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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향전 ◈

◇ 숙향전 하권 ◇

해설목차  1권  2권  3권
1
차설. 부인이 이 곳이 표진강이라 함을 듣고 반겨 급히 제물을 갖추어 표진강 용왕의 부인께 제사지내니 문득 수중으로부터 난데없는 구름이 일어나며 향취가 진동하기를 이시이하다가 이윽고 구름이 걷힌 곳에 제물은 간데 없고 그릇마다 금은 보패가 소복소복이 담기고 술잔에는 구슬이 담겼으되 빛은 불빛이요, 크기는 제비알 같은 것이었다. 부인이 헤아리기를, '이는 일정 용왕 부인이 흠향(歆饗)한 것이 틀림없다.' 하고 보패를 나누어 배 안 여러 사람에게 나누어주고 뭍에 내리니 이 곳은 남양 땅이었다. 부인이 물어 말하기를,
 
2
"여기서 고을이 얼마나 남았으며 장승상댁은 어디 있느냐?"
 
3
하니 하인들이 대답하여 말하기를,
 
4
"고을은 십여리나 되고 장승상댁은 일 마장이 되나이다."
 
5
하였다. 부인이 말하기를,
 
6
"내 몸이 여러 날의 여행으로 몹시 피곤하니 본읍(本邑)에 기별하여 장승상댁으로 행차를 정하라."
 
7
하니 남군태수가 이 말을 듣고 위의를 차려 장승상댁에서 대후(待候)하였다.
 
8
부인이 장승상댁으로 행차할새 금등자(金鐙子)를 달고 허다한 시녀를 좌우에 거느리고 각색풍악(各色風樂)과 기치고각(旗幟鼓角)이 앞을 인도하여 나아가니 그 거룩한 위의(威儀)는 왕후와 같았다.
 
 
9
이 때에 승상부인은 정렬부인이 행차를 집으로 한다 함을 듣고 대접코저 하여 자리를 영춘당에 배설하고 숙설하여 기다렸더니 정렬부인이 당도하여 바로 영춘당으로 들어 가는지라 승상부인이 시녀 춘향을 통해 전갈하여 말하기를,
 
10
"귀한 행차 누지에 용림하시니 문호에 광채 배증하옴에 즉시 나아가 뵈올 것이로되 마침 오늘이 자식의 죽은 날이기로 명일(明日)에 나아가 뵈오려 하오니 허물치 마십시오."
 
11
하니 정렬이 회답하기를,
 
12
"지나는 객이 귀한 댁에 들어와 소란케 하옴에 정히 불안하더니 먼저 하문(下問)하시니 지극히 감사합니다."
 
13
하였다. 부인이 춘향더러 정렬의 용모 풍채를 물으니 춘향이 말하기를,
 
14
"모든 시녀 옹위(擁衛)하였기로 보지 못하였고 다만 그 부인께서 글을 지으신 걸 시녀 등이 전하기에 들었습니다."
 
15
하고 외우니 하였으되,
 
16
"영춘당의 춘경을 다시 보니 객의 심회 느끼도다. 옥계에 핀 꽃은 옛 빛이로되 사람의 일이란 번복이 많구나. 슬프다! 왕년 금일 자취를 누구에게 묻겠는가?'라고 하였습니다."
 
17
부인이 그 글 뜻을 승상께 고하니 승상이 말하기를,
 
18
"고이하도다. 영춘당을 처음 보며 이렇듯 글을 지으니 알지 못할 일이로다."
 
19
하였다.
 
 
20
이 때 정렬부인이 밤이 깊은 후에 침상에 올라가 쉬더니 침상에서 내려와 승상집 내당에 들어가니 부인이 자기 화상을 걸고 앞에 제물을 벌이고 슬피 울며 숙향을 부르짖는지라 스스로 벌여 놓은 음식을 먹고 깨어나니 남가지몽이었다. 고요한 밤에 곡성이 은은히 들리거늘 시녀를 명하여,
 
21
"울음소리 나는 데를 알아 오라."
 
22
하니 이윽고 시녀 회보(回報)하는 말이 자기의 꿈과 같은지라 불승감격하여 말하기를,
 
23
"부인과 나는 사사로운 연분이 아니로다. 오늘이 내가 표진강에 빠지던 날임에 나를 위하여 제(祭)하시도다."
 
24
하였다. 날이 밝음에 부인이 나오거늘 정렬이 마당으로 내려와 부인을 맞이하니 부인이 하례하여 말하기를,
 
25
"귀객이 누추한 곳에 내림(來臨)하시니 기쁨을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26
하고 다담을 드리니 다 꿈에 보던 음식이었다. 정렬이 말하기를,
 
27
"먼 길에 피로하여 몸이 힘들기로 한 곳에서 잠시 쉬고자 한 것이 귀댁을 번요케 하였습니다. 그러나 부인께서 이렇게 관대하시니 지극히 감사하여이다."
 
28
하였다. 부인이 물어 말하기를,
 
29
"부인의 연치(年齒) 몇 입니까?"
 
30
하니 정렬이 대답하여 말하기를,
 
31
"열여덟입니다."
 
32
하였다. 부인이 듣고 탄식하여 눈물을 흘리거늘 정렬이 물어 말하기를,
 
33
"무슨 일로 슬퍼하십니까?"
 
34
하니 부인이 대답하여 말하기를,
 
35
"우리 부부가 전생 죄악으로 자식이 없어 슬하 적막함을 한하였다가 늦게서야 한 수양딸을 두어 마음을 위로하였습니다. 왕년의 오늘이 그 딸이 죽은 날이기로 어제 밤에 제사를 지내고 또 부인의 연세(年歲)가 딸과 동갑(同甲)이라 자연 슬퍼하나이다."
 
36
하고 다정히 말씀할 새 문득 문 밖에 까치가 와서 울거늘 정렬이 탄식하여 말하기를,
 
37
"전에 애매한 까치가 울어 애매한 숙향에게 누명을 씌워 죽이더니 오늘은 누구를 죽이려고 우느냐?"
 
38
하니 장부인이 이 말을 듣고 놀라 물었다.
 
39
"부인이 어찌 숙향의 일을 아십니까?"
 
40
정렬이 말하기를,
 
41
"한 사람이 수 족자를 팔기로 숙향의 일을 대강 아나이다."
 
42
하니 장부인이 말하기를,
 
43
"그 족자를 가져 오셨습니까?"
 
44
하니 정렬이 시비를 명하여 족자를 부인께 드렸다. 장부인이 족자를 받아보니 한 짐승이 숙향을 업어다가 장승상집 동산에 두는 형상과 부인이 안고 들어가던 거동과 영춘당에서 잔치할 때 저녁까치 울던 모양과 사향의 구박에 내치어 표진에 빠지던 형상을 역역히 그렸는지라 한 번 봄에 슬픔을 금하지 못하거늘 정렬이 말하기를,
 
45
"우연히 한 말씀으로 저렇듯 하시니 도리어 불안합니다."
 
46
하니 부인이 말하기를,
 
47
"이왕사를 역력히 알았으니 어찌 감추는 것이 있겠습니까?"
 
48
하고 숙향을 기르던 자초지종(自初至終)과 추후 죽은 줄로 알아 슬퍼함에 승상이 염려하여 화상(畵像)을 구하던 일을 낱낱이 설파(說破)하니 정렬이 말하기를,
 
49
"비록 친자식이라도 이미 죽었으면 어쩔 수 없거늘 어찌 남의 자식을 위하여 그토록 하실 수 있겠습니까? 숙향의 혼백이라도 있다면 반드시 감격할 것입니다."
 
50
하였다. 부인이 말하기를,
 
51
"이제 이 족자를 보니 저를 대한 듯 반갑기 한량없는지라 족자를 팔고 가시면 좋을까 합니다."
 
52
하니 정렬이 말하기를,
 
53
"족자를 드리고 싶사오나 다만 자사께서 사랑하며 큰돈을 주고 샀으니 이제 비싸게 주시면 팔고 가겠습니다."
 
54
하였다. 부인이 말하기를,
 
55
"숙향이 자라거든 주려고 황금 만 냥과 전답 수천 석 지와 노비 수백 구를 두었으나 숙향이 이미 죽었으니 쓸데없습니다. 다 드릴 것이니 팔고 가십시오."
 
56
하니 정렬이 허락하고 숙향의 화상을 구경하기를 청하거늘 부인이 말하기를,
 
57
"제 침실에 걸었사오니 비록 누추하오나 들어가 보시겠습니까?"
 
