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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님과 새장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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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1.3
채만식
1
스님과 새장사
 
 
2
〔인물〕
3
스님……노승
4
새장사……룸펜
 
5
〔시대〕
6
현대 겨울
 
7
〔장소〕
8
경성(京城) 시외 조그마한 사원(寺院)
 
9
〔무대〕
10
배경으로 절 법당이 보이고 그 뒤로는 산이 보인다. 법당은 문이 열린 채 속은 컴컴하여 보이지 아니한다. 좌수(左手)는 빈터로 되어 있고 우수(右手)에는 단청을 칠한 종각이 있다 종각 앞에는 조롱(鳥籠)이 놓여 있고 조롱 속에는 참새가 대여섯 마리나 들어서 파닥거린다. 다시 그 옆으로는, 긴 막대가 세워 있고 막대 끝에는 좁다란 판자때기가 붙어 있다.
11
막이 열리면 무대는 잠깐 비었다가 새장사가 종각 뒤로부터 나타나서 공중으로 사방을 둘러본다. 부근에는 인가가 있는 심벌로 다듬이소리가 감감히 들린다.
 

 
12
새장사 (독백) 이놈의 동리는 새도 없나! 제길헐 것. (종각 앞에 있는 돌축대에 가 앉아서 마코를 내어 붙여 문다. 다듬이소리가 그치고 조금 있다가 목탁소리가 들리고 다음에는 작은 종소리가 들린다) 흥, 재를 올리는구나! 어 시장해.
13
스님  (법당 뒤로부터 우수로 나타난다. 한손에는 염주를 들고 한손에는 주령을 짚었다. 처음에는 모르고 어정어정하다가 새장사의 앞으로 가까이 와서 조롱과 새 잡는 막대를 유심히 보다가 주령으로 새 잡는 막대를 똑똑 뚜드리며 새장사더러 무슨 말을 하려고 한다.)
14
새장사 (버쩍) 뚜드리지 말어요! 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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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뚜드리기를 그치고) 이건 무얼 하는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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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장사 (코대답으로) 새 잡는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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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새?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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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장사 (성가신 듯이 스님을 바라보다가 손으로 꼭대기를 가리키며) 보시우 저기 판자쪽이 있잖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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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치어다보며)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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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장사 거기다 도리모찌를 발렀단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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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도리모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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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장사 새 잡는 약이요, 새 잡는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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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끼웃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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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장사 들어봐요…… 저 판자쪽에다 도리모찌를 발르고 거기다가 쌀을 뿌렸죠. 그러면 새가 그것을 조아먹으러 오잖겠수? 와서 안기만 하면 딱 들어붙는단 말이야. (손짓을 해보인다) 그러면 나는 옆에 있다가 달려들어서 응 (손으로 막대를 잡으며) 이놈을 (시늉을 한다) 이렇게 뽑아가지구는 새를 따서 (조롱을 가리키며) 이 속에다 (조롱을 흔들어 보이며) 이렇게 응 알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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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알았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끄덕하고 나서 다시 막대 끝과 조롱을 번갈아 보다가 시선을 조롱에 고정시키고) 그래 새를 이렇게 잡어서는 무얼 하오? (새들은 끊이잖고 파닥거린다)
26
새장사 (이야기에 끌려) 무얼 하냐……고? 팔기도 하고.
27
스님  팔다니? 새를 사는 사람도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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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장사 (씩 쳐다보며) 정신이 있나 없나? 새가 어떻게 팔리는데 그래요? 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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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고개를 끄덕거린다) 별 세상이 다 많소! 그래 그 사람들은 새를 사서 무얼 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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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장사 쓰는 데가 많지. (조롱을 가리키며) 저놈들이 저래봬도 맛이 아주 기가 맥힌단 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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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당신도 자서 봤소?
32
새장사 그러면요 가끔 먹지요. 그렇지만 나는 까치를 많이 먹죠.
33
스님  까치도 잽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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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장사 잽히고말고요. 까치가 많은 데 가서 저 판자 우에다가 쌀 대신 고기같은 것을 놓아두면 영락없이 와서 붙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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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흥…… 그래 새는 잡어서 먹기도 하고 팔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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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장사 팔고말고요. 잡어서 어찌하다가 죽는 놈이나 내가 먹지 그외는 뭣 잡기가 무섭게 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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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사는 사람은 그걸 사서 무얼 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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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장사 간쓰메도 만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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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간쓰메라니?
40
