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여성들이 좋은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생활비와 자기가 전유(專有)할 수 있는 방이 보증되어야 한다.
3
버지니아 울프는 1920년대에서 30년에 걸쳐 신심리주의의 문학이 낳은 극히 중요한 여류 작가이다.
4
그는 총명하고 남성에게 지지 않는 교양과 재능을 구비하고 특이한 작품을 남겼으나 결국 여류 작가였기 때문에 더한 의의를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된다.
5
울프의 문학적 경력을 살펴보기로 하자. 그의 부친은 유명한 문예 비평가인 레슬리 스티븐이다.
6
스티븐은 일시 『콘힐 매거진』지의 주필을 하고 19세기 후반의 영국 문단에 일 세력을 보유하고 있었으므로 그 살롱에는 당시의 일류 문학자, 예술가가 출입하고 소녀 시대의 울프는 그러한 가정의 분위기에서 감득한 것이 적지 않았다.
7
1904년 부친이 사망하고 그는 언니가 되는 버네사와 같이 런던의 중심부인 블룸즈버리에 거주하게 되면서부터는 이 두 사람의 젊고 아름다운 영양의 주위에는 새로운 지식인이 모이게 되어 ‘블룸즈버리 그룹’을 만들었다.
8
미술 비평가인 클라이브 벨, 정치 경제 평론가인 레너드 울프, 소설가인 E. M. 포스터, 전기(傳記) 작가인 리턴 스트레이치 등은 누구나 이 일군(一群)에 속하고 그들의 활동으로 인하여 블룸즈버리라는 것은 하이브라우를 의미하게 되었다.
9
(특히 블룸즈버리 그룹은 그 귀족적 성격으로 인하여 일부에 반감을 가지게 된 것도 사실이며 윈덤 루이스는 그들을 비웃고 있다.)
10
그동안 규수 화가인 버네사는 클라이브 벨과 결혼하고 버지니아도 1921년에 레너드 울프와 결혼하였다.
11
그리고 울프 부처는 런던 교외인 리치먼드에서 호가스 프레스라는 조그마한 출판 서점을 경영하기로 되었다.
12
이 호가스 프레스에서는 문학 및 문화 비평에 관한 진보적인 양서가 많이 간행되었다.
13
예를 들라면 후에 뉴 컨트리파라고 하는 새로운 시인들의 출발점으로 된 앤솔러지 『신서명(新署名)』(1932)도 이곳에서 나온 것이다.
14
또한 그중에 뉴 컨트리파의 신진 시인으로 서반아 전선에서 전사한 줄리안 벨은 벨 부처의 아들로 즉 울프의 조카이다. 버지니아 울프의 저작도 대개는 호가스 프레스의 출판이고 가끔 버네사가 표지의 도안도 그리고 있다.
15
울프는 20세부터 소설을 썼으나 약한 신체이므로 조금씩밖에는 쓰지 못하였고 본래 양심적인 탓으로 처녀작을 발표한 것은 34세이다.
16
그러나 그 후부터는 차차로 창작력이 강해져서 일작(一作) 일작으로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여 20세기의 영문학에 오리지널한 실험의 족적을 남기게 되었다.
17
소설은 전부가 11편이고 그 외에 대소의 에세이가 약 10권이나 달하고 있다.
18
습작 시대의 『항해』(1915)와 『밤과 낮』(1919)은 그리 주목할 것은 없으나 전자에는 생생한 감수성이 보이고 후자에는 제인 오스틴의 영향이 많다.
19
『월요일이나 화요일』에서 돌연히 하나의 변화를 보였다. 이것은 스케치류의 단편을 모은 것이며 외계에 있어서의 사소한 현상이 내면의 심리에 어떠한 파문을 던지고 그것을 모자이크 같은 시적 산문으로 실험한 것이다.
20
이것을 하나의 테마에까지 가지고 간 것이 『제이콥의 방』(1922)이다.
21
주인공인 제이콥의 유년 시대에서 청년기의 여러 가지 경험하는 도정을 제이콥 자신이 아니고 제이콥의 존재로 흔들리는 공기로 가득 찬 제이콥의 방으로 인하여 암시하려고 하였으나 결과는 성공하지 않았다.
22
그러나 그 후의 『댈러웨이 부인』(1925)과 『등대로』(1927) 이것으로 인하여 울프는 그 아름다운 유연한 형식을 연마할 수가 있었다.
23
『제이콥의 방』은 제임스 조이스의 『젊은 날의 예술가의 초상』에 닮은 형적이 있으나 『댈러웨이 부인』은 명백히 『율리시스』의 일 베리에이션으로 볼 수가 있다.
24
52세의 대의사(代議士) 부인 클라리사 댈러웨이의 하루에 일어나는 것을 내부적인 드라마를 중심으로 하여 전개시키는 방법은 이곳에서 잘 성공하였다.
25
즉 개인의 순간순간에 업혀 가는 충동, 기억 정서를 나타내는 것으로 그 성격, 그것에 축적된 과거가 차차로 풀리어 나타나는 것이다.
26
『율리시스』보다는 훨씬 스케일이 작으나 울프는 울프의 스타일로 그의 한계 내에서 그 특이성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27
울프의 유수와 같이 아름다운 그리고 투명하고 서정적인 스타일은 결국 『등대로』에서 완벽에 달하였다고 볼 수가 있었다.
