 
254
“십장가로 아뢰리다.
255
십호 작은 고을도 충렬이 있압거던,
256
우리 남원 교방청에 열행 하나 없으리까?
257
일망일장 날만 믿는 우리 노모가 불쌍허오.
258
이제라도 이 몸이 죽어 죽어 혼비중천의 높이 떠
259
도련님 잠든 창앞에 가 파몽이나 허고지고.”
 
260
〈중모리〉
261
열을 치고 그만둘까, 스믈을 치고 짐작헐까,
262
삼십도 맹장허니 옥같은 두 다리에 유수같이
263
흐르난 피는 정반의 진정이라.
264
엎졌던 형방도 눈물 짓고, 매질허던 집장 사령도
265
매놓고 돌아서서 도포자락 끌어다
266
눈물 흔적 씻으면서 발 툭툭 구르며,
 
267
“못 보것네, 못 보것네, 사람의 눈으로는 못 보것네.
268
사십 년간 삼문 출입에 저런 광경은 처음 보았네.
269
이제는 나가 문전 걸식을 허드래도 이 구실 그만두자,”
 
270
〈아니리〉
271
춘향이를 큰 칼 씌워 삼문 밖에 내쳐 놓니,
272
그 때여 춘향모는 춘향이 매를 맞아 다 죽게
273
되었단 말을 듣고 실성발광으로 들어오난디,
 
274
〈중중머리〉
275
춘향모친 기가먹혀,
 
276
“아이고 이게 웬 일이냐? 춘향이가 죽다니.”
 
277
삼문간 들어가니 춘향이 기절허여 정신없이 누었고나.
278
춘향 모친 그 자리 엎드러지더니
 
279
“아가, 춘향아! 이 것이 웬일이냐?
280
남원 사십팔면 중에 내 딸 누가 모르는가?
281
제 낭군 수절헌 게 그게 무슨 죄가 되어
282
이 형벌이 웬일이요? 여보 사또!
283
나도 마저 죽여주오!”
 
284
목제비질을 덜컥 내리둥글 치둥굴며
285
죽기로만 작정을 허는구나.
 
286
〈중머리〉
287
사정이는 춘향을 업고, 향단이는 칼머리 들고,
288
여러 기생들은 뒤를 따라 옥으로 내려 갈제,
289
춘향 모친 기가 막혀, 통곡으로 우는 말이
 
290
“원수로구나 원수네 그리여, 존비귀천이
291
원수로구나. 늬가 만일 죽게 되면,
292
칠십 당년 늙은 내가 누구를 믿고 살으라고”
 
293
그렁저렁 길을 걸어 옥문간 당도허여,
294
사정이 춘향을 옥에 넣고 옥쇠를 철컥 채워놓니
295
십오야 둥근달이 떼구름 속에 잠겼구나.
 
296
〈아니리〉
297
그때여 춘향 모친과 향단이는 기생들 앞세워
298
집으로 돌아가고, 춘향이 홀로 옥방에 앉아
299
장탄식으로 울음을 우난디,
 
300
〈중머리〉
301
춘향 형상 가련허다. 쑥대머리 귀신형용 적막옥방의
302
찬 자리에 생각나는 것은 임 뿐이라.
303
보고 지고, 보고 지고, 보고 지고,
304
한양 낭군을 보고 지고,
305
서방님과 정별후로 일장서를 내가 못 봤으니
306
부모 봉양 글 공부에 겨를이 없어서 이러는가.
307
연이 신혼 금슬우지 나를 잊고 이러는가?
308
계궁항아 추월같이 번듯이 솟아서 비치고져.
309
막왕막내 막혔으니 앵무서를 내가 어히 보면
310
전전반칙 잠 못 이루니 호접몽을 꿀 수 있나.
311
손가락의 피를 내어 사정으로 쳔지허고,
312
간장의 썩은 눈물로 임의 화상을 그려볼까,
313
이화일지춘 대우로 내 눈물을 뿌렸으니
314
야우문령단장성에 비만 와도 임의 생각
315
녹수부용채련여와 제롱망채엽에
316
뽕 따는 여인네들도 낭군 생각 일반이라.
317
날보다는 좋은 팔자. 옥문 밖을 못 나가니
318
뽕을 따고 연 캐려나.
319
내가 만일에 도령님을 못 보고 옥중고흔이 되거드면
320
무덤 근처 섯는 나무는 상사목이 될 것이요,
321
무덤 앞에 있는 돌은 망부석이 될 것이니,
322
생전사후 이 원통을 알아줄 이가 뉘 있드란 말이냐.
323
방성통곡의 울음을 운다.
 
 
 

5장. 이몽룡의 행적

 
325
〈아니리〉
326
이렇다시 춘향이 울며불며 세월을 보낼 적에,
 
327
〈자진머리〉
328
한양의 이몽룡은 글공부 힘써 하며 과거를 기다리던 중,
329
그 때 마침 국가 태평허여 태평과를 보이게 하더라.
330
도련님이 서책을 품에 품고 시험장에 들어가니
331
문신 무신들이 좌정하고 군졸들이 늘어섰다.
332
선비들 일제히 사례할제 어악풍류 떡쿵.
333
나노나 지루나, 앵무새 춤추난 듯,
334
대제학 택출허어 어제를 내리시니,
335
‘일중과 월중윤 성중희 해중윤’이라,
336
둥두렷이 걸렸거날, 이 도령 거동보소,
337
시제를 펼쳐 놓고 해제를 생각허여
338
일필휘지 지어내어 일련에다 선장허니,
339
상시관이 글을 보시고 칭찬허여 이른 말이,
 
340
“문안도 좋거니와 자자비점(字字批點)이오, 구구관주로다.”
 
