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소가 된 아이
어떤 집에서 아들을 하나 낳아 놓고 산모가 죽자, 아이를 위해 새엄마를 얻었다. 그러나 새엄마는 아이를 보살피기는커녕 죽여서 딴 곳에 묻어버렸다.
이 죽은 아이는 청개구리로 다시 태어났고, 하루는 아버지 곁에서 깡총깡총 쫓아다녔다. 그러자 아버지는 그것을 집어서 소 먹이는 곳에 올려다 놓았다. 청개구리가 부엌에 들어간 아버지를 또 쫓아다녔고, 새엄마는 그것이 아이의 환생임을 눈치채고 발로 ‘탁’ 차서 소 앞으로 밀어 놓았다. 그러자 소가 청개구리를 잡아 먹었다.
그날 이후 소가 새끼를 가졌다. 달이 차서 소가 새끼를 낳자, 아이는 송아지로 다시 태어났다. 새엄마는 아이가 다시 송아지로 태어난 것을 눈치채고는,
“내가 병이 생겼는데 저 송아지를 잡아 먹어야 병이 낫는다고 합디다.”
라고 해서 그날로 소 잡는 사람을 오라고 해서 송아지를 끌고 가도록 하였다. 김서방이라고 하는 소 잡는 이가 송아지를 끌고 가는데 갑자기,
“김서방”
이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이 사람이 아무리 사방을 둘러봐도 사람이 없어 그냥 계속 길을 가는데 또,
“김서방”
하는 소리가 들려서 가만히 보니 송아지가 말을 하는 것이었다.
놀란 김서방은 말 하는 송아지를 잡을 수 없어, 자기 집에 있는 송아지 한 마리를 대신 잡아다가 그 집에 갖다주었다. 새엄마는 그것이 자기네 송아지인 줄 알고 안심을 했다.
송아지는 김서방네 집에서 함께 살게 되었다. 하루는 그 집 아이를 따라 나선 송아지가 서당에 들어앉아 공자, 맹자를 읽고 있는 것이었다. 놀란 선생님이 가만히 들여다보니 겉모습은 송아지이지만 사람처럼 여겨졌다.
그 선생님 집에 참한 딸이 하나 있어서 송아지와 혼인을 시키려고 하니, 딸이 송아지와 결혼을 한다면서 썩 달가워하지 않았다. 이에 송아지는 그 딸에게 칼을 가지고 와서 자기를 째달라고 청했다.
송아지를 칼로 째니 그 속에서 의젓한 선비가 나왔다. 그래서 선비와 그 집 딸은 혼인을 하여 행복하게 살았다. 그런데 선비가 날이 갈수록 기운이 떨어지자, 하루는 부인이 무슨 연유인가를 물었다.
“왜 그리 기운이 없으십니까?”
“사실 내게 아버지가 한 분 계신데 지금 돌아가셨는지 살아 계신지 알 길이 없으니 자식된 도리를 하지 못하는 듯하여 그렇소.”
부인이 그 말을 듣고 수소문하여 아버지가 살아 계신 곳을 찾았다. 선비는 그 날로 아버지를 찾아갔는데 아버지는 물론이고 새엄마도 아주 늙어 있었다. 선비는 오랜만에 만난 아버지를 끌어안고 대성통곡을 했다.
본 새엄마는 자기가 죽인 아들이 살아와 아버지를 안고 우는 것을 보자 덕컥 겁이 났다. 그래서 집 뒤로 나와 담을 넘어 도망가려다가 가랭이가 담에 걸려 쫙 찢어졌다. 그리고 그제서야 ‘아버지를 잘 살피라’고 하면서 죽었다고 한다.
< 허훈, 69세, 남, 창수면 추동리, 1998. 9. 24. >
【인용】포천의 설화(포천문화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