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착한 며느리
옛날에 어떤 부자 형제가 살았다. 그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는데 죽기 전에 형과 동생에게 재산을 똑같이 나누어 주었다. 형은 돈 욕심이 아주 많은 사람이라 계속 돈을 불렸는데, 동생은 어떻게 하다 보니 재산을 다 날려버리고 품을 팔면서 가난하게 살게 되었다. 또한 동생네 집은 아이가 여럿이라 부인이 매일 품을 팔면서도 먹을 것이 부족했다.
욕심 많은 형은 동생이 가난하게 된 것을 고소하게 여기면서 도와주지 않았다. 아버지는 돌아가셨지만 어머니는 살아 계셨는데 큰집에서 사셨다. 욕심 많은 큰형과 큰며느리이지만 어머니에게는 극진했다.
하루는 큰며느리가 멍석에 벼를 널어 놓고 작은며느리를 불렀다. 벼를 봐주면 쌀을 얼마 만큼 줄 테니 벼 널어놓은 것을 봐달라고 했다. 시어머니는 이것을 알고 작은며느리가 하는 것을 도와주었다.
큰아들은 부자여서 걱정이 없는데, 어머니는 항상 가난한 작은아들 걱정뿐이었다. 작은며느리가 옆에 와 있고 또한 큰며느리가 쌀을 준다고 해서 양동이까지 있는지라 작은 아들네에게 쌀을 너무 주고 싶었다. 어머니는 큰며느리 눈치 때문에 작은며느리의 양동이에 몰래몰래 쌀을 가져다 담았다.
큰며느리가 마루에서 베를 짜다 보니 시어머니가 벼를 한 움큼 쥐고서
“훠어이, 훠어이!”
하다가 작은며느리 양동이에 쏟아 놓는 것이었다. 그것을 보고 화가 난 큰며느리는 시어머니에게 말은 못하고 속으로만 ‘꿍’해 있었다.
한편 작은며느리가 일을 마치고 양동이를 보니 처음에 큰형님이 담아놓은 쌀 양보다 훨씬 많이 담겨져 있었다. 그래서 큰형님께 말씀을 드리고 자기가 가지고 가기로 된 만큼만 덜어서 가지고 갔다. 큰며느리가 이것을 보고 ‘시어머니는 조금 얄미워도 동서 마음은 참 양심 바르고 착하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집에 가려는 작은 동서에게
“동서! 다음에 내가 삯을 좀 줄 테니, 시아주버니 생신 때 자네가 밥을 좀 해주었으면 좋겠네.”
라고 하니 작은며느리가 활짝 웃으며
“아이고, 형님! 염려 마세요. 아주버니 생신 해드리려고 벼 조금 있는 것을 말렸습니다.”
라고 말했다. 작은며느리의 말에 큰며느리는 감동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형님의 생일 전날, 큰며느리가 상 차리는데 필요한 돈을 작은 동서에게 주고 생일상을 작은집에서 차리게 했다. 그 다음날 가서 보니 밥하는 것, 술 만드는 것, 모든 것을 아주 정성 들여서 해놓았다. 그리고는 시아주버니한테 너무 잘 해주는 것이었다. 큰며느리는 그것을 보고 더욱 감동을 받았다.
큰며느리가 욕심이 많아서 이제까지 작은집을 도와주지 않은 것이었지, 악한 사람은 아니었다. 작은집을 도와주고는 싶은데, 남편이 도와주지 말자고 할 게 뻔했다. 그래서 큰며느리는 꾀를 썼다.
저녁에 가족끼리 생일 밥을 잘 먹고는,
“서방님, 우리 집으로 가십시다. 술을 내가 빚어 놨으니 가서 한 잔 하세요.”
라며 작은집 내외를 집으로 데리고 갔다. 좋은 술을 꺼내서 자기 남편한테 연거푸 마시게 하고 시동생한테는 정신을 잃지 않을 정도만 술을 줬다.
그러자 남편은 아무 것도 모르고 술에 취해 곯아 떨어졌다. 자기 남편이 취한 틈을 타서 큰며느리는 장롱에서 두 섬지기 땅문서를 꺼내 가지고 와서
“우리는 이것 없어도 잘 사니 서방님이 가져가서 애들하고 제발 좀 잘 살아 보십시오.”
라고 말했다. 작은 내외는 깜짝 놀라
“아니, 형님이 아시면 큰일날텐데 어떻게 하려고 그러십니까?”
라고 하자,
“그건 내가 책임질 테니 걱정 말고 가져 가세요.”
라고 했다. 지금으로 말하자면 두 섬지기는 사천 평이 되니 먹고 살기는 넉넉했다. 작은집 내외가 돌아가고 나서 큰며느리는 장롱에 있는 문서 보따리를 확 뒤집어 놓았다.
아침에 남편이 일어난 다음에 보니 문서 보따리가 방안에 널부러져 있었다.
“아니, 이거 어떻게 된 거야?”
라고 부인에게 물으니
“당신 생각 안나? 당신이 동생 못산다고 아무개 땅, 아무개 땅 그 두 섬지기 땅문서를 주면서 다 헤쳐놓은 것인데 몰라요?”
하는 것이었다. 남편은 깜짝 놀라
“내가 그랬어? 난 그 생각 안 난다. 이거 어떡하나? 아이고!”
라고 땅을 치는 것이었다.
작은집 내외는 평생 동안 큰형수의 은혜를 잊어버리지 않고 큰댁에 잘하면서 우애있게 잘 살았다.
< 박종빈, 80세, 남, 영중면 양문3리, 1997. 4. 8. >
【인용】포천의 설화(포천문화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