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중으로 변한 호랑이 2
율곡 아버지에게는 결혼 후 십 년 동안 자식이 없었다. 상심한 율곡 아버지는 부인과 떨어져 친구들끼리 시조나 읊으며 지냈다.
그 후, 사오 년이 지난 뒤 율곡 아버지가 나귀를 타고 가다가 해가 저물어 주막에 묵게 되었다. 그리고 뛰어난 미모를 가진 주모를 보았다. 율곡 아버지는 그 주모가 마음에 들었고, 주모도 율곡 아버지를 사모하는 눈치였다. 그래서 율곡 아버지와 주모는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다.
율곡 아버지는 다음날 다시 그 주모를 찾아갔다. 그런데 어제와는 달리 주모가 본체만체 하는 것이었다. 율곡 아버지가 그 연유를 묻자 주모는 꿈 속에 백발 노인이 나타나서,
“다시는 어제 왔던 그 남자를 만나지 말아라. 또한 그 남자를 부인에게 반드시 돌려 보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네 가족들이 천벌을 받아 죽으리라.”
고 말했다는 얘기를 들려 주었다.
주모의 말을 신기하게 여긴 율곡 아버지는 그 날로 집으로 돌아갔다.
두 달 후, 본부인에게 태기가 있었다. 율곡 아버지와 부인은 너무 기뻐서 절에 가 불공을 드렸다.
집으로 돌아가려고 발길을 돌리는데, 그 절의 주지스님이 그들을 불러 말했다.
“부인의 뱃속에 있는 아이는 앞으로 큰 인물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대로 두면 열 살이 되는 해에 죽을 것입니다.”
“예? 스님! 아이를 살릴 수는 없을까요?”
“제발 살려 주십시오, 스님!”
“방법이 있긴 있습니다. 집에 돌아가자마자 밤나무 천 그루를 심으십시오. 한 그루도 죽여서는 안됩니다. 아이가 열 살이 되는 날, 중이 와서 아이를 내 놓으라고 할 것입니다. 그 중에게 아이를 절대로 보여 주어서는 안됩니다. 실은 그 중은 사람이 아니고 호랑이입니다. 그 중에게 밤나무 천 그루를 심었다고 말하십시오. 그러면 그 중은 밤나무를 보자고 할 것이고, 밤나무 천 그루를 보고는 돌아갈 것입니다.”
집에 돌아와서 율곡 아버지는 밤나무 천 그루를 심었다. 그리고는 열 달 후, 영특한 아들을 낳았다.
율곡이 열 살 되는 날, 어느 중이 와서 그 아이를 보자고 했다. 율곡 아버지는,
“아이를 보여줄 수는 없소. 대신 밤나무 천 그루를 보여 주겠소.”
“뭐라구요? 밤나무 천 그루를 심었다구요? 어디 봅시다. 만약에 천 그루가 아니면 아이를 잡아 가겠소.”
율곡 아버지는 뒷산에 가서 밤나무를 보여줬다. 그 중은 나무의 수를 하나 하나 세더니 구백 구십 구개라면서 아이를 데려 가겠다고 했다.
중은 갑자기 한 바퀴 고개를 넘더니 호랑이로 변했다. 율곡 아버지는 너무 놀랐으나 자기가 밤나무 수를 다시 세어 보겠다고 했다. 율곡 아버지가 세어도 밤나무는 역시 구백 구십 구개였다. 꼼짝없이 아이를 뺏기게 되었는데 옆에 있던 어떤 나무가
“나도 밤나무다.”
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그 호랑이는 어쩔 수 없이 그냥 가버렸다.
< 면장님, 57세, 남, 소흘면 송우리, 1994. 9. 30. >
【인용】포천의 설화(포천문화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