58
하였다. 정렬이 부인을 따라 들어가 보니 과연 자기의 아이 적 얼굴을 그려 걸었으되 푸른 휘장을 드리우고 그 앞에 상탁을 놓았는지라 정렬이 보고 웃으며 말하기를,
 
59
"부인이 숙향을 잊지 못하심은 저 얼굴은 잊지 못하심이라 첩이 비록 곱지 못하나 숙향과 어떠한가 자세히 보십시오."
 
60
하고 휘장을 걷으며 화관을 벗고 곁에 들어서니 모두 보고 놀라 이르되,
 
61
"숙향씨 변하여 부인이 되셨는가? 부인이 변하여 숙향씨 되셨는가?"
 
62
하며 부인도 황홀하여 어떻게 할 줄 몰라 넋을 잃고 목인(木人)같이 섰거늘 정렬이 그제야 나아가 절하고 사죄하여 말하기를,
 
63
"부인께서 소녀를 몰라보십니까?"
 
64
하며 전일 있던 방을 가리켜 말하기를,
 
65
"벽상혈서(壁上血書)를 보셨습니까?"
 
66
하니 부인이 이 말을 듣고 대경실색하여 반나절 후에야 정신을 차려 정렬을 안고 뒹굴며 말하기를,
 
67
"어이 내 딸이여 이것이 꿈이냐? 생시냐? 나는 너를 죽은 줄로만 알았더니 오늘날 이게 어찌된 일이냐?"
 
68
하고 승상께 통하니 승상이 이 말을 듣고 전지도지하여 들어와 정렬을 붙들고 일희일비하여 엄읍누체하며 말하기를,
 
69
"우리는 네가 살아 있어 이렇게 귀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한 바라 오늘 만남이 사실인 줄을 알지 못하겠다."
 
70
정렬이 불승감격하여 말하기를,
 
71
"소녀 무상하여 두 분께 근심을 끼쳤사오니 그것이 만사무석이로소이다."
 
72
하고 시녀를 명하여 승상 양위 입으실 의복을 드리고 즉시 낙봉연(樂逢宴)을 배설하여 원근의 여러 부인을 청하여 3일을 즐길 때 포진 기구와 음식 범절을 지방관이 대령하니 여러 부인이 칭찬하여 말하기를,
 
73
"승상 양위 비록 자식은 없었으나 오늘 보건대 십자(十字)를 부러워함이 있겠습니까?"
 
74
하였다. 정렬이 승상 집에서 한 달을 머물러 전후 고락하던 일을 이야기하며 서로 즐기더니 갈 길을 생각하여 마지못하여 하직을 고하여 말하기를,
 
75
"여기서 형주가 멀지 아니 하온지라 위의를 차려 보내올 것이니 형주 구경이나 하시러 오십시오."
 
76
하고 금은보화를 드리며 노복 등을 후히 상급한 후 즉시 발행하였다. 장사 땅에 이르러 한 뫼골에 사슴과 진나비, 황새, 까치 등이 지저귀거늘 정렬이 옛날 일을 깨달아 즉시 길 위에 막차를 베풀고 본읍에 기별하여 쌀 한섬을 가져다가 밥을 짓고 소를 잡아 길가에 벌여 놓고 부인이 친히 나아가 경계하니 모든 짐승이 일시에 달려들어 밥과 고기를 먹고 아는 모양으로 돌아보며 가거늘 부인이 탄식하여 말했다.
 
77
"전일 나를 구하던 은덕을 거의 다 갚았으되 다만 부모를 찾지 못하였으니 장차 어찌하면 좋겠느냐?"
 
78
하인들이 이르는 말이
 
79
"이 곳이 계양입니다."
 
80
하거늘 부인이 대희하여 말하기를,
 
81
"할미를 이별할 때 계양태수는 나의 부모라 하더니 이제야 부모를 찾게 되는구나."
 
82
하고 마음속으로 가장 기뻐하더니 고을 지경에 다달아 태수의 성명을 알아보니 유대라 하거늘 부인이 대경하여 그 곡절을 물으나 하리가 대답하여 말했다.
 
83
"김전 태수께서는 양양태수로 옮기었습니다."
 
84
"예서 양양이 얼마나 되며 형주로 가는 길이냐?"
 
85
대답하여 말하기를,
 
86
"예서 아직 삼백리요, 형주로 가는 길은 아닙니다."
 
87
하니 부인이 생각하되, '지나는 길이 아니니 어찌하리오?'하고 상냥함을 마지 아니하더라.
 
 
88
차설. 김전이 계양태수로 있더니 이선이 자사로 내려와 각읍에 순찰하여 김전의 선치(善治)함을 듣고 양양태수로 벼슬을 돋우니 양양은 형주 버금으로 큰 고을이었다. 김전이 자사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 반하수에 다달아 한 노옹이 바위 위에 앉아 안연부동하거늘 모든 종자들이 노하여 잡아 내리고져 하였다. 김전이 노옹의 기상이 비범함을 보고 하인을 물리치고 말에서 내려 나아가 읍하되 노옹이 본 척 만 척하고 더욱 거만한지라 김전이 괴이하게 여겨 헤아리되, '내 삼천 철기를 거느렸으니 누구라도 두려워하련만 저 노옹은 더욱 거만하니 필연 신인(神人)이로다.' 하고 나아가 절하니, 노옹이 더욱 거오하여 발을 사려 다리 위에 얹고 팔을 빼며 소리쳐 말하기를,
 
89
"네 갈길이나 갈 것이지 모르는 사람에게 절은 무슨 절이냐?"
 
90
하니 김전이 더욱 수상히 여겨 공경 재배하여 말하기를,
 
91
"지나다가 노장의 나이를 대접하여 절을 하였습니다."
 
92
하였다. 노옹이 말하기를,
 
93
"네 사위 형주자사의 덕으로 벼슬을 돋우었느냐?"
 
94
하고,
 
95
"어른을 대하여 당돌히 나와 무슨 말을 묻고자 하느냐?"
 
96
하니 김전이 말하기를,
 
97
"제가 본래 자녀가 없거늘 사위 덕에 벼슬을 돋우었다는 말씀은 도리어 욕되는 말입니다."
 
98
하였다. 노옹이 노하여 말하기를,
 
99
"네 만일 자녀가 없을진대 네 딸 숙향은 하늘로부터 내려왔느냐? 땅 속에서 솟아났느냐?"
 
100
김전이 숙향 두 자를 듣고 놀라 다시 절하여 말하기를,
 
101
"제가 실례하였사오니 잘못을 용서하십시오."
 
102
하니 노옹이 노색을 푸는지라 김전이 말하기를,
 
103
"전생의 죄 중하여 늦게야 숙향을 낳았더니 난중에 잃은 후로 사생을 모르고 있습니다. 노장은 숙향의 거처를 알고 계신가 보오니 이 무지한 사람을 책망치 말으시고 자세히 가르치심을 바라나이다."하였다. 노옹이 말하기를,
 
104
"숙향의 거처는 잠깐이면 알거니와 배고프니 말하기도 싫도다."
 
105
하니 전이 행중에 있는 음식을 가져와 드리되 종시 부족히 여기거늘 전이 하리를 명하여,
 
106
"주점에 가 주안(酒案)을 많이 갖추어 오라."
 
107
하거늘 노옹이 변색하여 말하기를,
 
108
"하리를 시켜 음식을 가져다가 어른을 대접코자 하니 그 하리의 자식을 묻고자 하느냐?"
 
109
하였다. 전이 이 말을 듣고 친히 주점에 나가 삶은 돼지 한 마리와 술 수 백잔을 가져다가 무릎을 꿇고 드리거늘 노인이 사양치 아니하고 다 먹은 후에 전이 다시 물으니 노인이 말하기를,
 
110
"취하여 이르지 못하겠으니 진정으로 알고자 하거든 하리 등을 보내고 다만 홀로 떨어져 내가 술 깨기를 기다려라."
 
111
하였다. 전이 이에 하리 등을 보내고 홀로 앉았더니 문득 급한 비와 평지의 물이 전의 허리를 잠기되 안연부동하니 비는 그치고 풍설(風雪)이 급하여 노인의 앉은 몸이 묻히되 또한 움직이지 아니하고 섰는지라 몸이 다 얼어죽게 되었더니 노옹이 그제야 잠을 깨어 말하기를,
 
112
"정성을 알고자 하였더니 과연 지극하도다."
 