새장사 장조림 같은 것이죠.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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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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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장사 그리고 전골도 해 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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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고개를 끄덕거리며 파닥거리는 새들을 굽어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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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장사 시골 속담에 새가 소 등에 앉어서 “네 고기 열 점이 내 고기 한 점만 허나?” 한다는 말도 있지만 참 맛이 있읍너이다. 시님도 좀 사서 자서 봅시요. 요새 시님들은 고기를 먹어도 괜찮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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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나는 아니 먹소.
46
새장사 체, 거 참 옛날 시님이로군! (間[간], 傍白[방백]) 저놈을 목을 홱 비틀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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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이맛살을 찌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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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장사 껍질을 확 벗겨바려 가지군.
49
스님  (이맛살을 찌푸린다)
50
새장사 그놈을 이글이글한 숯불에 고스라지게 구어서 (방백. 스님을 치어다보며) 소곰을 찍어서 먹어보시우.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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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그렇게 맛이 있단 말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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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장사 그러면요. 그러고 일본 사람들이 더 잘 먹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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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새장을 굽어다보며) 이걸 내한테 팔으시요?
54
새장사 (스님을 쳐다보며 당시는 듯이) 사시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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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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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장사 (조롱을 끌어당기며) 멫마리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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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사면 다 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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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장사 (씩 웃으며) 스님도 새맛을 좀 보시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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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엄숙하게) 어쨌거나 산다면 팔면 그만이 아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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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장사 네네 (굽실거리며) 그렇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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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한 마리에 얼마씩이요?
62
새장사 삼…… (삼전이라고 하려다가) 오전씩입니다.
63
스님  그 속에 들은 게 멫마리요?
64
새장사 (세어보고) 여섯 마립니다.
65
스님  그러면 삼십전이구려.
66
새장사 네…… 댁으로 갖다 드릴까요? 여기서 껍질을 벗겨 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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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질겁해서) 원!…… 그놈을 다 날려보내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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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장사 (놀라)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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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내가 산 것이니까…… 돈은 줄 테니 날려보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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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장사 (두릿두릿하다가) 네. (조롱문을 열고 새를 다 날려보낸다)
71
스님  (허리띠에 찬 주머니에서 돈을 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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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장사 (꾸벅하고 받으며) 고맙습니다.
73
스님  천만에 말씀을 다 하시요. (돌아서서 우수 법당 뒤로 퇴장. 새장사는 여전히 앉아서 새가 오기를 기다린다. 조금 있다가 새 한 마리가 날아와서 판자에 가 붙어 파득거린다. 새장사는 얼핏 막대를 뽑아 뉘고 새를 따서 조롱 속에 집어넣는다. 약 일 분 (십 분을 의미한다) 뒤에 스님이 다시 법당 뒤로부터 등장)
74
스님  (멀리서) 아니 가고 무얼 하오?
75
새장사 (일어서며) 또 새를 잡죠.
76
스님  뭣? (가까이 온다) 또 새를 잡어?
77
새장사 그러면요. 아직도 다섯 마리쯤은 더 잡어야 쌀되나 사가지고 가죠.
78
스님  (가까이 와서 조롱 속을 굽어다 보고 이맛살을 찌푸린다) 또 한 마리 잡었구려!
79
새장사 (웃으며) 네 방금 한 마리가 날러오겠죠.
80
스님  여보 그만 잡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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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장사 (의아해서) 왜요?
82
스님  그런 불쌍한 미물들을 그렇게 잡어서 쓰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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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장사 (치어다만 본다)
84
스님  불쌍하기도 하고 또 죄가 됩니다.
85
새장사 죄요?
86
스님  네 죄를 받읍니다. 사람이 전생에 그런 살생을 많이 하면 후생에 가서 죄를 받읍니다.
87
새장사 체, 공중에 날어다니는 새를 좀 잡었기로니 그게 무슨 죄가 되우?
88
스님  (성이 나서) 허허 그 말을 그렇게 못 알아듣소. 그만큼 내가 사서 놓아주는 것을 보았으면 내 대접도 좀 해주어야지.
89
새장사 (같이 성을 내며) 여보! 그래 이 근처에 있는 새가 당신 것이란 말이요?
90
스님  내 새라는 게 아니라 산 김생이니 불쌍하단 말이요.
91
새장사 별 빌어먹을 소리를 다 듣겠네. 여보! 공중으로 날어다니는 새를 잡어 팔기로니 댁이 무슨 참견이란 말이요? 할일이 없거든 뜨뜻한 절방 아랫목에 누어 낮잠이나 자잖구.
92
스님  (말소리를 낮추어서)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나는 그것이 불쌍해서.
93
새장사 불쌍하면 댁이나 불쌍했지 나도 불쌍한 줄 아오? (방백) 거 참! 신수가 사나우니 별 빌어먹을 꼴을 다 보겠네!
94
(아니꼬운 듯이 돌아앉는다)
95
스님  (우두커니 서서 보기만 한다)
【원문】스님과 새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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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본 정보
◈ 기본
  # 스님과 새장사 [제목]
 
  채만식(蔡萬植) [저자]
 
  # 혜성(잡지) [출처]
 
  1931년 [발표]
 
  희곡(戱曲)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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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2년 04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