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丹翁曰: “聞之湖南人曰, 蘇凝天進士, 有聲於三南, 擧以奇士目之.”
5
단옹왈 문지호남인왈 소응천진사 유성어삼남 거이기사목지
7
“호남사람에게 들어보니, 소응천2) 진사가 삼남 지방에 명성이 있어, 모두 기사3)라 치켜 지목한다.”
9
“竊聞盛名久矣, 欲以薄軀得侍巾櫛, 倘俯許否?”
13
“제가 세상에 떨치는 성명을 들어온 지 오래이온데, 비록 미천한 몸이오나 수건과 빗4)을 받들어 모시려 하오니, 혹 허락하지 않으시겠사옵니까?”
14
凝天曰: “汝不改處子之儀, 然而自薦于丈夫, 則非處子之事也,
15
豈亦人隷乎? 倡家之女乎? 亦旣事人, 而姑未改未▣之狀乎?”
16
응천왈 여불개처자지의 연이자천우장부 칙비처자지사야
17
개역인례호 창가지녀호 역기사인 이고미개미▣지장호
19
“너는 처자로서 태도를 고치지 않았는데, 제 스스로 장부에게 추천했으니, 이는 처자가 할 일은 아니다. 어찌 또한 그대는 다른 이의 시비인가? 기생집의 여자인가? 그러하면 이미 사람을 섬겼으리니, 고쳐서 다시 다른 사람을 섬길 수는 없지않겠는가?”
20
對曰: “人隷也. 而主家已無噍類, 無所於歸.
22
故男服而行世, 不自輕汚, 窃擇天下之奇士, 而自薦于座下矣.”
25
고남복이행세 부자경오 절택천하지기사 이자천우좌하의
27
“시비였사옵니다. 하지만 주인댁에는 이미 살아남은 이가 없으니, 돌아갈 곳이 없나이다. 하지만 간절하게 바람이 있는바, 평범한 사람을 우러르며 이 몸을 마치려 하고 싶지 않았기에, 남장을 하고 세상을 다니면서도, 제 몸을 가벼이 하지 않았사옵니다. 또 몰래 천하의 기사를 몰래 택하려 하였기에, 스스로 좌하5)에게 저를 추천한 것이옵니다.”
30
응천은 이를 받아들여 첩으로 삼았고, 수년을 함께 살았다.
31
其妾忽具猛酒嘉膳, 乘閒夜月明, 而自敍其平生曰:
33
故主家特與娘子而爲使, 使爲將來嫁時轎前婢.
34
年僅九歲, 而主家爲勢家所滅, 田園盡爲所奪,
35
而只餘娘子與乳姆, 逃匿他鄕, 隷而從者, 唯此一身耳.
36
기첩홀구맹주가선 승한야월명 이자서기평생왈
40
이지여낭자여유모 도닉타향 예이종자 유차일신이
41
그 첩은 홀연 독한 안주와 좋은 안주를 들고 들어와, 한가하고 달 밝은 밤에 스스로 지나온 일을 아뢰었다.
42
“소첩은 아무개 댁의 노비였사옵니다. 마침 주인집 낭자와 같은 해에 태어났기에, 주인댁에서는 특별히 낭자의 몸종으로 삼게 하여, 장차 혼례를 치를 때, 가마 앞에서는 교전비6)가 되도록 하였사옵니다.
43
그런데 나이 겨우 아홉 살에 주인댁의 가세가 기울어, 집과 논밭이 모두 빼앗김을 당하게 되었사옵니다. 그래서 다만 남은 낭자와 유모는 다른 고을로 도망하여 숨게 되었고, 하인으로 따르는 사람은 오직 이 한 몸뿐이었나이다.
45
而遠遊求劍師, 經二年始得之, 學舞劍, 五年始能飛空往來,
48
이원유구검사 경이년시득지 학무검 오년시능비공왕래
50
낭자는 겨우 열 살이 넘어, 소첩과 함께 도모하여 남장을 했사옵니다. 함께 멀리 다니며 검의 스승을 구하여 두 해가 지나서야 비로소 찾게 되었고, 검무를 배워, 다섯 해에 비로소 공중에서 날아 오갈 수 있게 되었사옵니다.
51
그리고 이름난 도회지에서 검무의 기예를 팔아, 쌓인 천금을 얻게 되자, 보검 네 자루를 살 수 있었나이다.
