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S 여러분! 반갑습니다.    [로그인]
키워드 :
한글 
◈ 여인담(女人譚) ◈
◇ 저2화 ◇
카탈로그   목차 (총 : 2권)     이전 2권 ▶마지막
1939년
김동인
1
여인담(女人譚) - 제2화
 
 
2
또 한 가지, 이것 역시 신문지가 보도한 〈여인〉의 기괴한 심리의 발동.
 
3
역시 무대는 농촌. 주인공은 역시 젊은 내외였다.
 
4
이번 아내의 이름은 서분이라 하여 둘까.
 
5
서분이는 열 아홉이었다. 그의 남편은 열 일곱이었다. 결혼한 지 3년.
 
6
내외간의 의를 남들은 좋다 보았다. 시부모며 친정 부모들도 좋다 보았다. 서분이 자신도 나쁘다고는 보지 않았다.
 
7
「남편이란 것은 이상한 존재.」
 
8
이것이 서분이가 남편에게 가진 바 관념이었다. 그에게는 남편이 어디라 특별히 고운데는 없었지만 밉게 보이지도 않았다. 때때로 발버 등이를 치며 밸을 부릴 때는 욕하기도 하고 칵 쥐어박고 싶은 때도 있지만 그러나 밉게까지는 볼 곳은 없었다.
 
9
사람의 살림의 일례로 시집은 가는 것, 시집가면 남편이라는 사람이 있는 것. 그의 시집에 대한 관념과 남편에게 대한 인식은 대략 이 한 마디로 끝이 날 것이었다. 남편과 아내의 새에 필연적으로 생기는 의무며 권리며 의리며 애정이라는 것은 알지도 못하였다.
 
10
남편이란 것은 시집의 아들이며 자기를 마음대로 부려먹는 사람이며 밤에는 한자리에서 자야 되는 사람.
 
11
이 밖에는 남편에게 대한 아무런 인식이며 이해가 없었다.
 
12
건너 동리에서 어떤 새색시가 새서방의 밥에 양잿물을 넣어서 독살을 계획한 일이 이 동리까지 소문이 났다. 뒷동리에서는 어떤 색시가 잠든 새서방의 목을 무명으로 매었다가 들켰다. 서분이의 동리에서도 어떤 젊은 아내가 제 남편을 누구와 공모하여 방망이로 때려 죽인 일이 있었다.
 
13
이 몇 가지의 사건은 서분이의 머리에 이상히 영향 되었다. 비록 농촌에서 낳고 농촌에서 자란 서분이라 하나 과도기인 현대에 태어난 그는 역시 〈시대〉의 공기에 멱감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도회의 여인들이 필요없이 독약 같은 것을 (가장 비밀인 듯이) 비장하며, 사랑도 않는 사람의 사진을 들여다보고 한숨지으며 숭배하고 싶지도 않는 영화배우를 숭배하여야 될 것 같이 생각되어 숭배하는 동안 농촌의 서분이에게는 또한 여인다운 마음의 시대적 동요가 있었다.
 
14
「남편은 죽여도 좋은 사람.」
 
15
근방의 몇 가지의 남편 독살 혹은 독살 미수 사건이 서분이의 마음에 던진 첫번 그림자는 이것이었다.
 
16
이것뿐이면 별 문제도 더 안 생겼으련만 그의 마음에 들어앉은 이 그림자는 들어앉으면서 곧 제2단으로 발전하기조차 주저치 않았다.
 
17
「남편은 죽어야 좋은 사람.」
 
18
첫 그림자는 어느덧 이렇게 변하여 버렸다. 남녀의 애정이라 하는 것은 성적 쾌미를 이해한 뒤에야 처음으로 생기는 것이다. 부부의 애정이라 하는 것은 〈남녀의 애정〉에 〈의리〉라는 것이 좀 더 가미된 데 지나지 못한다. 부부의 교합이라는 것은 단지 지어미와 지아비가 (까닭은 모르지만) 하여야만 되는 것쯤으로 여기고 있는 서분이에게는 남편에게 대하여 아내로서의 애정이 있을 리가 없었다. 아내란 것은 어떤 것인지 그 의의조차 몰랐다. 밤에 한자리에서 자는 것— 이것이 내외거니, 이 이상은 몰랐다.
 
