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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책략 (朝鮮策略) ◈
해설   본문  
1880년
황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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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책략 (朝鮮策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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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동 황준헌 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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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 아주 큰 나라가 있으니, 러시아라 말하는데, 그 나라 강역의 넓음이 3대주에 걸쳐 있다. 육군 정예 병력이 1백여 만 명이며, 해군의 큰 함정이 2백여 척이다. 돌아보건대, 국가가 북쪽에 위치해 있어 기후가 춥고 땅이 메마른 까닭에, 재빠르게 그 영토를 넓혀서 사직을 이롭게 하려고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선세인 피득왕 (표트르대제) 이래 강토를 새로 개척하여 이미 전보다 열 배가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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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왕에 이르러서는 다시 四海를 포괄하고 八荒을 병합할 마음을 가지고 중앙아시아에서는 회골(위구르) 등 여러 부족을 차츰차츰 침략하여 거의 다 차지하게 되었다. 천하가 다 그의 뜻이 작은 데 있지 않아 이따금 서로 합종하여 항거하였다. 러시아가 토이기(투르크, 터어키)란 나라를 병합하려 한 지 이미 오래였으나, 영국․ 법국(프랑스)가 힘을 합하여 버티어 나가므로 러시아는 끝내 그 뜻대로 하지 못하였다.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서양의 여러 대국, 독일․오스트리아․영국․이탈리아․프랑스 같은 나라들이 모두 호시탐탐 단연코 한 치의 땅도 남에게 넘겨 주려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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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서방 공략을 할 수 없게 되자, 번연히 계략을 변경하여 동쪽 강토를 공략하려 하였다. 10여 년 이래로 화태주(사할린)을 일본에서 얻고 黃龍江의 동쪽을 중국에서 얻었으며, 또 도문강 어귀에 둔치고 있어 그 형세는 마치 높은 집에서 물병을 세워 놓은 듯 하니, 그 경영하여 여력을 남기지 않음은 아시아에서 뜻을 얻으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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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이라는 땅덩어리는 실로 아시아의 요충에 거하고 있어 형세가 반드시 다투게 마련이며, 조선이 위태로우면 중동의 형세도 날로 위급해질 것이다. 따라서, 러시아가 강토를 공략하려 할진대, 반드시 조선으로부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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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러시아가 욕심 많은 진나라처럼 정벌에 힘써 경영해 온 지 3백여 년, 그 첫 대상은 유럽이었고 다음에는 중앙아시아에 이르렀으며 오늘날에 와서는 다시 동서아시아로 옮겨져 마침 조선이 그 피해를 입게 된 것이다. 그러한즉, 오늘날 조선의 책략은 러시아를 막는 일보다 더 급한 것이 없을 것이다. 러시아를 막는 책략은 어떠한 것인가? 중국과 친하고, 일본과 맺고, 미국과 이어짐으로써 自强을 도모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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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친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함인가? 조선은 동․서․북이 러시아를 등지고 있으며 경계를 잇고 있는 것은 중국뿐이다. 중국은 땅이 크고 물자가 풍부하며, 그 형국이 아시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천하에 러시아를 제어할 나라로는 중국만한 나라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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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중국이 사랑하는 나라로는 조선만한 나라가 없다. 조선이 우리 藩邦이 된 지 이미 천 년이 지났으되, 그동안 중국은 덕으로써 편안히 지내게 하고 은혜로써 품어 줄 뿐, 한번도 그 토지와 인민을 탐내는 마음을 가진 적이 없었음은 천하가 함께 믿는 바이다. 더욱이, 우리 大淸은 동방의 땅에서 帝業을 일으켜, 먼저 조선을 평정하고 난 뒤에 명나라를 쳐서 2백여 년 동안 덕으로 소국을 사랑하고 조선은 예로써 대국을 섬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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康熙․乾隆朝를 당하여서는 조선은 무슨 일이든 上聞하지 않은 것이 없어 內地의 군현이나 다름없었다. 이는 문자가 같고, 政敎가 같고, 情誼가 친목할 뿐만 아니라, 또한 형세가 연접하여 神京을 끼고 호위함이 마치 왼팔과 같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서로 休戚을 같이 하고, 서로 환란을 함께 하였으니, 저 越南과 버어마의 편벽됨과는 본디 그 상거가 아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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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조선에서 일이 터졌을 때에는 중국은 어김없이 천하의 양식을 소비하고 천하의 인력을 다하여 싸웠다. 