113
하고 소매로써 붉은 부채를 내어 전을 향하여 부치니 그 눈이 잠깐 사이에 다 녹는지라 노옹이 말하기를,
 
114
"숙향의 거처를 이르려니와 능히 찾겠느냐?"
 
115
하니 전이 말하기를,
 
116
"이르심이 진심하시니 찾아보겠습니다."
 
117
하였다. 이에 노옹이 말하기를,
 
118
"그 때 반야산예 두고 갔을 때 도적이 업어다가 촌가 근처에 두었더니 푸른 새가 와서 데려다가 명산지계 후토부인에게 두었으니 거기에 가 물어보라."
 
119
하니 전이 차악하여 말하였다.
 
120
"분명히 죽었도다."
 
121
노옹이 말하기를,
 
122
"후토부인이 백녹(白鹿)을 시켜 남군 장승상 집 동산에 두어 그 집에서 기르더니 그 집 종 사향이 모해하여 내치니 숙향이 갈 길을 몰라 표진용왕궁으로 갔다 하니 그리로 가 찾으라."
 
123
하니 전이 놀라 물었다.
 
124
"그러하면 반드시 죽은 것이니 어찌 찾겠습니까?"
 
125
노옹이 말하기를,
 
126
"또 들으니 채련하는 아이 둘이 구하여 땅에 내어놓은 즉 길을 그릇 들어 노전에서 불타 죽었다하니 거기 가 백골이나 찾아 보라."
 
127
하였다. 이에 전이 물었다.
 
128
"화중귀객(火中鬼客)이 되었으면 혼백인들 어디 가 보겠습니까?"
 
129
하니 노옹이 말하기를,
 
130
"화덕진군이 구하였으나 의복을 태우고 앞을 가리우지 못하여 노변 수풀에 숨었더니 마고할미 데려다가 인간(人間)에 두었으니 거기 가 찾으라."
 
131
하거늘 전이 말하기를,
 
132
"하늘 아래는 다 인간이니 어디 가 찾겠습니까? 지명을 가르쳐 주십시오."
 
133
하니 노옹이 말하기를,
 
134
"그대 자식의 일을 어찌 이 늙은이더러 여러 말을 하게 하느냐?"
 
135
하였다. 전이 슬피 울며 무수히 애걸하니 그제야 노옹이 웃으며 말하기를,
 
136
"저리 바쁘면 어찌 낙양의 옥중에서 죽이려 하였느냐?"
 
137
하니 전이 대답하여 말하기를,
 
138
"아득하여 깨닫지 못하였습니다."
 
139
하거늘 노옹이 말하기를,
 
140
"이는 다 그대의 죄 아니요, 하늘이 정하신 수라. 나는 과연 이 물 지키는 용왕이려니 저 적에 그대가 반하물에서 거북을 구하였기로 나도 자식을 위하여 상제께 고하고 숙향을 만날 길을 가르치노니 쉽게 만나려니와 다만 숙향의 고생하던 일을 알아 숙향을 만나거든 물어 보고 내 말과 같거든 숙향인줄 알라."
 
141
하였다. 전이 대희하여 백배사례하며 말하기를,
 
142
"감히 묻사오니 이제 자사의 부인이 되었습니까?"
 
143
하니 노옹이 말하기를,
 
144
"자연 알리라."
 
145
하고 일어서며 문득 간 데 없는지라 전이 공중을 향하여 사례하고 아중(衙中)에 돌아와 부인에게 용왕의 얘기를 전하고 숙향을 만나기를 밤낮으로 축수(祝手)하였다.
 
 
146
이 때 정렬이 양양으로 가고자 하였으나 사세 난처하여 어찌할 바를 몰라 하더니 이날 밤 꿈에 할미가 이르되,
 
147
"이번에 부모를 못 찾으면 십년 후에야 만나게 될 것이니 부디 이 때를 놓치지 마십시오."
 
148
하거늘 부인이 꿈을 깨어 재촉하여 위의를 갖추고 양양으로 갈 때 지나는 고을마다 시녀에게 명하여 말류하여 보내더라.
 
149
이 때 김전이 그 부인더러 말했다.
 
150
"자사의 내행(內行)이 오래지 아니하여 남군 소로로 온다 하니 용왕의 말과 같습니다. 필연 숙향이 우리를 찾아 오는가 합니다."
 
151
부인이 말하기를,
 
152
"꿈이 길하니 그 근본을 탐지하여 보십시오."
 
153
하더니 정렬이 객사에 하처(下處)하고 시녀로 거듭 부인께 말씀을 올려 뵈옴을 청하였다. 장씨가 즉시 객사(客舍)로 나아가니 정렬이 일어나 맞아 예필좌정(禮畢坐定)함에 장씨가 물어 말하기를,
 
154
"부인이 방년(芳年) 몇 입니까?"
 
155
하니 정렬이 대답하여 말하기를,
 
156
"열 여덟입니다."
 
157
장씨 숙향을 생각하여 비회를 진정치 못하거늘 정렬이 말하기를,
 
158
"무슨 연고로 슬퍼하십니까?"
 
159
하니 장씨 탄식하여 말하기를,
 
160
"첩이 늦게야 한 딸을 낳아 극히 애지중지하다가 난중에 잃고 지금까지 사생을 몰라 슬퍼하는 차라 마침 부인의 나이가 자식과 동갑이니 문득 생각이 동하여 슬픔을 이기지 못하는 것입니다."
 
161
하였다. 정렬이 그 말을 듣고 자연 감동하여 희허장탄하며 말하기를,
 
162
"첩도 나이 다섯 살 때 피란(避亂) 가던 길에 부모를 잃고 늘 슬퍼하였는데 첩의 부모도 이와 같을 것입니다."
 
163
하고 눈물을 비와 같이 흘리거늘 장씨 그 모습을 보고 의아하여 말하기를,
 
164
"부모를 어찌하여 잃었으며 누구의 집에서 성장하였습니까? 우리 둘이 다 슬픈 회포가 있고 또 이렇게 만난 것도 희귀하오니 서로 이야기함을 꺼리지 않는 게 어떻겠습니까?"
 
165
하니 정렬이 대답하여 말하기를,
 
166
"첩이 난중에 부모를 잃었사오니 자세히 기억하지는 못하오나 사슴이 업어다가 남군 장승상집 동산에 두어 그 집에서 자라났습니다.":
 
167
하였다. 장씨 이 말을 듣고 반가우나 오히려 여러 곳에서 고생하던 말을 아니하니 감히 숙향인지를 밝히지 못하고 자리를 가까이 하고 말하기를,
 
168
"첩이 부인과 회포가 같은지라 한 잔 술로써 마음을 진정코자 합니다."
 
169
하니 정렬이 칭찬하고 사례하여 일어나 잔을 받을 새 손에 단지 옥지환 한 짝을 꼈거늘 장씨가 이를 의심하여 물었다.
 
170
"부인이 어찌하여 옥지환을 꼈습니까?"
 
171
정렬이 대답하여 말하기를,
 
172
"부모와 헤어질 때 첩의 옷 속고름에 채워 주신 것이기에 부모를 본 듯이 밤낮으로 벗는 일이 없습니다."
 
173
하니 장씨 분명 숙향인줄 아나 오히려 주저하여 시녀를 명하여,
 
174
"옥지환을 내여 오라."
 
175
하며 반하수에서 진주를 얻어 옥지환을 만든 연유(緣由)와 피란할 때 숙향에게 채우고 가던 사연과 태수께서 용왕을 만나 문답하던 얘기를 일일이 일러 말하고
 
176
"오늘 부인을 만나 지환을 보니 더욱 심신(心身)을 정(定)치 못하겠습니다."
 
177
하고 옥지환과 용왕의 말을 기록한 것을 내어놓으니 정렬이 한 번 보고 정신이 아득하여 자기 금낭을 내어 드리며 실성체읍(失性涕泣)하며 말했다.
 
178
"어머니 소녀가 과연 숙향입니다."
 
179
하고 엎어지거늘 장씨 이 거동을 보고 또한 혼절기색하니 시녀 등이 황망히 구하고 한편으로 태수에게 전하니 태수께서 전지도지하여 나와 서로 붙들고 실성 통곡하다가 정신을 차려 천행(天幸)으로 만남을 일컬으며 전후 고행하던 일을 말하며 서로 일희일비하였다. 자사에게 이 소식을 전하니 자사가 듣고 대희하여 양양으로 가서 김전 양위를 뵈옵고 근읍수령(近邑守令)들을 청하여 대연을 배설하고 삼일을 즐기니 이 소식이 원근에 진동하였다.
 
