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꾀 많은 아버지
옛날 어느 마을에 어린 아들을 데리고 홀아비 하나가 살고 있었다. 갑자기 부인이 죽고 나니, 홀아비는 살림이 제대로 안될 뿐더러 적적하기도 이를 데 없었다.
그래서 홀아비는 새장가를 들기로 작정하고 후처를 두루 구하였다. 그러나 총각도 아닌데다가 본처의 아들까지 딸려 있어, 좀처럼 마땅한 사람이 나서지를 않았다.
그러던 중, 어느 과부 하나가 배필로 나섰다. 그러나 이 과부도 홀몸이 아니라 어린 아들 하나가 딸려 있었다. 홀아비는 여러모로 생각하다가, 이것이 자기 팔자라 여기고 그 과부를 후처로 맞아들였다. 그런데 이 과부는 어리숙하면서도 심술궂고, 데리고 온 자기 자식만을 사랑했다. 즉, 본처 자식을 늘 꾸짖고 때리는가 하면, 자기 자식은 귀여워하고 맛있는 반찬을 골라서 먹였다.
몇 달을 두고 이런 광경을 보아 온 남편은 더 이상 그대로 볼 수가 없었다. 기가 죽어 숨도 제대로 못 쉬는 본처의 아들이 불쌍하기 그지없었던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그 후처를 내쫓고 싶었지만 그럴 수도 없었다. 때때로 그러지 말라고 타일러도 보았지만, 그럴수록 본처 자식에 대한 구박이 심할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남편에겐 묘한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그래서 그는 본처의 아들과 의붓아들을 불러 와서는, 후처가 보는 앞에서 씨름을 하게 했다. 그런데 그 씨름에서 의붓아들이 지게 된 것이다. 그러자 후처는 자기 아들이 진 것을 몹시 분하게 여겨, 이를 덜덜 갈면서 본처의 아들을 한참이나 쏘아보았다. 그러더니 남편에게 뚱딴지같은 질문을 하는 것이었다.
“도대체, 쟤는 내가 이 집에 오기 전에 무엇을 먹였기에, 저렇게도 기운이 센가요?”
이 질문을 받자 남편은, 어리석은 후처가 자기가 파 놓은 함정에 빠져 들어왔다고 생각했다.
“응, 그 아이? 보리밥과 김치만 주었지. 그걸 먹었으니 기운이 날 수밖에. 왜 무엇이 잘못됐나?”
이렇게 시치미를 떼고 말했다. 어리석은 후처는 그 말을 곧이들었다. 그래서 그 후부터는 본처의 자식에게는 쌀밥과 고기 반찬을 주고, 자기 친자식에게는 꽁보리밥과 김치만 먹였다고 한다.
< 抱川郡誌, 1984. >
【인용】포천의 설화(포천문화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