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륵불과 산신령
고려 시대에 포천땅에서 갑자기 미륵불이 솟았다. 그러나 그 미륵불은 아무도 돌보는 이가 없어서,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날씨가 더우면 더운 대로 지냈다.
어느 날 평양에서 서울로 장사를 하러 오던 사람이, 이 미륵불에 기대어 노숙을 하게 되었다. 이 평양 상인은 미륵불이 너무나 안스러워, 자신이 가지고 있던 비단천으로 미륵불상을 정성껏 감싸주었다. 그리고는 밤에 잠을 자는데 꿈에 미륵불과 반월산 산신령이 나타났다. 미륵불은 자신을 돌보아 준 평양상인이 고마워서, 어떻게 하면 보답할 수 있을까 하고 반월산 산신령에게 물었다. 반월산신은 그에게 좁쌀 두 되를 주자고 했다. 하지만 미륵불은 고개를 내저으며 ‘금두은’을 주자고 했다.
이윽고 꿈에서 깬 상인은 서울로 와서, 계속 장사를 했다. 하루는 그 꿈을 생각하다가 무심코 ‘금두은’이라고 말했다. 이 때 상인이 있는 건너편에는 한 대감이 살고 있었는데, 그 집 여식이 마침 무슨 비단이 좋을까 하고 문가에 기대서 보고 있다가, 그 소리를 듣고는 그만 문에 찰싹 붙어버리고 말았다. 대감은 급히 수소문해서 용한 점쟁이, 무당, 힘센 장사 등을 불러 보았으나 모두가 허사였다.
그 때 평양상인이 그것을 보고 있다가, 또 다시 무심코 ‘은두금’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대감의 딸이 문에서 ‘뚝’하고 떨어지는 것이었다. 이에 몹시 기뻐하며, 그 집 마나님이 평양상인을 불러 들였다. 그리고 그에게 자세한 집안 내력을 묻고는, 딸을 살려준 보답으로 자기 집에 머물면서 공부를 하도록 했다.
그 집에서 공부를 열심히 한 평양상인은 서북 출신인데도 불구하고 당당히 벼슬길에 올랐다. 뿐만 아니라 대감의 딸과 결혼도 하여, 행복하게 잘 살았다고 한다.
< 대진대 국문과 제2차 답사 자료집(군내면), 1993. 10. >
【인용】포천의 설화(포천문화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