28
특히 『시일(時日)은 지나간다』의 1장은 20세기 영문학 중에서도 드문 아름다운 산문이다. 그것과 『등대로』의 청려함은 전면에 넘치는 플라토닉한 이념에서 동경이라고 할까 청명한 정신에 인한 것이 많을 것이다.
29
그러한 의미에서 『등대로』는 울프 문학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다.
30
조이스의 영향도 물론 있으나 『댈러웨이 부인』과 『등대로』에 있어서의 과거에의 회상적인 수법은 마르셀 프루스트에 배운 것이라고 상상된다.
31
또한 이와 같은 두 개의 작품과 그 후의 『올랜도』(1928) 등에 보이는 ‘시간의 관념’에는 베르그송 철학이 들어 있는 것을 어떤 비평가는 지적하고 있다.
32
또한 그의 전려(典麗)한 스타일은 어디서 온 것일까? 『월요일이나 화요일』에서 일변한 그것은 생각건대 1915년 전후에 영미시단에 대두한 이미지즘에서 온 것이라고 생각된다.
33
또한 『등대로』에서 볼 수 있는 리리시즘은 빅토리아 시대 문학에서 들어온 것일지도 모른다.
34
울프는 지적인 여성으로서는 전 시대의 깊은 인습을 버리고 자유스러운 생각을 하는 두뇌를 가지고 있으나 일면에서는 이와 같은 빅토리아 시대 후기의 로맨틱한 심미주의를 부활시키고 있는 것이다.
35
그의 실험의 이면에는 이와 같은 영문학의 전통도 숨어 있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36
『등대로』에서 일전하여 『올랜도』, 『파도』(1931), 『플러시』(1933)와 계속하는 세 편의 작품은 일견 기발한 그의 재기를 대담하게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37
『파도』는 여섯 명의 남녀의 유년 시대에서 중년에까지 인생경로를 모놀로그의 배치에 의한 희곡적 형식으로 표현한 것으로 재미있는 착상이나 조금 무리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38
또 『올랜도』와 『플러시』는 ‘전기(傳記)’라고 되어 있으나 두 개가 다 허구의 전기, 즉 전기의 형식을 빌린 소설인 것이다.
39
『올랜도』의 주인공은 엘리자베스 시대의 귀족으로 현대에까지 살아 있으나 아직 30여 세밖에는 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 인물은 도중에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신하여 그 일생에 양성의 생활을 아는 것이다.
40
이러한 성 의식 외에 이 작품에서는 영국 3백 년에 걸친 지적 문화의 역사가 들어 있고 그것을 올랜도의 반생 30년과 결합시킨 ‘시간의 교류’가 기획되어 있다.
41
이와 같이 유동적인 시간에 염두에 둔 것은 확실히 베르그송이즘이다.
42
『플러시』는 시인 브라우닝의 부인으로 엘리자베스 버렛의 애견을 주인공으로 하여 제종의 문헌을 인용해 가며 개의 심리를 창조하고 있다.
43
그 후 울프는 만년이 되어 『세월』(1937)과 『막간』(1941)의 대작을 내놓았다.
44
거기서는 그의 심리주의적 수법은 일층 원숙하여 또 심화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45
비평가에는 『막간』을 격찬하는 사람도 있으나 『세월』이 더 큰 가치를 가진 것으로 생각된다.
46
『세월』은 『댈러웨이 부인』에서 얻은 테크닉을 더한층 확대하여 스포트 라이트에 나타나는 등장인물은 50명에 달하고 470페이지에 걸치는 장편이다.
47
영국의 상중층(上中層) 계급에 속하는 퇴역 대좌의 일가가 차차로 생장하여 가는 계보를 연대기적으로 1880년에서 시작하여 현대에 이르게 하고 있다.
48
이것은 말하자면 근대 영국 사회의 일 파노라마인 것이다.
49
평면적인 사실(寫實)과 외측의 서술은 일체 피하고 인물 각자의 의식 중에 깊이 잠입하여 상호의 연결과 조응 중에 인생의 도형을 묘출한 것이다.
50
전에는 심리주의의 초점을 개인에게 두고 있었으나 이곳에서는 그것을 집단적 취재에 옮기어 작자 자신은 자연 중에 숨어 세월이 흘러가는 것을 보고 있는 감이 있다.
51
『세월』은 확실히 울프 문학의 일대 집성이라고 하여도 좋다.
52
울프의 에세이에 대해서는 상세한 것을 기술할 여지가 없으나 그 작품과 불가분의 것이 적지 않다.
53
초기의 『베넷 씨와 브라운 부인』(1924)에서는 베넷, 웰스, 골와지 등 남성의 선배 작가를 ‘유물론자’라고 공격하고 또 『보통 독자』(1925) 중에서도 그의 새로운 소설론을 제시하고 있다.
54
그중 가장 흥미 깊은 것은 『자기 하나만의 방』(1929)이며 여기서는 영국의 과거에 있어서의 여류 작가의 고뇌를 설명하고 부인이 좋은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생활비와 자기가 전유할 수 있는 방이 보증되어야만 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55
울프는 제1차 대전 후의 새로운 지각을 가진 여성의 대표적인 일인이다.
56
그리고 그가 『3기니』(1938)를 쓰고 남성이 일으키는 전쟁에 어찌하여 여성이 참가하여야 하는가,라고 항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제2차 대전은 일어났다.
57
런던은 밤낮 공습을 받고 섬세한 그의 신경은 그것에 이길 수가 없었는지 1941년 템스 강에 투신하여 버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