341
장원급제 방 내거니,
 
342
“이 몽룡 신래이! 신래이,”
 
343
선풍도골 이몽룡, 임금께 크게 절하고
344
전하가 내리신 어주 석잔 황송히 먹고
345
천은 배사 허고 계하로 나가실 제,
346
머리 우엔 어사화요, 몸에난 청포흑대,
347
왼손에는 옥홀이요, 오른 손엔 홍패로다.
348
누하문 밖 나오실 제 청노새 비껴타고
349
장안 대도상으로 이리가락 저리가락,
350
세상에 좋은 것은 과거 밖에 또 있느냐.
351
그 때 나라 경연 들어 전라 어사를 보내시는고나.
352
이 몽룡 입시시켜 봉서 한 벌 내어주시니
353
비봉에 호남이라.
354
사책, 유척, 마패, 수의를 몸에 입고,
355
본댁을 하직허고 전라도로 내려간다.
 
356
〈아니리〉
357
그때의 어사또는 여산이 전라도 초입이라
358
서리역졸을 각 처로 분발헐 제,
 
359
〈자진모리〉
360
“서리!”
 
361
“예이!”
 
362
“너희들은 예서 떠나 우도로 염문허되,
363
예산, 익산, 함열, 옥구, 김제, 타인으로 돌아,
364
내월 십 오일 오시 남원 광한루로 대령하라!”
 
365
“예이! 그리허오리다.”
 
366
“역졸! 너이는 예서 내려 좌도로 염문허되,
367
고산, 금산, 무주, 진안, 장수, 운봉으로 돌아
368
광양, 순천, 낙안, 보성, 장흥, 해남, 진수령을 넘어,
369
영암, 나주, 무안, 함평, 화순, 광주로 염문허되
370
국곡투식 허는 놈, 부모 불혀 허는 놈,
371
형제 화목 못허는 놈, 술 먹고 패악하는 자,
372
낱낱이 적발허여 내월 십 오일 오시
373
광한루로 대령하라!”
 
374
“예이! 그리하오리다.”
 
 
375
〈중머리〉
376
좌우도로 분발허고 어사 행장을 차리는고나.
377
과객 맵씨를 차리는 고나.
378
질 너룬 제량 갓에 갓끈을 달아 쓰고,
379
수수한 삼배도복 분합대를 둘러 띄고,
380
사날 초신의 길보선에 고운 때 묻은 세 살 부채,
381
썩 몰라보게 꾸몃난디,
382
인적이 드문 길에는 말 타고 오시다가,
383
널운 길에서는 인마는 뒤에 세우고
384
느린 걸음으로 내려올 제,
385
전라 감영을 들어가서 선화당 구경허고,
386
임실읍을 얼른 넘어 노구 바위를 올라서서 보니
387
여기서부터는 남원 땅이라.
 
388
〈아니리〉
389
이때는 어느 땐고 허니 오뉴월 농번시절이라.
390
각댁 머슴들이 맥반맥주를 배불리 먹고
391
상사 소리를 맞어 가며 모를 심는디,
 
392
〈중모리〉
393
“두리둥둥 두리둥둥 께갱매 깽매 깽매.
394
어럴럴럴 상사뒤어. 어여 어여루 상사뒤어.”
 
395
한 농부가 썩 나서더니 모포기를 양 손에 갈라쥐고
396
엉거주춤 서서 먹이는고나.
 
397
“이마 우에 흐르는 땀은 방울방울 향기 일고 호미
398
끝에 이르난 흙은 댕기 댕기 댕기 호아금이로구나,”
 
399
“어여 어여루 상사뒤어.”
 
400
“저 건네 갈미봉에 비가 묻어 들어 온다.
401
우비를 허리 두루고 삿갓을 써라.”
 
402
“어여 어여루 상사뒤어.”
 
403
“여보시오, 농부님네. 이 내 말을 들어보소.
404
어화 농부들 말 들어요.
405
돋는 달 지는 해를 벗님의 등에 실코
406
향기로운 이 내 땅에 우리 보배를 가꾸어 보세.”
 
407
“어여 어여루 상사뒤어.”
 
408
“오뉴월이 당도허니 우리 농부 시절이로다.
409
패랭이 꼭지에 계화를 보고서 마구잽이 춤이나 추어보세.”
 
410
“어여 어여루 상사뒤어.”
 
411
〈아니리〉
412
여보시오 여러 농부들 이렇게 심다가는 몇 날이
413
걸릴지 모르겄네,
414
조금 자조자조 심어 봅시다. 그래 봅시다.
 
415
〈중중머리〉
416
“어화 어여루 상사뒤어.”
 
417
“여보소, 농부들 말 들어. 어화 농부들 말 들어.
418
돌아왔네, 돌아와. 풍년 시절이 돌아와.
419
금년 정월달 망월달 선원사를 높이 떠 백공봉에 솟았고나.”
 
420
“어화 어여루 상사뒤어.”
 
421
“다 되었네 다 되어, 서마지기 논두렁이 반달 만큼 남았네.
422
네가 무슨 반달이냐 초생달이 반달이로다.”
 
423
“어화 어여루 상사뒤어.”
 
424
“이 모 심어 다 끝내면 황황히 익은 후의 우걱지걱 거둬 들여 상위부모 하위처자 함포고복해 놀아보세”
 
425
“어화 어여루 상사뒤어.”
 
426
“내렸다네, 내렸다네.”
 
427
“아니 뭐가 내려야?”
 
