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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게·막서리·기타 - 「대하」집필일기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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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 4월
김남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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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게·막서리·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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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하」집필일기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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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전에 발표된 졸저 『대하』에 대한 독후감상 중에 방언에 대하여 언급한 이가 대단히 많았다. 유진오 씨와 임화 씨 등은 방언남용이 작자에게 불리할 것을 주장하는 편이었고 채만식 씨는 『박문』에서 나를 두고 방언남용을 주장하는 자라고 말하였는데, 면대해서는 방언이 섞인 게 오히려 문장이 거칠고 신선해서 자기에겐 호감이었다고 말하였다. 그러나 글이 난삽(難澁)해서 구보나 상허의 글을 읽듯이 용이치 않은 것만은 사실인 모양이어서 지인 중에 그것을 불평하는 이가 퍽 많았다. 허기는 홍명희 씨나 홍기문 씨 같은 분은 사투리를 활용했다는 것을 이 소설의 가장 좋은 특징으로 간주하는 모양이어서 이것을 내깐으로 말해보면 경성서 자라난 분들은 유씨나 임시의 편에 가담할 것이오 남도에 나서 그곳서 자란 분들은 간혹 채씨 편에 그리고 사투리를 광범히 지실(知悉)하고 있는 분들은 어쩌면 홍씨 의견에 가담할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가져 보았다. 그러나 이것은 표면적인 피상을 핥아본 내 개인의 생각일 뿐으로, 물론 제씨의 의견에는 각각 사투리와 문학어에 대한 일정한 주장이 있어 「대하」독후감에 나타난 것 역시 그의 반영이라고 생각되어진다. 가령 홍기문 씨 같은 분은 언어학연구가로써 우리 문학어에 대한 독자의 의견을 갖고 있는 것을 필자 자신 얻어들은 일조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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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지방어에 대하여 정견을 갖고있듯이 실인즉 나도 언어개혁에 참여할 지방어에 대하여는 미리부터 하나의 의견 비슷한 것을 갖고 있기는 하였다. 「대하」집필 직전, 조선일보에 「양덕쇄기(陽德瑣記)」의 1절로써 나는 그것을 문단에 물었고, 이제 딴 기회에 다시 나의 의견의 일단을 말해보려고 하므로 이 자리에선 언급치 않으려 하거니와 「대하」가운데서 지방어라고 지적되는 것 가운데는 어떻게 할 수도 없는 독특한 사회성을 띤 어휘가 많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것은 간단한 사투리가 아니라는 것을 ‘나의 지방어에 대한 의견’이라는 별개로 이 자리에서 몇 마디 천명해 두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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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선 ‘절게’와 ‘막서리’다. 지금 우리가 갖는 문예작품 가운데서 어휘가 가장 많기론 모두 홍명희 씨의 「임꺽정」을 드는데 바로 그 홍명희 씨가 홍기문 씨에게 ‘절게’와 ‘막서리’를 물었다고 한다. 홍기문 씨는 사투리를 연구하는 분일 뿐 아니라 사회사나 토지문제에 대하여도 조예가 깊은 분이니까 물론 그 말을 잘 알고 있었지만 대부분의 독자는 이것이 어이된 어휘인지를 모를는지도 알 수 없다. 인정식 씨 저(著)인 「조선의 농촌기구 분석」에는 소작농을 분석을 하는 마당에서 간단히 이렇게만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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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로 ‘머슴’의 실수(實數)는 통계상 전연 표시되어 있지 아니하나, 대범(大凡) 30만을 넘으리라고 추정된다. 실로 이 ‘머슴’은 평남 순천지방에 잔존하는 막인제도(幕人制度)와 함께 낡은 노예제의 최후의 유물로써 이미 쇠망해 버린 과토사회(過土社會)의 암시를 주고 있는 물건이지만 이 점에 있어서 그것은 금일의 임록노동자(賃錄勞動者)와는 물론, 봉건적 소작농=반농노(半農奴)와도 범주적으로 엄밀히 구별되지 않으면 안될 성질의 것이다.”(109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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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용 중에서 막인제도(幕人制度)라고 인씨가 지칭하는 것이 아마도 ‘막서리’인 모양인데 씨의 의견에 의하면 이것은 ‘머슴’과 같은 것으로 평남 순천 지방에 현재 잔호(殘好)한다고 한다. 이밖에 나의 알기엔 그리고 10년 전의 나의 본 기억에 틀림이 없다면 광우(光宇)씨 저(著)의 「조선에 있어서의 토지문제」라는 책자에서도 인씨와 비슷한 의견을 본 것 같다. 그러나 이것과는 내가 아는 바가 다소 다르다. 어떻게 다른가? 그것을 지금 적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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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슴’과 같은 것은 ‘막인(幕人)’이 아니고 ‘절게’다. 