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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과 정전협정
한국전쟁은 2년 17일의 긴 기간 동안 158차례의 정전회담을 통해 1953년 7월 27일 개성 판문점에서 정전협정을 맺었다. 주(駐) 유엔 소련대사 야코프 말리코(Yakov Alexandrovich Malik) 대사가 1951년 6월 23일 유엔 라디오 연설 중 “모든 외국군은 전투를 중지하고, 38선에서 물러나 정전협정을 시작해야 한다.”라는 정치적 발언을 하였다. 야코프 말리코 대사는 6월 27일 유엔군 측에 회담을 공식 제안했다. 미국 헨리 트루먼 대통령은 소련의 제의를 참전 유엔군을 파견한 국가에 알리고 동의를 구했다.
참전국 정상들이 소련의 정전회담 제의에 동의하자, 6월 29일 리지웨이(Matthew Bunker Ridgway) 유엔군 사령관에게 휴전과 관련한 교섭을 명령했다. 이에 리지웨이 사령관은 6월 30일 공산군 측에 원산 앞바다의 덴마크 병원선에서 휴전 협상을 개시하자고 제의했다. 다음날 7월 1일 북한 김일성과 중국 펑더화이(彭德懷 1898~1974)는 회담 장소를 원산이 아닌 개성으로 하자고 수정 제의했다. 대한민국의 이승만 대통령은 강대국 간의 보이지 않는 동향을 간파하고 반대했다. 이후 유엔군 측이 한국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산군 측과 협의를 진행하고 정전회담 회의 개최에 관한 절차에 동의하여 1951년 7월 10일 개성 내봉장(來鳳莊, 고려동 396번지)에서 제1회 정전회담이 개최되었다. 내봉장은 99칸을 가진 한옥으로 일제강점기 때 요정이었다. 공산군 측 북한은 유엔군 측 대표단 차량에 백기(白旗)를 달게 하고, 개성 시내를 한 바퀴 돌며 시민에게 보여준 후 내봉산 자락에 있는 준비된 회담장으로 안내했다.
▲ 개성 내봉장 외경(사진: 정부기록사진집)
정전회담은 동아일보 최기덕 기자가 1953년 7월 18일에 쓴 기사에 잘 나와 있다. “7월 16일 UN군 대표단은 수석대표 조이(Charles Turner Joy) 중장을 필두로 임진강을 지나 개성으로 향하다가 임진강 북서방 13마일 지점에서 공산군 측 안내를 받아 내봉장 옆에 UN하우스 인삼장(人蔘莊)에 도착했다. 1차 회담장 내봉장과는 불과 200m 거리였다. 오후 4시 회담을 마치고 UN 대표단 일행은 헬리콥터로, 기자들은 군용트럭을 타고 전진기지로 귀환하였다.”
▲ 개성 정전회담장 인삼장(사진:미국 국립문서기록청)
회담 장소는 안정상의 이유로 10월 7일 널문리(판문점)로 변경되었다, 계속된 정전회담에는 수석대표를 포함하여 한국의 백선엽 육군 소장이 참석했고, 공산 측에서는 중공군 대표와 북한군 대표로 남일, 이상조 소장, 장평산 소장 등이 참석했다.
1952년 미국 대통령 예비 선거가 시작되어 민주당의 해리 S.트루먼 대통령은 불출마 결단을 내렸다. 민주당 후보로 일리노이 주지사 애들레이 스티븐슨이 후보가 되었고, 공화당은 제2차 세계대전 영웅인 드와이트 데이비드 아이젠하워(Dwight David Eisenhower,1890~1969) 원수가 나서 1952년 11월 4일 대통령 선거에서 압도적인 승리로 20년간의 민주당의 백악관 지배를 마치게 했다. 아이젠하워 원수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노르망디 상륙 작전을 지휘한 군인 출신이다. 미국 34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아이젠하워 원수가 대통령 취임 전인 1952년 12월 2일부터 5일까지 대한민국 최전선을 시찰하러 방한했다.
▲ 미국 34대 대통령 당선자 주한 미군 사열 (사진:미국방부)
1953년 1월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취임했을 때 미국 국민은 교착상태에 빠진 전투와 중단된 평화 정전회담에 지쳤다. 그러나 미국 국민은 자유에 대한 명예로운 합의를 원했다. 아이젠하워는 대통령이 된 지 불과 6개월 만에 한국의 안보를 보호하고, 미군의 안전한 본국 복귀를 달성했다.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이 체결되고 휴전이 되어, 내바다 전초 지역에 있던 미 해병 제1사단도 후방으로 교체되어 부대 정비를 마치고 안정을 찾았다. 군마 네클리스 병사도 탄약 수송 임무에서 벗어나 넓은 연병장 옆에 마련된 울타리에서 마음껏 돌아다녔다.
▲ 1953년 정전협정 체결 당시 극동사령관 마크 W 클라크 장군(사진:위키피디어)
한국전쟁을 계기로 미국 위문협회(USO, United Service Organizations)가 부활하여 많은 미국 연예인이 한국을 방문하여 유엔군 장병을 위문했다. 한국전쟁이 끝난 후 한반도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유엔군은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계속 주둔했고, 병사들은 열악한 기상 조건과 오랜 전투로 지쳐있었다. 병사들은 USO에서 오는 사람들을 아주 좋아했다.