53
飛劍所割, 頃刻數十頭, 而讐家內外皆已赫然血斃矣,
58
이에 바로 원수의 집으로 가, 장차 검무의 기예를 부리는 이라 하고, 달빛을 타고 춤을 추었지요. 그러다가 검을 날려 베어버리니, 잠깐 사이 머리 수십이 떨어지며, 원수 집의 내외 안팎 사람들이 모두 붉은 피를 쏟으며 죽었나이다.
59
그러고서 마침내 나는 듯이 춤추며 돌아왔사옵니다.
60
而娘子沐浴改爲女服, 設酒饍, 以復讐告于先墓, 而囑賤身曰:
61
‘吾非吾親之男子. 雖生存於世, 終非嗣續之重.
62
而男裝八歲, 方行千里, 縱不汚身於人, 寧爲處子之道乎?
63
이낭자목욕개위여복 설주선 이복수고우선묘 이촉천신왈
65
이남장팔세 방행천리 종불오신어인 영위처자지도호
66
낭자는 목욕하고 여자 옷으로 갈아입고, 술과 안주를 갖춰 복수를 마쳤음을 선친의 묘에 알리며 소첩에게 부탁했나이다.
67
‘나는 우리 어버이의 아들이 아니라. 비록 세상에 살아남더라도 마침내 대를 잇는 것이 중요하지 않으리라. 남장을 한 지가 여덟 해이고, 그간 천 리를 다녔으니, 만약 남에게 몸을 더럽히지 않았다 해도, 이것이 어찌 처자의 도리이리오.
68
欲嫁必無所售, 使得售, 何得稱意之丈夫哉?
69
且吾家單孑, 絶無强近之親, 誰爲吾主婚者耶?
70
吾卽自刎而伏於此, 汝其賣我兩寶劍而葬于此.
76
이제 혼인을 하려 해도 반드시 구할 곳이 없고, 가령 구할 수 있다 해도 어찌 뜻에 맞는 장부를 얻을 수 있으리오. 또 나는 이제 홀몸으로 가까운 친척도 끊어져 없으니, 어느 누가 나의 혼사를 주관하리오.
77
나는 곧 자결하여 여기에 누울 것이니, 너는 내 두 자루 보검을 팔아 여기에 장사를 지내다오. 다음에 남은 뼈를 가지고 부모의 묘에 돌아가게 해준다면, 내 한이 없으리로다.
78
汝則人役也, 處身之道, 與我不同, 不可從我而死也.
79
葬我之後, 必廣遊國中, 而審擇奇士, 爲之妻妾也.
80
汝亦有奇志傑氣, 豈其甘心低眉於凡子者乎?’
81
여칙인역야 처신지도 여아부동 불가종아이사야
82
장아지후 필광유국중 이심택기사 위지처첩야
84
너는 곧 나의 시비이라. 처신하는 도리가 나와는 같지 않으리니, 나를 따라 죽을 필요는 없으리로다. 나를 장사지낸 후에 반드시 널리 나라 안을 유람하며, 뛰어난 선비를 택하여 처첩이 되도록 하여라.
85
너 역시 기이한 뜻과 걸출한 기운이 있으리니, 어찌 평범한 사람에게 달갑게 순종하겠는가.’
86
娘子卽伏劍, 賤身賣兩劍, 得五百餘金, 卽葬娘子,
89
낭자즉복검 천신매양검 득오백여금 즉장낭자
92
낭자는 곧 검을 물어 자결했고, 소첩은 검 두 자루를 팔아, 오백여 금을 얻어 곧 낭자의 장례를 모셨으며, 나머지로는 땅과 밭을 사서 향불이 이어지도록 하였사옵니다.
93
그리고 남장을 고치지 않고 세 해를 떠돌았나이다.
94
所聞名高之士, 莫如座下, 故自獻其身, 得侍下塵,
95
而窃瞷座下所能, 乃文章小技及 星曆, 律算, 祿命, 卜筮, 符籙, 圖讖 等 小術,
96
而若處心持身之大方, 經世範後之大道, 則邈乎其未之及也.
97
소문명고지사 막여좌하 고자헌기신 득시하진
98
이절간좌하소능 내문장소기급 성력 율산 녹명 복서 부록 도참 등 소술
99
이약처심지신지대방 경세범후지대도 칙막호기미지급야
100
그러다 들으니 이름 높은 선비로 좌하 같은 분이 없다 하였나이다. 그리하여 스스로 몸을 바쳐 좌하의 티끌이라도 모시려 한 것이옵니다.