428
“전라어사 내렸다네.”
 
429
“전라어사가 내렸으면 옥중춘향이 살었구나.”
 
430
“어화 어여루 상사뒤여.”
 
431
“떠들어 온다 점심 바구니 떠들어 온다.”
 
432
“허화 어여루 상사뒤어.”
 
433
〈자진머리〉
434
“다 되어간다, 다 되어간다.”
 
435
“어러럴럴 상사뒤어.”
 
436
“이 논배미를 어서 심고.”
 
437
“어러럴럴 상사뒤어.”
 
438
“각댁집으로 돌아가서.”
 
439
“어러럴럴 상사뒤어.”
 
440
“풋고추 단 된장에 보리밥 쌀밥 많이 먹고.”
 
441
“어러럴럴 상사뒤어.”
 
442
“꺼적지 이불을 뒤집어 쓰고.”
 
443
“이러고 저러고 어쩌고 저쩌고 새끼 농부가 또 생긴다.”
 
444
“어화 어여루 상사뒤어.”
 
445
〈아니리〉
446
어사또가 이곳에 당도허여,
 
447
“여러 농부들 수고 허시오, 농부 중 좌상이 뉘시오?”
 
448
한 농부 썩 나서며,
 
449
“거 좌상 찾으셨오? 내가 좌상이오마는.”
 
450
어사또 들으시고
 
451
“좌상이시니 고을 일도 잘 아시겄소.”
 
452
“우리네 농부가 무엇을 알 것이오마는,
453
들은대로 말을 허자면 우리 고을은
454
사망이 물밀 듯 헌다 헙디다.”
 
455
“아니 어찌하여 그렇단 말이요?”
 
456
“예 말이 났으니 말이지, 원님은 주망이요,
457
책실은 노망이요, 아전은 도망이요, 백성은 원망이라,
458
이리해서 우리 고을은 사망이 물밀 듯 헌다 헙디다.”
 
459
“이왕에 말이 났으니 한 가지만 더 물읍시다.
460
남원의 성 춘향이가 어찌 되었는지?”
 
461
“예, 신관 사또가 내려와서 수청을 아니 든다 허여
462
중장을 때려 옥에 가뒀는디, 내일 본관 사또
463
생신 잔치 끝에 춘향을 잡아다 죽인다 헙디다.”
 
464
어사 들으시고 깜짝 놀라 농부들과 작별을 허고
465
한 모롱이를 돌아드니,
 
466
〈창조〉
467
그때의 춘향이난 옥방에 홀로 누워 피눈물 편지
468
한 장 써서 방자 시켜 보내는구나.
 
469
〈진양조〉
470
이팔 청춘 총각 아이가 시절가 부르며 올라온다.
 
471
“어이 가리너, 어이 갈거나. 한양 성중을 어이 가리.
472
오늘은 가다가 어디 가 자며, 내일은 가다가
473
어디 가서 잠을 잘거나.
474
내 팔자도 기박허여 길품팔이를 허거니와
475
춘향 신세 더욱 가련허네.
476
죄없는 옥중 춘향이 목숨이 오늘 낼 허는디,
477
올라가신 구관 자제 이 몽룡씨 어이허여 못 오신고.”
 
478
〈아니리〉
479
어사또가 방자인줄을 알아보고,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480
“얘야, 이리 오너라! 너 지금 어디 사느냐? ”
 
481
방자란 놈 어긋나기로 남원서 유명한 놈이라,
 
482
“나요? 다 죽고 나만 사는디 사요.”
 
483
“허허, 그럼 너 남원 산단 말이로구나.
484
그런데, 너 지금 무슨 일로 어디 가느냐?”
 
485
“남원에 성 춘향 편지 가지고 양반들이 독차지한 고을, 묵은 댁에 가요.”
 
486
“오라. 한양 구관댁에 가는구나. 이애, 그 편지 내가 좀 보면 안되겄느냐?”
 
487
방자 기가 막혀,
 
488
“뭐요, 여보시오. 아니 남의 남자 편지도 함부로 못 헐텐디.
489
남의 여자 은서를 함부로 보잔 말이요?
490
예끼 여보시오. 이 양반아.”
 
491
“허허, 이놈아 나를 몰라 보겠느냐?”
 
492
방자 물끄러미 보다가 도련님인줄을 알아보고
 
493
〈단중모리〉
494
“아이고 서방님. 소인 방자놈 문안이요.
495
대감마님 행차후의 옥체 안녕 허옵시며,
496
서방님도 먼먼 길에 노독이나 없이 오시었오?
497
살려주오, 살려주오. 옥중 아씨를 살려주오.”
 
 
498
〈창조〉
499
어사또 편지를 펼쳐보니.
 
500
“이화에 두견 울고 오동에 밤비 올제,
501
적막히 홀로 누어 상사일념이 지황천노라도
502
차한은 난절이라.
503
무심헌 호접몽은 천 리에 오락가락,
504
정불지억이요. 비불자성이라.
505
오읍장탄으로 화조월석을 보내더니,
506
신관 사또 도임후어 수청 들라 허옵기에,
507
저사모피(抵死謀避) 허옵다가 모진 악형을 당허여,
508
미구에 장하지혼(杖下之魂)이 되겠아오니,
509
바라건데 서방님은 길이 만종록을 누리시다가
510
차생에 미친 한을 후생에 다시 만나
511
이별 없이 사사이다.”
 