 
180
이 때 간의대부 양희가 잠시 휴가를 얻어 고향에 왔다가 이 소식을 듣고 기이히 여겨 경성(京城)에 올라가 황제께 주달하니 황제께서 들으시고 위공을 불러 전후사연을 물으시고 좌우를 돌아보시고 말씀하시기를,
 
181
"이선이 자사가 된 후로 도적이 감화하고 일년 농사가 풍년이 드니 매우 기특하도다."
 
182
하시고 즉시 예부상서로 승품(陞品)하시고 김전으로 형주 자사를 제수하시니 상서가 응명하여 경성에 살 새 김전 부부는 숙향이 떠남을 새로이 슬퍼하였다. 상서가 상경하여 궐내(闕內)에 들어가 땅에 엎디어서 아뢰어 말하기를,
 
183
"신의 직품이 아비와 같사오니 체례에 불가하온지라 신의 관직을 거둠을 바라나이다."
 
184
하였다. 상이 옳게 여기시어,
 
185
"나라에 위공의 공로가 많으니 위왕으로 봉하고 경은 초공(楚公)으로 봉하여 경의 마음을 편케 하노라."
 
186
하시니 선의 부자 황공하여 재삼 사양하되 상이 당최 허락하지 않으시니 위왕부자 부득이 사은한 후에 선이 아뢰어 말하기를,
 
187
"천승상 장종이 남에게 권을 사양하고 고향에 침폐하였사오니 신원하여 주시옵고 형주자사 김전의 재목(材木)이 외임(外任)에 두기 아깝사오니 엎드려 비옵건대 성상은 살피소서."
 
188
하였다. 상이 허락하시어 장종으로 우승상을 하시고 김전으로 병부상서를 제수하시니 장승상과 김상서가 조서(詔書)를 받고 경성에 올라와 사은한 후 상이 인견하여 말하기를,
 
189
"경 등의 충성을 잊었더니 초공의 주사(奏事)로 인하여 각별히 탁용(擢用)하노니 경 등은 진실하라."
 
190
하였다. 양인이 사은하고 대궐에서 물러나 초공의 집에 이르러 김상서는 장승상과 서로 대하여 여아(女兒)를 양육한 은혜를 사례하고, 장승상은 사향에게 속은 일을 후회하고, 위왕은 숙향을 죽이려던 일을 사죄하여 지난 일을 서로 이야기하며 주찬(酒饌)을 내와 즐기었다.
 
 
191
하루는 초공이 대연을 배설하고 조정의 여러 신하들을 다 청하여 환락을 할 새 여러 손님들이 취하여 흥에 겨워 초공에게 이르되,
 
192
"공의 문장은 이미 아는 바이어니와 필연 음률(音律)도 알 것이니 아름다운 거문고로 우리 취흥(醉興)을 돋움이 어떠합니까?"
 
193
초공이 대답하지 아니하니 위왕이 흔연히 초공을 돌아 보며 말하기를,
 
194
"네 비록 음률이 부족하나 제공(諸公)이 너를 사랑함으로 가성(佳聲)을 청하오니 모름지기 사양치 말라."
 
195
하니 초공이 마지 못하여 물러나 노수삼곡을 부르니 그 소리 형산박옥을 깨치는 듯 하늘에 봉황이 오는 듯한지라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칭찬 아니하는 이가 없었다. 또 탄금(彈琴)을 가지고 이 곡을 희롱하니 동정월하(洞庭月下)에 야학이 춤을 추고 소상추풍에 묵엽이 분분한 듯하니 제객(諸客)이 듣기를 다함에 다만 위왕의 복록을 하례할 뿐이었다.
 
 
196
화설. 양왕은 항제의 아우라 다만 한 딸이 있으되 인물과 재주 빼어나고 시서(詩書)에 무불통지(無不通知)하니 당시 사람들이 말하기를,
 
197
"여중군자(女中君子)라."
 
198
하였다. 일찍이 양왕의 부인 최씨가 소저(小姐)를 잉태할 때에 양왕이 한 꿈을 얻으니 꿈속에서 한 노인이 말하기를,
 
199
"봉래산 설중매 그대 집에 떨어지니 외얏 나무를 접하여야 가지 무성하리라."
 
200
하였다. 과연 그 달부터 태기가 있어 십 삭만에 딸을 낳으니 이로 인하여 이름을 매향이라 하고 자(字)는 봉래선이라 하였다. 점점 자람에 용모 재질이 더욱 비상하니 황이 보옥같이 사랑하여 택서(擇壻)하기를 심상히 아니하더니 우연히 이선을 보니 대현군자라 즉시 통혼하여 위왕의 허락을 받았다. 나중에 선이 이미 아내를 둔 것을 알고 크게 노하여 다른 데로 구혼하니 소저 듣고 말하기를,
 
201
"충신은 불사이군(不事二君)이요, 열녀는 불경이부(不更二夫)라 하였습니다. 대인이 이미 이랑에게 허락하시고 또 다른 데로 시집 보내려 하니 소녀는 죽어 불효를 끼칠지언정 다른 곳으로는 시집가지 않겠습니다."
 
202
하니 양왕이 청파(廳罷)에 말하기를,
 
203
"내 아들이 없기로 어진 사위나 얻어서 후사(後事)를 의탁하고자 하였는데 네 마음이 이같으니 모두 이놈의 박복함이로다."
 
204
하였다. 소저 재배하여 말하기를,
 
205
"부모님의 교명(敎命)은 수화(水火)라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나 이 일만큼은 순종치 못하겠습니다."
 
206
하니 왕이 그 뜻이 굳음을 보고 울민(鬱悶)하더니 이선의 벼슬이 높음을 보고 부인 최씨더러 말하기를,
 
207
"이왕에 이미 이선이 아내를 두었으니 여아로 그 부실(副室)을 삼고자 하니 어떠합니까?"
 
208
하였다. 최씨 대답하여 말하기를,
 
209
"구차하오나 저더러 물어 보십시오."
 
210
하고 소저를 불러 물어 보니 소저 말하기를,
 
211
"다른 곳으로의 혼인은 생각지 않사오니 어찌 초공의 차비(次妃)됨을 마다하겠습니까?"
 
212
하였다. 왕이 말하기를,
 
213
"네 뜻이 이러하니 다시 의논하리라."
 
214
하고 다음 날 조회에 들어가 어전(御殿)에서 광명정대하게 위왕에게 물어 말하기를,
 
215
"혼인을 허락하고 나중에 약속을 어기니 이럴 수 있습니까?"
 
216
하니 위왕이 말하기를,
 
217
"제가 약속을 어긴 것이 아니라 당초에 제가 상경(上京)한 사이에 누님이 주혼하여 다른 곳에 혼인한 사실을 진실로 몰랐으며 제 집 일이라 그 사실을 드러내어 밝히기 어렵습니다."
 
218
하였다. 상이 들으시고 양왕에게 말하기를,
 
219
"이선의 일은 짐이 익히 아는 사실이니 다투지 말고 다른 곳에 혼인하여 지낼지어다."
 
220
하니 양왕이 엎디어 머리를 조아리며 말하기를,
 
221
"성교(聖敎) 마땅하오나 신의 딸이 이미 다른 곳으로 시집갈 생각이 없이 제 부모라도 제어할 길이 없으니 난처합니다."
 
222
하였다. 상이 칭선(稱善)하여 말하기를,
 
223
"경의 딸이 절개가 이와 같으니 가히 아름다운지라 이제 이선이 두 부인을 갖출 터이니 경 등은 의향이 어떠한가?"
 
224
하니 양왕은 성교(聖敎)를 감축하되 위왕이 머리를 조아리며 아뢰어 말하기를,
 
225
"양왕의 딸은 금지옥엽이온데 어찌 선의 부실(副室)이 될 수 있겠습니까?"
 
226
하였다. 상이,
 
227
"짐이 선을 불러 결단하리라."
 
228
하시고 초공을 부르시니 초공이 이미 짐작하고 꾀병을 부려 나아가지 않고자 하였다.
 
229
정렬이 그 연유를 물으니 초공이 말하기를,
 
230
"어전(御殿)에서 양왕의 딸과 혼인을 정하려 하심이니 들어가지 않고자 합니다."
 