1953년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새해를 맞이했다. 1954년에 유엔군으로 참전한 군인들은 대부분 본국으로 돌아가고, 미군 장병 225,590명과 일부 참전국의 군인이 남았다.
1954년 1월 14일 조 디마지오(1914~1999) 선수와 샌프란시스코 시청에서 결혼식을 한 미국 할리우드 스타 노마 모텐슨(Norma J. Mortenson, 1926 ~1962)은 신혼여행을 일본으로 정했다. 태평양 바다 건너 20시간이나 걸리는 먼 지역으로 여행지를 선택한 이유는 기자들의 취재를 피해 재미있는 신혼을 보낼 생각이었다. 신랑은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의 MVP인 조 디마지오 선수로 56경기 연속 안타의 주인공으로 선수에서 은퇴하여 3년 후 결혼식을 하였다.
▲ 마릴린 먼로(1954.2.8.)
일본에서 야구를 지도하는 래프티 오돌 감독은 조 디마지오 선수를 일본에 초청하였다. 야구 감독은 24일 동안 조 디마지오와 함께 미국식 훈련을 전수하는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두 사람은 일본 프로야구팀 6개 구단과 함께 훈련하며 기술을 전수했다. 당시 여배우 마릴린 먼로는 1953년에 개봉된 영화 〈나이아가라〉에 출연해 섹스 심볼로 유명해졌고, 성 혁명의 기수가 되었다. Henry Hathaway 감독 작품에 출연할 때 먼로 나이가 27세였고, 그녀의 인기는 하늘만큼 높았다.
2월 1일 하와이 호눌룰루 공항에서 오전 2시 도쿄행 비행기를 탄 마릴린 먼로에게 열렬한 먼로 팬인 크리스텐 베리 장군이 먼로에게 한국에 위문 공연을 할 의사가 있는지 물어보았다. 마릴린 먼로는 긍정적인 답변을 하였다. 크리스텐 베리 장군은 극동사령부 총사령관 존 E 헐(John E. Hull, 1895~1975) 장군에게 협상 내용을 보고하였다. 극동사령부 총사령관은 미군 병사들의 사기(士氣)를 위해 마릴린 먼로를 한국에 공식 초청하였다.
▲ 존 E 헐(John E. Hull, 1895~1975) 극동사령부 총사령관
존 E 헐 4성 장군은 태평양 육군 지상군 사령관을 마치고, 한국전쟁이 끝난 후 1953년부터 1955년까지 극동사령부 총사령관을 역임했다. 1955년 4월 30일 퇴역한 4성 장군이다.
마릴린 먼로는 2월 1일 일본 하네다 공항(羽田空港)에 도착하여 일본 국민으로부터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고 좋아했다. 마릴린 먼로는 2월 5일 도쿄 육군병원을 방문하여 척추골절 부상 환자 등 많은 부상병을 만나 위로하고 대화를 하였다.
먼로를 만난 부상병들은 이구동성으로 “먼로는 최고의 여배우다, 먼로는 페니실린 탄생 이후 최고의 치료제이다.”라고 강렬하게 기자들에게 말했다. 이때 퍼진 말이 “The Greatest Cure since Penicillin”이다.
▲ 마릴린 먼로 일본 도착 1954.2.1 하네다 공항(羽田空港)
할리우드 스타 마릴린 먼로가 주연한 영화 〈나이아가라〉는 서울에서도 개봉되어 많은 사람이 영화를 보았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군 병사들은 매력이 철철 넘치는 여배우의 사진을 방탄모에 붙여놓아 기자들은 이런 현상을 보고 ‘헬멧 걸’이란 신조어를 만들었다. 병사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기지를 방문하면 마음이 푸근해지고 근무를 잘 섰다.
▲ 마릴린 먼로 주연 영화 〈나이아가라〉
미군 병사들의 동향을 파악하고 심리전을 담당하는 군사전문가들은 일본에 특별 메시지를 보냈다. “할리우드 스타 먼로가 시간을 내어 한국을 방문하여 병사들을 만나 달라.”는 간단한 내용이었다. 신혼여행 중인 마릴린 먼로는 한국에 주둔한 미군 기지 방문을 남편과 협의하여 4일간의 짧은 일정을 수락했다. 달콤한 신혼여행을 꿈꾸고 외국에 나왔던 마릴린 먼로는 연일 바빴다. 오사카에 있는 군 병원을 방문해 한국전쟁 중에 다친 200여 명의 병사를 위문하고 공연하였다. 15일에는 오사카 군 병원에서 부상자들과 식사를 하였다. 한국의 미군 기지를 방문해 위문 공연을 하기 위해 황열병과 콜레라 예방접종을 하였다.
마릴린 먼로의 일본 내 활동과 육군병원 방문, 부상병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는 사진은 연일 특종이었다. 미국에서 그녀의 인기는 최고로 높아졌다.
(계속)
생활문화아카데미 대표 궁인창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