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사전적 의미는 일정 기간 다른 고장이나 나라에 가는 일로 되어 있지만 레저의 하나로 여행이 활발해진 시기는 산업화와 맥락을 같이 한다.
1930년대 자본주의 가 고도로 성장하면서 미국이나 서구의 선진 자본주의 여러 나라에서는 레저의 대중화 현상이 일어났다. 기술 혁신 에 따른 노동 시간의 단축과 생산력의 비약적인 증대가 가져온 소득의 상승과 평준화의 촉진이 어느 정도의 여유를 가지게 하였고 레저 붐이 일어나면서 여행에 대한 관심도 늘어났다.
우리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로 1960년대 후반에 이르러 경제 성장에 따른 공업화· 도시화의 진전과 함께 레저 붐이 일어났다. 여름에는 더위를 피하여 해수욕장으로, 겨울에는 스키, 봄· 가을에는 각 명승·관광지에 많은 사람이 찾아들게 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 나라에서의 1970년대를 전후한 레저 붐은 경제적·시간적 여유가 있는 일부 계층에 해당되는 현상이며, 비용이 많이 들어 사치성을 띠게 되고 소비 생활을 압박하기도 하였다.
1980년대 이후에는 경제적·시간적 여유가 보다 많이 생기면서 여행은 일상적인 생활의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이제는 해외 여행도 특별한 것이 아닌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동유럽권 개방에 따라 여행할 수 없는 곳이 거의 없어졌고, 청소년들은 수시로 열리는 캠프에 참가하거나 배낭 여행을 떠나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앞으로는 여행이 단순히 보고 즐기는 것에서 벗어나 문화 기행이나 유적 탐사 등 더욱 세분화·전문화될 것이고, 특히 레저의 하나로서의 여행이 보편화될 것으로 보여 건전한 여행 문화의 개발과 정착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자유 시간의 양은 점점 더 많아질 것이고 이 자유 시간의 활용이 중요성을 띠게 된 것이다.
생활의 방편으로서의 여행
동물도 여행을 한다. 계절에 따라 오고 가는 새나 물고기 의 예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여행은 동물의 일반적 행동 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여행은 단순한 신체적 이동 외에 각자가 거주하는 곳의 문화와 물질을 전파한다는 점에서 동물의 여행과는 구별된다. 미개 사회에서의 여행 은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채집 수렵민의 소집단으로 이루어진 여행은 일반적인 동물의 행동 양식과 유사하지만 생활 도구의 운반이라는 면이 첨가되어 있다는 면에서 인간의 여행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다. 계절에 따라 정착 생활과 이동 생활을 번갈아 가며 하는 반이동 민족이나 2곳의 정주지 사이를 계절에 따라 오고가는 반정주 민족 에게도 생활 유지 방편으로서 여행이 필수적이었다. 정착을 해서 사는 민족의 경우는 식량을 구하는 등의 원초적 목적하에서가 아닌 교역의 목적으로 원거리 여행을 하거나 남자들의 수렵이나 성인식 과정의 일부로서 여행이 유형화·조직화 양상을 띠었다. 도시와 농촌으로 이루어진 복합 사회의 여행은 식량 등 많은 물자가 도시로 집중하는 것을 전제 로 하여 이루어졌다. 농산물의 반입과 다른 지방에서의 취업 등을 위한 농촌 거주자의 도시로의 여행, 수공업 물품의 원재료 입수와 판매, 실태 조사와 순시 등을 위한 도시 주민의 농촌으로의 여행, 도시간의 관계 유지를 위한 도시 거주자의 도시간의 여행 등이 있다. 오락을 위한 여행도 있다. 수공업자나 예능인의 이동 생활은 유랑하는 예술가들이 그러하듯 수요 자체가 부족하여 한 곳에서 생활을 영위하기가 어려운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복합 사회 외부에는 일반적으로 저밀도의 여러 미개 사회가 존재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운반 수단을 갖추고 활발히 이동하는 유목민 등 비정주 여행 민족이 복합 사회 내부로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민족 이동은 인류사의 중요한 변수 로 작용하였다. 복합 사회를 형성·유지시키는 기능을 가진 종교적인 여행은 일반인의 성지 여행, 성물·신격 등에 필요한 지역으로의 여행, 신격의 여행과 같은 여러 형태의 성직자의 여행 등으로 나눈다.
레저 활동으로서의 여행
유럽에서는 15~16세기에 역마차가 발달하고 연선에 숙박 시설이 들어섰으며, 그 무렵에 이미 역마차의 발차 시각 을 알려 주는 여행 안내서가 있었다. 여행자는 주로 상공업자나 순례자·관리 등이었다.
19세기 철도의 등장은 장거리 여행을 보다 쉽게 만들었고, 이에 따라 여행자도 급격히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여행 안내서 도 많이 출간되었다. 19세기 중엽 이후 철도망과 산업이 더욱더 발전하면서 대도시를 중심으로 호텔 등의 숙박 시설도 일반화되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서민들은 관광을 목적으로 여행을 하는 상태는 아니었다. 이 때 독일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새로운 풍물을 접하면서 견문을 넓히게 한다는 목적의 반더 포겔 운동이 시작되었다. 이 운동은 독일 전역으로 전파되었다가 제2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 잠시 추춤하였으나 전쟁이 끝난 후에 부활되어 각국으로 전파되었다. 이 반더 포겔 운동에서 파생된 것이 1926년 독일에서 탄생한 유스 호스텔로, 여행자를 위한 건전하고 값싼 숙박 시설로 전세계에 걸쳐 보급되어 있다.
우리 나라의 경우는 잎서도 얘기하였듯이 근대에 들어와서야 여행이 일반화되기 시작하였다. 그 이전까지는 시인이나 묵객들의 명승지 탐방, 불교 신자들이 치성을 드리기 위해 명산 대찰을 찾는 일 등이 가끔 있었을 뿐 휴양이나 오락을 목적으로 한 여행이 드물었다. 산업화와 함께 일어난 레저 붐의 영향이 강해지면서 비로소 여행은 대중화되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