231
하니 부인이 정색하여 말하기를,
 
232
"임금의 부르심을 위월함은 신하의 도리가 아닌가 하나이다."
 
233
하였다. 초공이 말하기를,
 
234
"속이는 것은 불가하니 어전에서 사혼(賜婚)하시면 거역치 못할 것입니다. 또 만일 그 여자를 취하여 행실이 부족하면 부인에게 괴로울 뿐이요, 하물며 국척(國戚)이라 폐로움이 많을지니 애당초 거절함만 같지 못합니다."
 
235
하고 종시 들어가지 아니하니 상은 진실로 병이 있는 줄로 알고 양왕더러 말하기를,
 
236
"선의 병이 낫거든 정혼하리니 너는 염려하지 말라."
 
237
하시니 양왕이 선이 꾀병을 부리는 것을 짐작하고 불승분완(不勝憤惋)하여 해할 뜻을 두었다.
 
238
이 적에 황태후 병이 드시되 증세 괴상하여 귀 먹고 눈 어둡고 말 못하는지라 일국이 진동하더니 한 도사가 와서 천자께 뵈옵고 여쭈어 말하기를,
 
239
"이 병환은 침약으로 고치지 못하고 다만 봉래산 개언초와 천태산 별이용과 동해용왕의 계안주를 얻어야 나으실 것입니다. 어진 신하를 보내어 정성으로 구하십시오."
 
240
하니 상이 즉시 조신(朝臣)을 모으고 의논하실 새 양왕이 아뢰어 말하기를,
 
241
"조신 중에 이선이 가히 보냄직 하오니 필경 약을 얻어 올까 하나이다."
 
242
하였다. 상이 초공을 부르시어 말하기를,
 
243
"짐이 경의 충성을 아노니 이 약을 얻어 오겠느냐?"
 
244
하니 초공이 대답하여 말하기를,
 
245
"신자(臣子)되어 어찌 폐하의 이르심을 사양하겠습니까마는 다만 세 곳이 다 인간세계가 아니오니 돌아올 기한(期限)을 정하지 못하겠습니다."
 
246
하고 하직한 후에 집에 돌아오니 부모와 승상과 상서 모두 이별할 때 다시 못 볼까하여 서로 슬퍼하였다. 정력과 서로 이별할 새 초공이 말하기를,
 
247
"나의 길이 사생(死生)을 모르는지라 부인은 나를 위하여 부모님을 지성으로 섬기고 부디 보중하십시오. 나의 생사는 북창 밖에 있는 동백을 보아 짐작하되 나무가 울거든 병든 줄 알고 가지 무성하거든 무사히 돌아올 줄 알고 기다리십시오."
 
248
하니 부인이 또한 옥지환 한 짝을 주며 말하기를,
 
249
"이 진주빛이 누르거든 첩이 병든 줄 알고 검거든 죽은 줄로 아십시오."
 
250
하고 한 봉물을 주며, '천태산 마고할미께 전하십시오."하였다. 초공이 부모께 하직하고 발행하여 남쪽으로 향하더니 배에 오른 지 보름만에 큰 바다 가운데 들어 태풍이 일어나 배가 물속에 출몰하여 배안 여러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할 차에 문득 한 짐승이 물 속으로부터 내달으니 그 고기 뫼 같고 뒤웅박 같은 눈이 셋이로되 불빛 같은지라 소리 질러 말하기를,
 
251
"너희는 어떤 사람인데 남의 땅에 지세도 아니주고 당돌히 지나가고자 하느냐?"
 
252
하니 초공이 말하기를,
 
253
"저는 중국 사신으로 황태후 병이 중하시어 황명(皇命)을 받들어 봉래산에 선약을 얻으러 가는 길로 잠시 길을 빌리고자 합니다."
 
254
하였다. 그 짐승이 말하기를,
 
255
"잔말말고 가진 보배를 다 주고 가라."
 
256
하며 배를 잡고 힐난하거늘 초공이 민망하여 빌며 말하기를,
 
257
"가져가는 것이 양식 밖에 없습니다."
 
258
그 짐승이 성내어 말하기를,
 
259
"정녕 보배를 짐작하거늘 정 아니 주면 이 배를 엎지르리라."
 
260
하니 공이 어쩔 수 없이 옥지환을 내어 주니 그 짐승이 보고 말하기를,
 
261
"이것은 동해용왕의 계안주이니 네 어디 가서 훔쳤느냐?"
 
262
하고 배를 끌고 가더니 한 곳에 다달아 그 짐승이 배를 머무르고 말하기를,
 
263
"용왕께 여쭈어 네 죄를 들은 후에 놓아주겠다."
 
264
하고 들어가더니 이윽고 붉은 도포를 입은 선관이 나와서 이선에게 물었다.
 
265
"네 아내가 누구의 딸이냐?"
 
266
"제 아내는 김전의 딸 숙향입니다."
 
267
그 선관이 들어 가더니 용왕이 나오신다 하여 수중이 진동하며 왕이 나와 초공을 맞거늘 공이 가장 송구하여 나아가 재배하니 왕이 붙들어 앞에 올려 자리를 정하고 앉은 후에 왕이 사죄하여 말하기를,
 
268
"저는 이 곳 용왕이러니 귀인(貴人)이 지나가실 줄을 어찌 뜻하였겠습니까? 저 적에 제 누이를 반하수에서 김상서가 구하시어 살아남에 은혜 갚을 길이 없어 이 진주를 드렸던 것으로 복 복(福)자를 가졌으면 사람이 오래 살고 죽은 몸에 얹어 두면 천만년이라도 살이 썩지 아니하는 보배로 수족(水族) 등이 다 아는 고로 오늘 순행하다가 멀리서 상서의 기운이 있다 하기로 알아 오라 하였더니 아랫것들이 전하는 말을 들은즉 귀인이 가신다 하시기에 기뻐하였습니다. 대저 봉래산에 가시면 약은 얻을 것이나 여기서 일만 이천 리나 되고 십 이국을 지나가고 약수는 가려진 데 있으니 사람의 배로는 건너기 어려울까 합니다."
 
269
하고 잔치를 베풀어 관대하더니 한 소년이 밖으로부터 들어와 절하고 앉거늘 왕이 물어 말하기를,
 
270
"네 어찌하여 왔느냐?"
 
271
하니 소년이 대답하여 말하기를,
 
272
"선생님께서 '네 공부를 다하였으니 태을선의 힘을 얻어야 선관이 쉽게 될 것이다. 이제 태을이 마침 황태후 병으로 약을 구하러 봉래산에 가는 길에 정녕 네 집에 들를 것이니 네가 태을을 평안히 호송하라.' 하시기에 왔습니다."
 
273
하였다. 왕이 대희하여 말하기를,
 
274
"저 손님이 태을이시다. 내가 의복을 고쳐 선복(仙服)을 입힐 것이고, 또 나의 공문을 가져 간다면 별 의심은 없을 것이다."
 
275
하였다. 초공이 말하기를,
 
276
"저 소년은 누구입니까?"
 
277
하니 왕이 말하기를,
 
278
"내 아들로서 일광노(日光老)의 제자가 되었더니 스승의 명으로 상서를 뫼시러 왔습니다."
 
279
하였다. 초공이 대희하여 말하기를,
 
280
"그러하면 데리고 온 사람들은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281
하니 왕이 말하기를,
 
282
"보내십시오."
 
283
하고 수신을 불러 분부하거늘 초공이 용왕을 하직하고 물가에 나오니 용자 기다렸다가 함께 붉은 표자를 타니 빠르기 화살 같았다. 용자가 초공더러 말하기를,
 
284
"상서께서 여기서는 진객(塵客)으로 임의로 선간 출입을 못할 것입니다. 부왕의 공문을 변접하여 갈 때 제가 시키는 대로 하십시오."
 
285
하고 가더니 한 곳에 다달으니 희회국으로 지키는 성왕은 정성(井星)이었다. 용자(龍子)가 들어가 성왕께 공문을 드리니 성왕이 즉시 성첩하여 주거늘 용자가 하직하고 가더니 또 한 곳에 다달으니 흐미국으로 성왕은 필성(畢星)이었다. 용자가 공문을 드리니 성왕이 말하기를,
 
286
"그대 태을을 데리고 가거니와 이 앞 길이 험하니 조심하라."
 
