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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地下)의 괴기(怪奇)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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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상
최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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地下[지하]의 怪奇[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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異物[이물]의 세계는 수중 해변에나 마찬가지로 지하 石間[석간]에도 있다고 하였읍니다. 명부니 지옥이니 하는 종교성의 것 말고도 지하 세계의 존재는 여러 가지 모양으로 전설상에 나타났읍니다. 〈三國遺事[삼국유사]〉(卷四[권사], 蛇福不信[사복불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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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시절, 元曉聖師[원효성사]가 一代[일대]의 고승으로 크게 德化[덕화]를 펼 때에, 市井[시정] 무명의 한 과부의 자식으로서 道力[도력]이 심히 높아서 元曉[원효]의 공경함을 받는 이가 있었으니, 그 이름은 蛇福[사복]이라 하였다. 하루는 그 모친이 하세하매, 元曉[원효]와 한가지 屍身[시신]을 모시고 智惠林[지혜림]이라는 숲속에 이르러 생사의 이치에 관한 제일의 적 문답을 한바탕 하고, 그 곳의 茅草[모초] 한 모숨을 쑥 뽑으매 그 밑에 세계가 있어서 시원하고 환하며, 七寶欄楯[칠보란순]에 누각이 장엄하여 인간이 따라갈 수 없는 별건곤인데, 蛇福[사복]이 母屍[모시]를 업고 쑥 들어가자 구멍이 갑자기 아물어버리니, 元曉[원효]가 그만 돌아오고 후인은 그곳에 道場寺[도장사]라는 절을 이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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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것도 그 일례입니다. 그러나 이 蛇福[사복]과 元曉[원효]와의 대조는 마치 維摩居士[유마거사]와 釋迦牟尼[석가모니]의 관계와 같기도 하고, 道[도] 있는 이가 땅 속에 안주하는 세계를 가져 있었다 함은 유명한 寒山拾得[한산습득]이 바위 속에 집을 두고, 들적 날적마다 돌이 벌어졌다가 오므랐다가 하였다는 전설하고도 맥락이 닿는 듯하여, 아무래도 보통의 민간 전설로만 대접할 수 없을 듯 하니까 이것은 아직 모르는 체하여 두겠읍니다. 이것 말고도 지하의 세계를 말하는 민간 전설이 더러 있읍니다. 金安老[김안로]의〈龍泉談寂記[용천담적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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松原[송원] 땅의 一士人[일사인]이 산뿌리 하나를 얻어서 집터를 닦을새, 흙을 두어 자 파니, 흙과 돌 틈새에 龜蟲雜種[구충잡종]이 수두룩하게 엎드려 있어, 깊이 들어갈수록 더 많은 것을 그냥 주워서 죽여버렸다. 집을 짓고 移居[이거]하였더니, 朞年[기년]도 지나지 아니하여 홀연 처가 병이 들어 광인 같아지고, 신이 들려서 하는 말이 「네가 웬 놈이관대 감히 우리 씨를 없이 하고 우리 집을 빼앗아 드느냐. 나는 地中[지중]의 金猪[금저]인데, 사람을 해친 일 없거늘 사람이 도리어 나를 못살게 하니 그럴 수가 있느냐?」 하거늘 士人[사인]이 驚怪[경괴]하여 물어 가로되 「네가 金猪[금저]라 하니 내가 너를 언제 못살게 하였더냐. 네가 도리어 내 처를 병들게 하니, 너야말로 사람을 보채는 것인즉, 내가 마땅히 네 구덩이를 파서 한 놈 남기지 않고 다 멸시를 하리라」 처의 하는 말이 「龜蟲[구충]의 네 손에 죽은 것이 죄다 우리 僕隸[복예]의 屬[속]이더니라. 내 집이 깊이 깊이 땅의 맨 바닥에 있으니, 설사 온 나라의 군인을 들여 파기로, 이 堅厚[견후]한 땅을 다 뚫고 들어올 수가 있더란 말이냐」 士人[사인]이 그제야 겁이 나서 사과하여 가로되 「지상 지하에 길이 같지 않고, 사람과 짐승이 유가 같지 않거늘, 구태여 서로 못살게 할 것이 있느냐」, 처의 하는 말이 「남의 식구를 다 죽였으니 용서할 수가 있으랴」 하더니, 말이 끝나자 병이 돋쳐서 그대로 죽어버리거늘 士人[사인]이 더욱 황겁하여 집을 헐고 떠났으되, 병이 온 집안 식구에 퍼져 다 죽고 마침내 한 사람이 남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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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것 같음도, 지하에 異物[이물]의 세계 있음을 말하는 一例話[일례화] 입니다. 우스개 이야기이지마는 〈慵齋叢話[용재총화]〉(卷五)[권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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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松都[송도]에 한 맹인이 있어 기괴한 일을 몹시 좋아하며 젊은이를 만나기 무섭게 근래 무슨 별 소문이 없느냐 하더니, 한 악소년이 말하기를 「요새 참 기이한 일이 하나 났소. 東門[동문] 밖 거리에 땅이 천 길이나 갈라져서 지하 세계에 사람들 왕래하는 모양이 역력히 보이고, 닭의 소리와 다듬이 소리까지도 환하게 들리는데, 내가 시방 그리로서 오는 길이오」 한대, 맹인이 가로되 「과연 그럴 양이면 천하에 신기한 일이니 내가 눈으로 보지는 못할망정 그 자리에 가서 소리만 조금 들어도 세상에 난 보람이 있겠네」 하고 소년을 따라 나서거늘, 소년이 온종일 성중으로 끌고 다니다가 도로 맹인의 집 뒤 등성이에 이르러 「자, 여기가 거기요」 한즉, 맹인이 저의 집에 닭 소리, 다듬이 소리를 듣고, 손뼉을 치며 기뻐하여 가로되 「참 좋구나, 참 좋구나!」 하는 것을 소년이 덜미를 밀어 맹인이 제집 뒷뜰로 떨어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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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사람이 「웬 일이오?」 물으니, 맹인이 손을 썩썩 비비면서 하는 말이, 「예 나는 천상의 맹인입니다」 하고 이어 제 처의 웃는 소리를 듣더니, 한다는 소리가 「당신은 언제 여기를 왔읍니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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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이야기는 한때 만든 말이기는 하지마는 그 내용이 지하 세계의 관념을 반영하는 것임은 무론입니다.
【원문】지하(地下)의 괴기(怪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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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10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