평안도에 고유한 이 제도는 ‘막서리’ 혹은 ‘막간사람’이라고 말하니까 ‘막인제도(幕人制度)’라고 부를 수는 있을지 모르나 남도에서 보는 ‘머슴’은 아닌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것이 순천 지방에 잔존해 있다는 말도 정확치는 아니하다. 평남에서는 순천까지를 평지로 간주하고 성천으로부터 양덕, 맹산, 덕천, 영원 등을 산간으로 치는데 순천에 그것이 남았다면, 의레히 산간지방에 더 많이 남아있을 것이 아닌가. 나의 알기엔 순천에서는 지금 그러한 것을 구경할 수가 없지만-수년 전과도 달라서 교통의 요충지로 된 현금(現今)에는 더구나 없을 것이다. -성천서부터는 아직 흔하지는 않아도 간혹 눈에 띄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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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어쨌건 ‘절게’는 완전히 지주나 지주 겸 고리대금업자에게 매인 몸으로 ‘비복(婢僕)’과 같이 팔려온 신분은 아니지만, ‘절게사리’ 1년에 그가 받는 보수는 대충 이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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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서른 량(3원)을 받는 외에 세 때의 끼니와 두루마기 없는 겨우사리 한 벌 이른 봄에 푸중의 적삼 단오 대목해서 흰 중의적삼, 여름에 베둥지개, 가을에 솜바지 저고리, 발에 두르는 감발 두 감에, 머리에 동여매일 수건 두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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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사람이 무슨 까닭으로 이런 ‘절개’사리를 하게 되는가는 책 광고 같지만 부득이 「대하」의 김두칠군의 생애를 보랄 수밖에 없겠는데 그러면 ‘막간사람’ 혹은 ‘막서리’는 ‘머슴’인 이 ‘절게’와 어떻게 다른가. ‘막서리’가 농업경작을 위한 제도의 산물인 것은 ‘절게’와 같으나 그는 위선 대부분이 독신자가 아니고 시쳇말로 세대(世帶)를 갖춘 자가 ‘절게’와는 일단(외관상에 불과하지만) 올라선 신분에 의하여 지주나 상전에게 매여 있다. 위선 그는 ‘절게’처럼 1년간의 보수를 받는 것이 아니라 신분관계에 완전히 얽매였지만 외형상으로나마 독자의 생활을 자주적 경영에 의하여 영위하고 있다. 상전의 행랑채 같은 방(평안도에서는 그것을 막간방, 혹은 막간이라 한다.)을 하나 그대로 얻어서 그곳서 살림을 하는 것이다. 비교적 간단한 역사(役事)를 맡아보는 것이 ‘막간’의 집세인 셈이다. 아침저녁 마당이나 쓸고 잔심부름이나 하고-그러니까 막서리의 아내가 상전댁에 가서 일을 보아준 날은 밥을 얻어먹고 또 옷가지도 얻어 입는다. 그렇게 하면서 ‘막서리’ 개인의 몫으로 힘에 맞는 대로 상전의 소작을 하기도 하고 또 주인의 보행(그 당시의 서신배달부 혹은 채금독촉원)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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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서리’는 그러므로 장차 소작인이 될 수 있는 환상을 갖는 그러한 정도로 매여있는 신분의 사람이다. 그러나 「대하」의 김두칠이는 박성권댁 여비였던 쌍녜와 결혼하여 ‘절게’로부터 ‘막서리’가 되었으나 소작인이 되지 않고 그 당시 처음 볼 수 있던 근대적 노동자의 붕아(崩芽)인 도로공부(道路工夫)가 되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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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막간’ 제도의 변모된 유물은 아직 성천읍내에도 6, 7처에서 볼 수 있었다. 그것은 서울의 ‘행랑’과도 흡사하다. 그러나 ‘절게’와 함께 최근 노동력의 광산 혹은 토목 방면에의 동원으로 그것은 급격히 없어질 것이 아닌가하고 추상되었다. 나는 이러한 토지문류(土地問類)에 대한 쇄말사(瑣末事)를 조사해 갖고 나의 ‘사투리 활용’을 옹호할 의사는 조금치도 없으나(아까도 말한바 같이 사투리 활용에는 내깐으론 이것과 별개로 일정한 의견을 갖고 있다.), 대체 ‘막서리’나 ‘절게’ 같은 말을 어떻게 서울말로 고치라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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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게’를 ‘머슴’이라고 고친다고 하는 것도 틀린 수작이지만 ‘막서리’나 막간 같은 말은 본시 딴 고장의 없는 제도를 표시하는 말이므로 ‘행랑살이’라고 할 수도 없고 부득이 모르는 이는 자기의 지식을 넓힐 밖에 별도가 없을 것이다. 채만식 씨와 같이 이런 말이 표준어로 사정이 되었는가하고 조선어학회나 이극로 씨를 붙들어 갖고 묻는다던가 또는 물어보니까 이씨는 자기도 잘 모른다고 했다던가-이런 시끄럽고 쓸데없는 준비는 본시 나의 취할 바 행동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도대체 언어의 정비시기에 있어서 좋은 말을 지방어에서 문학어로 끌어올리는 것을 반대하는 편파한 경성중심적 지방주의도 찬성키 곤란하거니와 문학자가 어학자의 뒷밑을 씻어줘야 할 어떠한 자기 폄하가 있어야하는지 나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일이다. 언어를 창조(공연한 조작을 말함이 아니다.)하고 활용하는 것은 어학자가 아니고 문학자인 것을 잊을 필요는 없을까 한다. (己卯[기묘] 3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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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문학』, 1939년 4월)
【원문】절게·막서리·기타 - 「대하」집필일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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