287
하고 성첩하여 주거늘 가지고 가더니 유구국에 이르러는 성왕은 기성(箕星)이라 공문을 드리니 성왕이 말하기를,
 
288
"이 곳은 범인(凡人)이 임의로 출입을 못하거늘 어찌 들어오느냐?"
 
289
하고 알고도 알지 못하는 척 하였다. 용자 태을을 데리고 가는 연유를 고하니 성왕이 웃으며 말하기를,
 
290
"그대 낯을 보아 성첩하여 주노라."
 
291
하거늘 가지고 교지국에 이르니 성왕은 규성(奎星)으로 길이 가장 험한지라 공문을 드리니 성왕이 말하기를,
 
292
"용자가 무슨 일로 왔느냐?"
 
293
용자가 태을을 데리고 가는 연유를 이르니 성왕이 말하기를,
 
294
"봉래산은 영산(靈山)이라 태을인들 어찌 상제의 명 없이 출입을 할 수 있겠느냐? 용왕과 성왕들이 속인(俗人)을 들여 보낸 죄 있으리니 상제께 품하여 처치하리라.
 
295
하고 용자와 이선을 구리성에 가두니 용자가 상서더러 말하기를,
 
296
"이 성왕이 가장 험하니 밤에 내 도망하여 우리 스승을 청하여야 이 옥(獄)을 면할 것입니다."
 
297
하고 가만히 도망하여 일광노에게 이 연유를 고하니 광노가 말하기를,
 
298
"내가 아니면 구하지 못하리라."
 
299
하고 구름을 타고 교지국예 와 규성을 보고 물으니 규성이 웃으며 말했다.
 
300
"내 저를 수 일 곤욕을 보이고자 함입니다."
 
301
광노가 말하기를,
 
302
"황태후병으로 약을 얻으러 가는 길이니 빨리 보내십시오."
 
303
하니 규성이 웃고 용자와 태을을 놓아 보낼새 공문을 성첩하여 주거늘 용자가 사례하고 배를 띄워 가더니 한 곳에 다달으니 우희국이라 크기 열자나 되는 짐승이 사람을 잡아 먹는지라 용자가 말하기를,
 
304
"이 땅 사람들이 상서를 침노하리니 이 부적을 던지십시오."
 
305
하고 성왕께 들어가니 이 곳 성왕은 진성(軫星)이라 즉시 성첩하여 주었다. 초공이 용자를 보내고 홀로 앉아 있는데 그 땅 사람이 초공을 보고 잡아 먹으려 하거늘 초공이 두려워 배를 띄웠다. 그러나 그 놈들이 물을 두려워 아니하고 물로 들어오는지라 초공이 급히 부적을 던지니 문득 태풍이 일어나며 물결이 뒤집혀 물 속으로 들고 나지 못하였다. 그 배 바람에 부치어 정처 없이 가더니 물 속으로부터 한 선관이 나와서 보고 물어 말하기를,
 
306
"신선도 아니요, 용왕도 아니로되 표주는 어찌 타고 어디로 가느냐?"
 
307
하니 초공이 절하며 말했다.
 
308
"봉래산에 약을 얻으러 갑니다."
 
309
선관이 웃으며 말하기를,
 
310
"진시황(秦始皇)과 한(漢)나라의 무제(武帝)도 못 얻을 것을 그대가 어찌 얻겠느냐? 헛수고 말고 나를 따라 선경도 구경하고 술집이나 찾아다니면 좋지 않겠느냐?"
 
311
하고 온 가지로 조종하거늘 초공이 민망하여 하더니 뒤에 한 선관이 파초잎을 타고 표연히 오며 말하기를,
 
312
"적선은 어디로 향하는가?"
 
313
하니 적선이 말하기를,
 
314
"이 손이 나더러 '술집을 가리키라' 하거늘 끌리어 가노라."
 
315
하였다. 선관이 말하기를,
 
316
"저 손이 비록 진객(塵客)이나 한 가지로 술집을 찾으니 귀한 말이로다. 그대 돈이나 많이 가져왔느냐?"
 
317
하니 초공이 말하기를,
 
318
"가져온 돈이라곤 한 푼도 없나이다."
 
319
하였다. 적선이 말하기를,
 
320
"네 옥지환을 팔아도 술값을 당하리라."
 
321
하고 배를 끌고 가더니 한 선관이 칠현금을 물위에 띄우고 그 위에 서서 옥저를 불고 오다가 초공을 보고 말하기를,
 
322
"반갑다 태을아 인간재미 어떠하냐?"
 
323
하니 초공이 말하기를,
 
324
"속객(俗客)이 선관네를 모르거니와 남의 급한 길을 머물러 두고 놓지 아니하시니 민망합니다."
 
325
하였다. 적선이 웃으며 말하기를,
 
326
"이 손이 제 아내 주던 옥지환을 팔아 나를 '술 먹이마'하며 종일 조롱하니 이런 분한 일이 어디 있겠느냐?"
 
327
하니 동빈이 웃으며 말하기를,
 
328
"서로 붙들렸다 하니 어느 누가 그 시비(是非)를 가리리오?"
 
329
하고 서로 노닐더니 또, 한 선관이 일엽주를 바삐 저어 오며 초공을 향하여 말하기를,
 
330
"태을아 우리를 모르느냐?"
 
331
하고 술을 서로 권하더니 문득 청의동자가 공중으로부터 내려와 고하여 말했다.
 
332
"안선생이 직녀궁으로 청하십니다. 태을을 어찌하고 가겠습니까?/"
 
333
두묵지 말하기를,
 
334
"내가 봉래산에 갈 일이 있으니 데려다 두고 가겠습니다. 그대 등은 먼저 가십시오."
 
335
하고 여러 신선을 작별한 후에 초공을 데리고 가더니 앞에 한 산이 있으니 하늘에 닿았고 채운이 영롱한지라 두묵지가 말하기를,
 
336
"저 산이 봉래산이니 구류선을 찾아 약을 구하라."
 
337
하고 가거늘 초공이 산밑에 이르러 보니 용자(龍子)가 벌써 와 기다리는지라 초공을 보고 말하기를,
 
338
"초공의 간 곳을 찾지 못하더니 적선을 만난즉 '두묵지 선생이 데리고 봉래산에 갔다.' 하기로 벌써 와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339
하니 초공이 기뻐 여러 신선들이 보채던 말을 전하니 용자가 말하기를,
 
340
"그 선관들이 아니었던들 반도 못왔을 것입니다."
 
341
하고 산중으로 들어가니 그 곳에 한 바위가 있어 하늘로 닿았거늘 초공이 말했다.
 
342
"이 바위는 나는 새라도 오르기 어려우니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343
용자가 말하기를,
 
344
"그것은 염려말고 제 등에 올라 눈을 감으십시오."
 
345
하거늘 초공이 용자의 등에 오르니 용자가 황룡이 되어 몸을 솟구쳐 오르는 것이었다. 용자가 말했다.
 
346
"내려올 때는 자연 쉬우리니 다만 구류선을 찾아 약을 구하십시오."
 
347
초공이 홀로 올라 가니 길이 다 옥같은 바위요, 기화이초(奇花異草)와 청란백학(靑鸞白鶴)이 난만낭자(爛漫浪藉)하였다. 침향 나무 아래 두 선관이 바둑을 두거늘 나아가 절하였으나 본척만척 하더니 문득 청의동자가 차(車)를 드리며 말했다.
 
348
"어떤 손님이 왔나이다."
 
349
선관이 비로소 바둑을 그치고 말하기를,
 
350
"어떤 사람이 선경을 더럽히느냐?"
 
351
하니 초공이 대답하여 말하기를,
 
352
"소생은 중국사신 이선으로 황태후 병이 중하심에 황명(皇命)으로 개언초를 얻기 위해 구류선을 찾습니다."
 
353
선관이 말하기를,
 
354
"저 산상에 올라가면 보려니와 그대의 범태육골로 어찌 쉽게 오르겠느냐?"
 
355
하였다. 초공이 우러러 보니 과연 날개가 있어도 못오를지라 정히 민망해 하더니 청의선관이 말하기를,
 
356
"구류선을 어찌 찾겠느냐? 우리와 바둑이나 두고 산천이나 구경하자."
 
357
하며 무수히 조롱만 하더니 문득 한 선관이 오며 초공의 손을 잡고 말했다.
 
358
"태을아 반갑다! 인간 세상의 재미가 어떠하며 설중매를 보았느냐?"
 