서양의 通例에 따르면 양국이 전쟁할 때면, 局外의 나라는 거기에서 중립하고 한 쪽만을 돕지 않는다. 다만 속국은 예외로 한다. 오늘날 조선은 중국 섬기기를 마땅히 예전보다 더욱 힘써서 천하의 사람들로 하여금 조선과 우리는 정의가 한 집안같음을 환히 알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大義가 밝혀지고 聲援이 절로 커지면, 러시아 사람은 그 형세가 외롭지 않음을 알고, 조금은 머뭇거리고 기피함이 있을 것이다. 일본 사람은 그 힘이 겨룰 수 없음을 헤아리고 함께 화친하고자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기필코 외국의 흔단은 슬며시 없어지고 나라의 근본은 더욱 튼튼해질 것이다. 이것이 바로 중국과 친해야 할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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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맺어야 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함인가? 중국 이외에 가장 가까운 나라는 일본뿐이다. 옛날 선왕이 사신을 보내어 통교한 나라는 盟府에 실려 있고, 그들은 대대로 맡은 일에 충실하였다. 근일에 와서는 북으로 이리와 범이 어깨와 등을 걸타고 있어 만일 일본이 땅을 잃으면 조선 8도가 스스로 보전할 수 없게 되고, 조선에 한번 변고가 생기면 큐유슈우(九州)․시코쿠(四國)가 또한 일본의 차지하는 바가 되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일본과 조선은 실로 輔車相依의 형세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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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趙․魏가 合從하자 秦이 감히 동쪽으로 내려오지 못하고, 吳․蜀이 서로 결합하자 魏가 감히 남쪽으로 침략해오지 못하였다. 저들이 강대한 이웃 나라의 핍박으로 脣齒의 교분을 맺고자 하니, 조선으로서는 작은 거리낌을 버리고 큰 계획을 도모하여야 할 것이다. 舊交를 닦고 外援과 손잡아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훗날 양국의 輪船과 鐵船이 일본 바다 위에 縱橫으로 누비게 되면 外海는 절로 들어올 길이 없어질 것이다. 이것이 곧 일본과 맺어야 할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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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어져야 한다는 것을 무엇을 말함인가? 조선의 동해로부터 곧장 가면 아메리카가 있으니, 곧 合衆國이 도읍한 곳이다. 그 나라는 본래 영국에 속해 있었는데, 1백 년 전에 워싱턴이란 자가 유럽 사람의 학정을 받기를 원치 않고 發奮自立하여 한 나라를 독립시켰다. 이 뒤로부터 선왕의 유훈을 지켜 예의로써 나라를 세우고, 남의 토지를 탐내지 않고, 남의 인민을 탐내지 않고, 굳이 남의 政事에 감여하지 않았다. 그와 중국과는 조약을 맺은지 10여 년이 되었는데, 그동안 조그마한 분쟁도 없는 나라다. 일본과의 왕래는 통상을 권유하고, 병사의 훈련을 권고하고, 改約을 협조하였으니, 이는 천하 만국이 다 아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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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그 민주의 국가란 共和로써 정치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있는 것을 이롭게 여기지 않는다. 미국이 입국한 시초에는 영국의 학정으로 말미암아 발분하여 일어났으므로 늘 아시아를 친근히 하고 유럽을 소원히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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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인종은 사실은, 유럽과 同種이다. 그 나라의 강성함은 유럽의 여러 대지와 더불어 동․서양 사이에 끼어 있기 때문에 항상 약소한 자를 부조하고 公議를 유지하여 유럽사람으로 하여금 그 악을 함부로 행사하지 못하게 하였다. 그 국세는 大東洋에 두루 가깝고, 그 商務는 홀로 대동양에서 성하였다. 또한 동양이 각기 제 나라를 보전하여 平安無事히 살기를 원하기 때문에 그 사절을 보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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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조선으로서는 마땅히 항상 만리대양에 사절을 보내서 그들과 더불어 修好해야 할 것이다. 하물며 그들이 연이어 사신을 보내어 조선과의 연결을 유지하려는 의사가 있음에 있어서랴? 미국을 끌어 들여 友邦의 나라로 여기게 한다면, 도움을 맺을 수 있고 재난을 풀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그런 까닭에, 미국과 이어져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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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중국과 친하는 일은 조선이 믿을 것이요, 일본과 맺는 일은 조선이 半信半疑할 것이요, 미국과 이어지는 일은 조선이 매우 의심할 것이다. 의심하는 자는 말하기를, “일본은 平秀吉이 명목없는 전쟁을 일으킨 뒤로 우리 邊境을 뒤흔들고, 우리 성곽을 짓뭉개고, 우리 인민을 毒害하였는데, 명나라 군사가 공격하여 지켜 줌으로써 비로소 물러갔고, 근년에는 일본이 태도를 변하여 서쪽으로부터 나타나서 새매나 독수리처럼 노려보고 있으니, 더욱 그 意中을 헤아릴 수 없다. 江華의 전쟁은 사이고오 타카모리(西鄕隆盛)이 흔단을 일으키려는데 뜻이 있었는데, 이와쿠라(巖倉)․오오쿠보(大久保) 등과 힘껏 다툰 뒤에야 비로소 그쳤다. 그러나 저들의 뜻이 어찌 잠시인들 침공할 마음을 잊은 적이 있겠는가? 條約의 체결도 또한 강요에 못 이긴 것이니, 부득불 좇았을 뿐이다. 