512
〈중머리〉
513
편지 끝에다 ‘아’자를 쓰고,
514
‘아’자 밑에다 ‘고’자를 쓰고,
515
무명지 가락인지 아드드드득 깨물어서
516
평사 낙안 기러기 격으로 혈서를 뚝뚝뚝 찍었고나.
517
편지를 두 손으로 움켜잡고
 
518
“아이고 춘향아, 수절 하는게 무삼 죄가 되어
519
엄치형장이 웬일이냐? 이것이 다 내 탓이로구나!
520
아 분하다!”
 
521
방성통곡으로 울음 운다.
 
522
〈중모리〉
523
“오냐, 방자야 우지마라. 내 모냥이 이 꼴은 되었으나,
524
설마 너의 아씨 죽는 것을 보것느냐?
525
충성스러운 하인이로구나. 우리 방자가 충비로고나.”
 
526
〈아니리〉
527
어사또 생각허기를 방자가 천기누설 헐까 허여
528
편지 한 장 얼른 써서,
 
529
“이애 방자야. 이 편지 가지고 운봉 영장전
530
빨리 올리고 오도록 하여라.”
 
531
하고 보냈는디, 편지 내용인 즉슨,
532
‘요놈을 멕이기는 잘 멕여주되 며칠 붙들어 놓라’
533
는 내용이었다.
534
방자를 보낸 후에,
 
535
〈진양조〉
536
박석치를 올라서서 좌우 산천을 바라보니,
537
산도 옛 보던 산이요, 물도 옛보던 물이로구나.
538
광한루야 잘 있으며, 오작교도 무사터냐?
539
광한루 높은 난간 풍월 짓던 곳이로구나.
540
저 건너 꽃숲 그네 타던 미인이 어디를 갔느냐?
541
옷소매 부여잡고 눈물 작별이 몇 해나 되며,
542
벗 부르난 저 꾀꼬리 나그네 수심을 자아낸다.
543
황혼이 물들어 춘향 집을 당도허니,
544
몸채는 꾀를 벗고 행랑은 찌그러졌구나.
 
545
〈아니리〉
546
어사또 문전에 몸을 숨기고 가만히 살펴보니,
 
547
〈세마치〉
548
그때의 춘향 모친은 후원의 단을 묻고
549
촛불을 돋워 켜고 정화수를 받쳐 놓고,
 
550
“비나니다. 비나니다. 하나님 전 비나니다.
551
올라가신 구관 자제 이 몽룡씨,
552
전라 감사나 전라 어사로나 양단간의 수의허여
553
내 딸 춘향을 살려주시오.”
 
554
향단이도 설워라고 정화수 갈아 받쳐 놓고
555
그 자리 법석 주저앉어,
 
556
“아이고 하나님, 아씨가 무슨 죄가 있소?
557
명천이 감동허여 옥중 아씨를 살려주오!”
 
558
〈아니리〉
559
그때의 어사또는 이 거동을 보시고,
 
560
“허허, 내가 어사허는 것이 조상 덕으로만 알았더니
561
여기 와서 보니 우리 장모와 향단이 비는 정성이
562
절반이 넘는구나. ”
 
563
허고,
 
564
“이리 오너라! 게 아무도 없느냐? 이리 오너라!”
 
565
춘향모 깜짝 놀래어
 
566
“아이구 내가 이렇게 경황이 없는디
567
너 나가서 마님 안 계신다고 따 보내라.”
 
568
“여보시오. 우리 마님 안 계신다고 따 보내래요.”
 
569
“어허, 그렇게 딸 것 없이 잠깐 나오시라고 여쭈어라.”
 
570
춘향 모친 이 말을 듣더니 홧김에 한번 나가 보는디,
 
571
〈중중머리〉
572
“어허 늙은이 망령이여.
573
내가 왔네, 어허, 자네가 날 몰라?”
 
574
“나라니 누구여? ”
 
575
“어허, 우리 장모가 망녕이여.
576
서울 삼청동 사는 춘향 낭군 이 몽룡일세.
577
그래도 자네가 날 몰라?”
 
578
춘향 모친 이 말을 듣고 우르르르 달려 들어
579
사위 목을 부여 안고,
 
580
“아이고, 이게 누구여, 아이고 이 사람아!
581
어찌 그리 더디오나.”
 
582
〈늦은 중중머리〉
583
“왔구나. 우리 사위 왔어! 반갑네, 반가워.
584
가더니마는 여영 잊고 편지 일장이 돈절키로
585
야속허다고 일렀더니 어디를 갔다가 이제 와.
586
하늘에서 뚝 떨어졌나, 땅에서 불끈 솟았나?
587
들어가세, 들어가세,”
 
588
〈아니리〉
589
춘향 모친 촛불을 받쳐 들고,
 
590
“우리 사위 얼굴 좀 보세. 여러 해 동안
591
사위 얼굴을 그리워했는디 이제사 보게 되네.”
 
592
어사또 슬쩍 비끼며,
 
593
“아, 내일 밝은 날 보소.”
 
594
춘향모친 가까이서 어사또를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595
가슴이 덜컹, 아니 이럴 수가! 이런! 이런!
596
걸인 중에도 대방 걸인이 되어있것다.
 
597
〈중모리〉
598
춘향 모친 들었던 촛불을 내던지며,
 
599
“잘 되었네, 잘 되었네. 열녀 춘향 신세가 잘 되었네.
600
책방의 계실 때난 귀골로만 생겼기에
601
믿고 믿었더니 모두 다 허사로구나.
602
주야 축수로 빌었더니 어사는 고사허고
603
팔도 상 거지 되어 왔네.”
 