359
이선이 대답하여 말했다.
 
360
"설중매를 모르나이다."
 
361
선관이 웃으며 말하기를,
 
362
"천상일을 다 잊었도다."
 
363
하고 동자더러,
 
364
"차를 권하라."
 
365
하거늘 공이 받아 마시니 그제야 봉래산에서 놀다가 능허선의 딸 설중매와 함께 부부 되었던 일을 생각하고 말하기를,
 
366
"설중매는 어디 갔느냐?"
 
367
하니 선관이 말하기를,
 
368
"능허선 부부는 인간 김전의 부부요, 설중매는 양왕의 딸이되어 그대의 부실이 되리라."
 
369
하였다. 공이 또 물어 말하기를,
 
370
"능허선의 부처는 무슨 일로 내려갔으며, 소아는 어이 김전의 딸이 되고 설중매는 어이 양왕의 딸이 되었는가?"
 
371
하니 선관이 말하기를,
 
372
"능허선은 상제께 귤 진상을 늦게 한 죄로 귀향가되 전생에 설중매를 위하여 소아를 원망하던 원수로 보응하여 소아와 더불어 부녀간이 되어 간장을 썩이게 하고 설중매는 부모와 그대를 보기 위해 자원하여 장수에 먼저 죽었음에 귀히 되어 양왕의 딸이 되었느니라."
 
373
하고 초공을 재촉하여 '빨리 돌아가라' 하며 세 가지 약을 주며 말하기를,
 
374
"소용이의 물은 환혼수니 입에 넣으면 혼백이 돌아오고 그대 가진 옥지환은 시체 위에 얹어 두면 썩은 살이 이내 살고 금낭에 든 것은 개언초니 먹으면 말을 하리라."
 
375
하고 또 금낭 하나를 주며 말하기를,
 
376
"이 약은 우희단이니 그대 잘 간수하였다가 나이 칠십이 되거든 칠월 십오일 오시에 소아와 한 환씩 먹으라."
 
377
하고 차를 주거늘 공이 받아 마시니 인간 일이 황연하여졌다. 선관을 하직하고 나오니 용자가 말하기를,
 
378
"가는 길은 오던 길과 다르니 배에 올라 죽은 듯 눈을 감으십시오."
 
379
하거늘 공이 배에 오르니 벌써 용궁에 왔는지라 왕이 초공을 보고 설연관대(設宴款待)한 후에 용자를 불러 배를 준비하게 하였다. 초공과 용자가 배를 타고 서쪽으로 향할새 한 곳에 이르러 용자가 말하기를,
 
380
"이 산이 천태산입니다."
 
381
하고,
 
382
"선생께 다녀오겠습니다."
 
383
하고 가거늘 공이 홀로 산중으로 들어가 앞에 냇물이 있고 깊어 건너지 못하더니 문득 한 동자가 사슴을 타고 나는 듯이 가거늘 공이 그 공자가 가는 데로 갔더니 소나무 아래에 한 중이 육환장(六環杖)을 짚고 나오는 것이었다. 공이 절하고 마고할미의 집을 물으니 중이 대답하여 말하기를,
 
384
"물을 건너 남쪽으로 가면 옥포동이 있으니 거기 가 찾아 보라."
 
385
하니 공이 말하기를,
 
386
"물이 깊어 건너기 어렵습니다."
 
387
그 중이 짚었던 막대를 던지니 변하여 다리가 되거늘 공이 건너 갔는데 그 중이 공중으로 오르며 말했다.
 
388
"나는 대성사 부처로서 그대에게 길을 가르치고 가노라."
 
389
공이 공중을 향하여 사례하고 남쪽으로 가는데, 한 선녀 학을 타고 오는지라 공이 나아가 옥포동을 물으니 선녀가 대답하여 말했다.
 
390
"낭군은 뉘시며 옥포동은 찾아 무엇하려 하십니까?"
 
391
공이 말하기를,
 
392
"마고선녀를 보려 합니다."
 
393
하니 선녀가 말하기를,
 
394
"낭군이 길을 그릇 들었습니다. 날이 이미 저물고 다른 인가(人家)가 없으니 내 집에 가 쉬었다가 내일 천태산을 찾으십시오."
 
395
하고 공을 데리고 들어가니 공이 둘러본즉 궁궐 같은 집이 극히 화려하고 남자는 없는지라 마음에 불안하여 하니 선녀가 말했다.
 
396
"늙은이 허물없으니 사양치 말고 오르십시오."
 
397
공이 마지못하여 올라가 앉을 새 동서에 황금으로 된 의자를 놓고 동편 의자를 앉기를 청하거늘 공이 굳이 사양하니 선녀가 노하여 말하기를,
 
398
"내 말을 듣지 아니하면 나도 길을 아니 가르칠 것입니다."
 
399
하였다. 공이 어쩔 수 없이 의자에 올라앉으니 선녀가 주찬을 드리거늘 공이 자세히 보니 전일 마고할미가 주던 음식이라 공이 의혹하여 말하기를,
 
400
"이 산이 천태산이라 하는데 그대는 아니라 하니 무슨 일입니까?"
 
401
하니 할미가 말하기를,
 
402
"낭군이 거짓말을 듣고 위태한 길을 와 계십니다. 가지 말으시고 내 말을 들으십시오."
 
403
하였다. 공이 듣기를 청하니 할미가 말하기를,
 
404
"인간 세계의 공명은 비록 영화로우나 위태한 땅이오니 나가지 마십시오."
 
405
하니 공이 말하기를,
 
406
"그 말이 마땅하나 이미 군명(君命)을 받들어 약을 얻으러 왔음에 몸이 다하도록 행하여 보려 합니다."
 
407
하였다. 할미가 말하기를,
 
408
"속담에 '죽은 정승 산 강아지라' 하니 무슨 일로 남을 위하여 고행을 하다가 비명에 죽습니까? 내게 노비 수천 구와 전답 수천 결이 있으니 평생을 쓰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이제 제 딸이 장성하였으나 배필을 정하지 못하였더니 그대를 만났으니 다행입니다."
 
409
하고 시녀를 명하여 직실로 인도하여 밤을 지새더니 이윽고 날이 밝음에 살펴본 죽 아무 것도 없고 냇가에 누워 있는지라 꿈도 아니요, 정신이 황홀하여 고국을 생각하고 글 지어 읊으며 한 고개를 넘어 가더니 한 노파가 헐벗고 추한 모양으로 광주리를 옆에 끼고 나물을 캐거늘 나아가 절하고 천태산 길을 물으니 할미가 말하기를,
 
410
"넘어 오던 길이오."
 
411
하거늘 또 옥포동을 물으니 대답하여 말했다.
 
412
"이 곳이오."
 
413
하니 또 물어 말하기를,
 
414
"마고선녀는 어디 있습니까?"
 
415
하니 할미 이윽히 보다가 말하기를,
 
416
"내가 마고할미로소이다."
 
417
공이 반겨 두 번 절하고 말하기를,
 
418
"저는 낙양 북촌 이선이러니 어찌 저를 몰라보십니까?"
 
419
하니 할미 또한 반겨 말하기를,
 
420
"서로 떠난 지 오램에 생각지 못함이로소이다. 숙낭자도 무양하시니이까?"
 
421
하였다. 공이 부인의 글을 전하니 할미 그제야 웃으며 글을 보고 말하기를,
 
422
"우리 사이야 만년초라도 아끼지 않을지라, 어제 과연 낭군을 시험하였으나 오늘 이 버섯을 얻으러 왔거니와 어제 숙낭자를 만나 들은즉 '황태후 붕하시다." 하니 급히 돌아가소서."
 
423
하고 자그마한 버섯 하나를 주거늘 공이 받고 사례하려 하니 문득 간데 없더라. 길을 찾아 물가로 나오니 용자가 표주를 타고 왔는지라 서로 반기며 용자가 말하기를,
 
424
"서해 용궁에 간즉 제 고모께서 이르시되, '내게 계안주 있더니 김상서의 은혜를 갚노라 드렸으니 본집에 가 찾으소서.' 하더이다."
 
425
하고,
 
426
"배에 올라 눈을 감으십시오."
 
