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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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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1.5
채만식
지식인의 궁핍한 삶을 그린 작품
1
두부 (1막)
 
 
2
〔인물〕
3
4
아버지
5
애기   ……누이의 딸
6
아주머니 ……동리 여인
 
7
〔시대〕
8
현대 겨울
 
9
〔장소〕
10
경성
 
11
〔무대〕
12
줄행랑의 우리 집―집이라는 것보다 단간방, 관객석으로부터 보면 장방형의 칸 반(半) 방이 비교적 환하게 들여다보인다. (그러므로 전면의 벽은 없이 한다) 방의 내부는 신문지로 도배를 한 것이 거무튀튀하게 낡았고 그 위에 빈대피로 댓잎(竹葉)을 그려놓았다. 아랫목 바른편 구석에는 값 헐한 옷궤짝이 놓여 있고 그 위에 누더기 이불이 두어 채나 올려놓였다. 벽과 방구석에는 어린애기의 기저귀와 누더기옷이 늘어놓였고 책도 몇권이 있다. 바른편에는 비에 어룽진 봉창, 왼편에는 위아래로 문이 두 개. 천정에는 십촉전등이 짤막하게 달리어 있다. 좌수는 넓은 마당의 일부. 우수는 길. 오후 다섯시쯤 막이 열리며 내가 아랫목에 웅숭크리고 앉아서 우두커니 무엇을 생각한다. 그 옆에 애기가 기저귀에 싸여서 잠을 잔다. 잠시 침잠.
 
 
13
동무   (좌수로 등장. 방을 향하여) 있나?
 
14
나    (일어서며) 거 누구? (문을 열고) 응 들어오게.
 
15
동무   (들어오며) 혼자 있나? 엇 치워.
 
16
나    칩지? (아랫목을 가리키며) 뜨뜻하지도 않지만 좀 저리 앉게.
 
17
동무   (어린애기 옆에 가 손을 기저귀 밑에 밀어넣고 앉아 굽어다보며) 자는구나.
 
18
나    어데서 오나? (동무 옆으로 앉는다)
 
19
동무   (얼굴이 갑자기 긴장이 되며) 참 야단났어…… 지금 본부에서 오는데.
 
20
나    (같이 긴장이 되어) 왜?
 
21
동무   오늘 아침부터 기계가 돈대.
 
22
나    (놀라며) 뭬?!
 
23
동무   (무언)
 
24
나    (무언)
 
25
동무   백 명을 임시로 모집했다나.
 
26
나    본부에서는 어떻게 하는 거야! 자기네만 믿고 기다리라든 게!
 
27
동무   그거야 본분들 어쩌는 수 있나.
 
28
나    그래 어찔 작정이래?
 
29
동무   오늘밤에 대책토의를 한다고 했으니까 이따가 늦더래도 무슨 소식이 있겠지.
 
30
나    그렇게 되면 대책 여부가 있나! 인제는 우리한테는 한가지 수단밖에는 없지.
 
31
동무   그렇지. 일이 이렇게 되면 그렇게 하기로 애초부터 작정하다시피 된 것이니까.
 
32
애기   (빠시시 잠을 깬다)
 
33
나    (굽어다보고 입맛을 다시며) 이게 또 울면 어떻게 하나.
 
34
동무   그애 어머니는 어데 갔나?
 
35
애기   (운다)
 
36
나    (애기를 안으며) 젖유모로 들어갔다네. (애기를 안아 다독거리며 달랜다)
 
37
동무   젖유모라니? 이 애는 어떻게 하고?
 
38
나    (우는 애기를 다독거리며) 어떻게 하다니 이 지경이지 뭘. (방백) 미음 만들어놓은 것도 다 없어졌으니!
 
39
동무   (무언)
 
40
나    (자꾸만 우는 애기를 달래기만 한다)
 
41
동무   누구네 집이야?
 
42
나    저 야주개 사는 전라도 사람이라나…… 자식을 낳는데 뭐 젖꼭지가 아프다고 젖을 못 먹인다나.
 
43
동무   받기는 멫푼이나 받는데.
 
44
나    먹여주고 6원이라나.
 
45
애기   (자꾸만 운다)
 
46
동무   그놈으로 우유라도 사먹이지.
 
47
나    그걸 못하니 말이지.
 
48
아주머니  (좌수 문 밖에서) 배가 고파서 그렇게 우나 부지. (문을 연다)
 
49
나    네.
 
50
아주머니  하마 올 때가 되였는데……
 
51
나    오면 뭘 하나요.
 
52
아주머니  하긴 그래…… 미음도 없어?
 
53
나    없에요.
 
54
애기   (덴 것같이 운다)
 
55
아주머니  이리 주구려. 내가 안고 가서 우리 집 밥물이라도 멕일께.
 
56
나    (미안해서) 뭘 두어두세요.
 
57
동무   드리게 그려.
 
58
아주머니  이리 주어요.
 
59
나    (애기를 내어준다)
 
60
아주머니  (애기를 받으며) 오 우지 마라 아이구 가엾어라. 배가 고파서 울었는가! 가서 맘마 주께…… 아이구 가엾어라, 젖은 뺏기고 배가 고파서. (물러간다.애기 울음소리는 점점 멀어가다가 마침내 들리지 아니한다)
 
61
나    (문을 닫고 도로 앉는다)
 
62
동무   저애 어머니는 어떻게 하나?!
 
63
나    어떻게 한다는 도리도 없지.
 
64
동무   그렇다고 젊으나젊은 터에 그대로 지내갈 수야 있나!
 