604
후원으로 우르르르르 쫓아 들어가
605
정화수 그릇을 번뜻 들어 와그르르 탕탕
606
부딪치니 시내 강변이 다 되었네.
607
춘향 모친 기가 막혀 그 자리에 주저 앉어
 
608
“죽었고나, 죽었고나. 내 딸 춘향이는 영 죽었네.
609
아이고, 이 일을 어쩔거나 이 일을 장차 어쩔거나.”
 
610
방성 통곡에 울음을 운다.
611
향단이는 기둥 뒤에 돌아앉아 옥 있는 곳 바라보며
612
하염없이 치맛자락에 눈물을 훔치더라.
 
613
〈아니리〉
614
“여보개 장모, 날로 보고 참소.
615
그러고 나 시장허니 밥 있으면 한술 주소.”
 
616
춘향 모친 기가 막혀
 
617
“자네 줄 밥 없네. 자네 줄 밥 있으면
618
내 옷에 풀해 입고 살겄네.”
 
619
향단이 곁에 섰다 민망허여,
 
620
〈단중모리〉
621
“여보, 마나님 그리 마오. 아씨 정곡 아니 잊고
622
불원천리 오셨는디 대면박대는 못 허리다.”
 
623
부엌으로 들어가 먹던 밥, 제리 짐치, 냉수 떠 받쳐 들고,
 
624
“여보, 서방님. 여보 서방님.
625
더운 진지 지을 동안 우선 요기나 허사이다.”
 
626
〈아니리〉
627
어사또가 밥을 먹는디 춘향 모친 미운 체를 허느라고
628
휘머리로 따르르르 허니 장단을 맞춰가며 밥을 먹는디
629
꼭 이렇게 먹는 것이었다.
 
630
〈휘모리〉
631
원산 호랑이 지리산 넘듯. 두꺼비 파리 채듯,
632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중 목탁 치듯,
633
고수 북치듯, 뚜드락 뚝딱
 
634
“어허, 참 잘 먹었다.”
 
635
〈아니리〉
636
춘향모가 어사또 밥 먹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 보더니
 
637
“잡것, 밥 많이 빌어먹은 솜씨다.
638
아니 자네 시방 밥 먹고 있는가?
639
밥 총 놓고 앉았제.”
 
640
“그런데, 아까 시장헐 때는 아무 생각도 없더니
641
오장단속을 허고 나니 춘향 생각이 나네.
642
춘향이 어디 있는가?,”
 
643
“뭣이 어쪄! 춘향이 죽고 없네.”
 
644
향단이 곁에 섰다
 
645
“서방님, 바루나 치거든 가사이다.”
 
646
〈진양조〉
647
초경, 이경, 삼사오경이 되니 바루난 뎅 뎅 치난디
648
향단이는 등롱을 들고 춘향 모친은 미음 그릇을 들고
649
걸인 사위는 뒤를 따라 옥으로 내려갈 제,
650
밤 적적 깊헜난디,
651
인적은 고요허고 밤 새 소리는 부욱부욱
652
바람은 우루루루 쇠 지동치듯 불고,
653
궂은비는 퍼붓더니, 이히 이히히 이히 이히히
654
아이고 아이고. 춘향모 더욱 기가 막혀
 
655
“아이고 내 신세야. 내 울음을 누가 울며,
656
내 장사를 누가 헐거나?”
 
657
그렁저렁 옥문거리를 당도헌다.
 
658
〈아니리〉
659
“아가, 어미가 왔다 정신차려라.”
 
660
“밖에 뉘가 오셨오?”
 
661
“오냐, 에미가 왔다.”
 
662
“어머니 이 밤 중에 웬일이시오?”
 
663
“오냐. 왔더라 왔어.”
 
664
〈창조〉
665
“오다니 뉘가 와요. 한양서 편지가 왔오?
666
날 다려 가려고 가마가 왔오?”
 
667
〈아니리〉
668
“편지나 가마가 왔으면 오죽이나 좋겄느냐마는
669
네가 이리 죽어가면서도 방방 허는 한양 서방인지
670
남방인지, 왔다. 이런 거지가 되어 여기 왔다.”
 
671
〈창조〉
672
“서방님이 오시다니, 서방님이 오셨거던
673
나의 손에 잡혀 주오. 아이고 서방님.”
 
674
〈중모리〉
675
“어제 꿈에 보이던 임을 생시 보기 의외로세.
676
향단아 등불 이만큼 밝히어라. 어서 보자.”
 
677
칼머리 들어 저만큼 옮겨 놓고 옥문 창살
678
부여 잡고 바드드드득 일어서며
 
679
“아이고, 서방님 어찌 이리 더디 왔오?
680
책방에 계실 때는 그리도 곱던 얼골,
681
헌헌장부가 다 되었네.”
 
682
춘향 모친 이 거동을 보더니
 
683
“아이고, 저렇게 잘되어 온 것을 보고도
684
대번에 미치고 환장을 허네 그려.”
 
685
“어머니. 웬 말씀이요.
686
잘되어도 내 낭군, 못 되어도 저의 낭군,
687
어머님이 정한 배필 좋고 글코 웬 말씀이오.”
 
688
어사또 이 모양을 보더니 옥문 틈으로 손을 넣어
689
춘향 손을 부여잡고
 
690
“이애, 춘향아. 내 예 왔다.
691
부드럽고 곱던 손결 피골이 상접이 되었으니
692
네가 이게 웬일이냐”
 
693
“서방님, 나는 내 죄로 이러거니와 귀중허신
694
서방님이 이 모냥이 웬일이오.”
 
695
“나도 팔자로다.”
 
