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기 말에서 10세기 초에 걸쳐 만주 지방에 있던 나라. 고구려의 유민이 말갈족을 끌어들여 세운 나라로 고구려를 계승하려는 의식이 뚜렷하였다. 국력을 크게 떨쳐 한때는 해동성국이라고 불리기도 하였으나 지배층 내부의 분열로 228년 만에 거란족에게 멸망당하였다.

고구려가 망한 후에도 만주 지역에서는 고구려 유민들의 저항 운동이 계속되었는데, 그 중 고구려의 장군이었던 대조영이 말갈족을 이끌고 지린성 둔화현 동모산에서 자립하여 나라를 세우고(698년), 나라 이름을 진(震)이라 하다가 뒤에 발해로 고쳤다.

발해는 북쪽에 있는 돌궐과 손을 잡고 당나라를 견제하면서 안으로 말갈족의 통합에 힘써 옛 고구려 땅의 대부분과 지금의 연해주 지방에 걸치는 커다란 나라를 이루었다. 그러나 중기 이후 계속된 왕위 계승을 둘러싼 지배층의 내분이 피지배층인 말갈족을 자극하여, 그들이 차차 발해의 지배를 벗어나게 되면서 힘이 약해져 멸망당하고 말았다 (926년).

발해의 관제는 중국의 3성 6부제를 본떠서 정당성·선조성· 중대성의 3성을 두고, 그 밑에 충·인·의·지·예·신의 6부를 두었으나 그 운영에 있어서는 독특한 면이 있었다. 곧 정당성의 장관인 대내상 아래에 선조성의 장관인 좌상은 충·인·의부를 감독하고, 우상은 예·지· 신부를 감독하는 2원적 행정 체제를 이루었다. 그리고 국가의 중요한 일은 모든 귀족이 정당성에 모여 회의를 열어 결정하였으며, 전국을 5경 15부 62주로 나누고 군대는 8위로 조직하였다.

발해의 문화는 고구려 문화를 바탕으로 하고 당나라의 문화를 받아들여 이룩한 귀족 문화로 독자성은 부족한 편이나 주위의 여러 민족을 크게 자극하였다.

유물로는 수도였던 상경에서 불상·돌사자· 와당 등이 발견되었는데, 직선적이고 패기가 넘치던 고구려 미술이 한층 부드러워지면서도 웅건하고 세련된 느낌을 준다. 한편 발해의 자기는 가볍고도 투명한 광택이 있어 당나라에 수출되기도 하였다.

발해는 8세기 초 무왕 때 그 세력을 크게 떨쳤다. 이에 불안을 느낀 당나라가 주변 민족을 꾀어 발해와 대립하게 하자, 무왕은 장문휴로 하여금 산둥성의 덩저우를 공격 하게 하였다. 이에 당나라는 신라와 동맹을 맺고 발해를 공격했으나 실패하고, 이후에는 서로 친선 관계를 맺었다. 발해는 당나라에 유학생을 파견하여 그 문화를 수입하는 한편 바다 건너 일본과도 무역을 하였는데, 이것은 신라 를 견제하려는 뜻도 포함된 것이었다. 신라와 발해는 끝내 교류를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