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동생을 물리친 겸암선생
서애 대감은 이름이 이룰 성(成), 용 룡(龍)자고, 그 형은 구름 운(雲), 용 용(雲龍)자 거든요. 근데 운용선생은 그 분은 숨은 선비고, 서애대감은 영의정도 하고 병조판서도 했으이께네, 출장입상(出將入相)한 사람이라. 서애대감하고 겸암선생하고는 한 형재간이고 우애도 깊었어요.
근데, 서애대감 어른이(아버지) 나이 칠십에 소가(小家-재혼)할라고 청해서 그래 소가를 했는데, 꽃 같은 젊은 부인을 데루 왔다는 게래.
그래 혼인을 하고 얼마 안있어 꽃 같은 동생을 하나 낳았어. 이레 보이 동생도 참 잘 났어요. 그래 아가 점점 장성하니 겸암선생하고 서애대감하고 수의를 했어요.
암만 시동생이지만 그래도 맹(역시) 아부지 혈육인데 우리가 그 동생을 장가 보내야 되니 선을 보러 가자. 그래서 서울에 있는 대가집으로 갔어요. 가니, 그 집에서는 서애대감 명성을 듣고 자꾸 딸을 줄라 그러거든요.
그런데 겸암 선생은.
"동생, 거 안되네. 사람은 배필이래야 되지, 배필이 아니면 안되네."
하면서 반대를 하는게라. 그런데 서애 대감은,
"가문도 좋고, 여러 가지 다 좋은데 혼인을 성사시키지요"
하면서 자꾸하자 졸라도 겸암선생은,
"안되네 안되네."
한단 말이래.
그이 서애대감이 생각하기를 아무리 형이라도 괘씸하단 말이래. 그리고 생각해 보니 자기가 형보다 못하지도 않거든.
그래서 사무(계속) 불평을 하면서 서애대감은 뒤에 오고 겸암선생은 앞서 가는데, 마침 어떤 촌에 오다가 소나기를 만나서 오두막집에 들어가게 되었어. 오두막에 들어가 보니 웬 노인하고 처자하고 앉아서, 노인은 신을 삼고 처자는 심부름을 하고 있거든. 그래서 겸암선생이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하더니마는 그 심부름하는 처자를 동생 배필로 삼자는 거라. 그래 고마 그집에서도 좋다고 하거든.
이 모습을 보니 서애대감이 성이 많이 났어. 신이나 삼고 있는 하잘 것 없는 노인하고 사돈을 맺을려고 하니 성이 안나겠어. 그래도 형이니까 말도 못하고 시름시름 내려왔어.
그 일이 있고부터는 형제간에 우애가 끊어지게 되었어.
서애선생은 화가나서 겸암선생 방에는 들어오지도 않고 서로 소원하게 지냈다 말이래, 그랬다가 하루는 겸암선생이 서애 대감을 불렀어, 그리고 이야기를 하는데.
"동생 동생, 여기 들어와보래.
그래 서애선생이 마지못해 들어갔단 말이래. 그래서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하다가 오늘이 시동생 혼사날인데 여기 있으면 제수씨하고 올라그랬으니 있어보자.
그래서 방이 있게 되었는데 새벽녘에 쯤 되니, 뜰 담 아래서 '쿵!' 하는 소리가 나거든. 그래서 문을 턱 열어 보니, 꼬리가 아홉자난 예끼(여우)가, 말하자면 구미호(九尾狐)가 자빠져 있는게라.
조금 있다보니 저번에 보았던 그 심부름하던 처자가 들어오더니만 하는 말이
"이만하면 되지요?"
그런단 말이래. 갑자기 예끼가 나타나고 처자가 나타나니 서애대감이 놀라서,
'뭐로?'
하고는
'왜 근노(그러노)?'
하고 묻는다 말이래. 그러니 겸안선생이 말하기를,
"동생 동생, 우리 아버지가 예전에 소가 들룰 때(재혼할 때) 색시로 들어온 것이 그 예끼래, 아버지가 홀려서 그른게래. 그런데 아부지가 들인 색시가 예끼라고 말릴 수는 없잖는가? 그래 있다보니 예끼 새끼가 났는데, 맹 구미호란 말이래. 그러니 그걸 남의 손을 빌려가주고 죽여야 되지. 아부지 혈육을 우리 손으로 죽일 수는 없잖는가? 안 그런가? 부모혈육을 말이래. 나는 그전에 신을 삼는 사람이 보통 사람 아닌 줄 알았다 말이래. 그런데 만약에 재상 집 처자를 색시로 들였으면 예끼 동생인데 전부 죽을 꺼라 말이래"
그러거든. 그 소리를 들은 서애 대감이 항복을 했다는 게래.
북후면 옹천리 / 1981 / 강대각 , 남 , 62
【인용】안동시청 홈페이지 (전설과 설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