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틋한 사랑과 신령스러움이 담긴 하회탈
하회에는 마을을 지켜주는 별신당이 있어서, 음력 정월 초이틀날이면 마을제사를 지내거든. 그런데 어떤 해 마을제사를 지내고 동사에서 이야기를 하다보니 재미있는 놀이를 하나 만들자 이래 논의가 됐어요.
그래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다보니, 얼마전에 보니 중하고 각시하고 놀아나더라. 하기도 하고 양반이나 선비도 별거 아이더라. 하는 말이 보태져서, 그 사람들 풍자를 하면서 해학스럽게 만들어보자고 논의가 되었어요.
그래서 각시, 양반, 선비, 초랭이, 중, 부네, 영감, 백정, 할매, 주지, 소로 결정을 해놓고 놀이를 했는데, 하다보니 이거 얼굴을 가리지 않고는 낮바새(얼굴이 드러나)서 못하겠거든.
그래서 또 궁리한 끝에 탈을 만들어 쓰자고 결정을 하거든. 인제 탈을 깎을 사람을 물색했는데, 마침 마을에 허도령이라는 사람이 손재주가 있었어요. 그래서 허도령인데 부탁을 하니 허도령이 자신도 없고 해서 극구 사양을 하더라그래.
그랬다가 어느날 허도령이 잠을 자는데 꿈에 신령이 현몽을 하면서 탈을 만들기를 종용하는게라. 그래 허도령이 깨서 생각해보니 하도 신기해서 생각하기를 내가 탈을 만들어야 되겠다. 결심을 하고서는 탈을 만들게 되었어요.
그래서 잡인들이 들어오면 부정을 타니까. 금줄을 두루고 누구도 근접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해놓고, 마을사람들도 허도령이 작심한 줄 알고 부정이 안타도록 단디 단도리를 해서 허도령 작업실 인근에는 얼씬도 안하도록 약조를 했어요.
허도령이 매일 목욕재계하고 온갖 정성을 다해서 탈을 만드는데 열성을 쏟았어.
양반도 만들고, 할매도 만들고 해서 열 두 개의 탈을 거의 다 만들어 가고 있었어요. 석달이 다되가 인제 마지막 이매탈을 만들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웃에 허도령을 몹시도 사모하는 처자가 한 명 살고 있었는데 매일같이 허도령을 볼려고 기다렸지만 석 달이 넘도록 허도령이 보이지 않거든. 그래서 상사병이 날 지경이 되었어요. 그래 허도령 얼굴을 먼데서라도 보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었던 모양이래.
그래 맨날 정화수를 떠놓고 허도령 작업이 빨리 끝나게 해 달라고 밤마다 빌고 있었는데, 석달이 지날 때쯤 되어서, 그날도 정화수를 떠놓고 빌고 있는데 허도령 얼굴이 정화수에 떠 올라와서 깜짝 놀래가 생각하기를 인제서야 탈이 다 만들어 졌는갑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서는 달밝은 밤에 허도령 집에 몰래 들어가가 구멍을 내고 허도령을 훔쳐보고 말았는데, 원래 탈은 신성한 거래가 부정을 타면 안돼거든.
그만 하늘에서 벼락이 치고 허도령이 피를 토하고 죽어버린게라, 처자도 같이 변을 당했지. 그때 허도령이 만들고 있던 탈이 이매탈이었는데, 그래서 이매탈은 턱이 없어.
안동군 / 1984 / 내고장 전통가꾸기
【인용】안동시청 홈페이지 (전설과 설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