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착한 셋째 아들
옛날에 한 양반이 시골에서 살았다. 그 양반은 아들 팔 형제를 두었다.
팔 형제가 다 자라자 그들은 아버지 말씀을 잘 듣지 않았다. 아버지가 동으로 가라면 서로 가고 서로 가라면 동으로 갔다.
그 중에 셋째 아들만이 아버지 말씀에 거역하지 않고 효자 노릇을 했다. 아버지가 연세가 들으셔서 임종을 맞아 유언을 남겼다.
“마을 뒤쪽에 있는 고개 두 개를 넘어 가면 저수지가 있다. 그곳에 가서 가장 큰 버드나무를 찾아라. 그 나무의 가지 중에서 동쪽으로 뻗은 제일 큰 가지를 휘었다 놓으면 물이 없어지고 내가 들어갈 관이 나타날 것이니 거기다 나를 묻어다오.”
팔 형제는 아버지 생전에도 그 말씀을 잘 안 들었지만, 돌아가시면서 남긴 유언도 듣지 않았다. 셋째 아들만 ‘유언을 들어 드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절친한 친구들 넷에게 몰래 얘기를 해서 데리고 갔다.
그곳에 가니 아버지 말씀대로 큰 버드나무가 있었다. 동쪽으로 뻗은 제일 큰 가지를 휘었다 놓으니 물이 다 없어지면서 금관이 나왔다. 그래서 아버지를 거기다 모시고 집에 있는 관에는 형들이 모르게 사람 크기 만큼의 적당한 다른 것을 넣어서 위장을 했다.
그 후 천벌이 내려졌는지 셋째 아들만 제외하고 나머지 아들들은 변을 당해서 전부 동물로 변해버렸다. 또한 천지가 개벽할 만한 비가 와서 셋째를 제외한 팔 형제의 집과 땅은 몽땅 집이고 뭐고 다 쓸려 내려가 버렸다.
두 달이 지난 후 셋째 아들은 형 둘을 만났는데, 그들은 아버지 말씀을 듣지 않아서 소가 되었다고 했다. 또 얼마 후 또 다른 짐승이 된 형제들도 만났다. 착한 셋째는 동물이 된 형제들을 모두 보살펴 주며 살았다.
그러던 어느 봄 날, 셋째 아들이 밖에 나갔는데 어디선가 조그마한 방울이 하나 떨어졌다. 신기해서 방울을 집으려 하니 방울이 자꾸 도망을 갔다. 그렇게 계속 가다가 방울이 우물에 뚝 떨어져 버렸다.
셋째 아들은 방울을 잡는 데만 신경을 쓰다가 우물에 빠졌는데, 그곳은 극락이었다. 갑자기 돌아가신 아버님이 나타나셔서 여자 한 명을 배필로 주고 ‘이 여자하고 결혼해서 잘 살라’고 하셨다. 또 인간 세상에 나가거든 ‘어느 때가 되면 어느 곳에 말뚝을 박고 재산 전부를 거기다가 새끼를 꽈서 묶어 두라고 했다.
속세에 나와서 아버지가 시킨 대로 했다. 그 날 저녁에 비가 오더니 지난 번처럼 천지가 개벽할 큰 장마가 되었다. 장마가 지나가니 그 말뚝 박은 자리가 전부 곡식이 잘 되는 까만 흙으로 메워졌다. 그래서 그 셋째 아들은 부자가 되어서 잘 살았다고 한다.
< 김영수, 67세, 남, 영중면 양문4리, 1997. 4. 8. >
【인용】포천의 설화(포천문화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