19
아직 성과 애정과 부부 문제에 대하여 아무 철이 없던 서분이의 귀에 몇 가지의 살부 사건이 들어올 때에서분이는 자기도 남편을 죽여 보고 싶은 생각이 났다. 그 생각의 근원에는 〈남편이란 죽여야 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까지 섞여 있었다.
 
20
그는 자기의 시부모가 수십 년 전까지는 자기네와 같은 젊은 부부였었다는 것을 생각지 않았다. 자기의 친정 부모도 수십 년 전에는 역시 자기네와 같은 젊은 부부였었다는 것도 잊었다. 이성이 합하여 (수십 년 뒤에는) 한 몸과 같이 된다는 것을 생각도 안 하였다. 그다지 밉게 보이지도 않지만 남편이란 사람은 왜 그런지 〈남〉같이 생각되었다. 비록 죽여 버린다 할지라도 아무것도 쏘지 않을 〈남〉이었다. 시부모는 더욱 〈남〉이었다. 서분이에게는 지금껏 친정 부모만이 〈남〉이 아니었다.
 
21
(어디 죽여 보자.) 이리하여 그는 어떤 날 남편의 밥에 바늘을 두세 개 묻었다.
 
22
어른과 아이는 한방에 모여서 저녁을 먹었다 남편도 숟갈을 들었다.
 
23
이때부터 웬 까닭인지 서분이의 마음은 괴상한 공포로써 스스로 마음을 걷잡을 수가 없었다. 한 술 두 술 남푄이 입에 밥을 떠넣을 때마다 서분이는 입을 벙싯벙싯하였다.
 
24
—그 밥을 잡숫지 말아요. 그 밥에는 바늘이 들었어요.
 
25
남편의 입으로 밥이 들어갈 때마다 목에 까지 나와서 들어가는 이 말을 도로 삼키노라고 서분이는 몇 번은 〈어〉 소리를 내었다. 남편을 주의하노라고 자기의 밥조차 잊었다.
 
26
「너 밥 안 먹느냐?」
 
27
서분이는 시어머니에게 두 번이나 이런 채근을 받았다. 그런 때마다,
 
28
「네, 먹지요.」
 
29
하고 머리를 밥으로 향하고 했지만 한 입만 먹은 뒤에는 그의 주의는 또다시 남편의 숟갈로 향하고 하였다.
 
30
(오늘은 유난히 밥을 많이도 먹네.) 서분이는 울상이 되어 이런 생각까지 하였다.
 
31
남편의 밥그릇이 거의 밑이 드러나게 된 때였다. 남편은 갑자기
 
32
「에크!」
 
33
소리를 치며 술질을 멈추었다.
 
34
아! 서분이는 바아흐로 입으로 가져가려던 숟갈을 힘없이 떨어뜨렸다. 그리고 죽자하고 눈을 지려감았다 남편은 두 손가락을 입에 넣고 좀 찾다가 바늘을 하나 얻어 내었다.
 
35
「이게 바늘이로군. 이 담엔 밥 지을 땐 머리에 바늘 꽃은 채로 하지 말게. 큰일 날라.」
 
36
아무것도 모르는 남편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이 뿐으로 바늘을 담벽에 꽃아 버렸다.
 
37
「후— 안 먹었다.」
 
38
서분이 가지려 감았던 눈을 뜰 때는 그의 눈에는 눈물이 솟았다.
 
39
그날 밤 같이 남편이 사랑스런 밤이 서분이의 과거에 없었다. 죽은 줄 알았던 남편이 살아온 듯이 서분이는 힘있게 남편을 안고 안고 하였다. 성을 아는 여인이 오래 떠나 있던 정랑과 만난 것 같이 서분이는 잠들려는 남편을 깨워서는 쓸어안고 하였다.
 
40
눈물이 때때로 까닭없이 흘렀다
 
41
「혀가 바늘에 찔려 아프지나 않소?」
 
42
자려는 남편을 깨워 가지고 이런 말도 여러번 물었다.
 
43
무사한 몇 달은 지났다.
 
44
내외의 의는 남 보기에도 전보다 좋아졌다.
 
45
서분이는 저보다 나이 어린 서방을 밤마다 힘있게 붙안고 쓸어 주고 하였다.
 
46
그러나 악마는 어떤 날 다시 또 그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47
어떤 날 남편의 저녁밥에 그는 양잿물을 풀어 넣었다.
 
