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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곡헌기(慟哭軒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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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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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곡헌기(慟哭軒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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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조카 ‘친(親)’이 그의 서실을 짓고 편액을 ‘통곡헌(慟哭軒)’이라 하였다. 사람들이 모두 크게 웃으며 말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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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세상에 즐거워할 만한 일이 매우 많은데, 어찌하여 울음[哭]으로 서실의 편액을 하였다는 말인가? 하물며 통곡이란 것은 부모를 여읜 자식이거나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부녀자일 것이다. 사람들은 그 소리를 듣기를 싫어하는데 그대만 오직 사람들이 싫어하는 바를 범하여 거처에다 걸어놓은 것은 어째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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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허니, 친이 말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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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속이 좋아하는 바를 거슬린 사람이다. 시류(時流: 시대의 풍조나 경향)가 기쁨을 좋아하므로 나는 슬픔을 좋아하고, 세속이 흔쾌해하므로 나는 근심스러워한다. 부귀나 영화까지도 세상이 기뻐해하는 바이지만 나는 내 몸을 더럽히는 것인 양 버리며, 오직 천하고 빈한하고 검약한 것을 본받아 이에 처하면서 하고자 하는 일마다 어긋나고자 한다. 그리하여 항상 세상이 가장 싫어하는 바를 택하면 곧 통곡보다 더한 것이 없으므로, 나는 그것으로써 내 집의 편액으로 삼은 것이다.”
 
6
라고 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비웃던 여러 사람들에게 말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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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곡하는데도 역시 도(道)가 있습니다. 대개 사람의 칠정(七情) 중에서 쉽게 움직이고 감발(感發: 감동하여 분발함)하는 것으로는 슬픔만한 것이 없습니다. 슬픔이 일면 반드시 곡을 하는데, 슬픔이 일어나는 것에도 역시 여러 가지 단서가 있지요. 그러므로 시사(時事: 당시의 여러 가지 일)를 행할 수 없는 것에 상심(傷心)하여 통곡하는 사람으로는 가태부(賈太傅)요, 흰 실이 그 바탕(사랑)을 잃은 것을 슬퍼하여 곡을 한 사람은 묵적(墨翟)이요, 갈림길이 동서로 나뉜 것을 싫어하여 운 사람은 양주(楊朱)요, 길이 막혀서 운 사람은 완보병(阮步兵)이었으며, 운명이 불우함을 슬퍼하여 스스로를 세상 밖으로 추방하여 정에 부쳐 운 사람은 당구(唐衢)입니다. 이들은 모두 품은 생각이 있어서 운 것이지 이별에 상심(傷心)하고, 억울한 마음을 품고, 하찮은 일로 아녀자들의 곡을 본받은 것이 아닙니다.
 
8
지금의 시대는 (앞선)여러 사람의 시대에 비해서 더욱 말세(末世)지요, 나랏일은 날로 그릇되고, 선비들의 행실도 날로 야박해져 벗을 사귐에도 배치(背馳: 서로 반대되어 어긋남)되는 것이 길이 갈리는 것보다 더 심하며, 어진 선비가 곤액(困厄: 딱하고 어려운 사정과 재앙)을 당하는 것도 길이 막힌 것뿐이 아니어서, 모두 인간 세상 밖으로 달아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9
만약 몇 사람의 군자로 하여금 이 시대를 목격하게 한다면 어떤 생각을 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장차 통곡할 겨를도 없이 모두 팽함(彭咸)이나 굴대부(屈大夫)처럼 돌을 끌어안거나 모래를 품으려고(죽으려고) 했을 것입니다. (조카)‘친’이 곡(哭)으로써 서실의 편액을 한 것도 역시 이것에서 나온 것이니, 여러분들은 그의 통곡을 비웃지 않는 것이 옳겠습니다.”
 
10
라고 하니, 비웃는 자들이 깨우치고 물러갔으므로, 이에 (통곡헌)기(記)를 지어 뭇 의심을 풀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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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부부고(惺所覆瓿稿) 중 통곡헌기(慟哭軒記)
【원문】통곡헌기(慟哭軒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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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2년 09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