65
나    그러니 딱하긴 하다 말이지.
 
66
동무   마땅한 자리가 있으면……
 
67
나    마땅한 자리라는 게 없기도 하지만 있다더래도 갈 생각이 없는 모양이야.
 
68
동무   앞일을 어떻게 하고!
 
69
나    하기야 우리 팔자에 앞일을 생각할 나위가 있나! 그날 하로 굶은 걱정이 더 크지.
 
70
동무   하긴 그래 ……그렇지만.
 
71
나    그리고 기껏해서 간대야 돈 있는 놈의 첩으로밖에 더는 못가겠으니. (입맛을 다신다)
 
72
동무   돈이나 멫만원 가졌다면 뭇놈이 대가리를 싸고 덤빌걸.
 
73
나    딸린 것만 없어도 그래도……
 
74
동무   (무언)
 
75
나    (무언)
 
76
동무   (코를 벌씸거리며) 어데서 밥내가 구수하게 난다.
 
77
나    글쎄…… 나두……(생각하다가) 멫끼나 못 먹었나?
 
78
동무   잊어버릴 지경일세.
 
79
나    나는 오늘 아침은 먹었네만……
 
80
동무   응원비도 인젠 없는 모양이야.
 
81
나    (생각하다가) 두부 먹으랴나?
 
82
동무   (반갑게) 있나?
 
83
나    있어. (일어서서 밖으로 나갔다가 대접에 두부를 대여섯 모 담아 들고 또 한편 손에는 간장종지와 나무 저깔을 들고 들어온다) 차서 원.
 
84
동무   차면 뭘 하나. 뱃속에 들어가면 더워지겠지.
 
85
나    (내려놓으며) 먹제.
 
86
동무   응. (먹으며) 같이 먹세.
 
87
나    응. (같이 먹는다)
 
88
동무   맛이 좋어이.
 
89
나    그것도 기름장이나 해서 먹으면 먹을 만하지만.
 
90
동무   그래도 섣부른 밥보담야 나어이.
 
91
나    그래도 밥만이야 하겠나? 뜨뜻한 국물에 얼큰한 찌개나 지져놓고 고슬고슬 한 쌀밥에 좋은 김치나 해서 먹어보게.
 
92
동무   우리 같은 놈들은 이대로 있다가는 고손자놈의 대가리가 희여도 그런 맛은 못보네.
 
93
나    (두부를 다 먹은 것을 보고) 좀 더 먹지?
 
94
동무   팔을 것을 그렇게 먹어서……
 
95
나    괜찮아. (대접을 들고 밖으로 나간다)
 
96
동무   (간장종지를 집어주며) 간장도 더 가지고 오고, 그리고 뭣 무쪽이라도 두져 가지고 오게.
 
97
나    (나갔다가 대접에 두부를 네 모쯤 담고 김치 부스러기와 간장종지를 들고 들어온다)
 
98
동무   (먹으며) 우리는 이렇게라도 먹지만.
 
99
나    그래…… 배고픈 걸 참다 못해서 ‘우라기리’ 를 한들 그 사람들을 무어라고 나무래!
 
100
아버지  (밖에서 기침을) 한다.
 
101
나    (문을 열고 내어다본다)
 
102
아버지  (벽에 기대어 세운 지게를 마당에 내세우고 부엌으로 들어간다)
 
103
나    (문을 닫고 앉는다)
 
104
아버지  (부엌에서 두부 목판을 들고 나오며) 두부는 다 어쨌니?
 
105
나    (아무 대답도 못한다)
 
106
아버지  (버럭) 두부 어쨌어?
 
107
나    먹었어요.
 
108
동무   (두부를 먹다가 그치고 무렴해서 나를 치어다본다)
 
109
아버지  (성이 나서 문을 버럭 열어젖히며) 글쎄 이 자식아.
 
110
111
동무   (일어선다)
 
112
아버지  이 늙은 애비가 그거라도 팔어서 하로 한끼나마 굶어죽잖고 살어가는 것을 너는 이놈아 군것으로 먹어 없애바려!
 
113
나    (무언)
 
114
아버지  글쎄 이 자식아 너도 나히 이십이 넘었으니 그만 철은 나야지…… 그 원수놈의 동맹인지 막걸린지를 한다고 이 늙은 애비가 발가락이 얼어빠지게 고샅 달음질을 하면서 두부장수를 하는 것을 얻어먹으면서 눈을 끄먹끄먹하고 밤이나 낮에나 이러고만 있으니 어쩌잔 말이냐! (문을 홱 닫고 쿵쿵 걸어가서 두부 지게를 지고 후면으로 사라진다)
 
115
동무   (무렴해서 나를 바라보기만 한다)
 
116
나    (위로하듯) 그나마 얻어먹은 게 체하겠네.
 
117
동무   자네 아버지도 무리한 말은 아닐세.
 
118
나    이일 저일에 화가 나시니까……
 
119
동무   (골똘히 생각한다)
 
120
나    (역시 골똘히 생각한다)
 
121
동무   (아니꼬와하는 신음소리를 낸다)
 
122
나    (그에 따라서 입을 악문다)
 
123
동무   본부에나 가보세.
 
124
나    가보세.
 
125
두 사람이 벌떡 일어서며 막이 내린다.
【원문】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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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본 정보
◈ 기본
  # 두부 [제목]
 
  채만식(蔡萬植) [저자]
 
  # 혜성(잡지) [출처]
 
  1931년 [발표]
 
  희곡(戱曲)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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