101
그간 가만히 좌하의 능하신 바를 보건대, 곧 문장에 작은 재주가 있으시고, 천문을 보고, 형률과 셈에 대한 지식이 많으시며, 사주와 점과 길흉을 예언하는 작은 기술은 넉넉하지만, 마음을 닦고 몸을 지키는 큰 방책이나 세상을 경륜하고 후세에 모범을 보이는 큰 도에는 아득하여 미치지 못하였나이다.
103
夫得過實之名者, 雖在平世, 亦難自免, 況於亂世哉.
105
부득과실지명자 수재평세 역난자면 황어난세재
106
그럼에도 기사라는 명성을 얻으셨으니, 이는 너무나 지나친 것이옵니다.
107
알맹이가 없는 이름은 태평한 때에도 스스로 어려움을 면하기 어려운데, 하물며 난세에서야 당할 수 있겠나이까.
110
處全州大都會, 敎授吏胥子弟, 以足衣食而已,
116
좌하께서 삼가신다 해도 온전하게 여생을 마침을 반드시 쉽지 않을 것이옵니다.
117
바라건대 이제부터 깊은 산으로 물러나 어질지 못하게 지내지 마옵시고, 전주의 대도회지에 거처하며 아전과 서리의 자제라도 가르치어, 입고 먹기를 풍족하게 하되, 다른 걸 바라지 않으신다면, 세상의 재앙을 피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
124
소첩이 이미 좌하가 기사가 아님을 아는데도, 몸이 마칠 때까지 받든다면, 이는 곧 품은 뜻을 저버리는 것이요, 아울러 낭자의 명을 저버리는 것이옵니다.
125
그러므로 밝아오는 새벽이면 작별을 고하고, 장차 먼 바다와 깊은 산으로 떠나려 하옵니다.
126
男裝尙在, 飄然更着而遊, 寧復爲女子, 低眉斂手於飮食縫紉之事乎.
129
座下其强飮此酒, 壯其膽魄, 得以詳看之.”
130
남장상재 표연갱착이유 녕부위여자 저미렴수어음식봉인지사호
134
남장이 아직 있으니 표연히 다시 입고 떠나려 하오니, 어찌 다시 여자가 되어 음식과 바느질의 일에 눈을 낮추고 손을 공손히 하겠나이까?
135
다만 세 해 동안 모신 시간을 돌아보건대, 이별의 예를 남기지 않을 수 없고, 또 평생 익힌 뛰어난 기예를 끝까지 숨겨, 좌하께 한 번이라도 보이지 않을 수 없사옵니다.
136
좌하께서는 이 술을 거나하게 드옵시고, 이제 담력과 기백을 북돋아야 제 검무를 자세히 보실 수 있을 것이옵니다.”
137
凝天大驚, 而赧然嘿然, 不能開一語, 只受所擎之杯,
140
“劍風甚冽, 而座下精神不强, 將倚酒力而支持, 非洽醉不可.”
141
응천대경 이난연묵연 불능개일어 지수소경지배
144
검풍심렬 이좌하정신불강 장의주력이지지 비흡취불가
145
응천은 크게 놀라 얼굴 붉히며 입을 다물어 한마디 말도 할 수 없었고, 다만 든 잔을 받을 뿐이었는데, 이미 평소의 주량이 넘은지라 멈추었다.
147
“칼바람이 심히 차온데, 좌하께서 정신이 강건하지 못하여 술의 힘에 기대어 버티어야 하오니, 넉넉히 취하지 않으면 아니 되옵니다.”
149
更勸十餘杯, 亦自飮斗酒, 旣酣暢而發其裝,
150
靑氈巾, 紅錦衣, 黃繡帶, 白綾袴, 斑犀鞾, 皎然蓮花劍一雙,
151
渾脫女襦裳, 而改服單單束, 再拜而起, 翩然若輕燕.
153
청전건 홍금의 황수대 백릉고 반서화 교연연화검일쌍
154
혼탈여유상 이개복단속 재배이기 편연약경연
155
다시 십여 잔을 권하더니, 또한 자신도 말술을 마셔, 이미 거나하게 취한 뒤에 행장을 열어 보니, 푸른 모시 두건, 붉은 비단옷, 노란 수를 놓은 허리띠, 하얀 비단 바지, 얼룩 무소뿔 장식을 한 신, 빛나는 연꽃 검 한 쌍이라.