48
왜? 여기 대해서는 서분이도 모른다. 쓰다 남은 양잿물이 시렁에 있는 것을 볼 때에 문득 얼마 전에 건너 동네에서 어느 여인이 제 서방을 양잿물을 먹인 것이 생각나면서 기계적으로 행한 일에 지나지 못하였다.
 
49
그날 서분이는 저녁밥이 먹기 싫다고 동네집에 놀러 갔다. 그의 심산으로는 서너 시간 그 집에서 놀고 남편이 죽은 뒤에 집으로 돌아올 작정이었다.
 
50
동네 집에서 그는 동무들과 윷을 놀았다. 그러나 윷을 노는 동안 그의 마음은 잠시도 내려앉지 않았다.
 
51
자기가 몇 동이던가를 기억한 적이 없었다.
 
52
「서분이 너 다섯 동째 가는구나.」
 
53
서분이가 정신없이 윷을 놀 때에 동무들이 깨쳐 주는 일이 있을지라도 서분이는 웃지도 못하였다.
 
54
「가면 가지. 여섯 동인들.」
 
55
하고 또 윷을 던지는 그였다.
 
56
몇 번을 귀를 기울였다. 혹은 멀리서 무슨 부르짖음이라도 없나 하여 몇 번을 혼자서 흠칫흠칫 놀랐다.
 
57
그러다가 윷을 중도에 내버리고 그 집을 나섰다.
 
58
그의 집에서는 방금 비극이 시작되는 즈음이었다.
 
59
서분이가 거의 집에 이르렀을 때 남편의 토하는 소리가 들렸다. 왜 그러느냐고 시어머니의 부르짖는 소리가 들렸다.
 
60
서분이는 더 참지를 못하였다. 그는 단걸음에 뛰어 가서 토방 위에 올라섰다. 그리고 문걸쇠를 잡으려다가 손을 도로 내리우고 귀를 기울였다.
 
61
남편의 토하는 소리와 신음하는 소리, 부모의 덤비는 소리, 쿠등쿠등 몸을 뛰노는 소리— 서분이는 문을 열어젖히며 뛰어들어갔다.
 
62
「어머니 왜 그래요?」
 
63
「글쎄 알겠니. 속이 모두 찢어지는 것 같다누나. 이걸 어쩐담.」
 
64
서분이는 남편을 보았다. 남편의 얼굴은 고통 때문에 밉게 찡그려져 있었다. 몸은 잠시도 멈추지 못하고 뛰놀았다.
 
65
순간, 서분이는 마음에 폭발하는 공포를 깨달았다.
 
66
그는 눈으로 〈죽음〉을 보았다. 죽음이란 얼마나 두렵고 큰 것인지를 보았다. 그 죽음이 제 남편의 위에 임한 것을 보았다. 죽음을 임하게 한 것이 자기라는 것도 자각하였다.
 
67
동시에 남편에게 대하여 아직까지 가져보지 못한 관념이 폭발하듯이 그의 마음에 튀어올랐다.
 
68
「저 사람은 내 사람.」
 
69
지금 자기의 독수 때문에 죽을는지도 모르는 저 사람은 시부모의 아들이라기보다도 친정 부모의 사위라기보다도 서분이 자기의 사람이라는 생각이 강렬히 불붙어 올랐다. 저 사람은 내 사람. 죽기까지 동고 동락하여야 할 사람 — 구원하여야겠다. 어떤 일이 있든 간에 구하여야겠다. 결코 죽게 해서는 안되겠다.
 
70
「여보. 정신 좀 차려요.」
 
71
그는 한 번 남편의 어깨를 흔들어 본 뒤에 맹연히 집을 뛰쳐나왔다.
 
72
서분이는 곁집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문을 덜컥 열고 머리만 디밀었다.
 
73
「아주머니 양—양—」
 
74
「누구냐?」
 
75
「서분이야요. 양 — 양잿물 먹은데 뭘 먹으면 나아요?」
 
76
「글쎄. 잘 모르겠구먼. 왜 그러느냐?」
 
77
「어서! 큰일났어. 양 —」
 
78
「글쎄 왜 그래? 누가 —」
 
79
그냥 어떻다는 것을 서분이는 문을 탁 닫아 버리고 그 집을 나와서 다음 집으로 갔다. 세 집 만에야 서분이는 양잿물을 삭이는 방문을 겨우 알았다.
 
