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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산시성과 허베이성에 있는 문화 유적지를 답사하려고 책과 지도를 보며 오래 공부를 하였다. 여러 날 많은 인원이 함께 버스를 타고 이동하기 때문에 방문지 선정과 경로, 시간 계획은 더욱 신중했다. 답사 일정과 참가자가 확정되어 기쁜 마음으로 출발일만 기다렸다. 그런데 2019년 11월 코로나-19로 여행이 중단되어 항공사에서는 항공표 예약을 취소하라고 연일 문자가 왔다. 하는 수 없이 중국 유적 답사를 취소하고 하늘길이 다시 열리기를 기다렸다.
2023년 7월에 산둥성 지역에 있는 중국 장보고 유적지 답사를 다녀오고 나서 얼마 있다가 타이위안(太原), 스자좡(石家庄), 정저우(鄭州)로 가는 비행기도 다시 뜬다는 기분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그러나 지방 공항으로 가는 비행기는 없고, 베이징으로 들어와 답사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해 베이징행을 선택했다. 처음에 공항은 김포공항 국제선이었다. 출발 2주일을 앞두고 출발지가 인천국제공항으로 변경되었다. 인천공항에 모이는 시간이 새벽 6시라 아침 교통편 확보가 어려워 필자는 전날 저녁 10시에 집을 나섰다.
지하철 막차를 타고 자정 무렵에 인천공항으로 가려고 생각했다. 지하철을 타고 인천 제1공항으로 가는데 공항 가는 사람이 무척 많았다. 아내가 아침에 식사하라고 김밥과 떡, 과일을 잔뜩 챙겨주었다. 공항의 좋은 잠자리를 찾아다녔는데 이미 배낭 여행객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마음에 드는 장소를 골랐는데, 사람들이 계속 대화하여 잠을 청할 수가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핸드폰 사진을 잔뜩 지우다가 아침 식사로 준비한 김밥과 과일을 다 먹어버렸다. 잠시 후 잠을 청하려고 누웠지만, 이번에는 추위에 잠이 달아나 버렸다. 출국장이 있는 3층으로 옮겨 자리를 잡고 잠을 청했다. 1시 반경에 잠이 들었지만, 소란스러워 2번이나 잠이 깼다.
아침 5시가 되니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렸다. 공항은 새벽에 떠나는 비행기가 많아 조용하던 공항이 갑자기 활기를 되찾고 있었다. 가슴에 이름표를 부착하고 누웠는데, 전주에서 올라온 김정곤 형님이 이름을 발견하고는 “조장님 안녕하세요?” 하며 악수를 청했다. 형님과는 2018년 몽골 알타이 여행을 스타렉스를 타고 10여 일간 함께 고생하며 여행한 적이 있어 무척 반가웠다. 이번에는 형수님과 동행하여 처음으로 인사를 드렸다. 목포, 대전, 장수, 전주, 남양주, 공주, 김제, 익산, 서울, 부천 등 전국에서 모인 대원의 숫자를 파악하고, 중국 여행에서 꼭 필요로 하는 앱을 설치하고 사용법을 가르쳐 드렸다.
인천공항 출발
인천공항에서는 대원 28명이 3개 조로 편성하여 신속하게 움직였다. 화물을 부치는 데 시간이 조금 더 걸렸지만 바로 해결이 됐다. 아침에 출국하는 사람들이 많아 화물 검사에 시간이 꽤 걸렸다. 아침 식사를 간단하게 먹고 비행기를 타려고 했지만, 전혀 시간이 없어 출국 게이트를 찾아 아시아나항공 비행기에 탑승했다.
OZ331편 비행기는 8시 20분 정시에 이륙했다. 비행기가 이륙한 지 얼마 안 돼 승무원이 예쁜 도시락을 주어 맛있는 아침 식사를 하였다. 기내식은 아주 간소하면서 정성이 듬뿍 담긴 음식이 담겨있었다. 바깥을 내다보니 중국 땅이 시야에 들어왔다. 짧은 비행시간에도 승무원들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움직였다.
아시아나 항공 기내식
비행기는 벌써 서해를 건너 텐진 지역을 통과하고 있었다. 기내 방송에서 곧 착륙 준비를 한다고 이동을 중지한다는 멘트가 흘러나왔다. 아시아나 OZ331편 비행기는 오전 9시 45분에 베이징 수도국제공항에 백조처럼 가볍게 내렸다. 베이징 공항은 여러 번 입국한 적이 있어 익숙한 공항인데, 코로나 19 이후에 처음 방문이라 조금은 어색했다. 지난 7월에 중국 웨이하이 공항으로 입국할 때는 QR코드로 입국하느라 어려움이 꽤 많았다. 이번 입국에는 QR코드 방식이 사라졌다. 베이징 수도국제공항은 베이징시 북동쪽 약 25km 지점인 차오양 구에 위치한다.
