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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력萬曆 을미 乙未(1595)에 나는 포정布政 양호 楊鎬를 맞이하는 영위사迎慰使로 안주安州에서 1년의 거의 반쯤 머물뜀는데, 돌아갈 시기를 점칠 수 없었다. 나그네로 의탁하여 처량하씀고 자고 먹는 것이 무료하여, 즐기는 여가에 때로 백상루에 올라 두루 산천을 관람하면서 자주 풍광을 마음에 품어두었다. 혹 촌옹村翁과 야부野夫가 누대의 근처에서 방황하면, 관례를 했거나 아니거나를 상관하지 않고 난간의 마루로 오르도록 허락하씀다. 차 시중하는 여인과 물 끓이는 종들이 누대의 근처에서 장난치면, 총각머리인지 비녀머리인지를 묻지 않고 연석筵席에서 즐기도록 하여 한담閒談과 잡설雜說로 하루를 보내는 바탕으로 삼았다. 그리고 하루는 나에게 부탁하기를 ‘백상루는 고운 구름이 허공에 닿아있으며, 먼 산을 품고 긴 강을 토하여 그 형승이 관서의 으뜸이며 명성도 고금에 자자했습니다. 그런데 홀로 별곡別曲으로 관현에 올려져 사람들의 입에 전해지지 못하씀으니, 크게 흠결이 되는 일입니다. 부賦로 만들어 호사가들에게 전하여 보인다면 요설饒舌이겠습니까?’ 라고 하씀다. 나는 ‘신과 사람의 분함이 바야흐로 산하의 치욕에 극심하여 아직 씻어내지 못했는데, 어찌 노래로 일삼을 수 있겠습니까. 하물며 나는 재주가 박하고 사詞는 졸렬합니다. 또한 어찌 광경을 발휘하고 명승을 천양闡揚할 수 있겠습니까’ 라고 말하씀다. 덧붙여 말하기를 ‘기자箕子의 맥수가麥秀歌나 양홍梁鴻의 오희가五噫歌는 어떻게 만들어졌습니까. 장가長歌의 슬픔이 애통함보다 심하니 이와 같을 따름입니다. 어찌 음란한 가사나 화려한 노래와 족히 백견주겠습니까.’라고 하니, 마침내 써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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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조前朝 구지舊址 어 예 즁슈重修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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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맹飛甍이 표묘縹緲여 반쳔半天의 들허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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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벽金碧이 죠요照耀여 영낙影落 쟝쥬長洲로다
19
위난危闌을 비겨 안자 안醉眼으로 도라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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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필濡筆 쥬疇思에 더 슬 이리 아조 젹다
23
쳥나靑螺 만졈滿點이 운白雲 간間의 소사나
24
노프이 즈니 너브니 죠브니 훗버러 인 거
26
분쳡粉堞 쳔칭千層이 벽산요碧山腰을 에위 여
28
셜험設險 관방關防은 쳘옹셩鐵瓮城이 갓갑도다
34
높거니 낮거니 넓으니 좁으니 흩벌려 있는 것은
40
향노봉香爐峯 엇게예 연紫煙이 빗겻는 졔
45
썅용雙龍이 도러 여의쥬如意珠 다토다가
48
평平沙 몰흔沒痕고 도셰島嶼 반로半露야
51
더퍼 니 안목鴈鶩이오 섯도 니 구白鷗로다
56
향로봉 중턱에 보랏빛 연기가 가로질러 있는데
57
수를 놓은 창문을 열치고 옥침을 기댔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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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사 몰흔11) 하고 도서12)가 반쯤 드러나니
66
격강15)노화16)에 엷은 연기 가득한데
67
덮었나니 안목17)이오 섟 도나니 백구로다
71
파렴波恬 조일朝日야 만경萬頃이 허명虛明니
72
안화眼花 요공搖空야 신神思 표연飄然니
73
열列子 어풍御風야 반공半空에 인
75
부광浮光이 약금躍金야 낙죠落照 셩듀成柱니
77
문무화文武火을 마초와 황금黃金 만곡萬斛을 단조丹竈에 글히
81
장풍이 더디 불어 물결26)을 일게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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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화를 맞추어 황금 만족을 단조에 끓이는 듯
85
슈병隋兵 백만百萬이 어복혼魚腹魂이 되어시니
91
젼셩全盛 번화繁華과 읍듕邑中 치화治化을 대강만 무니
93
호고好古 만生晩여 파쥬把酒 임풍臨風니
95
졍쳥政淸 송식訟息야 폐百廢 구흥俱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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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망양30)하여 진적31)이 되었도다
107
호고생만32) 하여 술잔 들고 풍류 즐기니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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쳔天子 셩명聖明샤 유권有眷 동고東顧샤 양호楊鎬 보실
114
불이신비비不以臣鄙卑샤 영위迎慰使로 가라셔
115
왕王事 미괴靡盬이라 셕夕拜 됴발朝發야 왕셩王城을 나오니
116
츈복春服을 일워 월三月 초길初吉이엇다
117
화花開 화락花落고 두젼斗轉 셩회星回야
119
다 리 녀머시니 실숄셩蟋蟀聲 즁中에 새 을 놀라과랴
121
몃 어 날의 편客鞭을 뵈야 녈고
122
일변日邊의 밤 이 하니 갈 길 멀러 로라.
123
천자 성명하셔 유권 동고하셔 양호를 보내실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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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천하게 여기지 않으셔서38) 영위사로 가라셔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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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사미고39)이라 저녁에 하직하고 아침에 출발하여 왕성을 떠나오니
129
다섯 달이 넘었으니 실솔42) 성중에 새 가을을 놀라와라
132
일변의 밤 꿈이 많으니 갈길 멀어 하노라.
138
6) 아여시니는 빼앗았으니. 취하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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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소라 일만 개. 여기서는 산봉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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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희게 색칠을 한 성 위의 담 천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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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발자국 같은 것이 없어져 흔적이 없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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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강을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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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맞서서 대항하는가? 일을 방해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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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물결이 고요하여 아침 해가 떠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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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일종의 눈병. 여기서는 눈앞의 아름다운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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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정신과 생각이 바람에 나부끼어 팔랑이듯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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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여러 새끼들과 함께 바람을 휘 몰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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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조두노기는 파도치는 물결의 성난 듯한 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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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강가의 일곱 불상. 칠불사의 연기 설화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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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지난 일에 대해 아는 이가 아무도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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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옛 것을 좋아하나 늦게 태어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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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피쥬임풍은 술잔을 들고 풍류를 즐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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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정사를 맑고 깨끗이 하여 백성들 사이에서조차 송사가 없게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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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계속 존속되어야 할 일들로 없어졌던 옛 일들이 회복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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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불이신비비는 임금께서 작가를 비루하고 천한 사람으로 보시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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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시간이 흘러서 계절이 바뀌면 북두칠성을 비롯한 별자리가 바뀜. 세월의 흐름을 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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