696
“내일 본관 사또 생신 끝에,나 죽었다 하옵거던
697
서방님이 싻군인 체 달려들어
698
나를 업고 물러 나와 나를 묻어주되
699
수절원사춘향지묘(守節寃死春香之墓)라
700
여덟 자만 새겨주시면 아무 여한이 없겠네다.”
 
701
어사또 기가 막혀,
 
702
“오냐, 춘향아 우지마라. 내일 날이 밝거드면
703
상여를 탈지 가마를 탈지 그일을 뉘가 알랴마는,
704
천붕우출(天崩牛出)이라 하늘이 무너져도 소살어날 궁기가 있는 법이니라.
705
오늘 밤만 죽지말고 내일 날로 상봉허자”
 
706
〈아니리〉
707
“춘향아, 내가 너더러 꼭 할말이 있다마는, 지금은 말 못하겄고 내일 허자.”
 
708
새수없는 춘향모,
 
709
“자네 누구 때문에 못허는가? 나 없어야 할 말 있는가?”
 
710
어사또 들은 척도 아니허고
 
711
“춘향아, 내가 할 말은, 내가 어,어, 참 기맥힌다”
 
712
“아가, 너 이 말속 알어 듣겄냐? 서울서 여기까지
713
어,어,얻어먹고 왔단 말이다.”
 
714
“아이고 어머니. 나 죽은 뒤라도 서방님 괄시 마옵소서.”
 
 
 

6장. 어사출두

 
716
〈자진머리〉
717
이튿날 평명 후의 본관의 생신잔치
718
광한루 차리난디, 매우 대단허구나.
719
주란화각은 벽공의 솟았난디,
720
구름같은 차일장막 사면에 둘러치고,
721
울능도 왕골 세석, 쌍봉수복, 각색 완자,
722
홍수지로 곱게 꾸며 십간대청 맞게 펴고,
723
호피방석, 화문보료, 홍단백단, 각색 방석
724
드문드문 놓였으며,
725
물색 좋은 청사휘장, 사면에 둘러치고
726
홍사우통, 청사초롱, 밀초 꽃아 연두마다
727
드문드문 걸었으며,
728
용알북춤, 배따라기, 풍류헐 각 생 기계,
729
다 등대 허였으며,
730
기생, 과객, 광대고인 좌우로 벌렸난디,
731
각 읍 수령이 들어온다.
 
732
〈휘머리〉
733
경영장 운봉 영장, 승지 당상 순천 부사,
734
연치 높은 곡성 현감, 인물 좋은 순창 군수,
735
기생치리 담양 부사, 자리호사 옥과 현감,
736
부채치리 남평 현령, 무사헌 광주 목사,
737
미포걱정 창평 현령, 다 모두 들어올 제,
738
별연 앞의 권마성, 포꼭 뛰어 폭죽소리,
739
광한루 마루 위의 일자로 좌정허여 헌량을 헌 연후의
740
낭자 헌 풍류 속 선녀같은 기생들 왼갖 춤 다 출제,
741
부시난 촛불혜여 향풍의 휘날리고 우계면 불러갈 제
742
가성은 유량허여 반공에 높이 떴다.
 
743
〈아니리〉
744
하교상 잡수시고 다담상 올리랼 제,
745
그때여 어사또는 잠행하던 그 복색으로
746
광한루 마루 위에 우루루루 들어서니,
747
사령들만 달려들어
 
748
“쉬”
 
749
〈휘몰이〉
750
“아뢰어라 아뢰어라, 급창 통인 아뢰어라.
751
지내는 과객으로 좋은 잔치 만났으니
752
주효나 얻어먹고 가자 여쭈어라.”
 
753
〈아니리〉
754
사령들이 달려들어 옆 밀거니 등 밀거니
 
755
“어라 어라 놔라. 나도 들어갈 양반이다.”
 
756
운봉이 보니 의복은 남루허나 행색이 다른지라,
 
757
“네 운봉 하인 게 있느냐. 저 양반 이리 모셔라.”
 
758
어사또가 자리를 얻어 앉더니마는
 
759
“여보, 운봉. 내 앞에도 술상 하나 갖다주오.”
 
760
어사또 앞에 놓인 술상 소박허기 짝이 없것다.
761
어사또가 또 트집을 잡기로 드난디,
 
762
“내 상 보고 저 상 보니 내 속에서 불이 나오 그려.”
 
763
운봉이 보시고,
 
764
“불시에 차리느라 조끔 부족한가 보오 그려.
765
부족하거던 내 상에서 같이 잡숩시다.”
 
766
어사또 곁에는 기생 하나도 없더니
 
767
“여보 운봉, 저 기생 하나 불러 내 앞에 권주가 한 꼭대기 시켜 주오.”
 
768
그 중의 기생 하나 운봉의 영을 거역치 못하여 부득히 나와 술을 권하는디,
 
769
〈시조창〉
770
“진실로 이 잔을 잡수시면 천년 만년 빌어 먹으리다.”
 
771
〈아니리〉
772
어사또 벌떡 일어서더니
 
773
“자, 나 혼자 천년 만년 빌어먹고 보면
774
십대나 빌어 먹어도 다 못 빌어 먹을 터이니,
775
좌중에 같이 나누어 먹고 우리 당대씩만
776
빌어 먹읍시다.”
 
777
하고 술잔을 짝 뿌려놓으니, 좌중이 어수선하도다.
778
본관이 불쾌허여 운자를 내여 걸인을 쫓기로 하겄다.
 
779
“자, 좌중에 통할 말씀이 있소. 노는 좌석에
780
글이 없어 무미하니 글 한 수씩 지음이 어떻겠소?
781
만일, 못 짓는 자 있으면 곤장을 닷대 때려
782
내쫒기로 헙시다.”
 
