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귀신 붙은 집
한 집에서 딸을 하나 잘 두었는데 시집보낼 나이가 되었다. 혼담이 오가는 집안과 신랑은 좋은데 그 집에 귀신이 있다는 말을 들어서 부모가 꺼리고 있었다. 하지만 딸은 너무 시집을 가고 싶어서
“아버지, 저 그냥 시집가겠어요.”
라고 했다.
아버지 생각에 딸을 낳아 잘 길러 놓았는데 귀신있는 집에 시집을 간다니까 서운하여
“그래라. 난 너를 길러서 좋은 자리에 보내 주려고 그랬는데 거길 가겠다고 하니 어쩔 수 없지.”
라고 했다.
그래서 그 집으로 시집을 가게 되었는데, 잔칫날 가마꾼들이 가마를 메고 가다가 배가 고파서 주막집에 들러서 가마를 내려놓고 요기를 하고 막걸리로 목을 축였다.
새색시가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다가 술집에 가서
“나도 술 한 잔 차려 주시오.”
라고 해놓고 혼자 먹으면서 노래를 부르고 야단을 했다.
신랑집에서 이 소식을 듣고 ‘그런 색시를 데리고 와서 뭘 하냐’면서 가마꾼들에게 그냥 신부를 버리고 오라고 했다. 그리고는 집에 온 손님들에게 그냥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그래서 색시는 술집에 혼자 떨어졌다가 신랑집을 찾아갔다. 색시가 대문턱에 와서 문 열어 달라고 그랬는데도 신랑집에서는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새색시가 데리고 간 하인에게
“문을 때려 부수어라.”
고 하니, 하인이
“아이고, 전 못 때려 부숩니다.”
라고 하자
“그래! 그럼 내가 부수마.”
하고서 가마 안에서 나와 시댁 집 대문을 한 번 때리고서는 그 때부터 ‘대문아, 부서져라’ 하면서 대문을 계속 발로 찼다. 신랑집에서 하는 수 없이 대문을 열어 주었다.
새색시가 안으로 들어가 보니 신랑이 보이지 않았다. 새색시가 보기 싫어서 모두 방안에 들어가서 쥐 죽은 듯 누워 있었다.
새색시가 들어가서 시아버님 되시는 분이 어떤 분이시고, 시어머님 되시는 분이 어떤 분이시고, 시할머니가 어떤 분이시고 물으며 돌아가면서 인사를 올렸다.
그 다음엔 신랑을 찾았다. 신랑은 자기 방에 들어가서 혼자 누워 있었다.
신부가 들어가서
“여보, 당신이랑 나랑 백년 살기로 언약을 맺고 하늘, 땅 앞에서 예를 드렸는데 날 버리고 혼자 와서는, 사람이 있는데도 내다보지도 않는 것은 무슨 이유입니까?”
라고 하니까, 신랑이 아무 말도 못했다.
그날 밤 신랑하고 색시는 한 방에서 첫날밤을 치뤘다.
그 다음날은 사당에서 조상에게 제사를 지냈다. 새색시가 가만히 보니 어른 조상들부터 제사를 지내야 하는데, 어린 조상부터 제사를 지내는 것이었다. 그래서 제사 지내는 방법이 잘못 되었다고 시아버지께 말씀 드렸다. 이로써 시아버지도 책을 잡혔다.
어느 날 새색시가 밥을 하려니까 검은 개가 마당에서 이상하게 ‘껑충껑충’ 뛰어 다녔다. 이상하게 생각한 새색시는 검은 개를 잡아 죽였다. 그리고 나니 이번에는 소가 이상한 모양을 하며 ‘겅중겅중’ 뛰어나갔다. 새색시는 이번에도 소를 때려잡았다.
그 날 저녁에 꿈을 꾸었는데 꿈속에서
“네가 오면 내가 잘 얻어먹을 줄 알았는데, 네가 오고 나서 보니 끝내는 내가 매맞아 죽을 것 같아서 그냥 간다. 더 이상 너희 집에 안 있겠다.”
라고 귀신이 말했다. 그리고는 또
“네가 자식을 나아서 길러봐라. 내가 다 잡아갈 것이다.”
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새색시는
“잡아가 봐라.”
라고 했다.
얼마 후, 색시가 아기를 낳았다. 아기가 잘 크다가 어느 날 갑자기 아파서 ‘끙끙’ 앓게 되었다. 색시가 아기 머리를 만져보니 불덩이였다.
그 때 문득 꿈에서 귀신이 얘기했던 것이 생각났다. 귀신에게 아기 혼령이 잡혀갈 것을 생각하고는 ‘내가 죽여야 된다’며 색시는 귀신이 잡아가지 못하도록 제 자식을 죽였다.
1년 후, 둘째 아이를 낳았는데 어느 날 아이가 아파서 굿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무당의 말이 ‘절대로 둘째는 죽이지 말라’고 했다. 첫째 아이는 다 죽은 운명을 가진 아이였지만, 둘째 아이는 명이 하늘에서 내려왔다면서 ‘절대 죽여서는 안 된다’고 했다. 또한 둘째는 ‘후에 큰 벼슬을 할 것이니 잘 키우라’고 하였다.
그래서 색시는 아이가 자라는 동안 공부를 열심히 시켰고, 후에 아이는 과거에 급제하여 귀신 없이 그 집에서 살다가 죽었다.
조금 엉뚱하고 버릇없는 색시가 집에서 귀신을 몰아낸 것이다.
< 윤성렬, 82세, 남, 영북면 야미1리, 1997. 4. 8. >
【인용】포천의 설화(포천문화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