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신령과 내기 바둑 두어 황금 얻은 퇴계선생
퇴계선생은 바둑도 국수급이래요. 바둑을 아주 잘 뜨는 분이라.
어느 날 금강산 유람을 들어갔는데, 한참을 가다가 보니 어느 젊은 사람이 마상(馬上)에 떡 앉아서 퇴계선생을 보고 말을 아주 반말 비슷하게 말을 걸드라 그해요.
"저 당신 이황선생이지요."
"아 그렇다."
고 하니.
"당신이 나이도 많고 유학자이지만 바둑도 잘 뚠다는데."
하고 반말 비슷하게 하이께네. 퇴계선생이
"바둑 잘 뜨지는 못하고, 그냥 외유나 하고 논다."
고 답을 했어. 그러니 젊은 사람이 하는 말이
"그럼 내하고 바둑 한 번 둡시다."
한단 말이래. 그래 퇴계선생이 마지못해서
"그럼 뜨자"
고. 하니. 젊은 놈이 마상에서 내리더니만 바둑판을 펼치는게라.
퇴계선생이 가만이 보니, 바둑판과 바둑알이 전부 쇠고 금이래. 바둑판을 펼쳐서 바둑을 두려고 하니, 젊은 놈이 하는 말이
"어 뭐라도 내기를 하자."
그러거든. 그래 퇴계선생이
"어떤 내기를 하면 좋으냐."
고 물으니
"내가 지면 이 바둑판하고, 이 주먹만한 금덩어리 주께고, 만약에 퇴계선생이 지면 내 요구대로 해달라."
카는 게라. 그래 퇴계선생이
"요구가 뭐냐?"
고 물으니
"당신이 이 세상에 있기 때문에 내가 이 세상에서 출세를 못하니, 당신이 이 세상에 없어져야 되겠다."
하는게라. 말하자면 죽일 챔이라. 그라고 젊은 놈이 계속 독촉을 하면서
"자신이 있으면 뜨자."
그래 독촉을 하거든. 그래도 점잖은 사람이 안할려고 하니, 젊은 사람인데 물러서도 못하고 할 수 없이 바둑을 뜨게 되었어. 그런데 이 젊은 사람이 아주 바둑을 잘 둬서 마지막에 가니 고마 대마가 죽을 판이라, 한점만 잘못 두면 대마가 죽어버리기 때문에 두려워서 바둑알을 놓지도 못하고 한숨을 쉬고 있는데, 그 젊은 사람이 하는 말이
"그 단디 보시고 놓으시소. 내 저 소변보고 오지요."
하면서 일어서서 어디로 가는게라. 퇴계선생이 속이 타가 바둑판을 보고 있는데, 뒤에서 더벅머리 총각이 누었다가 벌떡 일어나더니만 손가락으로 바둑판 다음 놓은 자리를 짚어 주고는 누워버리는게라.
그래서 짚어준 자리를 가만히 들여다보니 참 희한한 곳이라. 그게 참 묘수이거든. 그래 가만히 있다가 젊은 사람이 소변을 보고 앉으니, 퇴계선생이 더벅머리 총각이 짚어준 그 자리에 딱 바둑알을 놨어. 그래 바둑을 두고 나니 젊은 사람이 성을 버럭내더니만 더벅머리 총각을 가르키면서
"저놈 짓이제? 죽일 놈."
이러면서 바둑판하고 보따리하고 싸가지고 가 버렸어. 내기를 했으니 금덩어리는 내두고 가버리거든. 그 뒤에 더벅머리 총각이 일어나더디만 말 하는게라.
"저 젊은 사람은 태백산 신령인데 젊은이로 가장 해서 퇴계선생을 잡으러 왔고, 나는 금강산 산신령인데 퇴계선생이 죽을까바 살릴라고 옆에 누워 있었다."
그는 게라
청송군 진보면 부곡리 / 1985 / 정재곤 , 남 , 66
【인용】안동시청 홈페이지 (전설과 설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