783
“그럽시다.”
 
784
본관이 운자를 부르난디,
 
785
〈창조〉
786
기름 ‘고’ 높을 ‘고’라.
 
787
〈아니리〉
788
차례로 글을 써 갈 제, 어사또 앞에 당도허니
789
일필휘지하여 얼른 지어 운봉 주며,
 
790
“과객의 글이 오죽 하랴마는 자, 보시고
791
고칠 데가 있으면 고치시오.”
 
792
운봉이 보시더니 풍월축 잡든 손이 흔들흔들,
793
곡성이 보시더니 낯빛이 쎄놀놀, 글을 읊으난디,
 
794
〈창조〉
795
“금준미주(金樽美酒)는 천인혈(千人血)이요
796
금술동이의 좋은 술은 천 사람의 피로 만들었고
 
797
옥반가효(玉盤佳肴)는 만성고(萬姓膏)라
798
옥쟁반의 맛난 안주는 만 사람의 기름으로 만들었으니
 
799
촉루락시(燭淚落時)에 민루낙(民淚落)이요,
800
촛농 떨어질 때 백성의 눈물 떨어지고
 
801
가성고처(歌聲高處)에 원성고(怨聲高)라.
802
노래소리 높은 곳에 백성의 원성소리가 높다.”
 
 
803
〈아니리〉
804
“아이고 이 글 속에 큰 일 들었오.
805
첫서리 맞기 전에 어서 떠납시다.”
 
806
좌중이 요란헐 제,
 
807
〈자진모리〉
808
이 때에 곡성이 일어서며,
 
809
“내가 이리 떨린 것이 아마도 오날이 초악 첫날인가 싶으요. 어서 가봐야 것소.”
 
810
어사또 대답허되,
 
811
“내가 시골을 오래 다녀 초악 약방문을 잘 알지요.
812
아 거 소하고 입을 맞추면 꼭 낫지요.”
 
813
“그 약 중난 허오마는 허여 보지요.
814
나도 가봐야 것소.”
 
815
운봉이 일어서며,
 
816
“나도 고을 일이 많은 사람이라 부득이 왔삽더니
817
어서 가봐야 것소.”
 
818
순천 부사가 일어서며,
 
819
“나도 처의 병이 대단허여 부득이 왔삽더니
820
어서 가봐야것오.”
 
821
어사또 생각허되
 
822
“어허, 이리 허다가는 이 사람들 굿도 못 보이고
823
다 놓치것다.”
 
824
마루앞에 썩 나서서 부채 피고 손을 치니,
825
그 때여 조종들이 구경꾼에 섞여 섰다
826
어사또 거동 보고 벌떼같이 모여든다.
827
해 같은 마패를 달 같이 들어 매고
828
달 같은 마패를 해 같이 들어 매고
829
삼문간을 두드리며,
 
830
“암행어사 출도여! 출도여,
831
암행어사 출또 허옵신다!”
 
832
두 세 번 외난소리,
833
하늘이 덥썩 무너지고 땅이 툭 꺼지난 듯,
834
수 백 명 구경꾼이 독담이 무너지듯
835
물결같이 흩어지니,
836
장비의 호통 소리 이렇게 놀랍던가?
837
유월의 서리바람 뉘 아니 떨 것느냐?
838
각 읍 수령 정신 잃고 이리저리 피신헐 제,
839
하인 거동이 장관이라.
840
수배들은 갓 쓰고 저으 원님 찾고
841
통인은 인궤 잃고 수박등 안았으며,
842
대야 잃은 저 방자 세수통을 망에 놓고,
843
일산 잃은 보종들은 우무 장사 들대 들고,
844
부대 잃은 복마 마부 왕잿섬을 실었으며,
845
보교 벗은 교군들은 빈줄만 메고 오니 원님이 호령허되,
 
846
“웟다, 이 죽일 놈아!”
 
847
“사당이 모냥으로 두 줄 우에 다리 넣고
848
그냥 업고 행차 허옵시다.”
 
849
“아이고, 죽일 놈들아! 내가 앉은뱅이 원님이드냐?”
 
850
밟히나니 음식이요, 깨지나니 북장고라.
851
장고통이 요절 나고, 북통을 차 굴리며,
852
쇠고소리 절로 난다.
853
저금 줄 끓어지고, 젓대 밟혀 깨어지고,
854
기생은 비녀 잃고 화젓가락 질렀으니,
855
취수(吹手)는 나발 잃고 주먹쥐고 흥앵흥앵,
856
대포수 총을 잃고 입방포로 쿵!
857
이마가 서로 닿쳐 코 터지고 박 터지고
858
피 죽죽 흘리난 놈,
859
발등 밟혀 자빠져서 아이고 아이고 우난 놈,
860
아무일 없는 놈도 다름박질로 우르르르,
 
861
“어허, 우리 고을 큰일났다!”
 
862
역졸들이 후르르르르 후닥딱!
 
863
“아이고 아이고, 나는 오대 독신이요! ”
 
864
“이 놈! 오대 독신이 쓸 데가 있느냐.”
 
865
동에 번듯허고 서에 번듯허며,
866
보이난 놈마다 어찌 때려 놓았던지
867
어깨쭉이 무너졌고나.
 
868
〈아니리〉
869
어사또 동헌에 들어가 좌정허시고
870
본관의 탐람지욕 낱낱이 다짐받고,
871
향리들 죄를 헤아려 처결 방송한 후에
 
872
“옥 죄인은 모두 석방허고 춘향 하나만 불러드려라.”
 