427
하거늘 공이 배에 올라 눈을 감으니 다만 귀에 바람소리만 들리는지라 이윽고 벌써 황안성영회관 물가에 왔거늘 공이 대희하여 용자를 사례하고 이별하고 경성에 들어가니 태후 붕하신 지 이미 십일이 지났다. 천자께 뵈오니 천자께서 말씀하시기를,
 
428
"경이 여행에서 무사히 돌아옴은 기쁜 일이나 황태후 이미 붕하셨으니 그대가 생전에 돌아와 약 한 번 써보지 못하고 별세한 일이 더욱 통박하도다."
 
429
하고 애통함을 마지아니하시니 초공이 땅에 엎디어서 아뢰어 말하기를,
 
430
"신이 이번 여행에서 신통한 약을 많이 얻어 왔사오니 비록 사후(死後)라도 시험하여 보겠습니다."
 
431
하고 바로 빈소(殯所)로 가서 우선 옥지환을 시체 위에 얹으니 살빛이 산 사람같고, 입에 환혼수를 넣으니 가슴에 온기 있어 동정이 헌헌하고, 개언초를 넣으니 말을 하고, 귀에 별이용을 넣으니 성음을 쾌히 듣고, 눈을 계안주로 씻으니 만물을 다 보는지라 태후께서 말씀하시기를,
 
432
"내 그 사이 잠이 들었던가? 꿈을 꾸었던가? 병들었던 일을 생각하니 이것이 어인 일인가?"
 
433
하시니 황제가 황홀히 행하여 사실임을 분별치 못하고 공의 손을 잡고 위로하시어 말하기를,
 
434
"경의 충성은 만고에 드문지라 이 망극한 은혜를 무엇으로 갚으리오?"
 
435
하시고 천하를 나누고저 하시니 상서가 관을 벗고 땅에 머리를 조아리며 말하기를,
 
436
"폐하는 태후를 위하시고 신은 폐하를 위함이 천하의 떳떳한 도리요, 하물며 폐하의 성효(誠孝)에 하늘이 감동하심이라. 이제 폐하께서 신으로 하여금 도리어 역적의 이름을 얻게 하시니 황송무지하여 조정의 제신들과 함께 낯을 들고 다니기 어렵사오니 엎드려 비옵건대 폐하는 신의 부자(父子)의 벼슬을 갈아 주심을 바라나이다."
 
437
하였다. 상이 그 뜻을 어기지 못함을 짐작하시고 이예 이선으로 초왕을 봉하시고 김전으로 좌승상을 하이시니 초왕이 사은하고 집에 돌아와 부모께 뵈오니 부모와 정렬이 맞아 반기며 다시 만남을 천행으로 알고 더욱이 약을 얻어 나라에 충성함을 천행으로 기뻐하였다.
 
438
이날 밤에 초왕부부 서로 대하여 부인이 말하기를,
 
439
"왕께서 가신 후에 동백이 무성함에 무사히 돌아오실 줄 알았으나 자연 염려 무궁하였습니다. 하루는 꿈에 마고할미를 따라 한 산중에 들어가니 거기 큰 궁전이 있어 거기서 왕을 만나 여차여차 이르고 안으로 들어가니 할미 말하기를, '상서 저리 거절하여도 양왕의 딸로 둘째 부인 삼기를 면치 못하리라.' 하더이다."
 
440
하니 왕이 또 대답하여 구류선의 말을 이르니 부인이 더욱 혼사를 권하는지라 하루는 양왕이 위왕을 보고 혼사를 말하거늘 위왕이 배약 아니함을 이르고 돌아와 초왕을 대하여 양왕의 말을 전하고 양왕에게 허혼(許婚)하는 말을 통하고 날을 가려 성례할새 두 집이 의합하여 대사를 순성하니 위의 범절은 말할 것도 없고 결혼지의 가일이어서 배나 더하더라. 천자께서 들으시고 대희하시어 숙향으로 정렬왕비를 봉하시고 매향으로 정숙왕비를 봉하셨다. 이 후로 삼위부부 화락동기하여 정렬은 2자 1녀를 두고 정숙은 3남 1녀를 두어 한결같이 과거에 급제하여 벼슬이 높으니 정렬의 큰 아들은 태자태부(太子太傅)겸 병부상서(兵部尙書)를 하고 딸은 태자비가 되었다. 둘째 아들이 정서도독(征西都督)이 되어 오원, 주천 땅의 오랑캐를 쳐 승전하여 적병을 잡아 죽일새 그 중 한 사람이 맨 것이 절로 끌러지거늘 제장이 활로 쏘되 살이 땅에 떨어지고 맞지 아니하니 이상하게 여겨 죽이지 아니하고 장하(帳下)에 두었더니 하루는 초왕이 여러 아들과 더불어 모든 막하(幕下) 재주와 여력( 力)을 겨루어 구경할새 그 장수 오랑캐 십여인을 상대하여서도 이기기 어렵지 아니한지라 정렬이 주렴 사이로 그 장수를 본즉 정녕 반야산에서 자기를 업어다가 촌가 근처에 두던 도적이라 놀라고 반겨 즉시 초왕을 청하여 그 사연을 이르고 물어봄을 청하니 왕이 그 장수를 불러 말하기를,
 
441
"네 전에 반야산에서 어린 아이를 구제한 일이 있느냐?"
 
442
하니 그 장수 이윽히 생각하다가 과연 모년간(某年間)에 반야산에서 여차여차함을 낱낱이 고하거늘 초왕이 기특히 여겨 부인께 그 사연을 전하니 왕비 크게 반겨 불러 그 때의 얘기를 이르고 금백(金帛)을 후히 주어 제 고향으로 보내니 그 사람이 거듭 사례하고 가기를 원치 아니하였다. 왕이 천자께 연유를 주달하니 상이 또한 기특히 여기시어 진서장군 서량태수로 임명하시어 서방 도적을 진정케 하시니라. 세월이 흐르는 물과 같고 사람의 일이란 변화가 많은지라, 어느덧 장승상 부부 연만(年滿) 구십이라 먼저 세상을 버리셨다. 자식이 없음므로 정렬이 모시던 터라 조석제전을 지성으로 하여 십년 동안 길러 주신 부모와 같은 정을 남을 정성이었다. 위왕부부 또한 훙(薨)하시니 초왕부부 등이 애통망극하여 삼년향화를 마친 후에 초왕부부 또한 나이가 칠십으로 수한(壽限)이 다하고 진세(塵世) 인연이 다하였는지라 칠월 보름이 되어 자녀를 모아 큰 잔치를 배설하고 친척고구(親戚故舊)와 더불어 만좌화락하여 평생고락과 세상에 드물게 겪은 일과 지금과 팔자가 이와 같음을 자랑하고 자녀들을 슬하에 앉히고 세상 재미를 이야기하더니 문득 한 선비 밖으로부커 들어와 초공을 대하여 읍하고 앉거늘 자세히 보니 이 곧 여동빈이라, 일어나 맞으니 동빈이 말하기를,
 
443
"그대 부부를 상제께서 불러 계시니 가기를 청하노라."
 
444
하니 왕이 말하기를,
 
445
"육신이 어찌 가리오?"
 
446
하였다. 동빈이 말하기를,
 
447
"구류선이 주던 약을 생각지 못하느냐?"
 
448
하니 왕이 비로소 깨달아 왕비와 더불어 한 환씩 먹으니 다시 말을 못하며 구름을 타고 공중으로 올라가니 자녀 등이 상(喪)을 당하여 크게 슬퍼하며 예로써 허장(虛葬)하고 정숙왕비는 김전의 양위를 지성으로 섬기더니 오 년만에 정숙왕비가 김상서 부부를 모시고 경하수에서 잔치하며 사주(四州)를 구경하더니 문득 한 노인이 학을 타고 내려와 불러 말하기를,
 
449
"능허선아 인간 재미도 좋거니와 선간(仙間)을 잊었느냐?"
 
450
하고 잔을 들어 상서부부와 정숙왕비예게 권하여 세 사람이 받아 먹으니 정신이 씩씩하여 전생 일이 황연하니 그 노인은 약을 캐던 구류선이었다. 서로 반기더니 이윽고 그 네 사람이 일시예 구름을 타고 공중을 향하여 올라가니 자녀 등이 창황망조하여 망극애통해 하였다. 천자께서 들으시고 사관(史官)에게 명하여,
 
451
"사적(事蹟)을 기록하라."
 
452
하시고,
 
453
"자손을 각별히 수용하라."
 
454
하셨다. 초왕의 기이한 사적이 별전(別傳)에 있기로 대강 기록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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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과 참조
고대 소설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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