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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븐과 경인(鯨人)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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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상
최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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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븐과 鯨人[경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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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露西亞[로서아]의 학자는 축치 민족의 종교에 대하여 이러한 사실을 기록하였읍니다. 축치족은 아나디르 江[강]과 북빙양 연안과의 사이인 동북 시베리아 지방에 사는 인민으로, 그 종교는 동북방 민족 중에서도 가장 원시적 상태에 있는 자라 하는 것입니다. 그네들은 생각하기를 온갖 자연물에는 신령 곧 임자가 들어 있으니, 이를테면 馴鹿[순록]의 피 같은 데도 임자가 들어 있어서, 야간에는 가만히 순록에게로 갔다가 다시 있던 本處[본처]로 걸어 온다고 하고, 黑熊[흑웅] · 北極熊[북극웅] · 鷲[취] · 小鳥類[소조류]·海獸[해수] 등이 제각기 저희들의 국토를 가지고 우리 인간과 같이 생활을 하는데, 이러한 동물은 다 일종의 성격을 가졌는 고로, 人體[인체]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 하고, 그네들의 생각하는 바 중에 더욱 재미있는 것은, 두더지도 지하에 한 국토를 가지고 초목을 먹고 살며, 풀로 썰매를 타고 다니는데, 필요하면 인간의 사냥꾼과 썰매로 변화도 하여 北極熊[북극웅]을 잡기도 한다 함이요, 또 어떠한 설화에는 貂皮[초피]는 생명 있는 貂[초]로 변화하기도 하고, 이 변화한 貂[초]가 다시 北極熊[북극웅]으로 변화할 수도 있다고 하였읍니다. 역시 동물은 고향을 가지고 변화하는 능력을 가졌다는 신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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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대륙의 동북단으로부터 베링 해협을 격하여 건너다보는 北米[북미] 대륙의 極北[극북]인 알라스카 지방의 토인 間[간]에도 이러한 관념은 뚜렷하게 존재합니다. 알라스카 인디언의 전설로 이런 것이 어느 탐험가의 기록 중에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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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와이아스 島[도] 酋長[추장]의 집 문짝 위에는 나무로 만든 큰 새가 길이 二○尺[이○척]이 되는 주둥아리를 쑥 내밀고, 그 주둥아리를 고래를 탄한 남자가 받치고 있는 형상을 해 놓은 것이 있다. 이것은 추장 先代[선대] 사적을 나타내는 旌門[정문]이니, 이 새는 「레이븐」(大鴉[대아])이라 하여 북방 민족이 神聖鳥[신성조]로 위하는 새이다. 옛날에 레이븐 한 마리가 가을 볕에 날개를 번쩍이면서 허공 中天[중천]을 떠돌고 있노라니, 우연히 下方[하방]의 한 어여쁜 색시가 근심에 싸여 쓰러질 듯한 모양이 눈에 띄었다. 레이븐이 슬쩍 날아 내려와서, 몸에 걸쳤던 羽衣[우의]를 벗어 버리고 소년 丈夫[장부]의 몸이 되어 색시에게로 가서, 무슨 걱정이 계신 듯하니 내 힘으로 될 일이면 어디까지고 보아 드리오리다 한즉, 색시가 놀라서 쳐다보다가 이 소년의 용맹스럽고도 친절함을 보고, 든든한 마음으로써 신세를 하소연하는 말이 이러하였다. 해마다 북빙양으로부터 얼음섬이 흘러 내려올 무렵이 되면, 海中[해중]으로부터 鯨人[경인](고래사람)이 나와서는 이 색시에게 장가들기를 强請[강청]하여 말지 않는데, 만일 그 所請[소청]을 듣지 아니하면 그 고래사람이 커다란 입을 벌리고 근처 海中[해중]의 고기를 모조리 들이마셔 버리므로, 그 해는 온 村中[촌중] 人民[인민]이 山[산]에 가서 풀이나 뜯어 먹고 연명을 할 밖에 없었다. 하는 수 없어서 색시가 고래사람에게 權停禮[권정례]로 혼인을 치르고 그를 돌려보내고 지내 오다가, 正[정]히 오늘은 색시를 아주 데려가기로 약속한 날인데, 색시가 鯨人[경인]에게로 아주 감은 죽기보다 싫지마는, 村中[촌중] 인민의 전생명을 생각하면 마다할 수도 없으므로, 마지막 鯨人[경인]에게로 가랴 죽어버리랴 하고 번민하고 있노라 하였다. 레이븐새는 이 말을 듣고 결심을 하고 「내가 당신을 따라서 鯨人[경인]의 나라로 가면 좋은 수가 있으리다」 하고 위로하였다. 居無何[거무하]에 고요하던 바다에 파도가 일더니, 흉악히 생긴 鯨人[경인]이 海中[해중]으로서 나와서는 「여보 아가씨, 어찌 하려 하오. 나는 배가 고프기도 하니까 당신 立諾[입낙]이 돌아가는 대로 이 바다의 고기를 온통 들이마셔서 요기를 하라면 그렇게도 하겠소」 하고 빈정거리거늘, 색시가 「이 下人[하인] 하나를 데리고 따라가오리다」 하고 村中[촌중] 사람에게 두루 하직을 고하고, 鯨人[경인]의 등을 타고 그 나라로 들어갔다. 鯨人[경인]은 數十頭[수십두] 순록에게 썰매를 끌리고 그 위에 색시를 안고 앉아 집으로 향하는데, 레이븐은 날개를 내서 붙이고 앞질러 鯨人[경인]의 집에 이르러, 그 놈의 座席[좌석] 밑에 예리한 魚牙[어아]를 곧추세워 놓았다. 고대 鯨人[경인]이 방으로 들어와서 그 큰 몸뚱이로 철썩 座席[좌석]에 주저앉으나 원채 덜퍽스러워 감각이 鈍[둔]하므로 어디가 좀 뜨끔하다 하고는 그냥 잊어버리고 색시 주무르기에만 정신이 없었다. 이 동안에 어금니가 살로 더 깊이 들어가서 피가 술술 나와서 집안에 모인 식구들의 발이 빠지게 되었다. 레이븐이 색시에게 눈짓을 하여 집 밖으로 나가게 하고, 수북하게 괸 기름진 피에 불을 켜서 대니, 온 房中[방중]이 금세 불길의 바다를 이루었다. 집 속에서 鯨人[경인]이 죽는 소리하는 것을 들으면서 레이븐이 색시를 데리고 날아서 베라베라島[도]로 돌아오니, 一村民[일촌민]이 다 모여 그 공덕을 찬송하고, 부모는 딸과 큰 집과 이 旌門[정문](토템포울)을 껴서 레이븐을 주어 이 집의 조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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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것입니다. 고래는 海中[해중]에 제 나라를 가지고 레이븐 새는 깃옷을 입었다 벗었다 하면서 겨끔내기로 새와 사람 노릇을 한다 함이 저 축치나 아이누 민족과 한 意匠[의장]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이렇게 동물에게 제 고향이 제각기 있다는 관념은, 북방 민족의 사이에 옛부터 또 두루두루 행하였읍니다. 조선에서 쓰르라미 나라가 먼 海外[해외]에 있다는 이야기를 만든 근본도 여기 연락이 있지 아니한가고 생각함은 과히 억지가 아닐 것입니다.
【원문】레이븐과 경인(鯨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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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남선(崔南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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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이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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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3년 09월 0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