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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석론(白石論)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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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7.4
오장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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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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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을 모르는 사람이 백석론을 쓰는 것도 일종 흥미있는 일일 것이다. 하나 시집 ⟪사슴⟫이외에는 그를 알지 못하는 나로서 그를 논한다는 것은 더욱이 제한된 매수로서 그를 논한다는 것은 쉬운 일일 수 없다. 남을 완전히 안다는 것도 결국은 자기 견해에 비추어가지고 남을 이해하는 것인 만큼 불완전한 것인데 더욱이 그의 시만을 가지고 그의 전 인간을 논하는 것은 대단 불가한 일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백석론은 씨의 작품을 통하여서 본 씨 자신의 인간성과 생활을 논위함이라고 변해(辨解)를 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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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씨의 ⟪사슴⟫은 어떠한 의미에서는 조선 시단의 경종이었다. 그는 민족성을 잃은 지방색을 잃은 제 주위의 습관과 분위기를 알지 못하고 그저 모방과 유행에서 허덕거리는 이곳의 뼈 없는 문청들에게 참으로 좋은 침을 놓아준 사람의 가장 한 사람이다. 그러나 이것은 백석의 자랑이 아니라 한편 조선 청년들의 미제라블한 정경이라고 볼 수도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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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보기의 백석은 시인이 아니라 시를 장난(즉 향락)하는 한 모던 청년에 그쳐버린다. 그는 그의 시집 속 ‘얼룩소 새끼의 영각’안에 ⌜가즈랑 집⌟, ⌜여우난골족⌟, ⌜고방⌟, ⌜모닥불⌟, ⌜고야(古夜)⌟와 같은 소년기의 추억과 회상을, ‘돌덜구의 물’안에 ⌜초동일(初冬日)⌟, ⌜하답(夏畓)⌟, ⌜적경(寂景)⌟, ⌜미명계(未明界)⌟, ⌜성외(城外)⌟, ⌜추일산조(秋日山朝)⌟, ⌜광원(曠原)⌟, ⌜흰 밤⌟과 같은 풍경의 묘사와 죄그만 환상을 코닥크에 올려놓았고, ‘노루’와 ‘국수당 넘어’에도 역시 추억과 회상과 얕은 감각과 환상을 노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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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조금도 잡티가 없는 듯이 단순한 소년의 마음을 하여가지고 승냥이가 새끼를 치는 전에는 쇠메 든 도적이 났다는 가즈랑고개와 돌나물김치에 백설기 먹는 이야기, 쇠똥도, 갓신창도, 개니빠디도 타는 모닥불, 산골짜기에서 소를 잡아먹는 노나리꾼, 날기멍석을 져간다는 닭 보는 할미를 차 굴린다는 땅 안에 고래등 같은 집 안에 조마구 나라 새까만 조마구 군병, 이러한 우리들이 어렸을 때에 들었던 이야기와 그 시절의 생활을 그리고 기억에 남는 여행지를 계절의 바뀜과 풍물의 변천되는 부분을 날치있게 붙잡아다 자기의 시에 붙여놓는다. 그는 아무리 선의로 해석하려고 해도 앞에 지은 그의 작품만으로는 스타일만을 찾는 모더니스트라고밖에 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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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시에서 소년기를 회상한다. 아무런 센티도 나타내이지는 않고 동화의 세계로 배회한다. 그러면 그는 만족이다. 그의 작품은 그 이상의 무엇을 우리에게 주지 않는다. 그는 앞날을 이야기한 적이 없다. 자기의 감정이나 의견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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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인즉슨 그는 이러한 필요가 없을는지도 모른다. 근심을 모르는 유복한 집에 태어나 단순한 두뇌를 가지고 자라났으면 단순히 소년기를 회상하며 그곳에 쾌감을 느낀다면 그것은 자기 하나만을 위하여서는 결코 나쁜 일이 아니니까. 