80
「뜨물을 먹여 봐라.」
 
81
이 말을 듣고 누구가 양잿물을 먹었느냐는 질문에는 대답도 않고 집으로 달려온 서분이는 곧 부엌으로 들어가서 뜨물을 한 바가지 떠 가지고 방안으로 들어 왔다.
 
82
「에케, 에케, 이 애 미쳤나?」
 
83
철레철레 뜨물을 흘리며 들어오는 며느리를 시부모는 경이의 눈으로 쳐다보며 피하였다.
 
84
「뜨물이 약이래요.」
 
85
이 말뿐 서분이는 남편에게로 가서 날뛰는 남편을 쓸어안고 머리를 억지로 자기의 무릎 위에 눕힌 뒤에 뜨물을 부어 넣었다.
 
86
푸—퉤—남편은 뜨물을 뱉었다. 서분이는 다시 먹였다. 먹이고 뱉고 하는 동안 남편은 몇 모금의 뜨물을 마셨다. 뜨물을 남편의 입에 붓는 동안 서분이는 정성을 다하여 신령께 축수하고 있었다. 제 목숨을 죽일지언정 이 사람은 살려 주세요. 죽게 하지 말아 주세요.
 
87
그것은 뜨물의 덕인지 서분이의 성의의 덕인지 남편의 생명만은 붙었다. 그러나 입 속과 창자가 요도해져서 목숨은 붙었다 하나 매우 위중하였다.
 
88
서분이는 잠시를 곁을 떠나지 않고 위중한 남편의 병간호를 하였다. 세상의 어떤 어머니가 자식에게 대하여 이렇듯 지극한 정성을 가졌을까. 한 주일을 간호할 동안 서분이는 자리에 누워 보지도 않았다. 정 졸음이 오면 잠시 남편의 자릿귀에 기대어서 깜빡 졸 뿐 자지도 않았다. 이 지성의 간호에 남편의 병은 나날이 나아갔다. 한 주일 뒤에는 조금 밥도 먹게 되었다.
 
89
그러나 세상의 입은 무서웠다.
 
90
알지 못할 급병으로 날뛰는 남편을 서분이는 어떤 근거로써 양잿물 먹은 줄을 알고 그 방문을 물으려 동네로 싸다녔을까, 여기서 말썽은 말썽을 낳았다. 그리고 그 말썽은 차차 전파되어 귀밝은 경찰에 까지 들어갔다.
 
91
서분이는 남편의 병상 앞에서 경관에게 끌려갔다.
 
92
아직은 마음을 놓지를 못하겠으니 이틀만 더 병간호를 한 뒤에 마음대로 잡아가 달라는 서분이의 탄원도 효력이 없이 그는 앓는 남편을 남겨 두고 돌아보며 주재소로 끌려갔다.
 
93
「나는 아무렇게 되든 당신이나 얼른 쾌차해요.」
 
94
이 말 한 마디를 남기고서.
 
95
시부모도 따라 나오면서 눈물로 며느리를 보냈다.
 
96
지금 서분이는 옥창에서 남편의 병든 몸을 생각하며 눈물짓고 있겠지.
 
97
여인의 행하는 의표 외의 일은 도저히 우리로서는 해석할 수가 없는 일이다. 서분이는 왜 남편을 죽이려 하였을까.
 
98
여인은 수수께끼이다.
【원문】저2화
▣ 커뮤니티 (참여∙의견)
내메모
여러분의 댓글이 지식지도를 만듭니다. 글쓰기
〔소설〕
▪ 분류 : 근/현대 소설
▪ 최근 3개월 조회수 : 21
- 전체 순위 : 2195 위 (2 등급)
- 분류 순위 : 291 위 / 881 작품
지식지도 보기
내서재 추천 : 0
▣ 함께 읽은 작품
(최근일주일간)
• (1) 신앙으로
• (1) 김덕수
• (1) 어떤날 밤
• (1) 포플라
▣ 참조 지식지도
▣ 기본 정보
◈ 기본
  # 여인담 [제목]
 
  김동인(金東仁) [저자]
 
  1939년 [발표]
 
  소설(小說) [분류]
 
◈ 참조
▣ 참조 정보 (쪽별)
백과 참조
목록 참조
외부 참조

  지식놀이터 :: 원문/전문 > 문학 > 한국문학 > 근/현대 소설 카탈로그   목차 (총 : 2권)     이전 2권 ▶마지막 한글 
◈ 여인담(女人譚) ◈
©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3년 09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