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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예 작품의 영화화 문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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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용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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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 작품의 영화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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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금석의 「백치 아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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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 작품의 영화화는 지금 우리나라의 실정으로서는 자못 곤란한 문제가 아닌가 한다. 문예 작품의 독자로 볼 때, 그 수 2천을 산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단행본 초판 2천 부가 연여(年餘)를 경과하고도 완전 소화가 불능한 것이, 아니 그것도 다소 이질적인 것에 한한 것이요, 순문예 작품에 이르러서는 2천도 지난한 것이 사실이다. 순문예 작품의 독자라는 것은 학생층, 연중(然中)에도 문학을 연구하는 극소수의 부류에 속하는 것으로, 이러한 독자층을 상대로 하는 영화는 지난이라고 함보다 차라리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봄이 마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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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작품은 작품대로의 성격이 있고, 영화는 영화대로의 성격이 있어, 작품의 독자와 영화의 관객과는, 영화 그 본래의 성격에 따르는 대중성이 어느 정도 작품 그것의 고답성을 연화시켜 주는 것이라고 보기는 하나, 그리고 머리로 감상되는 작품과 시각으로 감상되는 영화와의 감상의 경연(硬軟)의 차가 있다고는 하나, 원체 대중에의 영합을 고려에 두지 않은 순문예 작품의 영화화에서 어느 정도 대중을 고려에 넣는다고 하여도 원작의 구도를 손상시키지 않는 한 그 관중의 상상의 범위를 관대하게 가져 본다고 하더라도 채산 면으로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자 일부 영화인 간에서는 순문예 작품의 영화화를 기도하고 성히 그 작품의 물색에 정신을 경주하게 됨은 영화 예술을 위하여 자못 경하해 마지못하나 맞닥뜨리는 난관 역시 아름다운 꿈밖에 더 남겨 주는 것이 없다. 이 난관의 관건은 먼 어느 시기에 우리의 문화 수준이 해결하여 줄밖에 없는 안타까운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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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영화계의 실정으로서 순문예 작품의 영화화가 어떻게도 어렵다는 것은 방금 촬영 도중에 있는 「백치 아다다」가 그것을 여실히 증명하여 주고 있다.「백치 아다다」는 일제 말기부터 뜻있는 영화인들 사이에서 그것의 영화화를 기도하여 왔으나, 그때 일제 검열의 애로까지 이중의 난관이 있었던 것으로, 더 말할 나위가 없거니와, 해방 후 다시 이 작품의 영화화가 물의에 올라, 몇 사람의 영화인이 그 영화화에 권리를 얻으려는 쟁탈전까지 벌어져, 저대로의 각색을 하여 가지고 그 권리를 원작가인 나에게 호소하여 온 일까지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영화사의 쟁탈까지 하던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 그 세 곳의 영화사가 어디나 마찬가지로 꼭 같이 그 실천 단계에 이르러서는 권리를 포기하지 않을 수 없는 운명이었다. 만일 우선권이 전삼자(前三者) 중 딴 이자(二者)의 어느 한 사에 있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모르기는 하나 역시 실정이라, 아름답고 꿈만이 마찬가지로 컸을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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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후, 일제 시대의 각색(脚色) 원고의 검열을 경무국 도서과에 제출하였다가 불통과로 부득이 중지하고 말았던 이규환 씨가 다시 촬영에 착수하려고 계획을 세우다가 6·25사변으로 말미암아 또 그 계획은 좌절이 되고 9·28수복 후 또 다시 계속하여 계획을 하다가 1·4후퇴로 또 그 계획은 수포화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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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내용을 알고 보면, 이 역시 작품에 대한 숙원의 욕심에 의한 소치가 아닌가 한다. 일제의 그것은 별문제로 하고, 해방 후 전후 이차에 긍(亘)한 만부득이한 수포화의 애로가 설사 있었다손 치더라도 현실 조건이 과연 이 작품의 영화화를 실현시켜 놓았을지가 자못 의문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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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구러, 여러 사람의 손에서 각색만이 각기 제멋대로 계속되어 내려올 뿐, 계획은 실천 단계에 직면하면 좌절이 되고 또 좌절이 되고 하며 되풀이 되다가 작년 봄에 모 영화사에서 또 이 「백치 아다다」의 영화화를 계획 결정하게 되었다. 그러나 바로 정식 계약 직전 그 주위 사람들로부터 아직 이런 작품은 아직 우리의 현실 조건이 허하지 않는 작품이므로, 설사 우수한 영화가 제작된다 하더라도 채산 면으로는 실패가 뻔한 것이니 구태여 이런 것을 착수할 필요가 어디 있느냐는 권고에 출자자는 이 작품의 결정을 즉좌(卽座)에서 포기하고 역사 소설로 그 계획을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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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예술을 사랑하는 일부 영화인들에게는 이 작품의 영화화에서 흥미를 저버리지 못하고 금년 봄 또 세 곳의 영화사가 일시에 물의에 올려가지고 원작가에게 전후하여 원작 승락 교섭이 오다가 마침내 그 한 사(社)였던 성립영화사가 동남아예술제에 출품을 목적으로 계약에의 용단에 선손을 쓰게 된 것이 바로 이번 영화화 결정의 전주곡으로, 문예 작품의 영화화 하나의 결정에 실로 십여 년의 세월을 거치었다는 것은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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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순문예 작품의 영화화가 이렇게도 어렵다는 것을 우리는 이것으로 알 수 있거니와, 그러기 때문에 이번이 「백치 아다다」의 영화화는 그 성공 여하가 앞으로 순문예 작품의 영화화에 있어, 그 발전 여하를 말하는 하나의 시금석과 같은 존재로, 영화계에서뿐이 아니라, 일반 문화계의 주목처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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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미 촬영이 개시되어 그 전반의 진행을 보았던 이 영화에는 또 애로의 난조건이 직면하게 되어 1차 중지 상태에 있던 것을 신발족인 경양 영화사가 용단을 내어 인계 촬영하게 되는 실로 ‘아다다’의 생애와 같은 파란곡절 속에서 드디어 그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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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본래 이 작품의 영화화에 용단을 낸 것이 예술성 그것을 노린 야심에 있었다고 보거니와, 오직 예술성 그것에 치중하고 대중에의 영합을 도외시한 이 영화화가, 어느 정도 영화 본래의 성격으로 대중과의 타협을 가져올는지, 주연인 ‘아다다’역의 나애심 양은 말 못 하는 ‘아다다’의 마음을 동작으로 표현하여야 하는 어려운 역할이라, 원작자에게 수차에 긍하여 이 작품의 의도와 ‘아다다’의 성격을 문의하는 등 주연으로서의 성심을 다하고, 감독 이강천, 기획 허백년 양씨는 “예술적인 영화를 만들면서도 대중과의 타협도 할 수 있는 우수한 영화가 된다”고 자신은 갖고 있는 모양으로, 그 성과 여하가 나타날 날이 하루바삐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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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幸)히, 이 호언이 농담만이 아니어서 난조건에 처해 있는 순문예 작품의 영화화에 있어, 앞날의 그 타개의 관건이 되어 준다면 이 얼마나 반가운 일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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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지〕《동아일보》
【원문】문예 작품의 영화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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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07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