873
영을 내려놓니,
 
874
〈중머리〉
875
사정이 옥쇠를 모르아 쥐고 철렁거리고 나간다.
876
삼문 밖의 잠긴 옥문을 쨍그렁청 열떠리고,
 
877
“춘향아 나오너라, 다른 죄인은 다 석방 허고
878
너 하나만 올리란다.”
 
879
춘향이 기가 막혀,
 
880
“옥문 밖에나 삼문 밖에나 걸인 하나 안 있었소?”
 
881
“걸인 커녕은 얻어 먹는 사람도 없네. 이 사람아.”
 
882
“아이고 이 일을 어쩔거나! 우리 님은 어디 가셔
883
내가 죽는 줄을 모르신고?”
 
884
춘향이 사정에게 붙들리어 동헌을 들어가니,
885
나졸들이 달려들어
 
886
“춘향 잡어 드렸소!”
 
887
〈아니리〉
888
어사또 분부허시되,
 
889
“춘향이 듣거라. 일개 기생의 딸로 관장을 욕보이고
890
수청을 아니 들은 것은 마땅히 죽을 죄이려니와
891
잠시 잠깐 지내가는 수의 사또 수청도 못 들것느냐?”
 
892
〈창조〉
893
춘향이 여짜오되,
 
894
“수의라 하옵시니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895
이제 장하에 죽을 년이 무삼 말씀 못 허리까?
896
신하의 도리로써 민간 표박과 선악 구별허러
897
다니시는 어사옵지, 한 낭군 섬기랴는
898
춘향 죽이러 오신 사또요? ”
 
899
〈중모리〉
900
“하나 같이 똑 같소. 죽여 주오 죽여 주오.
901
홍로의 묻은 불로 사르든 어서 사르고,
902
칠척검 드는 칼로 어서 박살 죽여 주면,
903
혼비홍행 둥둥 떠서 한양 삼청동을 가겠네다.
904
송장 임자가 문 밖에 섰으니 어서 급히 죽여주오!”
 
905
〈아니리〉
906
어사또님이 껄껄껄 웃으시며,
 
907
“열 열 열녀로다. 이리 오너라. 이걸 갖다
908
춘향 주고 얼굴을 들어 날 살피레라.”
 
909
행수 기생이 염낭의 지환을 받어들고 내려가서,
 
910
“이걸 보시고 대상을 살피라 하시네.”
 
911
〈창조〉
912
이별시 정표로 주었던 지환이 분명코나
 
913
“아이고, 서방님.”
 
914
〈아니리〉
915
얼굴을 들어 대상을 살펴보니
916
어젯 밤 옥문 밖에 걸인 되어 왔던 서방님이 분명쿠나.
917
그 일이 어찌될 일이냐.
 
918
〈창조〉
919
춘향이 일희일비로 두 눈에 눈물이 듣거니 맺거니
920
대상을 무두두룸이 바라보더니,
 
921
“아이고 서방님,마오 마오.”
 
922
〈중모리〉
923
“마오 마오 그리마오. 서울 양반 독합디다.
924
아무리 잠행인들 그다지도 속이셨오?
925
어제 밤 눈치라도 주셨으면 마음 놓고 잠을 잤지,
926
간장 탄 걸 헤아리면 살어 있기가 뜻밖이오.
927
이것이 꿈이냐, 이것이 생시냐? ”
 
928
항쇄수쇄를 끌렀으니 종종 걸음도 걸어 보고,
929
동헌 대청 너룬 마루 두루두루 다니며 춤을 춘다.
 
930
“외로운 꽃 춘향이가 옥중에 추절이 들어 떨어지게
931
되었더니 동헌의 새봄이 들어 이화춘풍이 날 살렸네.
932
우리 어머니는 어디 가시고 이런 경사를 모르신고.”
 
933
〈아니리〉
934
그때여 춘향모난 염치없어 못 들어가고 삼문 밖에서
935
눈치만 보다 춘향 입에서 어머니 소리가 나니 ‘옳제,
936
인자 되었다‘ 하고 떠들고 들오난디,
 
937
〈자진머리〉
938
“어디가야? 여기있제.
939
아도 사령아 큰문 잡아라. 어사 장모 행차하신다.
940
열녀춘향 누가 낳나? 말도 마소 내가 낳네.
941
장비야 비켜라, 배 다칠라, 열녀 춘향 난 배로다.
942
내 말 한마디면 남원 관속 몇 놈 죽는다.”
 
943
〈중중모리〉
944
“얼씨구나 절씨구, 얼씨구 지화자 좋네.
945
남원 부중 여러분들! 나에 발표 할말 있네.
946
아들 낳기 힘을 쓰지 말고, 춘향이 같은
947
딸만 기르시오. 얼씨구나 절씨구.”
 
948
댓돌 우에 올라앉어, 사위를 부여잡고
 
949
“아이고 사우! 어제 저녁에 오셨을 제,
950
어사헌 줄은 알았으나 천기누설을 막느라고
951
너무 괄세를 하였더니, 속 모르고 노여웠제?
952
노여 마세, 노염 푸세. 우리 사우.
953
얼씨구 얼씨구 절씨구. 이 궁덩이를 두었다가
954
논을 살거나 밭을 살거나 흔들대로만 흔들어 보자.
955
얼씨구나 절씨구 얼씨구나 아아 얼씨구 절씨구
956
지와자 좋네 얼씨구나 절씨구.”
 
957
〈엇중머리〉
958
어화 여러 벗님네들, 춘향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봅시다.
959
이야기야 계속 있겠지만, 그 뒤야 뉘가 알랴?
960
여기서 이제 그만 더질더질.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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