다만 우리는 그의 향락 속에서 우리의 섭취할 영양을 몇 군데 발견함에 지나지 아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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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우리는 이것을 곧 시라고 인정한 몇 사람 시인과 시인이라고 믿는 청년들과 및 칭찬한 몇 사람 시인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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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그냥 변화시키지 않고 흡수하기 쉬운 자연계의 단편이 있다. 가령 제주도에는 탱자나무에도 귤이 열린다 하고 평안도에서는 귤나무에서 탱자가 열린다 하자. 물론 이것을 아름다웁게 수사한다면 모르거니와 그냥 기술한다고 하여도 제주도 사람들에게는 평안도의 탱자열매가 시가 될 수 있고 평안도 사람에게는 큰 귤이 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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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마찬가지로 백석의 추억과 감각에 황홀하는 사람들은 결국, 그의 어린 시절을 그리고 자기네들의 생활과 습관을 잊어버린 또는 알지 못하는 말하자면 너무나 자신과 자기 주위에 등한한 소치임을 여실히 공중 앞에 표백하는 것이다. 만일에 이상의 내 말을 독자가 신용한다면 백석 씨는 얼마나 불명예한 명예의 시인 칭호를 얻은 것인가. 다시 그를 시인으로 추대하고 존숭한 독자나 평가(評家)들은 얼마나 자기네들의 무지함을 여지없이 폭로시킨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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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말하면 내 의견을 반대하는 사람은 신문학이니 새로운 유파이니 하며 그의 작품을 신지방주의나 향토색을 강조하는 문학이라고 명칭하여 옹호할 게다. 하나 그러면 그럴수록 이러한 사람들은 자기의 무지를 폭로하는 것이라고밖에 나는 볼 수가 없다. 지방색이니 무어니 하는 미명하에 현대 난잡한 기계 문명에 마비된 청년들은 그 변태적인 성격으로 이상한 사투리와 뻣뻣한 어휘에도 쾌감과 흥미를 느끼게 된다. 하나 이것은 결국 그들의 지성의 결함을 증명함이다. 크게 주의(主義)가 될 수 없는 것을 주의라는 보호색에 붙이어가지고 일부러 그것을 무리하게 강조하려고 하는 데에 더욱 모순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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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외면적으로는 형식의 난잡으로 나타나고 내면적으로는 인식의 천박이 표시가 된다. 모씨와 모씨 등은 이 시집 속에 글귀글귀가 얼마나 아담하게 살려졌으며 신기하다는 데에 극력 칭찬을 하나 그것은 단순히 나열에 그치는 때가 많고 단조와 싫증을 면키 어렵다. 미숙한 나의 형용으로 말한다면 백석 씨의 회상시는 갖은 사투리와 옛이야기, 연중행사의 묵은 기억 등을 그것도 질서도 없이 그저 곳간에 볏섬 쌓듯이 그저 구겨넣은 데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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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씨는 시인도 아니지만 지금은 또 시도 쓰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또 백씨를 알지 못한다. 그러니까 이 위엣말은 많은 착오도 있을 줄 안다. 하나 나는 작품으로 볼 수 있는 백석 씨만은 가급적으로 음미를 하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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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씨와 나와는 근본적으로 상통되지 않은지는 모르나 나는 백씨에게서 많은 점의 장점과 단처(短處)를 익혀 배웠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백씨에게 감사하여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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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란 칭호가 백석에게는 벌써 흥미를 잃었는지 모르겠으나 나는 참으로 백석을 위하여 그리고 내가 씨에게 많은 지시를 받은 감사로서도 씨가 좀더 인간에의 명석한 이해를 가지고 앞으로 좋은 작품을 써주지 않는 이상, 나는 끝까지 그를 시인이라고 불러주고 싶지 않다. 그것은 다른 범용한 독자와 같이 무지와 무분별로써 시를 사주고 싶지는 않은 참으로 백석 씨를 아끼는 까닭이다.
【원문】백석론(白石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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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장환(吳章煥)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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