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적을 물리치는 노래 쾌지나 칭칭 나네
안동의 하회마을에 서애대감의 형인 겸암선생이 있었는데 남보기에는 모자래는 듯이 보여도 실제로는 미래를 내다보고 길흉을 점칠 줄 아는 도인이래, 기인이지.
그때 마침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직전에 왜적이 조선을 쳐들어오기 위하여 칼을 갈고 있었는데, 그래가 세상이 온통 어지러워졌어.
그래 한날은 겸암선생이 서애대감을 찾아와서는
“사흘 후에 너를 죽이기 위해서 일본서 자객이 찾아올 것이니, 니는 동네 아이들을 불러서 가등청청 나오네 라는 노래를 부르도록 시켜라.”
그래거든. 다른 사람하고 다르게 평소에 겸암선생을 잘 아는 서애선생이 생각하기를 '필시 뭔가 연유가 있어서 이러는 갑다.' 이래 생각을 해서 마을 아이들을 불러모아서 '가등청정이 나오네'라는 노래를 부르도록 시켰어.
그리고 며칠 후에 참말로 가등청정이 보낸 자객이 하회마을에 왔는데,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아이들이 '가능청정이 나오네'라고 노래를 부르거든.
그래 그 소리를 들으니 가슴이 섬찍한게 도저리 마을을 염탐할 용기가 안나는 게라. 그리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가 오는 것을 아이들이 어떻게 알고 저런 노래를 부르지?' 부쩍 의심이 들었어요.
그래서 첩자가 아이들인데 누가 가르쳐 준 노래냐고 물어보았어.
아이들이 대답하기를 서애대감이 가르쳐주었다고 말하니, 첩자가 서애대감이 참 훌륭한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이런 사람이 조선에 있어서는 일본인데 큰 방해가 될 것 같으니 내가 고만 없애야 되겠다 하고 마음을 먹었어.
그리고 며칠이 지났는데 또 겸암선생이 서애대감을 불러서는
“내일 자객이 와서 니하고 바둑을 두자고 할 터이니. 니는 거울 앞에 앉고 자객을 거울 밑에 앉쳐라. 그리고 내가 뒷방에 바둑 놓을 자리를 거울에 비쳐 줄 테니 니는 그냥 거기에 두기만 하면 된다.”
이래 말하거든. 조금 있다고 보니 참말로 자객이 와서 서애대감인데 내기 바둑을 두자고 청하거든. 그래서 서애대감이 좋다고 하면서 겸암선생이 시키는 대로 거울 앞에서 바둑을 두기 시작했어.
한 반쯤 바둑을 두었는데 자객이 생각해보이 도저히 안 돼겠그던.
“그래 고마 제가 졌습니다.”
하고는 음식대접도 안 받고 부랴부랴 달아나 버렸다 그래.
이 일로 인해가 임진왜란 때 우리 안동 땅은 왜군들이 약탈하지 못하고 피해갔다고 그래. 그리고 그때 부른 '가등청정이 나오네'가 변해가 '쾌지나 칭칭나네'라는 민요로 바뀌어 전해졌다고 그래.
안동시 이천동 / 조석우 , 남 , 78
【인용】안동시청 홈페이지 (전설과 설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