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여러 번이나 나은(羅隱)의 쓰라림을 맛보았다.
17
저물면 돌아와서 옛 사람의 글을 읽었다.
20
至歷代危亡運移勢去處 (지력대위망운이세거처)
21
역대 왕조가 망하여 나라의 운명이 다하는 대목에 이르면,
23
항상 책을 덮은 후 책 위에 얼굴을 묻고 흐느껴 울었다.
43
온몸이 차가운 바람을 타고 치솟은 듯도 하고, 날개가 돋아서 신선이 된 것도 같았다.
45
그러다가 바로 강 언덕 위에 머물렀는데, 긴 강은 둘러 흐르고
53
마치 천년의 불평한 기개를 품은 듯 하였다
58
恨入長江咽不流 (한입장강인불류) 원한은 사무쳐 강물마저 흐르지 않고
59
荻花楓葉冷颼颼 (적화풍엽랭수수) 갈꽃도 단풍잎도 우수수 우는구나
60
分明認是長沙岸 (분명인시장사안) 이곳은 분명히 장사의 언덕이라
61
月白英靈何處遊 (월백영령하처유) 달빛은 휘영청 밝은데 임은 어디를 거니는가
65
별안간 발자국 소리가 먼 곳으로부터 가까이 들려왔다.
79
그는 자허의 앞에 나와 고개 숙여 인사를 하며,
83
전하께서 당신을 기다리고 계십니다."하였다.
85
자허는 그가 산귀신이나 물귀신이 아닌가 의심했다.
91
자허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 속으로 그가 기특한 사내임을 칭송했다.
93
그의 뒤를 따라 백여 걸음을 걸어 갔다.
95
그 곳에는 정자 한 채가 우뚝 솟아 강을 굽어보고 있었다.
97
그 위에 어떤 분이 난간에 의지하여 앉아 있고
109
또한 가슴에는 고마(雇馬) 도해(蹈海)의 의리와,
111
마음 속에는 하늘을 높이 받들고 해를 받드는 충성된 뜻을 간직하고 있어
121
자허는 그들 다섯 사람과 인사를 나누기 전에
139
자허는 어떻게 된 까닭을 알 수 없어서
145
"내 일찍부터 경의 꽃다운 지조를 오랫동안 그리워하였소.
147
오늘 이 아름다운 밤에 우연히 만났으니
151
자허는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나 은혜에 감사하였다.
155
그들은 서로 고금(古今)국가의 흥망을 논하되
160
堯舜武湯萬古之罪人也 (요순무탕만고지죄인야)
161
"옛날 요․순․우․탕은 만고의 죄인입니다.
163
그들 때문에 뒷 세상에 여우처럼 아양 부려 임금의 자리를 뺏은 자가 선위를 빙자하여
165
신하로서 임금을 치고서도 정의를 외쳤으니
169
그의 남은 물결을 헤칠 길이 없사옵니다
173
영원히 도적의 시초가 됩니다 "라고 말했다.
179
"아니오. 경은 이게 대체 무슨 말이오?
186
而非四君之時則不可 (이비사군지시칙불가)
187
네 임금의 시대가 아니라면 불가능 할 것이니
191
다만 그들을 빙자하는 놈들이 그릇된 것입니다" 하고 말했다.
192
幅巾者拜手稽首謝曰 (폭건자배수계수사왈)
193
그러자 복건 쓴 이는 머리를 조아리고 절하며 이르기를
196
不自知言之至於憤也 (불자지언지지어분야)
197
저도 모르는 사이에 지나치게 분개했습니다." 하며 사과했다.
199
그러자 임금은 이르기를 "사양하지 마오
201
오늘은 귀한 손님이 이 자리에 오셨는데
207
이렇게 아름다운 밤을 어찌 하리오"하고
211
갯마을로 사람을 보내 술을 사 오게 했다.
218
卿等盍各言志以敍幽冤乎 (경등합각언지이서유원호)
219
경들은 각기 자기의 뜻을 말하여 남몰래 품은 원한을 풀어 봄이 어떠한가했다
225
신들이 그 뒤를 이어볼까 하옵니다.” 하고 대답했다.
233
강물은 울부짓고 그 흐름을 그칠 줄 모르고
271
어린 임금 못 받들은 내 재주 못났구나
273
나라 잃고 임금 욕되어 이몸마저 버렸다오.
279
다음엔 둘 째 자리에 앉은 사람이 불렀다.
283
나라 일이 위태로울 때에 이몸 아낄손가
285
가련하다, 사세는 지났건만 열렬한 마음 남았도다.
287
정의를 취하고 어짐을 이룬 것 부자가 함께 했다오.
289
다음엔 셋째 자리에 앉은 사람이 불렀다.
293
마음 속에 품은 아름다움 고사리나 캐볼까
295
다친 몸 한번 죽다고 무슨 말이 있을까만
297
당년에 고운님 여의옵고 못내 통곡하노라
303
어찌 차마 삶을 훔쳐 나라 망함을 볼까보냐
305
죽으려 함에 지은 시 한 수 그 말이 좋으니
309
다음엔 다섯째 자리에 앉은 사람이 불렀다.
315
이것이 곧 천추에 남은 한이라 씻어내기 어려워라
317
일찍이 집현전에서 상 줄 공적 조서를 기초했다오.
318
幅巾者搔首濯纓長吟曰 (폭건자소수탁영장음왈)
319
다음엔 복건 쓴 사람이 머리를 긁으면서 길게 읊었다.
321
눈을 들어 멀리 보니 산하도 변했구나.
327
애절한 이 분통에 눈물은 절로 떨어진다.
335
천추의 선과 악이 이를 읽고 징계하리라.
363
만좌는 모두 처연히 눈물이 흘러내렸다.
367
어떤 기이한 사내 하나가 뛰어들었는데, 그는 씩씩한 무인(武人)이었다.
379
진중자의 맑음 마음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385
그는 임금 앞에 나아가 인사를 드린 뒤
388
噫腐儒不足與成大事也 (희부유불족여성대사야)
389
애닯다. 썩은 선비들아. 그대들과 무슨 대사(大事)를 꾸몄단 말인가.하고
393
슬피 노래를 부르는데 그 마음은 강개하고,
409
죽어서는 의로운 혼백 되기를 마음에 품으니
411
어찌 강에 비친 한 조각 둥근 달과 같겠는가.
430
子虛之友海月居士聞而痛之曰 (자허지우해월거사문이통지왈)
431
자허의 벗 해월 거사는 이 꿈 이야기를 듣고 원통하고 분해하며 이르기를
442
其六人者亦皆忠義之臣也 (기륙인자역개충의지신야)
443
여섯 신하도 또한 모두 충성스러운 선비였다.
454
然則不可歸之於時與世 (연칙불가귀지어시여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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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불가불 그 시대에 맡길 수 밖에 없을 것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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而亦不可歸之於天也 (이역불가귀지어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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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를 하늘에 돌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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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착한 아에게 복을 주며 악한 놈에게 재앙을 주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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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갓 지사의 회포만 돋울을 뿐이구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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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저 공중에 새가 스쳐 지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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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러운 탕임금 무임금 이 세상에 많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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