156
혼연히 여자는 저고리와 치마 모두 벗어 홑겹으로 갈아입고, 두 번 절하고 일어나는데, 날렵함이 제비와 같았다.
157
而瞥然騰劍, 竦身挾之, 始也四撒, 花零氷碎,
158
中焉團結, 雪滾電鑠, 末乃翶翔鵠與鶴翥,
163
별안간 검을 올려 들고 몸을 세워 칼을 옆구리에 끼우는데, 처음에는 사방으로 흩뿌리니 꽃이 떨어지고 얼음이 부수어지며, 중간에서 둥글게 맺혀지니, 눈이 녹고 번개가 번쩍이며, 마지막에는 고니처럼 빙빙 날다 학처럼 높이 나니, 이미 사람이 보이지 않았으니, 또한 검이 보일 이유가 없었다.
164
祇見一段白光, 撞東觸西, 閃南掣北, 而颯颯生風, 寒色凍天.
165
俄叫一聲, 砉然割庭柯, 而劍擲人立, 餘光剩氣, 冷遍於人.
166
지견일단백광 당동촉서 섬남체북 이삽삽생풍 한색동천
167
아규일성 획연할정가 이검척인립 여광잉기 냉편어인
168
다만 한 줄기 흰빛이 동쪽으로 당겨지고 서쪽에 닿았다가, 남쪽에서 번쩍이고 북쪽에서 떨렸다가, 쏴아 하고 바람이 일고 싸늘한 빛이 하늘을 얼게 하였다.
169
이윽고 큰 소리가 나더니 뜰의 나뭇가지가 잘리었고, 검은 던져지고 사람이 서있으니, 남은 빛과 기운이 서늘하게 사람을 에워쌌다.
170
凝天初猶堅坐, 已而顫縮, 終則頹仆, 殆不省事矣.
172
明曉, 其女男裝而果辭去, 漠然不知其所向云.
173
응천초유견좌 이이전축 종칙퇴부 태불성사의
176
응천은 처음에 굳은 듯 앉았다가 이윽고 떨면서 오그라들더니, 끝내 쓰러져 엎드려 거의 사정을 살피지 못하였다.
177
그녀는 검을 거두고 옷을 갈아입고, 따뜻한 술을 따르니 술을 덥혀 따르니, 응천은 곧바로 소생될 수 있었다.
178
새벽이 밝자, 그녀는 남장을 하고 과연 이별을 고하고 떠나니, 그 향하는 바 막연하여 알지 못했다고 한다.
179
嗟呼! 女子之爲人隷, 而尙能自珍其身, 不忍輕委於凡夫,
181
如孔鮒付之於陳陟, 鮑永之於劉玄, 獨何意哉!
182
차호 여자지위인례 이상능자진기신 불인경위어범부
185
아아, 여자가 시비임에도 오히려 능히 그 몸을 스스로 귀중히 하여 평범한 이에게 가벼이 맡기지 아니하였는데, 하물며 큰 선비와 기사에게 있어 따라야 할 사람을 가리지 않음에랴.
186
예컨대 공부가 진척을 좇음7)과 포영이 유현을 좇음은 유독 어떤 뜻이었겠는가.
187
1) 작자의 친구인 민백순(閔百順, 1711~1772). 호가 단실자(丹室子)여서 단옹이라 칭한 것임.
190
4) ‘건즐’은 여자가 아내나 첩이 됨을 겸손히 이르는 말.
191
5) ‘받들어 모시는 자리 아래’의 의미를 갖는 2인칭 대명사.
193
7) ‘공부’는 진(秦)나라 때의 학자로 공자의 9대손. ‘진척’은 진나라 말기에 반란을 일으켰던 진승(陳勝). 공부는 진시황을 피해 피신했다가 진승의 반란군에 참여하였고, 병사하였음. ‘포영’은 후한 때의 명 신하. ‘유현’은 후한을 다시 세운 경시제(更始帝). ‘포영’은 ‘유현’을 도와 왕망의 신나라를 멸망시키고 반란을 진압하여 큰 공을 세웠음. 작자는 잘못된 사람을 따랐던 ‘공부’와 그렇지 않았던 ‘포영’을 대비하여 어떤 사람을 따라야 하는지를 일깨우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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