그들과 친밀해지는 것은 문을 열고 도적을 맞아들이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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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고오가 조선 공략을 의논할 적에 두 세 명의 대신만이 衆議를 배격하고 불가함을 고집하였다. 저들도 변경을 침략하여 스스로 부강해짐을 원치 않은 것은 아니지만, 덕을 헤아리고 힘을 저울질할 때 불가능하므로 그만 두기만 못하다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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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이 건국한 지 수천년 이래로 사람이 없은 적이 없고 군사가 없은 적이 없었으니, 저들이 공격할지라도 반드시 이기지는 못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만일 이기게 된다 하더라도 군사를 철수하면 다시 배반하고, 군사를 머물러 두면 무력해진다. 하물며 일본이 일을 터뜨리면 조선과 중국이 반드시 합세하여 싸울 형세임에 있어서랴!<그때 일본에서 사신을 보내어 李伯相을 뵈었는데, 백상이 반드시 싸울 것이라 하고, 또 그것은 和親을 손상시킬 뿐, 조금도 이익이 없을 것이라고 권유하였기 때문에 그 모의는 실행되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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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은 일본이 조선을 공략해 보았던들 반드시 이기기는 어려운데다가, 하물며 중국의 원조를 얻어 좌우로 제휴하고 동서로 정토하면 일본이 지탱하지 못할 것임을 알기 때문에 사이고오의 주장은 마침내 행해지지 못했던 것이다. 이왕 그 일을 감히 행할 수 없게 되었을진대, 이번에는 다시 조선을 가까운 이웃으로 여기고 다른 종족을 침략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사실은 이러한 생각이 절실했기 때문에 쉴새없이 외교를 맺고 친목을 닦고자 함이었다. 따라서 그 뜻은 조선이 스스로 강대해져서 海西의 울타리가 되도록 하고자 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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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를 헤아려 보건대, 일본을 위한 계책은 반드시 이 방법을 벗어날 수 없다. 더욱이 오늘의 일본이 겉으로는 강대한 듯하나 속으로는 허약하여, 朝野가 乖離되고 정부 금고가 비어서 제 나라도 돌볼 겨를이 없음에랴! 兵家에서 말하기를 “자기를 알고 남을 알라.” 하였다. 그러므로 반드시 일본이 조선과 결합하고자 하는 까닭이 의심할 바 없음을 안 뒤에, 조선이 일본과 결합함도 또한 의심할 바 없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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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하는 자는 또 말하기를, “지도를 그리고 지형을 측량했으니 우리는 이미 요새를 잃었다. 인천 항구는 곧 우리의 御殿인데, 저들의 왕래를 허용하게 되었으니, 울타리가 다 철수된 셈이다. 남의 나라를 도모하려는 뜻이 없다면 어찌 沿海의 暗礁를 측량하며 京畿의 要地를 침범하는 것인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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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지도를 남의 나라에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용서없이 죽이기도 하였다. 외국 사신의 왕래에 도는 길로 인도하여 우리의 요새를 알지 못하게 한 일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이와 다르다. 지금 천하 각국은 서로 왕래하고 있다. 가까이는 中東, 멀리는 구미 각국에 이르기까지 무릇 연해의 암초를 모두 圖志로 편찬하여 천하에 반포함으로써 항해에 편리를 주고 있다. 멀리는 바닷가 항구에 가까이는 國都에 모두 외국 사신을 두어 일년 내내 駐箚하도록 하는 것이 통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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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스스로를 지킬 힘이 부족하면 비록 문밖으로 내쫓더라도, 프랑스는 越南의 변경을 탈취하고, 영국은 버어마 國政에 간여하였으니 또한 스스로 보전하지 못하였다. 힘이 충족하여 스스로 강대하면 비록 침상 안으로 맞아들이더라도, 영국 백성은 피이터<러시아의 수도>에 섞여 살고 러시아 백성은 런던<영국의 수도>에 섞여 살더라도 또한 해로울 것이 없었다. 自强의 길은 실력에 있으며 虛飾에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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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물며 일본이 능히 사람을 도모할 줄 모르니, 우리의 길을 익히게 하면 그들은 곧 구원할 만하다. 조선은 본래 항해를 모르고 그 땅의 험한 것만을 알고 있다. 전에 일본은 兵庫의 開港으로 인하여 사신이 그의 서울에 머무르는 것을 한사코 거절하였다. 한번 싸우고 두 번 싸우고 난 뒤에야 번연히 고쳐 생각하여 오늘과 같은 제도를 시행한 지 10여 년이 되었다. 王公의 나라 지킴이 어찌 여기에 달렸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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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준헌(黃遵憲)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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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2년 03월 0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