2019년에 개항한 베이징 다싱 국제공항이 개항하기 전에 비행기는 모두 이 공항을 이용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위해 기존 터미널보다 더 큰 제3터미널을 만들어 개장했다. 3C는 국내선 전용이고, 3D는 중국국제항공 전용이다. 우리 일행은 셔틀 트레인을 타고 스타얼라이언스 소속 항공사들이 주로 다니는 국제선을 취급하는 3E 구역으로 이동하였다.
1997년 5월에 결성된 스타얼라이언스는 메이저 항공사가 많은 그룹으로 아주 효용성이 높다. 비행기에서 내려 입국장으로 가는데, 갑자기 안내 요원이 우리 일행의 길을 막았다. 영문을 몰라 무엇 때문에 길을 막는지 물어보니, 외국인은 모두 코로나19 검사를 해야 한다고 말하여 우리는 단체 비자를 보여주고 3명만 간이 검사를 받았다.
베이징 수도국제공항(BCIA)
공항 입국장에 도착하여 단체 비자로 신속하게 입국했다. 입국장 벽에 있는 대형 그림에는 장성만리(長城萬里)라는 글씨와 수묵화가 그려져 있었다. 수묵화는 약 8m의 길이로 높은 산과 장성이 그려져 있었다. 공항이 하도 커서 걷는 거리가 무척 멀었다. 수화물을 찾으러 한참을 걸어가다 벽에 멋진 풍경 사진이 있어 사진을 찍었다. 짐을 찾아 공항 로비에 나오니 중국여행사 손광휘(孫光輝) 사장이 한글 안내판을 들고 있다가 일행을 보고 반갑게 손짓하였다. 그는 조선족 동포 4세로 잘 생기고, 한국어를 서울말처럼 유창하게 잘 사용했다.
베이징 수도국제공항(BCIA) 입국 기념
가이드는 인원 점검을 마치고, 우리 일행을 주차장으로 안내했다. 필자는 베이징 수도국제공항의 상징물인 구정(九鼎)을 발견하고 홍승원 서예가와 박석룡 선생을 불러 사진을 찍었다. 구정은 기원전 2000년 전 상(商)나라 때부터 춘추전국시대까지 권력의 상징물이면서 지배층을 나타내는 표식이었다. 구정은 하(夏)나라 우왕(禹王)이 홍수를 다스리고 천하를 구주(九州)로 나누었을 때 구주의 청동 자원(資源)을 모아 황제(黃帝)가 보정(寶鼎)을 만든 형산(荊山)에서 만든 중국 고대 상징물이라고 간략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고동기(古銅器) 구정(九鼎)
중국 정부는 베이징 수도국제공항, 상하이 국제공항 등을 비롯하여 여러 공항에 초대형 구정(九鼎)을 설치했다. 외국을 드나드는 모든 사람에게 중화민족의 위대한 역사를 성찰하게 하고, 외국인에게는 중국의 오래 고대 역사를 보여주려는 의도에서 설치했다.
한자 성어에 일언구정(一言九鼎)이란 말이 있다. 이 말은 “말 한마디가 구정(九鼎)만큼 무겁고, 일언(一言)이 중천금(重千金)”이란 깊은 뜻이 담긴 말이다.
공항에서 신속하게 짐을 싣고 출발한 버스는 베이징 중심 시내를 향해 달렸다. 가이드는 오늘 한국에서 베이징까지 힘들게 오시느라 매우 고생하셨다고 인사를 하고 일정을 설명했다. 첫 방문지 근처에서 점심 식사를 먼저 하고, 오후 일정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식당까지는 약 50분이 걸리니 잠시 눈을 붙이라고 말했다. 대원들은 잠시나마 휴식을 취했다. 공항을 출발한 지 10분이 채 안 돼 누군가 핸드폰을 분실했다고 자리에서 일어나 왔다 갔다 하며 조용한 차의 적막감을 깨버렸다. 10박 11일간의 중국 유적지 답사 대장정이 핸드폰 분실로부터 시작되었다.
생활문화아카데미 궁인창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